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5일 차 - 차매 (Chame)에서 피상 (Pisang)까지 가는 길
-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5일 차 트레킹 루트
- '차매' 마을의 아침 일출
- '차매'에서 '브라탕' 가는 길
- 거대한 바위, '파웅다 다라'를 넘어 '두쿠리 포카리' 가는 길
- '두쿠레 포카리'에서 '피상' 가는 길
- '피상' 마을에서 하룻밤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5일 차 트레킹 루트
해발고도 2,740미터의 차매에서 3,240미터 고도의 피상까지 가는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 5일 차 루트는 아래와 같다. 해발고도로 정확하게 500 미터를 오르는 날이며 3,000미터 고지를 넘어서게 된다.
차매 (Chame, 2,740m) → 브라탕 (Bhratang, 2,950m) → 두쿠레 포카리 (Dhukure Pokhari, 3,200m) → 피상 (Pisang, 3,240m)
차매에서 피상까지 가는 트레킹 루트
'차매' 마을의 아침 일출
어제 낮잠도 자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잠을 있는 힘껏 자고 일어나도 아침 5시 20분이다. 그래도 아침 일출은 봐야지!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람중히말과 안나푸르나 2봉 그리고, 저 멀리 마나슬루를 바라보며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로 마나슬루는 마지막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안나푸르나 히말들에 기대를 걸어본다.
‘차매’에서의 일출은 뭐니 뭐니 해도 람중히말의 일출이었다. 바로 앞에 있는 듯 고개를 올려다봐야 하는 히말이었는데, 산봉우리부터 조금씩 밝아지며 시작되는 일출이 감동이다.
그래도 일출이 안나푸르나 2봉부터 시작하는 걸 보면 확실히 안나푸르나 2봉이 이곳에서 보이는 가장 높은 산임에는 틀림없다.
어제 만났던 프랑스 처자들도 나와서 함께 구경했는데, 괜히 람중히말 고도 말했다가 나중에 틀려 어찌나 X 팔렸는지 모른다. 어설프게 알지 말자.
참! 우리가 묵었던 숙소 주인아주머니는 한국말을 좀 하셨다. 이유를 물어보니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으셨다.
우리가 가져온 고추장이며 김을 유심히 보시며 예전 생각난다 하셨는데, 아침 먹고 김 한 봉지를 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신다. 그래도 밥값, 숙박비는 얼마 안 깎아주신다. 너무 하셔....
암튼 거~ 하게 아침을 먹고 8시에 ‘차매’에서 5일 차 트레킹을 시작한다.
'차매'에서 '브라탕' 가는 길
‘차매’에서 중간 기착지인 ‘브라탕’까지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 길이다. 오르막이긴 했지만, 웬만한 오토바이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트레일 폭도 넓고, 간간이 히말도 아주 멋지게 보인다.
숲 속 길을 걷다 보니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트레킹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은근히 불어오는 솔잎향도 아주 좋다.
출발한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해발 3,000미터의 ‘브라탕’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왠지 휑~한 모습의 마을이었지만, 거의 쓰러져 가는 나무집에서는 트레커들이 주문한 차들이 연신 배달되어 나온다.
로지에는 갓 태어난 송아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거의 애완동물 수준이다. 어찌나 귀엽던지 사람들이 연신 쓰다듬어주지만 녀석은 뭐가 그리 불안하고 무서운지 온몸이 잔뜩 얼어있다.
소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해야 하는 대상이 사람이라는 걸 태어나면서부터 알았던 걸까? ㅎㅎㅎ
‘브라탕’을 출발하여 한 30분 정도 가니 아찔한 트레일이 나타난다. 원래 길이 없어 보이는 곳인데 절벽 돌을 파서 길을 만든 것이다.(아래 사진 참고)
트레일 아래는 역시 멀샹디 계곡이 우렁차게 흐르고 있다. 계곡이 얼마나 아래에서 흐르나 잠깐 봤다가 정말 오줌 싸는 줄 알았다. 아찔! ㅋㅋ
거대한 바위, '파웅다 다라'를 넘어 '두쿠리 포카리' 가는 길
11시가 가까워오자 근처 높은 산부터 서서히 구름이 몰려든다. 그리고 금세 주변이 어두워진다. 갑자기 쌀쌀한 감이 돌아 자킷도 꺼내 입는다.
히말이 아닌 길을 보고 걷다 보니 군데군데 피어난 고산에서만 피는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솔숲은 계속 이어지고, 이제 급격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그래도 쉬엄쉬엄 걷는다. 솔잎이 잔뜩 쌓인 푹신푹신한 트레일은 마치 우리나라 산을 걷는 느낌이다.
구름 속에 갇혀 있다가 잠깐씩 무언가 거대한 바위덩어리 같은 게 시야에 들어온다. ‘파웅다 다라’라는 거대한 바위덩어리다.
단일 돌덩이로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돌이라기보다는 산이라 하고 싶은데, 지나치게 매끈하게 잘빠진 모양이 꼭 돌멩이 같기도 해서 참으로 뭐라 하기 애매하다. 그동안 보아왔던 히말과는 또 다른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12시가 다 되어 ‘두쿠리 포카리’라는 곳에 도착한다. 고도를 보니 이제 해발 3,200미터다. 점심을 시켜 먹는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다가도 짙은 구름이 한바탕 지나가면 금방 날이 어두워진다.
햇살이 비치면 따스하지만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기보다는 쌀쌀한 감이 없지 않다.
한참 점심을 먹는데, 일이 터졌다. 함께 간 누님 중 한 분이 중요한 열쇠를 ‘짜매’의 로지 방에다 두고 오셨다는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포터 아저씨 한 분을 보내기로 했다.
나머지 짐은 젊은 친구 혼자 들고 가기로 한다. ‘차매’로 가는 아저씨가 이리저리 시간을 계산하시더니 오늘 못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쩌랴. 중요한 물건이라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우리는 ‘두쿠리 포카리’을 출발하고 아저씨는 다시 ‘차매’로 돌아가신다.
올라왔던 그 오르막을 다시 내려갔다 올라와야 된다는 게 쉽지 않으실 텐데, 아저씨는 힘든 표정 하나 없이, 별말씀 없이 그냥 가신다. 너무 좋으신 분이다.
'두쿠레 포카리'에서 '피상' 가는 길
‘두쿠레 포카리’에서 오늘 목적지 ‘피상’까지는 정말 신나는 길이었다. 길도 내리막에 평탄한 길인 데다 솔밭이 계속 나오고 중간에 눈사태가 나서 엄청난 눈밭을 걷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어디선가 우르르 쏟아졌는지 푸르디푸른 솔밭 한 군데가 완전히 눈 덩이들로 뒤덮여 있다.
우리 짐을 몽땅 지고 가는 친구 ‘띠르터’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묵묵히 잘 따라온다. 트레킹이 끝날 때까지 돈을 더 달라, 뭘 좀 해 달라는 말 한마디 없던 포터들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맙다.
오후 2시에 오늘 목적지인 ‘피상’에 도착한다. 날씨가 많이 흐려져 분위기가 상당히 우울했지만, 왠지 그런 날씨가 이 마을 분위기와 맞는 듯 약간은 황량한 느낌의 마을이다.
‘피상’은 윗마을인 Upper Pisang과 아랫마을인 Lower Pisang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마을의 외관을 보니 윗마을이 오리지널인 것 같다.
아랫마을에는 주로 트레커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모여 있고, 실제로 대부분 트레커들은 아랫마을에 머물며 윗마을은 그냥 구경삼아 다녀오는 정도다. 왠지 언젠가는 윗마을에 사원만 달랑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피상' 마을에서 하룻밤
대충 씻고 여장을 푼다. 로지 방문 틈새로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이 무척 쌀쌀하다.
잠시 낮잠을 잔다. 피로를 제대로 푸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고도도 높고 날도 추운데 계속 몸에 뭐가 문다. 침낭 속인지, 옷 속인지 무언가 살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다고 이 추운 날 빨 수도 없고……. 뭐, 좀 더 올라가면 알아서 죽겠지……. ^^;;
손님이 별로 없는 우리 로지에 영국 아가씨랑 인도 아저씨가 묵는다. 영국 아가씨는 네팔인 가이드랑 함께 왔는데, 뭔가 상당히 관계가 불편한 모양이다. 또 저 기름기 가득한 가이드가 껄떡댄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쩝...
결국, 우리 포터 아저씨는 돌아오지 못하셨다.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 내일 그러면 ‘차매’에서 ‘머낭’까지 한 번에 가셔야 하는데……. 아무리 여기가 아저씨네 구역이라지만 아저씨도 사람이기에 걱정된다.
저녁에 비가 내린다. 내일은 맑아야 할 텐데…….
가이드북에 ‘피상’에서 ‘마낭’가는 길이 그렇게 멋지다 나와 있는데, 이 비구름 때문에 땅만 보고 걷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당장 코앞에 있다는 Pisang Peak도 안 보이니....
비는 밤새 많이도 내린다.
【 다음 이야기 】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트레킹 6일 차 - 피상에서 마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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