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9 - 와디럼(Wadi Rum)에서 아카바(Aqaba) 거쳐 이집트 뉴웨이바행 페리 타기
- 낭만적인 와디럼 사막의 아침
- 와디럼에서 아카바 항구까지
- 험난했던 이집트행 페리 타기
- 이집트로 향하는 페리 안에서
8월 15일 (금) - 첫 번째 이야기
낭만적인 와디럼 사막의 아침
새벽에 천막 안으로 들어와 대충 아무 데나 널브러져 잔 거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불을 덮고 있다. 밤새 여기 사람들이 덮어주고 간 모양이다. 고마운 사람들...
부스스 일어나 나와보니 날씨가 무척 화창하다. 다른 친구들은 벌써 일어난 듯하다.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모래 위에 놓은 작은 탁자에 앉아 걸레빵, 딸기잼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결한다.
탁자에 앉으면 붉은 사막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낭만적인 레스토랑에서의 아침식사다.
식사 후엔 바로 어제 사막투어를 출발했던 그 마을로 되돌아간다. 벌써 떠나야 하는가에 대한 아쉬움에 흙 한 줌을 봉지에 담아 보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
시원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30년 된 픽업트럭은 잘도 달린다. 몸은 피로하지만, 눈과 마음은 즐겁다.
와디럼에서 아카바 항구까지
7시가 넘어 마을에 도착하였다. 지단의 집으로 가 투어비를 지불하고(15JD), 짐을 챙겨 나오니 바로 아카바로 향하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참고로, 아카바는 이집트(누웨이바)로 향하는 배를 타는 곳이며, 요르단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베두윈인 ‘지단’과 작별을 하고 난 다시 이집트로 향해 달려간다. 와디럼 사막을 뒤로하며, 또한, 그곳에 살고 있는 베두윈들을 지켜보며 예전에 어디서 봤던 베두윈에 대한 멋진 정의를 상기해 보았다.
“Bedouin..... is Strong as the Desert, Move as the Wind, is Soft as the Sand, and forever Freedom"
아카바행 버스는 아침 공기를 가르며 꾸준히 달린다. (버스비 1.5JD)
※ 와디럼에서 아카바까지
와디럼에서 출발한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카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같은 투어 팀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일본인 고또는 다시 암만행 버스에 올라탔고, 프랑스 아주머니들과 하지메는 아카바 시내로 나섰다. 그리고, 나와 이태리 아주머니 두 분은 이집트로 바로 가기 위해 페리 터미널로 가기로 하였다.
비록 함께 한 시간은 하루뿐이었지만, 막상 헤어지려니 섭섭한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험난했던 이집트행 페리 타기
이태리 아주머니와 함께 페리 터미널로 가기로 하고 택시 흥정에 들어갔다.
처음에 5JD, 3JD까지 부르는 걸 그래도 1.5JD까지 깎긴 깎았는데, 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세 명이서 0.5JD씩 내고 항구로 출발~ 버스 터미널에서 페리 터미널까지는 생각보다 한참을 갔다.
도착하여 우선 배표를 사야 했기에 이리저리 헤매다 표 파는 창구 앞까지 갔는데, 어라? 뱃삯이 우리가 알고 온 가격과 차이가 있다. 분명히 한 달 전에 이용한 어떤 누님께서 요르단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뱃삯은 30$, 반대는 45$라 했는데, 요르단에서 이집트 가는 비용도 45$란다.
함께 간 이태리 아주머니도 말도 안 된다며, 깎아달라고 빡빡 우긴다. 물건값 깎는 건 어느 나라나 아주머니들이 강하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아무리 뱃삯이 잘못되었다고 말해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표 파는 창구는 몰려든 사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줄 서는 문화가 아예 없는 아랍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항의를 해 댔으니 표 파는 사람도 짜증 나긴 마찬가지다.
결국, 우린 우선 출국 스탬프부터 찍자며 한발 물러서곤 우선 출국세 영수증부터 샀다(5JD). (달러는 받지 않았음) 그리고 출국 사무소 쪽으로 걸어갔다.
분명히 출국 스탬프 찍어주는 창구는 세 곳이 있었다. 한 곳은 요르단 사람을 위한 곳, 그리고 한 곳은 그 외 아랍인들을 위한 곳, 나머지 한 곳은 아랍 이외 지역의 외국인들을 위한 창구였다. 하지만, 아랍인들에게 이런 표지판은 그냥 하나의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는 듯 마구 마구 섞여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있나. 나와 두 아주머니, 그리고 거기서 만난 대만에서 온 두 처자는 외국인 창구 끝에 가 줄을 섰다. 하지만, 줄이 전혀 줄지를 않는다. 그래도 그려려니... 기다리고 있는데, 창구에서 한 직원이 나와 우리 보고 앞으로 오라 한다. ㅎㅎㅎ 이런 게 특혜인가? 원래 이 창구는 우리 같은 외국인을 위한 창구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출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여권을 내고 드디어 출국 도장을 받았다. 비록, 입국 시 입국 심사관이 입국 스탬프를 내 요르단 비자 위에 찍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지만, 뭐...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되었다. ^^;;
이젠 배가 문젠데... 다시 배표 파는 창구로 가보니 이젠 좀 한산한 모양이다. 그리고 표 파는 아저씨한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배가 원래 30$였는 것 맞습니다. 하지만, 2주 전부터 새 배가 새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집트에서 오는 요금과 같은 45$로 올렸습니다.”
뭐... 100% 믿을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주위에 표 사는 사람들을 보니 대부분 그 가격에 사는 것 같고, 그 가격 아니면 팔 수 없다는데 어쩌리.... 군말 없이 구입하였다.
참고로, 요르단 아카바에서 이집트 누웨이바로 향하는 페리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Fast Boat와 Slow Boat 두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 여행자는 전자를 추천한다.
솔직히 항해하는 시간이야 몇 시간 차이 나지 않지만, 느린 배의 경우 출발하고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전자를 추천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어떤 형님도 느린 배 타고 오는데, 총 1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빠른 배로 걸리는 시간의 두배보다도 훨씬 더 걸리는 셈이다.
암튼, 이런 들쭉 날쭉한 배 시간을 보며 아랍인들의 시간관념에 대한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까지는 터미널 앞의 대형 버스를 이용하였다. 이번에도 외국인에게 특혜를 베푸는지 운전사 아저씨는 길게 선 줄을 무시하고, 우리 보고 먼저 타라고 손짓한다. 그리고 나서야 다른 아랍인들이 올라탄다.
나야 상당히 기분 좋았지만, 지금까지 기다린 다른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지... 이런 건 뭐 전혀 신경 안 쓰는 문화일 수도 있겠다.
드디어 이집트로 향하는 배 앞에 도착하였다. 충격적인 사실은, 그 많은 사람들이 좁은 문 하나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배 입구는 사람과 짐이 뒤섞여 엉망진창이다. 아랍인들에게서 질서를 기대하는 건 아직 무리가 있는 듯하다. 여기저기서 끼어드는 사람들과 그들을 막는 사람들로 몸싸움도 불사한다. 나도 나름대로 힘써가며(?) 동참하고 있는데, 서양 외국인들은 아얘 처음부터 일찌감치 뒤로 물러서 있다.
알고 보니 이 배는 한 명 한 명씩 여권 확인을 마쳐야 배에 탈 수 있었는데, 어떻게 그 큰 배에 입구가 하나뿐인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아직까지 그 비효율적인 운영에 의문이 간다.
천신만고(?) 끝에 배에 올라타 큰 짐을 아랫 칸에 내려놓고 객실로 올라갔다.
우와~ 추위를 느낄 정도로 빵빵한 에어컨으로 인한 시원한 공기와 너무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객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오홋!! 새로 들여왔다더니 꽤 좋은 걸? ^^;;
자릴 잡고 앉아 아주머니들과 이야기하는데, 한 스위스 아저씨가 다가와 뭐라 뭐라 말을 하신다. 어느 순간부터 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서로 이태리어로 말하고 있었다. 왕따...
아저씨는 스위스에 살지만 이태리 쪽에 가까운 동네에 살아 이태리어도 하신단다. 어쨌든 아주머니들이나 나나 영어가 짧아 피차간 힘들었는데, 아주머니들은 이제야 제 물(?)을 만난 모양이다.
이집트로 향하는 페리 안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한다던 배는 12시가 넘도록 감감무소식이고, 결국 한시가 훌쩍 넘어 출발하였다.
드디어 요르단을 떠나 이집트로 향하는구나... 또 하나의 국경을 넘으며 새로운 땅에 대한 기대감이 마구 마구 솟아오른다.
※ 요르단 아카바에서 페리를 타고 아카바 만을 건너 이집트 뉴웨이바로 향합니다.
이집트는 어떤 땅일까? 고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지닌 그곳엔 과연 어떠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깜빡 잠에 들었다.
“이봐요... 이봐요...”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아까 만났던 대만 친구들이었다.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저희 좀 잠시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무슨 일인데요?”
“아.... 저희가 저~ 쪽에 앉아 있는데, 옆에 한 이집트 사람이 와서 자꾸 추근덕 거려서요... 제가 당신 보고 제 남자 친구라고 말했거든요. 그러니 저쪽에 한 번 보고 손 한번 흔들어 주시면 안 될까 해서요. 이쪽 사람들이 은근히 하는 스킨십도 싫고 해서 도망치듯 이리로 왔거든요”
“네~ 그거야 뭐~ ”
그 친구 어깨를 툭툭치곤 저쪽을 봤다. 한 아저씨가 우릴 계속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곤 아저씨께 이렇게 말해줬다.
“마이 걸 프렌드 ㅎㅎㅎ”
그 후의 시간은 대만 친구들과 함께 보냈다. 안 그래도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싶다.
이야길 나눠보니 이 친구들은 호주에서 대학을 마치고 바로 이쪽으로 여행을 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어가 정말 유창하다. 더군다나 억양 있는 중국어를 하던 친구들이라 영어도 엑센트를 팍팍 넣어가며 엄청 멋있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아직 대만에서 뭘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암튼 이런저런 농담도 하고, 여행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친구들이 비자 없이 스탬프만 찍힌 내 여권을 보며 무척 신기해한다.
참고로, 당시 내 여권엔 그리스, 터키, 유고, 루마니아, 불가리아, 이스라엘, 요르단의 스탬프가 찍혀 있었는데, 요르단을 제외하곤 모두 무비자로 입국했던 나라들이었다.
“여기 이 나라 모두 그냥 입국할 수 있는 것인가요?”
“그럼요. 한국인들은 대부분 그냥 입국할 수 있답니다.”
이 말을 하며 어찌나 뿌듯하던지... 일본인은 요르단도 무비자로 입국 가능하다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국력과 외교력이 있다는 사실에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대한민국 만세~~ ^^;;
아무튼 그 친구들과 재밌게 이야기하는 사이, 배는 어느덧 홍해를 가르며 이집트의 누웨이바에 다다르고 있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 다음 이야기 】
이집트 배낭여행 - 누웨이바 거쳐 파라다이스 다합 도착 - DAY#9
【 이전 이야기 】
요르단 배낭여행 - 낭만적인 붉은 사막 와디럼에서 하룻밤 - DAY#8
'배낭여행 >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 (20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집트 배낭여행 - 다합 블루홀에서 스노클링 - DAY#10 (0) | 2021.06.29 |
---|---|
이집트 배낭여행 - 누웨이바 거쳐 파라다이스 다합 도착 - DAY#9 (0) | 2021.06.28 |
요르단 배낭여행 - 낭만적인 붉은사막 와디럼에서 하룻밤 - DAY#8 (0) | 2021.06.26 |
요르단 배낭여행 - 페트라에서 와디럼 이동 후 사막투어 - DAY#8 (0) | 2021.06.22 |
요르단 배낭여행 - 페트라에서 만난 베두윈, Monastery - DAY#7 (0) | 2021.06.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