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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독일 배낭여행 (2005)

라인강 유람선, 로렐라이(Lorelei) 언덕 - 독일 배낭여행

by Reminiscence19 2019. 11. 9.

라인강 유람선, 로렐라이(Lorelei) 언덕, 아쉬운 독일에서의 마지막 밤 15일간의 독일, 프라하 배낭여행 - DAY 16 (두 번째 이야기)

  • 라인강 유람선, 그리고 로렐라이 언덕
  • 보파드 역에서 프랑크푸르트로
  • 독일에서 아쉬웠던 마지막 밤

썸네일-라인강유람선-여행

 

라인 강 유람선, 그리고 로렐라이 언덕

라인 강 유람선은 보통 마인츠에서 콜로그네까지 운행한다. 하지만,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는 일명 ‘로만티크 라인’이라 불리는 뤼데스하임~코블렌츠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유람선도 많이 다니고 사설 유람선 또한 비싼 값과 질 좋은 서비스로 성황리(?)에 운행 중이다.

뤼데스하임에서 승선한 유람선이 기적소리를 내며 서서히 출발한다. 그리곤 잔잔한 라인 강을 가로지른다.

라인강유람선-출발
▲ 라인 강 유람선에 올라 주변의 고성과 경치를 구경합니다.

강 주변 구릉엔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독일의 그 유명한 달콤한 와인인 ‘라인 리슬링’이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꿀꺽... ㅋㅋㅋ

강 양쪽으로는 고성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간략하게 성 소개가 나와 있는 엽서를 꺼내 하나하나 비교해 본다.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예전 고성들은 그대로 폐허로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상당수는 현재 고급 고성 호텔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고성에서의 하룻밤도 꽤나 매력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 주머니에 두둑한 현금이 있어야겠지?

독일맥주
▲ 유람선에서 맥주 한 병~
라인강변-마을풍경
▲ 라인 강변 마을 풍경

맥주를 한 병 마시다 우연찮게 한국인 여행자 형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만나자마자 포도를 한 움큼 집어 주시는 형님을 보며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情이란 생각을 해본다.

2시에 출발한 유람선은 4시경에 로렐라이 언덕으로 접어든다.

아... 그 얼마나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이란 말인가. 학창 시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불렀던 ‘로렐라이’가 유람선 안에서 연주되고 사람들은 그 언덕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건 자그마한 가파른 언덕과 그 위에 펄럭이는 독일 깃발 밖에 없으니... 아... 허무하다.

로렐라이언덕
▲ 순식간에 지나버린 로렐라이 언덕

이 유명한 로렐라이에 얽힌 이야기들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면 꽤나 흥미롭다. (※ 낭만과 전설이 숨 쉬는 독일 기행, 이민수 지음 참조)


라인 강의 폭이 좁아지면서 물살도 급해지면 기차도 라인 강의 곡선을 따라 살짝 동요한다. 그 굽이진 강을 끼고 깊숙이 자리 잡은 132m의 절벽, 그 꼭대기에는 독일 깃발이 휘날리고 있고, 강둑에는 하얀 페인트로 ‘로렐라이’라고 큼직하게 씌어 있다. 이곳이 그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이다. 하지만 언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파르고 암석 투성이다.

로렐라이(Loreley)의 ‘로레(Lore)’는 ‘summen/rauschen(쏴쏴 소리를 내다)’에서 나왔고 ‘라이(ley)는’ ‘Fels(암벽)’에서 유래했다. 혹자는 Lore가 밤에 춤을 주는 요정 ‘루레(Lure)'라고 말한다. 또 Loreley는 ’lauernder Fels', 즉 ‘숨어 있는 암석’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로렐라이 언덕이 아니라 로렐라이 암벽인 셈이다. 하지만 로렐라이와 암벽은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다.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단어가 주는 익숙한 시적인 울림 때문이리라.

로렐라이 언덕은 라인팔츠의 성 고아르스하우젠에 위치하고 있다. 강폭이 좁아지고 수심이 깊어지면(27m) 물살은 당연히 거셀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물속에 복병처럼 숨어 있는 암초들은 작은 배에 몸을 의지했던 옛날의 어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으리라. “일곱 명의 동정녀”라고 불리는 암초는 수많은 어부들과 생과 사를 갈라놓았다. 이 암초는 물이 낮아지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숱한 남자들의 생명을 덧없이 앗아간 험한 뱃길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짐짓 유유히 흐르고 있는 라인 강, 험준한 절벽, 저녁놀, 금발의 아름다운 소녀, 마적인 힘이 있는 노래, 어부들……. 로렐라이 언덕은 한 편의 전설이나 신화가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장소이다.

로렐라이는 뱃사람들의 마음만 앗아간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하여 그들의 창작의 배양소가 되었다. 하지만 로렐라이 하면 누구나 하이네의 시와 멜랑콜리한 멜로디가 흐르는 프리드리히 질허의 가곡 ‘로렐라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이네의 ‘로렐라이’가 독일에서 얼마나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는지는 나치의 졸렬한 행동에서 알 수 있다. 하이네는 유대인이었다. 그러니 필경 나치는 ‘로렐라이’를 금지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은 독재자보다 강하다던가! 아무리 기세 등등한 나치라도 국민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던 곡을 한순간에 없앨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이 내놓은 묘안은 하이네라는 이름을 지우고 ‘로렐라이’를 작자 미상의 민요로 선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렐라이와 하이네는 영원히 국민들에게 각인되었다.
바람은 차고 날은 저무는데
라인 강은 고요히 흐르고
산마루에는 저녁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이네.

그 위에 눈부신 자태로
앉아 있는 아름다운 처녀.
그녀는 황금빛 장신구를 반짝이며
금발을 빗고 있다.

황금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그녀는 노래를 부르고 있네.
그 노래는 듣는 이의 가슴을 뒤흔드는
놀라운 곡조이네.

나룻배에 탄 어부들은 노래에 사로잡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이네.
그들은 암벽을 보지 않고
바위 언덕만 바라본다네.

마지막 연을 쓰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할 수 있다. 로렐라이에 홀린 어부들은 외마디 소리와 함께 라인 강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둥근 파문이 번진다. 그것도 잠시, 라인 강은 다시 유유히 흐른다.


로렐라이를 통과하고 바로 다음에 정차한 선착장은 St. Goar... 로렐라이를 본 수많은 관광객이 내리고 유람선은 다시 출발한다. 이제야 의자 하나를 구해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아... 거참 피곤하다.

라인강유람선-주변풍경
▲ 라인 강에서 유람선을 타며 주변 경치를 감상합니다.

 

보파드 역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늦은 오후 햇살이 따스하고 고성들은 연이어 나타나지만 너무나 잔잔하고 고요한 주변 풍경이 이젠 약간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오후 5시 반쯤에 유람선은 또 Boppard라는 곳에 잠시 쉰다. 독일어로 방송이 나오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지? 분명 이 유람선은 코블렌츠까지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옆에 있던 미국인 관광객이 약간은 화가 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하길 유람선 스케줄이 조정되어 오늘 이곳까지만 운행한다고 한단다.

약간 아쉽긴 했지만 안 그래도 지겨웠던 차에 한편 잘 되었다 싶다.

보파드역
▲ 라인 강변의 작은 보파드 역에서 기차를 기다립니다.

길을 물어물어 Boppard의 작은 역에 도착한다. 열차 시각표를 확인하니 몇 분 후에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정확히는 마인츠까지) 열차를 탈 수 있겠다.

열차는 굽어 흐르는 라인 강변을 굽이굽이 달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라인 강 풍경이 유람선에서 보는 그것보다 솔직히 더 멋있다.

너무나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지쳐 잠시 잠이 든다.

라인강을-따라-기차여행
▲ 기차를 타고 라인 강을 빠르게 지납니다.

마인츠에서 오늘 만났던 형님과 작별하고 나는 ICE를 타고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온다. 창밖은 이미 어둠이 찾아왔고,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차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렇게
하여 나의 지난 보름간의 독일 배낭여행이 끝나는 모양이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표현이 딱 맞다.

아쉬움에 중앙역에서 독일 초고속 열차 ICE를 멋지게 한 장 찍어본다.

프랑크푸르트-중앙역
▲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독일열차-ICE
▲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ICE

 

 


 

 

라인강유람선-타이틀

□ 라인 강
스위스 산속에서 발원하여 네덜란드에서 북해로 흘러드는 라인 강은 전체 길이 1320km에 이르는 유럽에서 가장 긴 강 중 하나이다.

기원전에 게르만 민족은 이 강을 끼고 로마군과 싸웠다고 한다. 독일인에게는 '아버지의 강'. 강가에는 전설로 채색된 고성과 바위산이 줄지어 있으며 주변은 백포도주의 주요 생산지임을 알리듯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 라인 강 유람
라인 강 유람은 통상 마인츠에서 출발하여 쾰른이 종점(약 185km). 그러나 진짜 라인 강다운 경치가 보이는 것은 '로만티크 라인'이라 불리는 뤼데스하임에서 코블렌츠까지의 약 70km 구간이다.

그 이외의 구간은 공장 지대인 곳도 있으므로 시간을 절약하려면 뤼데스하임에서 배를 타고 코블렌츠 또는 그 바로 앞의 장크트 고아스하우젠에서 배를 내리는 것이 좋다. 실제로 여행사가 기획하는 대부분의 투어도 그 스케줄로 되어 있다.

 

라인강유람선-주변풍경
▲ 뤼데스하임에서 출발하는 라인 강 유람선에 오릅니다.
라인강유람선-독일깃발
▲ 유람선은 독일 깃발을 휘날리며 라인 강을 가로 지릅니다.
라인강유람선-고성
▲ Ruine Ehrenfels
Ruine Ehrenfels
▲ Ruine Ehrenfels
라인강변-포도밭
▲ 라인 강변 구릉을 따라 포도밭이 펼쳐집니다.
라인슈타인 성
▲ 좁은 낭떠러지 위에 서 있는 라인슈타인 성
Lorch 마을의 교회
▲ Lorch 마을의 교회
슈타레크 성
▲ 바하라흐 언덕 위에 서 있는 슈타레크 성
Burg Gutenfels
▲ Burg Gutenfels
프팔츠 성
▲ 통행세 징수를 위해 14세기에 축성, 강 가운데 있는 섬에 위치한 프팔츠 성
라인강-유람선
▲ 라인 강에 유람선이 떠 다닙니다.
라인강-로렐라이-언덕
▲ 눈 앞에 깎아질 듯한 언덕이 로렐라이 언덕입니다.
고양이성
▲ 카체이른보겐 백작이 축성한 '고양이 성'
라인강-쥐성
▲ '쥐성' 이름의 유래는 고양이 성의 가신이 경멸의 의미를 담아 쥐성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란다.
라인강변-풍경
▲ 라인 강변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독일에서 아쉬웠던 마지막 밤

숙소에 돌아오니 파티가 벌어졌다. 어제 만났던 독일서 오페라를 공부하시는 형님이 맥주를 쏘시고 아주머니는 삼겹살을 준비하셨다.

오늘 쇼핑을 다녀왔던 또 다른 형님은 BOSS 양복을 파크랜드 값에 구입했다며 싱글벙글 이시다. 정말 30만 원대에 BOSS 신상품을 구입하셨다. 게다가 쌍둥이 칼 세트도 구입하신 모양이다. 나도 한 세트 사고 싶은데...

오늘 아침엔 내일 구입하면 되겠지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일은 일요일이다. 아차! 일요일에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는 독일의 사정을 잠시 깜빡했다.

아쉬워하는 나와 함께 있던 친구들을 보신 형님이 아는 분께 전화를 거신다. 내일 아침에 잠시 가게 문을 열어 부엌칼 세트를 구입할 수 있게끔 해주신단다. 야호~ 다행이다. ^^;

칼 세트 사 가겠다고 큰소리쳐 놨는데, 이렇게 못 사간다면 이거 큰 낭패 아닌가. ㅋㅋㅋ

아무튼 독일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지난 3일 동안 함께 방을 썼던 친구들은 내일 뮌헨으로 내려간다 하고 내일 한국으로 가시는 분도 있다. 난 다시 네팔로 향한다.

근 며칠 동안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터라 민박집 아주머니도 약간 서운한 모양이시다.

하지만 여행이란 게 다 그런 게 아니었던가. 만남과 헤어짐이 계속되고 나중엔 그 만남과 헤어짐마저 익숙해져 버리는 그런 것... 하지만 독일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곳에 올리는 독일 여행기는 코이카 (KOICA)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던 2005년 9월, 국외 휴가 기간을 이용한 독일 및 체코 프라하 배낭여행 기록입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15년 전 독일의 모습과 20대 시절 독일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감정을 가끔씩 기억하고자 부끄럽지만 수정 없이 이 공간에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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