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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인도남부 푸리에서 익숙해지는 일상, 아름다운 일출 - DAY 40

by Reminiscence19 2019. 7. 19.

여행 마흔 번째 날 - 인도 남부 푸리(Puri)의 환상적인 일출과 점점 익숙해지는 푸리에서의 일상

  • 푸리의 환상적인 일출
  • 배탈... 하루 종일 자빠져 자기
  • 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
  • 매일 즐거운 저녁시간

썸네일-인도배낭여행기-푸리


2월 12일 (화)

푸리의 환상적인 일출

어젯밤 잘못 먹은 저녁 탓에 안 그래도 배 아파 죽겠는데 이놈의 모기들이 밤새 장난 아니게 달려든다. 젠장!

연 이틀 동안 계속된 그놈들과의 사투에 밤잠을 설치다 결국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숙소 통로 의자에 앉았더니 한 숙소 종업원이 다가온다.


"어? 일찍 일어나셨네요..."

"어이구! 이보셔 나 모기 때문에 도저히 잠 못 잘 것 같아요. 여기 물린 자국 좀 봐요! 여기 모기장 없어요? 으휴~~ 졸려~"
하며 한바탕 하소연을 했더니, 그 친구 눈빛을 거의 이런 느낌이다.

"꼴랑 30Rs짜리 방에 자면서 별거 다 따지네..."

암튼 너무 일찍 일어나버리는 바람에 뭘 할까 궁리하다 4시 반쯤 일출이나 볼 겸 바닷가로 나간다. 아직 밖은 캄캄한데 겁도 없이 혼자 나서다니... 막상 출발할 땐 몰랐는데 조금 가다 보니 왠지 무서워진다.

5시가 되니 이제 바다 저~쪽 아래에서 해님이 올라오시려는지 미명이 비친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 넓은 백사장엔 나와 짜이 파시는 아저씨 그리고 어부 몇 밖에 없다.

파도소리는 여전히 조용히 귓가를 때리고, 머리 뒤에서 불어오는 육풍이 꽤나 시원하다. 미명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로등 불빛이 미명을 이기는 것 같다.

사진도 찍고 비상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던 카메라 삼각대를 세워두고 하염없이 앉아 있다. 누워 있었나? *^^*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모르긴 몰라도 모기떼로부터의 해방감에 그 자리에 있는 그 자체가 기쁨이었을 것이다.

해가 뜰 시간이 되었는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같이 방을 쓰던 형님도 이제야 나오신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나? 갑자기 온 세상이 붉은빛이다. 아니 주홍빛이다. 비록 구름 때문에 일출을 직접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그렇게 잠깐 물들었던 5분 동안의 시간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바다도, 하늘도, 구름도, 모래도 모두 주홍빛의... 밤새 고생한 나에 대한 해님의 선물인가? 너무나도 황홀했던 순간이었다.

인도-푸리-일출1
▲ 온 세상을 주홍빛으로 물들였던 푸리에서의 강렬한 일출
인도-푸리-일출2
▲ 5분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상은 온통 주홍빛입니다.

 

배탈... 하루종일 자빠져 자기

일출을 보고 나니 다시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한다. 으휴~ 그새 좀 나아진다 했더니, 아직인가 보다. 아픈 배를 움켜쥐고 숙소로 돌아온다.

그 후로 아침도 거르고 침대에 들러붙어 줄곧 잠만 잤다. 낮엔 그나마 모기들이 잠잠해 편하게 단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새벽에 일출 본 것 말고는 하루 종일 잠잔 기억밖에 없다. 그놈의 배탈 때문에... ㅠ.ㅠ '휴식'이라는 게 취하면 취할수록 더욱 깊이 빠져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푹 쉬었다 생각하고 들어 누우면 또다시 잠이 오고... 하루 종일 쉬다 잠깐 나갔다 들어와도 피곤하니 말이다.

오늘은 배탈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내일은 어디든 바삐 움직여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비싼 비행기 삯 내고 이곳까지 와서 게으름이라니! 당치도 않다 ㅋㅋㅋ


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

여행이 길어지게 되면 하루하루가 그냥 그저 그런 일상으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대부분 장기 체류하시는 분들의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러한 느낌일 것이다.

새로운 것을 봐도 새롭지 않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여행 일수만 늘려 가는... 나는 그런 생각이 날 때마다 하나하나 기대감을 가지며 여행 준비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나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곳이 내가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인도다! 그렇게 어렵게 온 인도에서 왜 이리 나자빠져 있냐! 이제 쉴 만큼 쉬었잖니? 이곳이 인도야 인도"


적어도 나에게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인 여행이 또 다른 일상이 되는 건 정말 용납할 수 없다.


점점 익숙해지는 푸리

푸리(Puri)에 온 지도 벌써 3일째다. 이제 숙소 밖을 나가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내 친구다.

기념품 가게, 구멍가게, 샌드위치 가게, 인터넷 카페, 레스토랑, 자전거 대여소 등등 내가 지나갈 때마다 그곳 종업원들이 씽끗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들이 내겐 작은 기쁨이다. 또한 이곳에 장기 체류하는 친구들도 몇 명 사귀어 놓아 푸리 자체가 내 집같이 편하다.


매일 즐거운 저녁시간

하루를 앓았더니 이제 배가 좀 나아진 것 같다. 오늘은 절대 Peace 레스토랑에 가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길 건너편에 있는 미키마우스 레스토랑에 간다.

그곳에서 장기여행 중이신 용감한 한국인 여성 두 분을 만났다. 한 친구는 작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8월에 인도로 혼자 와 아직까지 다닌다는 친구였는데, 나에겐 놀라움 그 자체다.

내가 저 나이 때엔 아무것도 모르고 재수학원에서 썩고 있을 때였는데... 아니 대부분 학생들이 세상 물정 모르고 망아지 마냥 놀러 다닐 시기에 이곳에 왔다는 그 자체가 놀랍다.

게다가 반년 넘게 있으며 일본인을 하도 많이 만나 이젠 일어로 웬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라 한다. (좀 알고 온 게 아니냐 물었더니 처음엔 정말 하나도 몰랐다고 한다. *^^* 그러고 보면 일본 사람들도 얼마나 여행을 많이 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

다른 한 분은 나이가 좀 있으심에도 홀로 세계여행을 하시는 아주머니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천에서 중국으로 배 타고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티베트를 거쳐 이곳까지 오셨다고 한다.

특히 티베트에서 고산병으로 죽다 살아났다는 얘기에 고산병의 느낌이 어떤 것일까 괜히 궁금해진다. 나도 다음 배낭여행으로 티베트나 갈까? ㅋㅋㅋ

암튼 오늘 밤도 새로이 만난 한국인 친구들이 모여 각자의 여행 이야기에 웃음꽃이 만발한다. 역시 한국말로 말해야 말에 정감이 묻어난다. 참고로 난 영어로 외국애들하고 암만 대화해도 솔직히 정이 안 간다. ^^; 다 내 짧은 영어 실력 탓이겠지... ㅡ.ㅡ;

아... 다시 모기들과의 전투시간이 돌아온 것인가... 내일은 기필코 숙소를 바꾸리라 마음먹고 마지막 전투(^^)에 임한다.

참! 방에 들어가니 여기도 도미토리라고 새 친구 하나가 들어와 있다. 어디서 많이 봤던 친구라 했더니 Puri올  때 같은 기차를 탔던 폴란드인 친구다. 거참 반갑다. ^^; 이 친구도 모기 때문에 괴로웠던지 모포를 머리까지 덮어쓰고 잔다. ㅋㅋㅋ


"이봐! 너도 한번 맛 좀 봐라!! ㅋㅋㅋ"
천장 위엔 여전히 도마뱀 한 마리가 꼼짝도 안 하고 붙어있다. 오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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