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15 - 룩소르 동안(East Bank)의 엄청났던 카르나크 신전
- 이집트 남부, 룩소르 도착
- 숙소 에어컨 룸에서 휴식 후 룩소르 역전 배회
- 한낮 카르나크 신전 가는 길
- 어마어마한 카르나크 신전
- 카르나크 신전에서 한국인 일행 만남
8월 21일 (목) - 첫 번째 이야기
이집트 남부, 룩소르 도착
이집트 다합을 출발하여 밤새 달린 버스는 아침 9시에 푸른빛을 띤 도시에 도착한다. 이곳이 룩소르라 한다.
만만치 않았던 야간 이동에 몸은 뻐근하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내려 우선 화장실로 직행한다. 눈뜨고 못 봐줄 터미널 공동화장실이지만 급하니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
터미널 주변에 숙소 호객꾼들을 물리치고 룩소르에서 묵기로 맘먹은 해피랜드 호텔로 향한다. 이 숙소는 룩소르 역이나 터미널에서 꽤 떨어져 있었지만, 여행 당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니 동행 없는 나로선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하여 발길을 그리로 향한다.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용한 거리를 걸어 한참을 간다. 중간에 한 승합차가 자전거 탄 어린아이를 쳤는데 아무런 처리 없이 그냥 가는 장면을 보고 마음도 졸인다. 이 동네에서는 차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숙소 에어컨 룸에서 휴식 후 룩소르 역전 배회
역시 론니 플래닛의 지도는 정확했다. 별 어려움 없이 숙소를 찾아가서 다짜고짜 묻는다.
“여기 한국인 지금 묵고 있나요?”
“어제까지 있었는데 오늘은 다들 나가고 없네요”
‘헐... 그럼 오늘 하루는 혼자 다녀야겠네...’
나름대로 위안을 하곤 Greeting Coke이라 주는 뜨뜻미지근한 콜라를 원샷한 다음 에어컨 딸린 싱글룸으로 들어갔다. 여행 당시, 이 에어컨 달린 싱글룸은 하루에 23파운드, 팬 달린 싱글이 20파운드였다. 한낮의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날씨를 감안할 때 나름대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방에서 씻고 한 숨 잤다. 에어컨의 건조하고 시원한 바람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이제야 피곤이 좀 풀린다.
얼마나 잤을까? 실내는 문을 꽁꽁 닫아놓아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고, 손목시계도 잃어버려 몇 시 인지도 모르겠다. 아래층 데스크에 가 시계를 보니 오후 12시 반이다. 허걱! 가장 더울 시간이다.
뭘 할까 잠시 생각했는데 결론은 여기서 별로 할 게 없다는 것이다.
밖에 나가 ATM에서 돈도 좀 찾고, 룩소르 역 쪽으로 무작정 걸어간다. 이유는 당시 룩소르에 유명한 ‘만도’를 찾기 위해서다.
‘만도’는 물론 이집트인인데 한국인 여행자들을 많이 도와주고 좋은 가격에 투어도 해 주고 하여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이다. 나 또한 그러한 만도를 찾아 나섰는데, 찾는 방법은 그냥 무조건 룩소르 역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란다. (스마트폰 없이 완전 생으로 여행하던 시절이다.)
그러면 어디선가 만도가 짠~ 하니 나타난다나 어쨌다나... 그 말을 믿고 발걸음을 룩소르 역으로 향하는 나도 참 대단하다. ㅋㅋㅋ
하지만, 한낮 땡볕에 역 앞에 있어도 ‘만도’는커녕 나한테 인사하나 건네는 사람이 없다. 에라...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역 앞 도로에 쭉 서 있는 식당들 중 닭 요리하는 곳에 가 닭 반 마리로 거~하게 점심을 해결한다.(7파운드)
길거리에서 작은 자명종 시계도 하나 샀다. 살 때 리어카 주인이 중국산이라고 어찌나 강조하던지 나름대로 이곳에선 고급 축에 속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1시간에 10분씩이나 차이 나는 엉터리 시계여서 차라리 없는 것보다 더 고생했다. 아무래도 이집트에서 만든 걸 그냥 Made in China라 붙인 게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한낮 카르나크 신전 가는 길
밥도 먹었겠다, 룩소르 왕가의 계곡 서안(West Bank) 투어는 내일 하기로 하고 오늘은 동안(East Bank에 있는 카르나크 신전과 룩소르 신전을 둘러보기로 한다.
카르나크 신전으로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룩소르 역 앞에서 지나가는 봉고를 붙들고 그냥
“카르낙 템플? 카르나크 템플?” 만 외치면 된다. 요금도 0.25파운드로 아주 저렴하다.
한여름 한낮 이집트 남부의 날씨는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다. 그나마 습도가 낮아 그늘에 있으면 선선해서 다행이다. 얼음이 꽝꽝 얼린 생수 한 통을 사들곤 카르나크 신전으로 향한다.
여행 당시, 카르낙 신전 입장료는 10파운드였다. 고고학도나 기자들은 입장이 무료인 모양이다. 언뜻, 방콕의 여행자거리 카오산 로드에서 가짜 기자증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카르낙 신전은 말 그대로 거대한 면적에 세워져 있는 신전인데, 2.8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에 너비도 800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이 넓은 지역엔 10개가 넘는 신전이 위치하고 있어 솔직히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이 신전이 유명해진 이유는 람세스 2세 뿐만 아니라 중왕국 시대와 신왕국 시대의 역대 파라오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존에 세워진 신전에 다시 다른 신전을 붙이는 식으로 건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규모도 커지고 신전 안의 구조도 대단히 복잡해졌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카르나크 신전
카르나크 신전에 입장한다. 처음 맞이한 스핑크스의 행렬 사이로 들어선다. 어마 어마한 열주들과 수천 년 전의 문화 흔적, 벽에 그려진 각종 상형문자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고고학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그것들은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론니 플레닛에 나와 있는 지도를 참고, 각 시대별 장소를 하나씩 찾아가며, 그곳에 앉아 책에 적힌 설명들을 하나씩 하나씩 읽어본다.
룩소르 동안의 카르나크 신전은 이집트 최대 신전으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가로 1.5km, 세로 0.8km의 규모에 거대한 열주와 다주식 홀, 석상, 제단, 오벨리스크 등이 끝없이 늘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규모 있는 신전이다.
고대 이집트의 고왕국이 몰락하고, 테베를 수도로 한 중왕국 시대가 시작되며 테베의 지역 신이었던 아문신이 새로운 국가 신으로 추앙받기 시작하였다. 카르나크 신전은 바로 이 아문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중왕국 초기인 BC 2000년경 제 12왕조의 센우스레트 1세에 의해 처음 신전이 조성될 당시에만 해도 지금처럼 거대한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BC 2세기 프톨레마이오스 8세에 이르기까지 역대 왕들이 신전, 석상 등을 추가로 세우며 지금 같은 엄청난 규모의 신전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 더운 날 단체로 패키지 온 한국인 팀에 슬쩍 묻어 설명도 들어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것도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다. 가지고 다니던 온도계를 보니 땡볕의 온도가 무려 50도가 훌쩍 넘는다.
허거걱... 솔직히 온도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카르나크 신전에서 한국인 일행 만남
카르나크 신전을 대충 다 둘러보고 나가려던 차, 우연히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형님 두 분에 나보다 어린 친구 한 명이었는데 모두 남자다. 그리곤 어렵지 않게 그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ㅋㅋㅋ
그분들은 지금 막 이곳에 도착했다 하셔서 한 번 더 카르나크 신전을 둘러보기로 한다. 뭐... 남는 게 시간인데 그게 문제야?
나름 두어 시간 일찍 왔다고 이리저리 길 안내도 하고 유적 설명도 곁들여 본다. ㅋㅋㅋ 오래간만에 맘 맞는 사람을 만나서 무척 즐겁다.
알고 보니 이 분들도 내가 묵는 숙소에 묵었는데, 내가 나오고 얼마 후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4인용 에어컨 방에 함께 묵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찌 됐건 일행을 만나서 다행이다.
룩소르 여행은 오후에도 계속된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 다음 이야기 】
이집트 배낭여행 - 룩소르 신전, 룩소르 박물관, 나일강 - DAY#15
【 이전 이야기 】
이집트 배낭여행 - 다합에서 룩소르 가는 야간버스 - DAY#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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