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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 (2003)

이집트 배낭여행 - 다합에서 룩소르 가는 야간버스 - DAY#14

by Reminiscence19 2021. 7. 5.

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14 - 다합에서 룩소르로 향하는 야간 버스 이동

  • 다합 떠나는 날 아침
  • 다합 버스터미널에서 룩소르행 버스 타기
  • 시나이 반도, 수에즈 운하를 거쳐 룩소르 가는 길
  • 새벽 버스 안 액션 영화 상영, 아...

썸네일-다합에서-룩소르야간이동


8월 20일 (수)


다합 떠나는 날 아침

오늘은 그동안 정들었던 다합을 떠나 이집트 남부의 룩소르로 떠나는 날이다.

이집트를 방문하게 되면 마치 숙제처럼 가야만 하는 곳이 룩소르다. 그리고 더 남쪽에는 아스완과 아부심벨이라는 어마어마한 유적이 자리하고 있다. 이집트에 들어온 지 근 일주일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그 숙제(?)의 첫발을 디디게 된다.

아침 일찍 수에즈로 떠나는 일본인 친구 하지메를 보내고, 나도 슬슬 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다합에 온 이후 정신줄을 놓았는지 잃어버린 것들이 제법 많다. 어제 한 차례 분실물을 확인했지만, 오늘 아침 갑자기 중요한 물건 하나가 또 없어짐을 깨달았다.

바로 론니 플레닛 가이드북!

한국 리브로 서점에서 정말 큰 맘먹고 산 영문판 론니 플레닛 이집트 편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정작 필요한 것은 이제부터인데 큰일이다.

기억을 더듬어 마지막으로 가이드북이 있던 때를 기억해 보았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숙소 내 이곳저곳도 돌아다니다가 문득, 어제저녁 식사를 한 시푸드(Sea Food) 레스토랑이 생각났다.

그렇지! 가만 생각해 보니 어제 그 식당에 가이드북을 가져간 다음 생선 고른다고 밖으로 나갈 때 책을 식탁에 놓고 간 것 같다. 생선을 고르고 난 뒤, 더 좋은 자리가 있어 바로 그곳에 앉는 바람에 미처 가이드북을 챙기지 못한 듯... 이런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난 어제 그 식당으로 허겁지겁 달려가고 있다.

식당에 도착했지만, 아직 시간이 일러 문이 닫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한 두 어시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우선은 숙소로 돌아와 체크 아웃부터 해야겠다.

다합을-떠나는날-아침바다풍경
▲ 다합을 떠나는 날 아침, 다합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릅니다.

다합에서는 총 5박 6일간 있었다. 고로 5일 치 방값인 25파운드를 내야 하는데, 글쎄 방값을 계산하던 ‘미두’라는 어린 친구가 20파운드만 내라 하는 게 아닌가. 참고로, 미두는 주인집 아들 중 하나다.

내가 5일간 있었다 해도 4일로 쳐 주겠다니 뭐... 나야 슈크란(Thanks)이지!

세븐헤븐-게스트하우스-아이들
▲ 근 일주일간 같이 놀던 숙소 아이들
장난꾸러기-아이들과-즐거운시간
▲ 장난꾸러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짐을 맡기곤 룩소르행 버스표를 구하러 다합 터미널로 향한다. 다합 버스터미널은 다합 시내에서 차로 한 10분 정도 가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Centrum에서 트럭 같은 곳에 올라타 데려 달라하곤 1파운드 정도 주면 된다.

룩소르행 버스는 오후 3시부터 매표 시작, 4시에 출발, 값은 100파운드다. 터미널 같이 생기지도 않은 작은 부스 안의 무뚝뚝한 한 아저씨가 대뜸 이런 말만 하곤 문을 닫아 버린다. 아마도 부스 안은 시원한가 보다. 기분이 팍 나빠졌지만, 뭐 별수 있나...

오전에 가이드북을 찾으러 갔던 식당에 다시 가 보니 감사하게도 주인아저씨가 봉투 안에 책을 넣어 내게 주셨다.

“우앗~ 이 책 제게 정말 중요한 책인데, 너무너무 감사해요 아저씨~~”

감사한 마음에 선물로 사간 열쇠고리 두 개를 드렸다. 웬만해서 여행 중에 뭘 잃어버리진 않는 편인데, (도둑을 맞으면 맞았지...) 이곳 다합에선 워낙 마음을 놓아서 그런지 이것저것 잃어버린 게 많다. 그래도 가이드북을 찾아 정말 정말 다행이다.

그동안 함께 지냈던 누님도 오늘 카이로로 떠나신다. 누님과의 이별도 무척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 갈 길을 가야지... 아쉬움에 작별하고 숙소에서 짐을 챙겨 다시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다합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정도 많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부다 레스토랑 종업원 친구한테 얘기도 못하고 왔다. 아쉽고 미안하다.


다합 버스터미널에서 룩소르행 버스 타기

100파운드에 버스 티켓을 구입하고 기다렸다. 햇볕이 바로 내리쬐는 곳은 어찌나 뜨거운지 맨살을 내놓지도 못할 지경이다.

못 부친 엽서도 모두 부치고 오후 4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를 기다린다. 여기서 부친 엽서는 무려 1달 반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4시에 도착한 버스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4시 반이 되어서야 출발한다. 그래도 무척 시원하고 괜찮은 시설의 버스 안에서 기다리는 것이 그리 짜증 나지만은 않다.

다합에서 출발한 거대한 버스 안에는 딱 세 명만 타고 있었다. 그중 나랑 행선지가 같은 스위스 청년 하나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Sharm el-Shekh에 내려 배로 후르가다(Hurghada)로 간 다음 다시 버스로 룩소르(Luxor)로 향한다고 한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가리라 생각했었지만, 뱃삯도 만만치 않고, 어차피 야간 이동하면 숙박비도 절약할 수 있겠다 생각되어 그냥 수에즈를 거쳐 돌아가는 이 버스를 이용한 것이다.


시나이 반도, 수에즈 운하를 거쳐 룩소르 가는 길

시나이 반도의 해변을 따라 달리는 버스는 중간에 사람들을 더 태우고 계속해서 달린다.

이제 사람들도 제법 많이 탔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제 서서히 일몰이 다가온다. 황량한 사막 너머로 저무는 태양은 낮에 언제 그렇게 뜨거웠냐는 듯,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사막 저편으로 지고 있다.

버스는 쉼 없이 계속 달리더니 이내 어둠이 찾아온다.

해가 뜨건 지건 언제나 빵빵하게 틀어놓은 에어컨이 이제 슬슬 부담된다. 유일한 긴 옷인 이집트 옷을 꺼내 입어 추위를 달래 본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버스가 한 음식점 앞에 정차하였다. 사람들이 줄줄이 내려 음식을 사 먹는다. 나도 내려 뭐 좀 먹을까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다가와 이것저것 먹으라며 성가시게 구는 게 아닌가.

가격을 물어보니 그 대답 또한 가관이다.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음식에 얼토당토 하지도 않은 가격을 달라하는 그 뻔뻔한 주인한테 한마디 해주고 돌아섰다.

“이보셔 이래 봬도 내가 여행 짬밥이 얼만데, 이 가격에 그 음식을 먹을 것 같소?”

가게에서 나와 바로 옆에 위치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시끌벅적했던 옆집과는 달리 손님이 한 사람도 보이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버스 회사와 무슨 안 좋은 관계가 있는지, 모든 버스는 유독 아까 그 식당 앞에만 정차한다.

종업원들끼리 둘러앉아 잡담하고 있는 중에 들어가니 모두 의아해하며 날 쳐다본다.

“여기 먹을 거 파는데 맞죠?”

부랴부랴 손님 맞을 준비하는 그들에게 삶은 계란에 여러 반찬으로 샌드위치를 얻어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 내가 먹는 동안 모든 종업원이 내 주위에 빙~ 둘러앉아 더 필요한 건 없느냐? 맛은 어떠나? 어디서 왔느냐? 등등 시시콜콜한 것 까지 다 물어본다. 그들에게 난 신기하고 호기심 가는 존재인 모양이다.

다시 룩소르행 버스가 출발하였다. 차창 밖을 통해 이곳이 어디인지는 도무지 가름할 수 없다. 계속 잠만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다행히 내 옆자리가 비어 있어서 편히 누워갈 수 있었다. 쿨~ 쿨~ ^^;;


새벽 버스 안 액션 영화 상영, 아... 

새벽 3시... 갑자기 버스에 사람들이 들어찬다. 내 옆에도 이젠 한 뚱뚱보 아저씨가 오더니 앉는다. 안 그래도 한참 맛있게 잘 자고 있었는데 아쉽다.

그래도 나름대로 편히 자보려고 폼을 잡아 보려는데 아니! 망할 버스가 새벽 3시부터 액션 영화를 틀어주는 게 아닌가! 도저히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게다가 내 자린 앞에서 2번째라 더더욱 시끄럽다. 미칠 지경이다.

누굴 귀머거리로 아는지 볼륨을 한껏 올려 튼 영화를 증오하며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히 낮에 좀 자 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두세 명만 그 영화를 보고 있고, 나머진 다 꿈나라다. 그렇지 그게 정상이지. 어쨌든, 한 새벽에 온통 알아듣지도 못하는 짜증 나는 영화를 들으며 밤새 억지로 억지로 잠을 청해 본다.

그래도 룩소르행 버스는 어둠을 뚫고 밤새 달린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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