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배낭여행 - 낭만적인 붉은사막 와디럼에서 하룻밤 - DAY#8

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8 - 황홀한 붉은 사막 와디럼에서의 하룻밤 (Wadi Rum)

• 붉은 사막 와디럼으로 출발
• 사막 베두윈 마을 방문
• 점심 먹고 잠시 휴식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
• 사막의 작은 캠프에서 아름다운 일몰
• 와디럼 사막에서의 하룻밤, 별똥별
  
  

8월 14일 (목) - 두 번째 이야기

붉은 사막 와디럼으로 출발

7명이 한 팀을 이뤄 3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TOYOTA 트럭에 올라타 붉은 사막, 와디럼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굉음을 내는 픽업트럭 짐 칸에 올라타 한낮의 강렬한 태양을 여과 없이 느끼며 사막으로 달린다. 가지고 있는 온갖 천으로 온몸을 감싸 보지만, 역부족... 나중엔 그냥 다 드러내 버렸다.

▲ 처음 본 붉은 돌산의 모습... 당시 강한 햇살을 피하는게 급선무였습니다.

▲ 가이드 지단은 사막 몇몇 장소에 도착해 설명을 해줍니다.

▲ 사막에서 고대 유적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이드인 지단은 우리를 몇몇 중요 포인트에 내려주고 설명을 해 준다. 각 장소마다 이름과 설명이 있었는데, '아라비아 로렌스' 영화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그대로 느끼기는 힘들었다. 그냥 같은 사막과 바위들로만 보일 뿐.

하지만, 광활한 붉은 사막의 강렬하고 황홀한 모습은 내 눈에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막의 모습으로 비친다. 난 정신없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 와디럼 모래 언덕을 올라봅니다.

▲ 와디럼은 붉은 모래 사막과 기암괴석들이 조화를 이룬 곳입니다.

▲ 모래 언덕에서 내려가는길, 앞에 달려가는 녀석은 일본인 친구 '고또'

▲ 영화 아라비안 로렌스의 로렌스 집이랑 다른 명소라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

 

사막 베두윈 마을 방문

중간엔 베두윈들이 사는 천막촌에도 방문했다. 거의 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허름한 천막 아래 모여 있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 가족이라고 한다. 놀라울 따름이다.

어설프게나마 얘길 나눠보니 모두들 건강하고 순수하게 살고 있는 듯 보인다. 방문한 날 마침 결혼식이 있는지 마을 전체도 축제 분위기여서 무척 유쾌한 시간이었다.

▲ 사막 베두윈 마을에 잠시 방문합니다.

▲ 마을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결혼 기념 파티를 하는 듯 했습니다.

베두윈들은 일반적으로 보름달 즈음에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오늘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데 보름달이 뜨면 수많은 별들이 사라질 텐데...

역시 사막투어는 그믐 때에 맞춰서 와야 한다. 물론 구름 없는 맑은 날씨는 기본이다.

점심 먹고 잠시 휴식

와디럼 사막을 한참이나 둘러보고, 바위 아래 그늘에서 점심식사 겸 잠시 휴식을 취한다. 준비해 간 참치 통조림을 따서 걸레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니 정말 맛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첫 식사인 셈이다.

참! 장조림이 있었지! 가방 안에서 한국에서 사 간 장조림을 꺼냈다. 한 달 이상을 가방 안에 묵혀둔 장조림이다. 난 여행 중에 이상하게 한국에서 사 간 음식을 꺼내먹지 않게 되는데, 그다지 한국 음식이 그립지 않은 데다가, 음식을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먹는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인 듯하다.

장조림을 따 일본 친구들과 함께 먹는다. 녀석들은 뭐 못 먹을 것이라도 되는 듯 조금씩 맛을 보더니 “오이시!! 오이시!!” 하곤 곧잘 먹는다. 장난으로 개고기라 했더니 엄청 시래 놀란다. 그리고 옆에서 보던 프랑스, 이태리 아주머니도 놀란다.

“아이고 농담이에요, 돼지고기예요...ㅎㅎㅎ” 이태리에서 오신 아주머니들도 맛을 보시더니 맛있다 하신다. 그렇게 사막의 그늘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 픽업트럭에 올라 사막투어는 계속 됩니다. 높은 곳에 돌다리~

▲ 또 다른 명소,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한 돌다리

▲ 그늘에 잠시 정차하여 점심을 보냅니다.

▲ 높은 곳에 오르면 황홀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한낮의 사막은 너무 덥기 때문에 그늘에서 낮잠을 잔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잘 됐다 싶어 부드러운 모래 위에 몸을 뉘었다.

하지만...
“에엥~ 에엥~”
“탁!!”

어찌나 파리가 극성인지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머리를 수건으로 덮고 자자니 숨 막히고, 그렇다고 그냥 자자니 파리가 콧구멍 안까지 들어오려고 발버둥을 치니 이거 미칠 노릇이다.

결국 신발 깔창을 꺼내 파리 잡기에 나섰다. 내 손에 백발백중으로 나가떨어지는 파리들을 보며 하지메는 자기도 해보겠다고 나서지만, 영~ 신통치가 않다. ㅎㅎㅎ

한편, 투어를 하며 재밌는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우선 프랑스에서 오신 아주머니들은 항상 책을 읽고 계셨다. 이태리 아주머니들은 항상 노래를 부르고 계셨고, 일본인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나? 난 이런 사람들 구경하느라 정신없다.

▲ 사진 찍기에 바쁜 일본인 친구 '고또'

성급한 일반화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각 나라별 국민성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

다시 사막으로 나선다. 붉은 기암괴석들이 만들어낸 너무나 장엄하고 아름다운 사막을 따라 달린다. 사막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페트라 밸런타인 인의 게스트북에 적힌 글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전 세계 십여 곳의 사막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중 넘버 원은 바로 요르단의 와디럼이었다.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만약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반드시 한 번 가보길 추천한다. 그 선택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만 배는 더 멋진 와디럼 사막 풍경

▲ 높은 곳에 오르면 아름다운 와디럼의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붉은 사막, 와디럼 풍경

와디 럼의 멋진 장관을 글로 다 표현 못하는 내가 한탄스럽지만, 그때의 감흥과 여운은 아직까지 아니 앞으로도 평생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사막의 작은 캠프에서 아름다운 일몰

하루를 그렇게 작은 픽업트럭 뒤에 올라타 사막을 둘러보곤 작은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래 위에 매트리스를 깔았다. 가이드 지단과 그의 형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베두윈 음악도 연주해 주고, 자신들의 이야기도 해준다.

사막의 한가운데서 천막에서 생활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과 천막 뒤에 작은 화단에서 키우는 몇몇 화초를 자랑하며 대견해하는 모습 속에서 난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들도 해본다.

▲ 사막에 위치한 작은 캠프에 매트리스를 깔았습니다.

▲ 베두윈 전통악기 연주중인 가이드 '지단', 같이 축구하던 아이

▲ 해질녘 사막에서 축구 한 판

해 질 녘이 되니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땅을 파서 통닭을 넣어 훈제로 굽는 것 같았는데, 맨날 하는 일들이라 무척 능숙하다.

캠프 밖으로 나와 붉은 모래 위에서 베두윈들과 한 판 축구 대결도 해 본다. 그런데,,, 헉! 헉! 고작 20분 뛰고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모래 위에서 뛴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핑계^^) 고작 20분 만에 녹초가 된 몸을 모래 위에 뉘이곤 사막에서의 일몰을 바라본다.

▲ 모래 위에서 축구시합!! 에고~ 딸랑 20분하고 죽는줄 알았습니다.

▲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버린 사막

안 그래도 붉은 사막이 저녁 태양 광선을 받아 더욱 붉게 물들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함께 하는 여러 여행자들 또한 숨소리조차 내질 않는다.

그리고 태양이 마지막 혼을 사막에 뿌린 순간 지켜보던 인간들은 자연의 멋진 공연 앞에 박수로 화답한다.

▲ 사막에서의 황홀했던 일몰

 

와디럼 사막에서의 하룻밤, 별똥별

해가 지고 나니 금방 어두워진다. 천막 안에서 새어 나오는 호롱불만이 깜깜한 사막을 밝히고 있다.

난 저녁 식사가 될 때까지 그냥 사막 모래 위에 계속 누워 있었다. 비단결 같은 모래의 감촉이 온몸으로 느껴질 때, 온몸의 근육들은 피로라는 짐을 내려놓고 한없는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별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스물몇 까지 세어보았지만 그 후에 갑자기 많아진다. 그리곤, 천막에서 저녁 식사하러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녁 식사는 정말 일품이었다. 통감자와, 훈제 치킨, 여러 채소 등등. 여행자들이 먹고도 한참 남을 만큼 푸짐한 저녁이었다. 나중엔 ‘지단’이 배당량이라며 치킨을 더 얹어 주는데, 정말 닭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올 정도였다. ㅎㅎㅎ

식사를 마치자 지단이 밖에서 별을 보라 한다. 밤이면 뭐 항상 볼 수 있잖느냐고 했더니 오늘 달이 무척 밝기 때문에 달 뜨기 전에 봐야 한단다.

다시 누워 별을 바라보았다. 낮에 뜨겁던 모래는 그새 식었지만, 모래를 팔 수록 한낮의 열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하늘에 번쩍! 하는 섬광이 인다.

쭈~욱~

내가 본 하늘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유성이 떨어졌다. 우와~~ 이렇게 큰 유성을 보게 되다니! 정말 놀랐다. 그동안 작은 별똥별은 몇 번 봤지만, 이토록 큰 별똥별은 처음이다.

소원도 빌어보고 별도 보고 하다 그만 모래 위에서 잠들어 버렸다.

얼마쯤 잤을까? 날이 쌀쌀해져 잠에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하늘을 보니 달빛이 정말 밝다. 랜턴 없이도 어려움 하나 없이 천막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들 추웠는지 천막 안에서 자고 있다. ㅎㅎㅎ 달빛도 이렇게 밝을 수 있구나... 달이 가져다주는 밝음이 이러한 것이구나. 이래저래 도시에 살며 달의 차고 기움도 느끼지 못하는 나에겐 많은 생각을 갖게 해 주었던 밤이었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 아무 데다 구겨져서 다시 잠을 청해 본다. 그리고, 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달빛을 바라보며 달나라 별나라로의 항해를 시작한다.

낭만적인 와디럼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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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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