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7 - 고대 나바테인의 장밋빛 붉은 도시 페트라, 시크 계곡 끝 인디아나 존스 3 (최후의 성전)의 무대 카즈네
- 이른 아침 와디무사에서 페트라 유적지로
- 페트라 매표소에서 한바탕 설전
- 페트라 입장, 시크 계곡을 지나 카즈네까지
- 페트라의 간략한 역사
- High Palace 오르기
- 고대 나바테인들의 사후세계
- 사우디에서 온 한국인 크리스천 가족
- 일행들과 아쉬운 작별의 시간
8월 13일 (수) - 첫 번째 이야기
이른 아침 와디 무사에서 페트라 유적지로
어제 만난 형님이 아침에 깨워주시는 바람에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 잤던 얘길 들어보니 밤새 무척 추우셨다 하는데, 난 침낭 속에 들어가 얼굴만 내놓고 쿨~ 쿨~ 잘 잤으니 괜스레 미안해진다.
어제저녁에 사 온 물과 먹을 것을 들고, 아침 7시에 페트라 입구로 떠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와디 무사에서 묵었던 밸런타인 인에서는 아침마다 페트라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한다.
와디 무사에서 페트라까지 30~40분 정도는 걸어야 하는데 페트라 안에서도 엄청나게 걸어야 하기 때문에 페트라 입구까지는 가급적 차량을 이용하는 게 낫다.
아직 잠도 채 깨지 않았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이미 봉고(한국차였는데 차종은 잘 기억이...)에 올라타 있다. 난 늦게 나오는 바람에 뒤 트렁크에 몸을 구겨 넣었다.
그렇게 와디 무사에서 그 유명한 페트라 유적지 입구까지 향한다.
페트라 매표소에서 한바탕 설전
페트라 입장료는 1일권, 2일권, 3일권 이렇게 판매를 하는데, 새벽부터 나와 둘러보면 대부분 하루에 다 볼 수 있다는 얘길 들어 1일권을 끊었다.
2003년 당시, 학생 할인 가격은 6JD. 1일 일반 입장료(10.5JD)의 거의 50% 할인가였지만,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겐 부담되는 가격이다.
“아저씨 페트라 입장권 학생 한 장 주세요” 하며 20JD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지금 잔돈이 없다. 잔돈으로 달라.”
“머라? 잔돈이 없다고요? 참네... 입장권 파는 곳에 잔돈이 없으면 어쩌나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데 그런 준비도 안 하고 문 열었나요?”
“여기가 무슨 은행인 줄 아냐? 아침이고 그래서 잔돈 없다. 돈 없으면 사람들 올 때까지 기다리던지...”
주머니를 뒤져 나온 돈은 5.5JD... 0.5JD가 모자란다.
“이것밖에 없다. 어쩔 셈이냐...”
“돈 모자라네... 친구들한테 빌려서 내라”
퉁명스레 말하는 매표소 직원과 설전을 벌이며 괜히 언성만 높아졌다. 아침부터 잔돈 때문에 기분이 확 안 좋아진다. 다른 곳도 아닌, 그 유명한 페트라의 티켓 오피스에 잔돈이 없다니...
결국, 같이 간 형님에게 1JD를 빌려 입장료를 지불하였다. 아침부터 뭔가 께름칙했지만, 그래도 페트라를 본다는 기대감 하나로 시크 계곡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페트라 입장, 시크 계곡을 지나 카즈네까지
상쾌한 아침을 가르며 이리저리 둘러봐도 메마른 돌무더기뿐인 곳을 한참이나 걸어갔다.
오호~ 드디어 시크 계곡 아니 협곡이 나타난다. 마차 두 대가 겨우 통과할 만한 너비에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면 고개가 젖혀질 정도의 높이다. 입구가 이 정도니 로마가 이곳을 정복할 당시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천혜의 요새... 암튼 그런 협곡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간다.
좌우론 물이 흘렀다는 수로가 놓여 있었다. 로마는 바로 이 수로를 끊어 이곳을 장악한 것이겠지... 이런저런 생각들과 언제쯤 카즈네가 나오려나 하며 협곡을 따라 계속 걷는다.
생각보다 한참이나 계속된 협곡을 따라 마지막 코너를 돌아 몇 발자국 가니. 저 앞에 그 유명한 카즈네가 딱!! 하니 나타난다.
와~~
협곡 사이로 그 모습을 서서히 보여주는 카즈네는 정말 놀라움과 신기함 그 자체였다. 물론 그러한 감정이 있기에는 시크 협곡이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카즈네 앞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카즈네 주변은 무슨 공사 중인지 발굴작업 중인지 몰라도 무척 어수선했다.
나중에 한국 돌아와서 우연히 페트라를 소개하는 한 TV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카즈네 아래 혹시 묻혀 있을지도 모를 유물 내지 보물들을 발굴하는 중이라 한다.
페트라의 간략한 역사
먹다 남은 참치를 우리 주변을 맴돌던 고양이들한테 던져주곤 본격적으로 페트라 구경에 나섰다. 그랬다. 카즈네가 바로 페트라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잠시 페트라에 대해 설명하자면, 페트라는 고대 나바테안 왕국의 수도로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무역의 중간지점으로 번영하였다.
하지만. AD 106년 로마에 점령당하며 200년 가까이 번영하던 왕국의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 후 유적은 폐허가 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가 1812년 스위스의 탐험가 요한 부르크하르트에게 발견되어 오랜 잠에서 깨 다시 세상 속으로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High Palace 오르기
카즈네를 뒤로하고 High Palace에 오르기로 했다. 높으면 얼마나 높길래 High Palace일까.?
아직 태양이 높게 떠오르지 않은 덕에 그늘진 길을 천천히 올랐다.
오르기 처음부터 중간까지 당나귀를 타고 가라며 권유하는 베두윈들의 제시한 가격은 계속 떨어지지만 애당초 탈 마음이 없었기에 흥정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이 팰리스까지는 생각보다 높고 꽤 힘든 길이었다. 각오라도 하고 올라왔으면 좀 덜했겠지만, 뭐 그냥 조금만 올라가면 되겠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올라왔기에 끝도 보이지 않는 길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다.
몇 번을 그렇게 쉬다 가다 쉬다 가다 앞질러 가는 당나귀를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다 하니 그래도 결국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야~ 호~~ 이곳에선 페트라뿐만 아니라 근처 지역 모두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붉은빛을 띠는 황량한 지대가 끝없이 펼쳐지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바위 산과 모래뿐이다.
이제 슬슬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듯하고, 이마에 땀도 송골송골 맺힌다.
정상에서 돌을 파는 아이들(난 아무리 봐도 그냥 바닥에 있는 돌과 차이점을 못 느끼겠는데, 녀석들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어찌나 강조했는지 모른다.)과 사진도 찍고, 놀다 다시 올라온 길을 내려간다.
아휴~~ 내려갈 생각 하니 한숨만 한가득이다.
그새 해는 떠버려 올라올 때 그늘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보다는 수월한 것 같다.
고대 나바테인들의 사후세계
로마시대 원형극장을 비롯한 여러 유적들과 고대 나바테인들의 사후 세계관에 대해 엿볼 수 있었던 여러 무덤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정오가 지나자 페트라 전체를 녹일듯한 엄청난 더위에 정신을 못 차리겠다. 나중엔 유적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그냥 그늘에서 낮잠이나 잤으면 했다.
사우디에서 온 한국인 크리스천 가족
겨우 찾은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우연히 한국인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 붉은 악마 셔츠를 입고 오셔서 쉽게 다가가 인사할 수 있었다.
아저씨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고차 가게를 하신다 하시고, 잠시 짬을 내어 가족과 함께 차를 몰고 이곳 요르단까지 오셨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의 최고 성지 메카가 위치해 있으며, 어느 지역보다 이슬람 세력이 강한 땅이다.
아저씨 가족과 잠시 함께 다니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생활과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거리엔 이 더운 날에도 여인들은 얼굴조차 볼 수 없는 검은 차도르로 온몸을 두르고 다니며, 사회 분위기도 무척 엄격하다고 하신다.
술은 물론 금지며 도둑질한 자는 손을 자르는 등 이슬람 법을 따르며, 외국인에게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한다. 특히, 가족이 모두 크리스천이라 겪는 고충과 간증에 대한 말씀은 잊을 수 없었다.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사우디에 들어갈 때 성경은 가져갈 수 없어. 공항에서 다 압수당하지... 또한, 예배는 어디서 드리는 줄 알아? 현지 한인 교인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장소가 있었는데, 폐쇄당하고 하여 하는 수 없이 차를 몰고 사막 한가운데서 예배드린다니까...
가끔씩 찬양 테이프 하나가 들어오면 서로 복사해서 듣고 싶어 안달이고, 하루하루가 정말 간증 거리지... 근데, 요 며칠 전 정말 기적적으로 스포츠 센터에 우리가 예배할 처소를 정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났어.
교인들이 다들 어찌나 흥분하고 기뻐했는지 몰라... 어쨌든, 자네들은 신앙생활 정말 편하게 하고 있는 줄 알라고...
한국 돌아가거든 다니는 교회 열심히 섬기고, 여기서 힘들게 예수님 믿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기도도 많이 해주게... 정말 간증 거리 얘기하자면, 끝도 없지만, 페트라도 봐야 하지 않냐?"
솔직히 난 페트라 유적보다 그 아저씨께서 툭툭 던지시는 말씀이 더 인상적이었고, 가슴에 와닿았다.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국가에 대한 약간의 충격과 그곳에서 힘들게 신앙을 지켜나가시는 분들이 내 눈엔 너무나 아름답고 대단해 보였다.
더불어 내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행들과 아쉬운 작별의 시간
페트라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Monastery를 제외하고, 대부분 다 둘러보았다.
아저씨는 Monastery는 포기하고 그냥 아카바로 가신다 한다. 순간, 함께 다니던 형님과 K양이 함께 가겠다고 나서는 게 아닌가... 공짜로 가게 되었다며, 흥분 흥분 ^^;;
또 혼자가 되는구나... 생각하니 괜스레 또 울적해진다. 나도 따라갈까?
하지만, 난 와디럼 사막에 꼭 가고 싶었기에 그들과 정말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근 6일 만에 어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정말 즐거웠는데, 벌써 헤어지다니...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여행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내 여행에 아무런 도움 또한 안될 테니 그냥 웃음으로 인사하자. 다시 혼자가 된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 다음 이야기 】
요르단 배낭여행 - 페트라에서 만난 베두윈, Monastery - DAY#7
【 이전 이야기 】
요르단 배낭여행 - 암만에서 페트라(와디 무사) 가는 길 - DAY#6
'배낭여행 >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 (20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르단 배낭여행 - 페트라에서 와디럼 이동 후 사막투어 - DAY#8 (0) | 2021.06.22 |
---|---|
요르단 배낭여행 - 페트라에서 만난 베두윈, Monastery - DAY#7 (0) | 2021.06.21 |
요르단 배낭여행 - 암만에서 페트라(와디무사) 가는 길 - DAY#6 (2) | 2021.06.19 |
요르단 배낭여행 - 암만 시타델에서 일몰감상 - DAY#5 (0) | 2021.06.17 |
요르단 배낭여행 - 암만에서 로마시대 유적 제라쉬 다녀오기 - DAY#5 (0) | 2021.06.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