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 일곱째(마지막) 날, 샤브루베시(Syabrubesi)에서 카트만두(Kathmandu) 가기
- 샤브루베시에서 카트만두 가는 지프를 못 타고
- 로컬버스로 카트만두 가는 길
- 랑탕 트레킹 에필로그
샤브루베시에서 카트만두 가는 지프를 못 타고
오늘은 버스를 타고 샤브루베시에서 카트만두까지 가는 일정이다. 어제 약속해 놓은 지프를 타기 위해 아침부터 서두른다.
빵 몇 조각과 레몬 티로 아침을 때우고, 약간의 빵을 간식으로 챙긴다. 포터 아저씨에게 그동안 포터 비용을 모두 드렸지만 아저씨는 오늘 아침에도 우리들 짐을 차에까지 실어주신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숙소 앞에 서 있는 지프에 올라타 함께 가게 되었다는 일본인을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지났는데 일본인은 잠시 차를 마신다며 저쪽으로 간다. 거참... 그래도 얼마 안 걸리겠지 하며 지프에서 기다린다.
잠시 후 함께 온 누나가 카트만두에 전화를 하신다고 차에서 내렸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전화를 하러 나간 누나가 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동생 한 명을 보냈다. 그리고도 한참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다. 내가 나가보았다.
나가보니 일본인이 입술을 부르르 떨며 이야길 하고 있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제 우린 샤브루베시에 들어온 지프를 보고 차 주인과 협상을 하여 오늘 지프로 가려고 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 차는 원래 일본인이 거금(?)을 주고 카트만두에서 부른 것이라 한다.
운전사와 차장이 일본인 한 명 외에는 타는 사람이 없어 조금의 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우릴 거기에 껴준 것이란다. 이 내용을 오늘 아침에야 안 일본인은 화가 났고, 이것 때문에 한참 실랑이가 인 모양이다. 중간에 낀 차장은 우릴 보고 일본인하고 얘기 좀 잘해 달라며 비열한 표정으로 서 있다.
동생하고 얘기하고 있던 일본인은 우릴 보고 왜 로컬 버스를 타고 가지 않는지 자신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혀를 찬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나, 그 순간, 솔직히 어이가 없어 열이 받쳤다.
이 사단이 모두 운전사와 차장한테 있지만 왠지 일본 놈(이제 ‘놈’으로 지칭한다.)의 말투가 맘에 들지 않는다. 뭐라 한 마디 하려다 그냥 중간에 껴들기 뭐해서 그냥 보고만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한 마디 해줄 걸 약간 후회된다.
이래저래 합의가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포기하고 막 출발하려 하는 로컬버스에 부랴부랴 올라탔다. 정말 조금만 더 늦었으면 오늘도 카트만두에 못 갈 뻔했다.
하얀 지프는 짜증 나는 일본 놈을 태우고 버스를 앞질러간다. 쳇!!
로컬버스로 카트만두 가는 길
덜컹거리는 로컬 버스 뒷자리에 앉아 아슬아슬한 길을 따라 일주일 전 왔던 길을 거슬러 간다.
오늘은 날씨가 어찌나 흐렸는지 계속해서 구름 속을 가는 기분이다. 그래도 땡볕에 이글거리는 로컬버스 안이 아님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비가 조금이라도 쏟아지면 우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도로 주변이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버스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태우고 쏟아내며 한참을 달린다. 아니 기어간다.
이래저래 이런 로컬버스 안의 풍경들을 보고 있자면 리얼 네팔을 경험하는 기분이다. 네팔에 살고 있지만 네팔 산골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와 왁자한 웃음소리 등, 내가 살고 있는 일상 네팔 생활과는 또 다른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덜컹거리는 버스는 Kalikhastan이라는 마을에 정차하더니 늦은 아침을 먹는다. 엄연히 말하면 늦은 아침이 아니라 네팔인들이 늘 먹는 시간에 먹는 아침 식사다.
우리 포터 아저씨도 여기가 집이라 내리신다. 그동안 참 고마웠습니다. ^^;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한 버스는 이후에도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위, 아래, 좌우로 종횡무진 다니며 포장도로가 시작되는 트리슐리까지 달린다.
아침 7시 반에 샤브루베시에서 출발한 버스는 12시 반에 트리슐리에 도착! 사람들을 내려주고 카트만두로 다시 출발한다.
그리고 오후 늦게 카트만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트만두 분지에 다가올수록 매캐한 카트만두의 냄새가 느껴진다.
그리고 너무나 환상적이었던 일주일간의 이번 트레킹을 마감한다.
랑탕 트레킹 에필로그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자연을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 남은 체력까지 쏟아부었던 한 걸음...
희박한 공기로 인한 고산증세...
앞에도 뒤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 가파른 경사진 눈 속에서 앞사람의 발자국만 따라 걸었던 시간과 눈앞으로 펼쳐진 장엄한 히말 파노라마와 그 아래로 웅장하게 흘러내리는 빙하들...
간간히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던 야생 동식물...
인정 많은 티베트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티베트 불교...
거친 바람에 끊임없이 휘날리는 룽다...
트레킹 내내 트레일 주변으로 경쾌하게 흘렀던 랑탕 계곡과 밤하늘에 빼곡히 박힌 수많은 별들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유쾌한 이 모든 시간들을 이제 멋진 추억 책 속 한 페이지에 고이 담아본다.
【 이전 이야기 】
네팔 랑탕 트레킹 (강진곰파) - DAY 6 - 고라타벨라 → 샤브루베시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 랑탕 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팔 랑탕 트레킹 (강진곰파) - DAY 6 - 고라타벨라 → 샤브루베시 (0) | 2019.08.15 |
---|---|
네팔 랑탕 트레킹 (강진곰파) - DAY 5 - 강진리, 캉진곰파 → 고라타벨라 (0) | 2019.08.14 |
네팔 랑탕 트레킹 (강진곰파) - DAY 4 - 캉진곰파에서 체르고리 다녀오기 (0) | 2019.08.13 |
네팔 랑탕 트레킹 (강진곰파) - DAY 3 - 라마호텔 → 컁진곰파 (0) | 2019.08.12 |
네팔 랑탕 트레킹 (강진곰파) - DAY 2 - 듄체 → 샤브루베시 → 라마호텔 (0) | 2019.08.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