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기자에서 룩소르 지나 아스완까지 슬리핑 야간기차 탑승 솔직 후기 - 열차 가격, 예약 사이트, 객실, 화장실, 석식, 조식 컨디션 - 이집트 가족 배낭여행
- 카이로 기자에서 아스완 가는 방법 결정하기
- 카이로 기자에서 아스완까지 야간 기차 예약하기
- 결코 저렴하지 않은 슬리핑칸 열차 요금
- 이집트 야간열차 객실, 화장실 컨디션
- 기차 내에서 제공되는 저녁 및 아침식사
- 기자에서 아스완까지 야간열차 탑승 솔직 후기
카이로 기자에서 아스완 가는 방법 결정하기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여 룩소르, 아스완, 아부심벨까지 가려면 우선 아스완이나 룩소르까지 어떻게 이동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집트는 개인 렌터카 운전이 힘들어 (도시 간 이동 시 검열과 제한사항이 많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주로 항공, 기차, 버스 편을 이용한다.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이동하는 경우, 그 거리가 무려 900km 가까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여행자들은 버스보다는 항공편이나 야간열차를 이용한다.
여기에서 항공편이냐? 야간열차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두 옵션 모두 장단점이 있다.
여행 기간이 빡빡하다면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항공 이동이 탁월한 선택이다. 항공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순 있겠지만 아스완에 도착한 뒤에도 다음날 새벽 아부심벨 투어에 참가하기 전까지 아스완 시내를 둘러볼 여유가 있다.
다만, 카이로에서 공항으로, 아스완 공항에서 시내로 오고 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릴 수 있는데 특히 낮 시간에 이동하는 경우, 여행 일정을 잡아먹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 카이로에서 출발하여 아스완까지 이동하는 데에만 하루 일정이 날아간다.
따라서 카이로-아스완 이동은 가급적 이른 아침 시간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아스완에 도착해서 바로 다음날 출발하는 아부심벨 투어와 나일강 크루즈도 예약하고, 아스완 필레 신전이나 미완성 오벨리스크 등 아스완 여행까지 하려면 카이로에서 가급적 빨리 이동해야 한다..
야간열차를 이용해도 일정을 효율적으로 짤 순 있다. 카이로에서 오후 늦게까지 충분히 시간을 보낸 뒤 저녁 8시경에 기차를 타면 다음날 아침 9시 반에 아스완에 도착할 수 있다.
항공이동을 하면 카이로든 아스완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야간열차를 이용하면 자는 시간에 계속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 일정 짜기가 쉽다. 하루치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는 건 덤~
항공이동을 하든 야간열차를 타든, 선택은 여행자 개인의 취향과 일정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야간열차는 금액 대비 만족도가 크지 않아 그다지 추천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의 허름하고 심하게 흔들리는 열차에서의 하룻밤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도전해 봐도 나쁘진 않을 듯... ㅎㅎㅎ
카이로 기자에서 아스완까지 야간 기차 예약하기
카이로 역이나 기자 역에서 룩소르나 아스완으로 출발하는 야간 슬리핑 기차는 아래 사이트에서 온라인 예약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이집트 철도 사이트는 아직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없다.
이집트 야간 슬리핑 열차 예약 사이트 (Abela) |
사이트로 들어가서 회원가입 및 로그인한 후, Online Booking 메뉴로 들어가면 바로 야간열차를 예약할 수 있다. 결제는 신용카드로 가능하다.
카이로 중앙역에서 탈지? 기자 역에서 탈지? 정도는 미리 숙소 위치와 여행 일정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 후, 기차표 예약을 진행하면 되겠다.
Train Type은 'Bed', 'Seats', 'Top VIP Seats' 세 가지가 있는데 슬리핑 칸이면 당연히 'Bed'로 선택하면 된다. 이후 야간열차 스케줄 및 예약 화면으로 넘어간다.
예약 당시 일정은, 기자 역에서 저녁 8시 15분에 출발, 아스완 역에는 다음날 아침 9시 25분에 도착하는 기차였다. 한 시간 정도 앞에도 동일한 기차 하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룩소르까지만 가는 여행자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 일정이다 보니 무척 피곤할 것 같다.
야간열차는 아무래도 조금 늦게 출발하더라도 다음날 아침 내리는 시간이 너무 이른 시간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슬리핑칸 열차 요금
2025년 현재, 카이로나 기자에서 출발하여 아스완까지 가는 야간열차 요금은 싱글룸 기준으로 인당 136.5 달러, 더블룸 기준으로는 인당 94.5 달러다. 2024년 이용했을 당시와 비교할 때 금액 변동은 없다.
다만, 한국인이 느끼는 체감 요금은 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달러당 1,450원으로 계산하면 더블룸이 인당 137,000원 정도인 셈인데 이 정도 금액이면 아스완까지 항공 이동을 할 수 있다. 운 좋으면 10만 원 미만으로도 편도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물론, 야간 이동을 하며 하룻밤 숙박비는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래 소개할 객실 컨디션을 보면 차라리 아스완으로 항공 이동을 한 뒤 저렴한 숙소에서 편하게 묵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열차 칸에서의 하룻밤과 이른 아침 차장을 통해 들어오는 나일강변의 햇살에 대한 로망 때문에 거금을 미리 투자하고 이집트로 출발했다. 어찌 됐든 이 야간열차 탑승이 이번 이집트 여행의 중요한 이벤트 중에 하나였다.
참고로, 동일 구간을 이집트 현지인 가격으로 검색해 보면 싱글룸은 1,575 파운드, 더블룸은 1,050 파운드다. 더불룸 1인 금액이 약 3만 원 정도이니 외국인에게 무려 4.5배 이상의 요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입장료를 비롯하여 기차 값까지 외국인 차등 요금제는 이집트 정부부터 앞장서서 적용하고 있는 현실... 그러고 보면 이집트 국민들이 외국인에게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게 그들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이집트 야간열차 객실, 화장실 컨디션
야간열차는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구조는 유럽의 기차와 동일하다. 한쪽 창가로 복도가 나 있고 반대편으로 객실들이 이어져 있는 구조다.
동일한 크기의 각 방은 1인실 아니면 2인실인데 2인실은 벙커 침대 형태로 위아래에 누워갈 수 있다.
아래층 침대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좌석으로도 바꿀 수 있다. 차장이 식사 시간이 되면 의자와 탁자를 세팅해 주는데 음... 워낙 시설이 낡아 딱히 좋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굳이...
방마다 작은 세면대가 있었는데 물줄기가 워낙 가늘어 거의 고양이 세수 정도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졸졸졸... 힘들다.
방 내부에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도 하나밖에 없어 멀티 플러그가 절실했다. 이집트에서 야간 기차 타려면 멀티 플러그나 3구 플러그 정도는 준비하는 게 좋을 듯...
화장실은 음... 예전 우리나라 무궁화호에 보던 화장실로 청결 정도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4명 가족이 여행하는 경우, 예약 시 한꺼번에 가족으로 예약이 가능한데 2인실 2개를 연결할 수 있도록 방을 배정해 준다. 문 바로 옆에 옆 방과 통하는 문이 또 하나 있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두 방 사이를 다닐 수 있었다.
제공되는 침구류는 뭐... 깔끔하게 세탁은 한 듯 보였으나 너무 낡아 쾌적한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이런 부분에 민감한 여행자라면 작은 침낭을 하나 가져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
기차 내부 컨디션은 위 사진들로 대체한다. ㅠ..ㅠ
기차 내에서 제공되는 저녁 및 아침 식사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이동하는 야간열차는 저녁 8시 15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 반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이동이며 슬리핑 칸을 예약하면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를 제공해 준다.
저녁 식사 메뉴는 2가지가 있었는데 고기 종류만 다르고 나머지는 동일, 아침 식사는 한 가지로 주는 대로 받으면 된다.
아래 비주얼을 보면 알 수 있듯 딱히 손이 가지 않는 수준의 식사가 제공된다. 이 음식에 비하면 기내식은 엄청난 고퀄이다. 결국 반도 먹지 못했던 기억이... 허기진 배는 가져간 전기냄비를 이용해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룩소르는 오전 6시 10분에 도착하기 때문에 룩소르까지 이동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별도의 조식이 제공되지 않았다.
아스완까지 가는 탑승객들에게만 조식이 제공되는데 조식은 룩소르를 출발하고 한 시간 정도 뒤, 오전 7시 반쯤 차장이 나눠준다. 이것도 뭐... 거의 안 먹었다.
기자에서 아스완까지 야간열차 탑승 솔직 후기
카이로 콥트 기독교 지구 내 교회들이 문 닫을 시간까지 둘러봤다. 길거리 가게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곤 기자에 위치한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맡겨 놓은 배낭을 찾아 다시 기자 역으로 향한다.
이 호텔에서는 1박만 했는데 어제 아침에 체크인한 뒤 다음날 저녁에 체크아웃한 기분이라 마치 이틀을 Full로 지낸 것 같다. (물론 체크아웃은 오전에 미리 했음)
성한 곳 없는 도로 골목길, 완공된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기자 뒷골목 풍경이 처음에는 이국적이고 한 편으로 두려운 마음도 있었는데 만 이틀 동안 이 길을 오갔더니 또 금방 익숙해진다. 호텔 뒤로 보이는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를 마지막으로 두 눈에 담고 기자 역으로 향한다.
2월 이집트는 저녁 6시만 돼도 해가 떨어진다. 여행은 항상 안전이 제일,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기자 역에 도착해야 한다.
택시를 타고 복잡한 도로를 지나 기자 역으로 향한다. 기자 역 근처 교통 체증이 얼마나 심한지 기자 역에 거의 다 와서 한참을 뱅뱅 돌았다. 아비규환...
저녁 6시 15분에 기자 역에 도착했다. 이미 어둠이 짙게 내린 시간, 기자 역과 역 주변은 밝은 조명으로 환하게 빛난다. 역 주변은 관광 경찰들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열차 출발 시간까지 2시간이나 남아 기자 역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본다. 생과일주스 가게에 앉아 주스 한 잔씩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작은 가게 안에 산만한 배낭 4개를 내려놓고 주스를 마시는데 주인아저씨가 짐들을 계속 신경 써 주신다. 따뜻한 사람들...
열차 출발하기 1시간 전에 기자 역 플랫폼으로 향한다. 중앙역과 달리 기자 역은 플랫폼이 단순해서 방향만 신경 써서 자릴 잡으면 된다. 쌀쌀한 날씨에 주섬주섬 옷들을 꺼내 입는다.
몇 대의 기차가 기자 역을 지나고, 나이가 지긋하신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앞 선 슬리핑 기차에 올라탄다. 플랫폼 의자에 앉아 많은 사람들을 구경한다.
저녁 8시 15분, 정확하게 우리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티켓을 보여주고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니 음... 생각만큼 쾌적한 곳이 아니다. ㅠ..ㅠ 시설이 많이 낡았다. 80~90년대 우리나라 기차와 같다. 인당 거의 100불을 지불하고 굳이 4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와야 했을까?
기차가 출발하고 규칙적인 흔들림과 소음이 계속된다. 기차에 타자마자 얼마 뒤 제공된 저녁 식사는 먹는 둥 마는 둥 거의 남긴다.
저녁 9시 반, 간단한 세면 후 취침! 기차는 밤새 남쪽으로 향한다.
침대에 누우면 좀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기차 소음이 생각보다 크다. 깊은 잠에 들지 못할 정도였는데 내가 예민한 사람은 아닌데 흔들림과 소음이 거슬린다.
중간중간 구글맵을 켜보며 어디까지 왔는지를 확인한다. 아직도 한참 남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났다. 창 밖을 보니 점점 날이 밝아온다. 룩소르 역에 사람들이 내린 뒤 차장이 빵부스러기들이 잔뜩 담긴 쟁반을 아침 식사라며 나눠 준다. 그대로 가방 안으로 ~~~ (나중에 아스완 길거리에 다니는 애들한테 줌)
창밖을 보니 나일강이 보이는 구간이 중간중간 나온다. 이집트의 젖줄인 나일강을 따라 푸름이 이어지고 그 푸름 뒤편엔 끝없는 황야가 이어지는 풍경이다.
기차 침대칸에 누워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나일강 풍경을 기대했는데 이래저래 편한 각도가 안 나온다.
오전 9시 30분이 조금 안되어 기차는 최종 목적지인 아스완 역에 도착했다. 그래도 누워서 자며 왔기에 몸이 그다지 피곤하진 않다.
온 가족이 배낭을 둘러메고 역 밖으로 나선다. 수많은 택시 호객꾼들이 접근하지만 택시는 역 밖으로 한참 나가서 길에서 잡는 게 정답이다. 이집트에서 서 있는 택시는 눈길도 안 주는 게 상책이다. ㅎㅎㅎ
카이로 기자에서 출발하여 룩소르를 지나 아스완까지 내려온 13시간 동안의 기차 여행은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쏘쏘~ 그래도 이집트에서 야간열차를 한 번 타봤다는데 의의를 둔다면 OK다. (두 번은 안탈 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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