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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푸리 해변에서 마지막 밤, 모닥불에 생선구이 - DAY 43

by Reminiscence19 2019. 7. 19.

인도 배낭여행 마흔 셋째 날 - 푸리 해변에서의 마지막 밤, 모닥불에 생선구이, 스님의 대금연주까지

  • 델리행 3AC 열차 예매
  • 푸리 해변 어촌 안 풍경
  • 푸리 해변에서 마지막 밤, 모닥불에 생선구이, 스님의 대금연주

썸네일-푸리마지막날


2월 15일 (금)

델리행 3AC 열차 예매

어제 늦게까지 좀 놀았더니 아침에 몸이 무겁다. 아침 9시 열차로 델리로 떠나는 두 분을 서둘러 배웅하곤 다시 돌아와 침대에 눕는다.

떠나는 자는 몰라도 역시 남겨진 자에게 허전함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막상 다시 혼자가 되니 오늘은 하루 종일 우울할 것 같다. 결국 인터넷을 좀 하다가 아침나절엔 그냥 계속 자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내일 떠나야겠다! 갑자기 마음이 동해 역으로 가서 내일 아침에 떠나는 열차 티켓을 예매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싶어 열차도 조금 빠른 기차에 등급도 3AC (에어컨 차)로 끊어버렸다.

열차 창구 직원이 내가 적은 예약표를 보더니 이 표는 매우 비싸다며 전에 끊은 열차표에 천 루피 가까이 더 줘야 한다고 한다.
"알았소~ 나 돈 많소!! ㅋㅋㅋ"

복대에서 백 루피짜리를 수북이 꺼내 전에 구입했던 티켓과 같이 내민다. 총요금은 1,200루피. 그래도 엊그제 히로미가 산 1,877루피짜리 2AC 티켓에 비하면 저렴하다. ^^


푸리 해변 어촌 안 풍경

오늘은 뭘 하지? 이제 거의 하루 일상처럼 되어버린 Peace Restaurant에 앉아 그동안 밀린 일기를 적으며 시간을 보낸다. 이젠 종업원, 주인과도 안면이 있어 음식을 안 시켜도 아무런 말도 안 한다. *^^*

참!! 그동안 어촌 안으로 한 번도 안 갔었구나... 순간 벌떡 일어나 다시 바닷가로 발길을 돌린다.

썰물 때라 그런지 바다는 꽤 멀리 물러나 넘실대고 있다. 코를 찌르는 생선 썩은 내가 날 처음 반긴다. 마을에 들어서니 마침 그물을 걷어올린 곳에 많다. (참고로 다시 말하지만 이 어촌은 해변 모래사장 위에 있다.) 이리저리 다니며 신기한 듯 구경하며 마을을 구경한다.

여전히 사람들은 바다를 등지고 아무런 가림막 없이 대 자연에 대소변을 보고 있었는데, 이젠 그러한 것들도 그려려니 하며 넘긴다.

물고기를 흥정하는 모습, 그물에서 고기를 털어 내는 모습, 아이들이 재밌게 바닷가에서 뛰어노는 모습, 생선을 한 광주리 가득 넣어 어디론가 가는 아낙들의 모습들...

그러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젠 그러한 것들이 추억으로 사라져 가야 한다는 사실에 문득 아쉬움이 찾아온다. 그러했기에 한 컷 한 컷 내 기억과 마음속에 고이고이 담아 놓는다.

썰물 때라 아직 마르지 않은 모래 위에 제법 큰 고동이 눈이 많이 띈다. 이게 웬일이래!! 바다로 나가 여기저기 널린 고동을 주워 담는다.

잠시 후 이곳 사람들이 그런 날 이상하게 바라보며 다가온다. 보아하니 여기 사람들은 고동 같은 건 거들 떠도 보지 않고 물론 먹지도 않는 모양이다. 잡은 고동들을 손위에 모아놓고
"너네 먹을래?"
그랬더니 그런 걸 어떻게 먹느냐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ㅋㅋㅋ

"이 친구들아! 이거 그냥 끓여서 고추장 찍어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그래? *^^*"
그랬더니 인상까지 찌푸린다. ㅋㅋㅋ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혐오식품을 어떻게 먹느냐는 표정으로 말이다. 암튼 그 친구들 덕분에 나름대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푸리어촌에서
▲ 푸리 어촌 마을에서 장작 패던 부자...

 

푸리 해변에서 마지막 밤, 모닥불에 생선구이, 스님의 대금연주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Peace Restaurant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한다.

근 1주일간 정들었던 종업원 애들도 오늘이 마지막이란 사실이 아쉬운 모양이다. 그동안 수줍어 말도 잘 안 하던 친구들이 오늘은 내게 얘기도 곧잘 건다. 어이구~ 이놈들아 진작 좀 그렇게 얘기하지 그랬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토스트 가게 아저씨한테도 찾아가 내일 아침에 떠난다 말했더니 아저씨도 무척 아쉬워하신다. 그렇게 얘기하는데 우연히 한 한국인 스님 일행을 만났다. (스님 두 분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 서넛 정도? 일전에 캘커타 숙소에서 한 번 본 기억이 난다.)

"지금 바닷가로 생선 구워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가시죠?"

"정말요? 제가 껴도 돼요?"
"그럼요~ 얼마든지 오세요~~~"
"야호~~ *^^*"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다 결국 못하고 가는구나 했던 일을 이제야 해볼 수 있게 되었구나!!! 유후~~ 암튼 그 스님 일행의 제안에 너무 감사하며 어둠 속에 파도소리만 들리는 바닷가로 나선다.

미리 사온 장작에 불을 지핀다. 마른 장작이라 불은 활활 잘도 붙는다. 스님은 물고기 입으로 나뭇가지를 꽂아 한 사람씩 주신다. 나도 하나 받아 들곤 장작불에 고기를 굽는다. 또, 어디서 구하셨는지 왕소금까지 준비해 오셨다. ㅋㅋㅋ

감자도 구워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나 아름다운 마지막 밤을 보낸다. 아~ 이러한 분위기에 시 한 구절이 떠오르지 않는 나의 메마른 감성이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어느 정도 먹을 것도 대충 먹고 나니 한 스님의 대금 연주가 시작된다. 캬~~ 딱딱 소리를 내며 타는 모닥불가에 스님의 구슬픈 대금소리. 뒤편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파도소리와 하늘 총총히 박힌 수많은 별들, 그리고 불가에 빙~ 둘러앉은 너무나 좋은 사람들...

푸리(Puri)에서의 마지막 밤은 너무나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겨지고 있다.

마침 때맞춰 온 군터와 한 일본인도 스님의 대금소리를 조용히 눈을 감고 감상한다. 표정을 보니 그네들도 꽤 좋은 모양이다. 군터에게 한마디 물어본다.

"저번에 숙소 털린 사건, 오늘 경찰 만나서 어떻게 됐냐?"

"응! 내일 아침에 6,000Rs 정도 받기로 했어. 오늘 그 경찰들하고 하루 종일 싸워서 최소 6,000Rs는 받아야겠다고 우겨서 받는 거지!!"

"우와~~~ 축하!! 축하!! 근데 너 그래서 술 마셨구나? 냄새 무지하게 나네~"

"응^^ 오늘 기분 좋아서 보드카 한 병 했지..."

얘길 하다 보니 오늘 낮에 하시시도 좀 한 모양이다. 참네....

"이봐 군터! 마약 너무 자주 하지 마라. 네 몸도 정신도 모두 망가지는 거 알잖아!!"

"알지 알지.. 나도 매일 하진 않아. 오늘은 특별히 기분이 좋아서...^^;"
"끊을 수 있음 끊고 얼른 너네 나라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라..."

오늘이 마지막이라 군터에게 나름대로 좋은 말을 해주려 했지만, 왠지 쇠귀에 경 읽기 같은 소리같이 느껴진다. ㅡ.ㅡ;  Puri에 온 첫날부터 계속 만나 그동안 참 정도 많이 들었었는데 내가 간다 하니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내가 뮌헨 오면 자기가 멋지게 대접하겠다나? ㅋㅋㅋ

그전에 얼른 귀국이나 하시지~ 하며 웃는다. ㅋㅋㅋ

인도 남부 푸리(Puri)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로맨틱하게 흘러간다.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구슬픈 대금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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