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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독일 배낭여행 (2005)

마인츠 마르크트 광장, 구텐베르크 박물관, 대성당 - 독일 배낭여행

by Reminiscence19 2019. 11. 6.

마인츠 (Mainz) 마르크트 광장, 구텐베르크 박물관, 마인츠 대성당 (Mainzer Dom) - 15일간의 독일, 프라하 배낭여행 - DAY 15 (첫 번째 이야기)

  • 프랑크푸르트 쉼터 민박에서
  • 프랑크푸르트 외곽 마인츠 풍경
  • 실러 광장의 청동 조형물, 파스트나흐트(Fastnacht) 분수
  • 마인츠 대성당, 마르크트 광장
  • 아쉬움 반, 자랑스러움 반, 구텐베르크 박물관
  • 마인츠를 둘러보고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썸네일-마인츠여행

 

프랑크푸르트 쉼터 민박에서

내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묵고 있는 쉼터 민박... 어제 만난 연예인 닮은 친구가 아침부터 인터넷을 열심히 하고 있다.

당시, 싸이월드를 관리하는 것 같았는데, 사진 한 장당 댓글이 수십 개는 되어 보인다. 총 방문자수도 와... 일반인과는 자릿수가 다르다.

이 친구 도대체 뭐 하는 친구지? 궁금해도 뭐 하냐고 막상 물어보려니 실례인 것 같아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한다.

“와... 싸이 월드에서 인기가 참 많으시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

어제 만났지만 날 형이라 부르며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게 대하는 친구가 참 예쁘다. 실제 얼굴도 참 곱상하게도 잘 생겼다.

아침에 뜨끈한 한식으로 아침을 먹는다. 요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쇼가 한창인 모양이다.

한국에서 이 모터쇼에 참가하기 위해 오신 분도 이 민박집에 꽤 장기간 숙박하고 계신 모양. 그 형님 덕분에 모터쇼 공짜 티켓을 얻은 친구들은 아주 좋아라 한다. 나 보고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나야 워낙 차(車)에 문외한인 데다 관심도 없어 그냥 원래 계획대로 마인츠로 발걸음을 옮긴다.


프랑크푸르트 외곽 마인츠 풍경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왠지 이른 아침 분위기가 느껴지는 오전 10시... 기차는 마인츠로 향한다.

10일짜리 독일패스(German Railway Pass)도 이제 빈칸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2주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 느낌이다.

열차는 30분 정도 달려 마인츠에 도착한다.

역을 나가 역전 광장에 서니 수많은 버스들이 오고 간다. 내가 갈 목적지는 대성당이 위치한 마르크트 광장. 버스를 타려다 지도를 보니 거리도 별로 멀지 않고, 마인츠 분위기도 느껴볼 겸 걸어보기로 한다.

마인츠-거리동상마인츠-조형물
▲ 인상적인 조형물들이 가득한 마인츠 거리 풍경

지도를 보며 길을 찾을 때마다 느끼지만, 솔직히 지도를 보며 걸으면 참 놓치는 것들이 많다.

지도와 도로 표지판을 보는 시간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그들의 모습을 보면 더 재밌을 텐데... 쩝...

그래도 어쩌리. 나에겐 현재 길 안내해 줄 안내원보다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재산이다.

골목을 돌아 돌아 조금 가니 실러 광장이 나온다. 광장 한편에는 광장에 세워진 조형물을 그리는 사람도 보인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 가는 지금이지만 도시가 너무 조용하다.

 

실러 광장의 청동 조형물, 파스트나흐트(Fastnacht) 분수

실러 광장에는 신기한 조형물이 하나 있다. 약간은 음산한 느낌까지 자아내는 청동 조형물이 그것이다.

이 조형물은 카니발 분수라 하는데, 이곳에서는 ‘파스트나흐트(Fastnacht) 분수’라 불린다. 책을 보니 마인츠에서는 카니발을 ‘파스트나흐트’라 부른다 한다.

이 분수에 얽힌 이야기를 책에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카니발의 도시지만 이를 기념할 만한 조각상이 없었던 마인츠 시는 1963년 늦가을 파스트나흐트 분수를 실러 광장 서쪽 끝에 세우기로 결정했다.

뮌헨의 교수 블라지우스 슈프렝과 마인츠의 건축가 헬무트 그래프가 그 책무를 맡았다. 이 두 사람은 3년 후 마인츠 사람들의 쾌활함이 반영된 분수를 완성했다고 한다.

1967년 1월 14일 수천 명의 마인츠 시민들이 모였다. 9m 높이의, 일명 광대 탑 분수의 개막 날이었다. 카니발 음악이 도시를 축복하는 가운데 분수의 스폰서인 루트비히 엑케스는 이런 연설을 했다.


“우리는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이 일을 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은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데 기여했음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참석자들은 환호로 기념사에 답했다. 축복받은 기념탑, 파스트나흐트 분수는 단순한 분수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을 거는 분수이다.

※ 출처: 낭만과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독일 기행 (이민수 지음)

 

마인츠-이색적인-분수마인츠-파스트나흐트-분수
▲ 한가로운 마인츠 거리, 실러 광장의 카니발 분수 (오른쪽)

다소 기괴스럽지만 그래도 이 분수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니 또 분수가 달라 보인다. 카니발 분수라... 정말 분수 조각상 곳곳엔 카니발을 상징하는 수많은 광대들이 한창 즐겁게 놀고 있다.


마인츠 대성당, 마르크트 광장

실러 광장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드니 육각기둥 모양의 대성당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마인츠의 대성당은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성당으로 쾰른, 울름 대성당과 함께 독일 3대 성당 중 하나이다.

그동안 하루에 거의 하나 이상씩의 성당, 교회 건물들을 보아온 나지만 그래도 골목 사이로 조금씩 그 모습을 나타내는 마인츠의 대성당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다리가 약간 아플 즈음, 드디어 마르크트 광장에 도착했다. 중간에 약간 길을 헤매서 생각보다는 꽤 걸었다.

마르크트 광장엔 시장이 섰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 토요일에 새벽시장이 선다는데 아무래도 새벽시장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모양이다.

사람들 사이사이를 요리저리 피해 가며 시장도 둘러본다. 역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비슷비슷하다. 감자를 사며 덤으로 하나 더 얹어 달라 말하는 독일 아주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마르크트광장-시장-마인츠
▲ 마르크트 광장에 열린 시장을 구경합니다.

 

아쉬움 반, 자랑스러움 반, 구텐베르크 박물관

마르크트 광장 한쪽 구석에 위치한 구텐베르크 박물관으로 향한다. 내가 이 마인츠를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 구텐베르크 때문이다.

잘츠부르크 하면 모차르트가 떠오르듯 마인츠 하면 구텐베르크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책의 대중화에 기여하며 지난 밀레니엄의 가장 위대한 발명으로 불리는 금속활자.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지만, 그 영광을 독일에게 뺏긴 아픔도 있기에 이렇게 마인츠를 찾아왔다.

구텐베르크-박물관-입구
▲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 입구

※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 위치


박물관에 들어서니 우선 어두운 실내 아래 멋진 조명을 받고 있는 인쇄 도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금속활자로 만든 수많은 인쇄물과 인쇄 과정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아쉬웠던 점은 방문 당시, 안내판이 모두 독일어로만 되어 있다는 사실... 도대체 무슨 도구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박물관 안을 지나다 어둡고 작은 방 안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기에 들어가 보았다. 구텐베르크가 찍어낸 42행 성경이 그곳에 있었다. 아이들을 인솔하고 온 선생님은 이 성경에 대해 침이 튀도록 열심히 설명하고 계신다.

방금 찍어낸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깨끗한 인쇄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그 성경, 이 성경을 찍으며 구텐베르크는 서적의 대량 생산으로 변화될 세상을 짐작했을까?

48행-라틴성서-첫페이지구텐베르크-42행-성서금속활자로-출판한-성서
▲ 48행 라틴 성서 첫 페이지 (左) ▲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中/右)

박물관 한쪽 구석에는 한국, 일본, 중국의 인쇄 역사에 관한 내용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엔 다행히 영어 안내판이 만들어져 있다.) 한국관은 지금 전시물을 다시 정리하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한참을 둘러보는데 한쪽에서 한국말이 들려 가본다. 양복 차림의 아저씨 두 분이 날 보며 반갑게 인사해 주신다.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냐며 자신들도 이렇게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고 부러움 가득이다. 정말이지... 사회생활하기 점점 두려워진다. ^^;;

그분들은 지금 공사 중인 한국관의 전시를 맡았다고 한다. 조금 뒤에 오면 싹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하시는데, 그땐 이미 난 다시 네팔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잠시 후 한국 대사관의 영사님이 오시고 박물관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신다. 한국에서 인쇄에 관련된 귀중한 것들을 이곳에 전시해주는 모양이다. 그리곤 뭐 잘 만들어 달라, 잘 만들겠다. 뭐 이런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

다시 박물관을 훑어본다. 우리의 직지심경이 이 구텐베르크보다 200년이나 앞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산골 사찰에서 찍어낸 금속활자는 일반 대중들의 문맹퇴치나 서적의 보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 찬란한 영광을 고손자뻘도 안 되는 독일의 구텐베르크에게 빼앗긴 것이다.

발명... 인류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발명이 사회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린다면 후속주자들에게 그 영광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직지심경이 만들어질 당시의 유교적 우리 사회와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가 인쇄될 당시의 독일 사회의 차이라 할 수도 있겠다. 결론은 정치와 사상과 사회 분위기의 몫이다.

아쉬움 가득으로 구텐베르크 박물관을 나서지만, 그래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잃어버리지 않은 우리기에 나서는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난 자랑스러운 선조를 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마인츠를 둘러보고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박물관을 나와 마르크트 광장의 금요 시장을 다시 둘러본다. 노점 시장이지만 깔끔하게 정돈, 포장된 물건들에 감자 하나에도 왠지 품격이 느껴진다.

마인츠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 본다. 어마어마한 규모와 이런 성당에서 느껴지는 엄숙함에 발소리마저 조심스럽게 만든다. 작은 책자를 하나 구입하여 성당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의자에 잠시 앉아 기도도 해 본다. 잠시 휴식도 가져본다.


앞서 얘기했듯 마인츠 대성당은 1,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성당으로 975년에 건축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이 성당 자체가 하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당 내부의 각 기둥에는 13세기에서 19세기 사이의 여러 기념비적 조각들이 장식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 King Maker로 위세를 떨쳤던 대주교의 영광과 위엄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라 한다.


성당을 나오니 햇살이 눈부시다. 거리를 서성이다가 버스를 타고 다시 마인츠 역으로 돌아온다.

빵 한 조각과 맥주 한 캔을 입에 물고 프랑크푸르트행 열차에 오른다. 다행히 마인츠-프랑크푸르트 구간에는 한 시간에도 몇 대씩 열차가 다닌다.

 


마인츠-타이틀

마인츠에 독일 최초의 대주교좌가 설치된 것은 742년. 이후 제국령의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독일 최대의 와인 집산지로 알려져 있다.

마인츠 대성당은 독일 3대 성당 중 하나. 975년 착공, 10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대성당 안의 기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역대 대주교들의 귀중한 묘비 조각이며 안쪽 회랑은 박물관이다.

 

마인츠대성당-외관마인츠대성당-내부
▲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마인츠 대성당
마인츠대성당-프레스코화
▲ 마인츠 대성당을 장식하고 있는 벽화
마인츠대성당-제단마인츠대성당-내부통로
▲ 성당 의자에 앉아 바라본 내부 모습
마인츠대성당-무덤조각마인츠대성당-파이프오르간
▲ 성당 내부 무덤 조각들 ▲ 마인츠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마인츠대성당-내부묘
▲ 마인츠 대성당 내부의 한 묘

이곳에 올리는 독일 여행기는 코이카 (KOICA)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던 2005년 9월, 국외 휴가 기간을 이용한 독일 및 체코 프라하 배낭여행 기록입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15년 전 독일의 모습과 20대 시절 독일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감정을 가끔씩 기억하고자 부끄럽지만 수정 없이 이 공간에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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