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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푸리에서 뉴델리까지 34시간 기차(3AC)여행 - DAY 44

by Reminiscence19 2019. 7. 20.

인도 배낭여행 마흔 넷째 날 - 푸리에서 뉴델리까지 34시간 3AC Class 기차여행

  • 정들었던 푸리를 떠나던 날
  • 푸리에서 델리까지 34시간 기차여행

썸네일-델리행열차


2월 16일 (토)

정들었던 푸리를 떠나던 날

오늘은 지난 한 주 동안 무척이나 정들었던 푸리(Puri)를 떠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젠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이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간다.

우선, 토스트 가게 아저씨를 찾아간다. 손수 만들어 주시는 토스트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며 오늘이 마지막이라 하니 아저씨도 무척 아쉬운지 손가락으로 우는 표정을 하신다. ㅠ.ㅠ

옆 가게에서 지켜보고 있던 인터넷 가게 소년도 문을 열고 나와 오늘 떠나냐며 아쉬워한다. 한 곳에 오래 있다 보니 이런 느낌도 가질 수 있구나. 헤어짐 자체는 무척 아쉽지만 이런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기념품 가게 청년과도 인사하고 숙소 앞 구멍가게로 가 장장 델리까지 34시간 동안 먹을 양식을 구입한다.
"나 오늘 델리로 가..."
"정말? ㅠ.ㅠ"

비록 그 사람들이 가식적인 아쉬움이라 할지라도 난 너무 그 사람들의 그러한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가슴 한편이 짠~ 하게 젖어드는 것 같다. 헤어지며 일 년 뒤 다시 오라는 그의 말에 아쉬운 웃음으로 대답한다.

짐을 챙겨 숙소 체크아웃을 한다. 사이클 릭샤에 올라타 역으로 향하는데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짜이 소년을 보고 손을 흔들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아... 이젠 정말 가는구나.
 

푸리를_떠나며
▲ 정들었던 푸리를 떠나며, 릭샤에서 뒤로 돌아 아쉬움에 사진 한 장을 찍어 봅니다

 

푸리에서 델리까지 34시간 기차여행

내가 타게 되는 기차는 출발역이 이곳 푸리(Puri)이고 도착역이 뉴델리(New Delhi) 역이다. 그야말로 열차의 시작과 끝을 같이 하게 되는 셈이다.

역에 도착하여 예약자 리스트를 살펴보니 푸리(Puri)에서 3rd 에어컨 칸(3AC)에 타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것도 꼴래 고급좌석이라고 기다릴 때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진다. 인간 참 간사하다. ㅋㅋㅋ

정시에 도착한 아무도 없는 열차에 혼자 올라탄다. 쾌적한 공기와 깨끗한 실내, 왠지 이런 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나도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움에 익숙해져 있었던 모양이다.

잠시 후 열차가 출발 경적을 울려대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려 34시간 여의 기차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곤 선탠이 된 차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1시간... 2시간... 이 흘렀다. 중간에 부바네스와르와 그 외 역에서 사람들이 꾸준히 올라타더니, 이젠 기차 안에 제법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젠 좀 재미나겠군 생각하며 주변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니, 특이하게도 하나 같이 배불뚝이 아저씨들이다.

난 솔직히 그 사람들이 나한테 이것저것을 물어볼 줄 알았다.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인도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그들에게서 그 흔한 "Where are you from?" 조차도 듣지 못했다. 자기네들끼리는 소곤소곤 얘기도 잘하면서 마치 나만 왕따 시키는 분위기로 말이다. 결국 에라 모르겠다 싶어 대낮부터 지겹도록 잠만 잤다.

인도 열차 에어컨 칸에는 청소를 하거나 노래 부른 뒤 돈 받으러 다니는 아이들도 없었고, 그밖에 짜이 파는 친구들이나 기타 잡동사니를 파는 사람들도 볼 수 없었다. 아마 외부에서 차단하는 모양이다.

옆에 딸린 식당 칸에서는 언제든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었다. 나도 가끔씩 들려 사모사나 커틀릿 종류를 사 먹곤 하였다. 카레 같은 밥도 맛있었다. 또한, 에어컨 칸에는 기본적으로 침대 시트 2장과 베개, 두꺼운 모포, 그리고 수건 한 장이 지급되었으며, 실내에선 기차소음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서비스 모두가 바로 돈이면 다 되는 것들이다.

지겹도록 잤다 깼다 해도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다. 항상 나불거려야 하는 입을 주체하지 못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기차의 연결통로 쪽으로 나간다. 그곳엔 에어컨 칸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몇 명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면 좀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싶어 그냥 무작정 그 사람들 옆에 앉았다. 이 친구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니 에어컨 담당, 모포 담당 등 다들 맡은 임무가 나눠져 있다. 내가 보기엔 한 두 사람이면 충분히 다 할 수 있어 보이던데... *^^*

암튼 안에 있던 사람들과는 너무나 달리 그들과는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놀다 보니 이제 입이 좀 풀리는 듯하다. 히히 ^^;

인도기차_주방에서
▲ 열차 식당칸 주방에서 일하던 사람들

저녁... 이젠 차창 밖도 보이질 않는다. 아까 밖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조금 했지만, 그래도 정말 지겹다. 가이드북 델리 편은 지금 몇 번째 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냥 자자!! 치킨카레로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잠에 들었다.

문득, 그동안 슬리퍼 칸에서 밤마다 신경 쓰였던 배낭 걱정 없이 잘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돈의 위력을 느낀다. 시계를 보니 PM 9시가 조금 넘었다. 아... 이제 겨우 12시간 온 모양이다.

지금 어디쯤 왔을까? 캘커타까진 왔을까? 그래도 잠은 자도 자도 끝이 없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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