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트레킹 6일 차 - 피상에서 마낭까지

네팔 히말라야 -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6일 차  '피상' (Pisang)에서 '마낭' (Manang)까지 가는 길

•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6일 차 트레킹 루트
• 비 내리는 '피상'의 아침
• '피상'에서 '노로다라' 언덕까지 가는 길
• 폭설을 뚫고 '홍대' 도착
• 눈길을 뚫고 마낭까지 가는 길
• '마낭' 도착! 마낭 박물관 구경
• 시설 좋은 마낭 로지에서 풍성한 저녁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6일 차 트레킹 루트

해발고도 3,240 미터의 피상 마을에서 출발하여 3,540 미터의 마낭까지 도착하는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의 6일 차 루트는 아래와 같다.

피상 (Pisang, 3,240m) → 홍데 (Hongde, 3,420m) → 뭉지 (Mungji, 3,500m) → 마낭 (Manang, 3,540m)

오늘은 피상을 출발하여 이 지역의 대표적 중심도시(?)인 마낭까지 간다.

15km가 넘는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오전에 약간 급한 오르막 구간만 넘기면 그다음부터는 완만한 오르막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느덧 고도는 해발 3,500m를 넘는다.

피상에서 마낭까지 가는 트레킹 루트

▲ 피상에서 마낭까지 가는 루트 고도 변화

비 내리는 '피상'의 아침

밤새 비가 내린다.

바람도 많이 불었던 ‘피상’에서의 지난밤, 바람은 괜찮으니 비만 내리지 말아 다오~~

걱정스러운 마음에 중간중간 깨서 창밖을 살펴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빗소리만 요란하다.

제발...

날이 조금씩 밝아 온다. 아침 자명종이 울리는데도 비는 계속 내린다. 망했다.

원래 오늘 아침 ‘피상’ 윗마을(Upper Pisang)을 다녀오려 했었는데, 비도 오고 주변에 히말은커녕 낮은 산도 안 보여 그냥 침낭 속으로 파고든다.

밤새 뒤척여서 그런지 오히려 날이 밝고 나서야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었다.

함께 간 일행 중 누님 두 분은 아침에 우산을 쓰고, 우비까지 챙겨 입고 윗마을(Upper Pisang)에 다녀오신 모양이다. 비가 꽤 많이 내리는데도 정말 대단하시다.

어제 오는 도중 열쇠를 두고 와 ‘차매’로 다시 내려가신 포터 아저씨가 오전 10시가 되어 돌아오셨다.

아저씨 말씀에 어젯밤, 우리가 묵었었던 로지에 사람들이 다 차서 식당 한쪽에서 밥도 못 얻어 드시고 왔다 하신다.

정말 죄송스럽고, 한편으로 감사하다.

아무튼, 그렇게 10시까지 로지 난로에 몸을 녹이며 있다가 10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마낭'을 향해 출발한다.

▲ 피상에서의 아침... 날씨가 잔뜩 흐립니다.

▲ 건너편 피상 윗마을을 바라봅니다. (Upper Pisang)

▲ 피상에서 묵었던 약간 특이한 구조의 로지

▲ 신발을 따뜻하게~ 몸도 따뜻하게~

▲ 피상을 출발하여 마낭으로 갑니다.

▲ 피상에서 볼 수 있는 피상피크(6,091m)

'피상'에서 '노로다라' 언덕까지 가는 길

출발할 때가 되자 빗줄기도 가늘어지고, 피상에서 가장 잘 보인다는 피상피크(6,091m)가 구름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드러낸다.

티베트 문화가 짙은 ‘피상’ 마을을 통과하여 마을을 빠져나가는 마지막 다리를 건넌다. 뒤로 돌아본 ‘피상’ 마을이 우울한 날씨 때문인지 내 눈엔 슬퍼 보인다. 사람 마음이 날씨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듯.

잔뜩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길을 걷는다.

꽤 넓은 트레일을 걷는다. 그리고 제법 오르막이 이어진다.

간간이 쏟아지는 비를 맞다가, 우비를 꺼내 입었다가 다시 벗기를 반복한다. 우비를 입으면 금세 더워지고, 벗자니 감기에 걸릴 것 같고... 아주 곤욕이다.

▲ '피상' 마을을 떠나며....

11시 반이 되어 ‘노로다라’라는 언덕 위에 도착한다. 지도에 뷰 포인트라 적혀 있었는데, 역시 시야가 확 트이며 언덕 양쪽으로 내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다.

저 멀리 이 지역에 유일한 공항인 ‘홍대’ 공항도 보인다.

그런데, 가이드북에 입이 닳도록 설명하는 안나푸르나 히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 정말 오늘 우울하다. 이 구간이 정말 멋지다고 적혀있는데, 온통 구름밖에 안 보인다.

포터 아저씨가 오늘 도착할 ‘마낭’ 쪽을 바라보시더니 지금 ‘마낭’에 큰 눈이 내리고 있다 하신다. 아~~ 계속 걱정이다.

‘토룽 패스’(5,416m)를 무사히(?) 넘으려면 눈이 내려서는 안 되는데. 괜스레 걱정만 쌓여간다. 쩝...

▲ '노로다라'에서 바라본 풍경, 저 멀리 마낭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 주변 언덕 위에도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폭설을 뚫고 '홍대' 도착

‘노로다라’를 지나 다시 내리막 길, 시간대는 한낮이 되어 가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주변도 어두워진다.

흩뿌리던 비는 이제 진눈깨비로 변한다. 그리고 더 추워진다.

결국,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내리던 눈이 아주 펑! 펑! 마구 쏟아지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한겨울에도 보기 힘들 정도의 함박눈이 한 치 앞을 보지 못할 정도로 쏟아진다.

다행히 트레일이 크게 힘든 길이 아니라 미끄러질 걱정은 덜했지만, 신발도 조금씩 젖기 시작하고, 무엇보다 히말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주변이 완전한 하얀 세상으로 변해버린 시각. 평평한 비행기 활주로를 닦아놓은 ‘홍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 옆 작은 헛간 같은 로지에 들어가 몸을 녹인다.

재밌는 사실은 그 허름한 로지 안에서 그동안 산을 오르며 만났던 외국인 친구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레킹 일정은 비슷했을 테지만, 오늘도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같은 거리를 이동했을 사람들인데, 이렇게 큰 눈이 트레커들을 작은 로지에 한꺼번에 모여들게 한 것이다.

주방에서 몸 녹이는 사람. 크리스마스인 마냥 캐럴을 부르는 사람. 뜨거운 레몬 티로 목을 축이는 사람. 아예 이곳에 여장을 풀어버린 사람 등 좁아터진 주방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우리 일행도 따끈한 라면 한 그릇과 티로 몸을 녹인다.

눈발은 점점 더 그 기세를 더해간다.

▲ 공항이 위치한 '홍대'에 도착합니다.

▲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합니다.

▲ 한 치 앞도 못볼 정도로 쏟아지는 함박눈

눈길을 뚫고 마낭까지 가는 길

오후 1시 10분이 되었다.

눈발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건만, 하늘은 무심히도 여전히 엄청난 눈을 선사한다.

그냥 가자!

완전 무장을 하고 가방을 메고 로지를 나서는 순간, 난로에 몸을 쬐고 있던 친구들이 놀라운 듯 쳐다본다.

그러더니 자기네들끼리 뭐라 말하더니 몇몇 친구들도 짐을 싸 눈 속을 걷기 시작한다. 그래도 일행이 있어 다행이다. 뭐, 얼마 안 가 우릴 대부분 앞질러가긴 했지만...

체크 포스트를 지나고 눈 내리는 눈길을 걷는다. 주변이 그야말로 하얀 나라다.

지금 걷는 이 길이 양쪽으로 멋진 히말이 펼쳐지는 길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 폭설이 내리는 풍경도 그리 나쁘진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멋지다 말하고 싶다.

한참을 걸었다. 등산화가 젖고, 등산 양말까지 젖어들기 시작한다. 동상도 걱정되고, 중간에 어디 좀 앉아 쉬고 싶지만, 온통 눈밭이라 마땅히 앉아 쉴 곳도 없다.

‘뭉지’와 ‘브라가’에서 각각 휴식을 취한다. 아니 이건 거의 피신 수준이다.

밖에 나가면 엄청난 폭설과 싸워야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로지 안에 앉아 티 한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면 완전 로맨틱한 분위기로 바뀐다.

눈이 쌓인 길을 하루 종일 신경 써서 걸었더니 온몸이 피로한 것은 물론, 발에 감각이 없을 정도다. 완전 하드 트레이닝...

▲ 순식간에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합니다.

▲ '브라가' 마을에서 잠시 차를 마시며 언 몸을 녹입니다.

▲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질 않는 상황이 계속됩니다.

'마낭' 도착! 마낭 박물관 구경

그렇게 치열하게 걷고 또 걸어 드디어 오후 4시경에 오늘 목적지 ‘마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 왔다 생각하고 오르는 마지막 오르막은 또 왜 이리 힘겨운지, 아~~ 정말 힘들다.

그래도 오르막을 다 올라 마을 입구에 올라서서 오늘 걸어온 방향을 바라보니 정말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이다. 꿈같이 아름다운 하얀 세상이다.

▲ 히말은 보지 못했지만, 온통 하얀 세상 속을 걷고 또 걷습니다.

‘마낭’ 중심에 위치한 ‘Yak Hotel’에 여장을 푼다. 이름은 호텔이지만 물론 시설은 로지 수준이다.

대충 여장을 풀고 로지 앞에 위치한 ‘마낭’ 박물관에 들린다. 트레킹 떠나기 전, 친구가 부탁한 사진을 ‘마낭 박물관’ 가이드 아가씨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다.

그 가이드 아가씨도 내 친구 소식이 반가운 건지 사진이 반가운지는 몰라도 암튼 무척 반가운 기색이다. 덕분에 박물관도 공짜로 볼 수 있었다.

마낭 박물관은 티베트인의 생활, 문화, 종교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 머낭에 위치한 박물관

▲ 소박한 박물관입니다. ^^

시설 좋은 마낭 로지에서 풍성한 저녁

하루 종일 미친 듯이 내리던 눈은 저녁이 되고 나서야 조금씩 그친다.

오늘 우리보다 더 고생하신 포터 아저씨들도 오늘처럼 눈이 내리기는 또 처음이란다.

시설 좋은 로지 Dining Room에서 나름 풍성한 저녁을 먹는다. 식당엔 총파업과 시위로 한창 시끄러운 네팔 정국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외국인 트레커들로 붐빈다.

사람들 말로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오늘 ‘야크 카르카’ 쪽으로 올라가려던 사람들이 올라가려다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마낭’은 사람들로 더욱 붐비는 것 같다.

흠뻑 젖은 등산화를 난로에 말린다. 방수가 되지 않는 등산화라 앞으로 눈 덮인 토룽 패스를 무사히 넘을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시작된다.

어찌 되었건 안나푸르나 라운딩 루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마을인 ‘마낭’에 도착했다. 내일은 고도 적응 차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고 주변 언덕으로 사이드 트레킹을 다녀올 예정이다.

침낭 속에 들어가 하루를 정리한다. 그리고 소망도 담아본다.

내일은 날씨가 맑았으면...
아니 눈이라도 내리지 않았으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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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트레킹 7일 차 - 마낭 프라켄 곰파 다녀오기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트레킹 7일 차 - 마낭 프라켄 곰파 다녀오기

【 이전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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