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13 - 다시 찾은 블루홀에서 스노클링, 다합과의 이별 준비
- 아쉬운 작별의 시간
- 다시 찾은 블루홀에서 스노클링
- 다합의 일상을 담다
- 다합에서의 마지막 저녁
8월 19일 (화)
아쉬운 작별의 시간
오늘은 이곳 다합에서 만난 아주머니 팀이 요르단으로 떠나는 날이다. 지난 며칠간 함께 스노클링도 하고, 시내산도 다녀오고 밤이면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것도 함께 사 먹고 했었는데, 막상 헤어진다니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짐을 챙겨 트렁크를 하나씩 끌고 나온 사람들을 지프에 올려 보내고 나니 괜히 내 마음도 울적해진다. 역시 떠나는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의 아쉬움이 더 큰 모양이다.
'오늘로 다합에 온 지 5일째다. 이렇게 눌러앉아 있다가는 이집트 일정을 다합에서 끝낼 수도 있겠다. 내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룩소르로 떠나야겠다.' 하며 내일은 나도 떠날 다짐을 해 본다.
그래도 운 좋게도 아주머니 팀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 중 이스탄불-인천 구간이 나랑 같은 비행기라 귀국 날 또 만날 것 같긴 하다.
다시 찾은 블루홀에서 스노클링
오늘은 며칠 전에 갔다가 스노클링 적응 실패로 짠맛만 잔뜩 보고 온 블루홀로 다시 떠난다. 숙소 근처 가게에서 수중용(?) 일회용 방수 카메라도 한 개 샀다.
두 번째로 찾아간 블루홀... 오늘은 더위가 지난번보다 훨씬 더 심한 것 같다. 카페에 깔린 카펫의 햇빛이 비치는 곳은 발조차 델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시원한 음료 한잔을 마시고 바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저께 쓰리 풀즈에서 익힌 나만의 수영법으로 헤엄치며 블루홀의 장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물고기와 산호가 있을 줄이야! 바닷속이 이런 세상일 줄이야! 수중 방수 카메라의 셔터를 쉼 없이 눌러댔다. 잘 나올지 안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현상해 본 뒤 왕실망...)
홀 주변을 몇 바퀴 돈 다음, 홀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쪽은 파도도 심하고 약간 위험하다 하여 사람들도 잘 가지 않는 곳이었지만, 함께 간 누님이 워낙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하여 자신감을 내 나가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나가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뻔했다. 홀 주변보다 훨씬 다양하고 형형색색의 산호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인간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의 그것은 역시 너무나 아름다웠다. 인간은 정녕 자연의 파괴자란 말인가.
누님 말로 몇 해 전 이곳에 왔을 때와 비교해 보면, 그동안 산호가 무척 많이 죽었다 한다. 실제로 카페에서 홀로 나가는 입구를 만들어 놓았던 이유도 카페 바로 앞도 모두 아름다운 산호가 있었기 때문인데, 현재 카페 바로 앞의 산호는 거의 보이질 않고 유명무실한 Entrance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참고로, 산호는 인간의 손길을 거부한다. 발로 밟거니 만지면 죽는다고 한다. 절대 만지거나 밟지 말자.
그렇게 그렇게 블루홀에서의 시간이 흘렀다. 유영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스라엘 녀석들은 히브리어로 자기네들끼리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 지역 이집트 인 중에는 히브리어를 하는 이집션들이 꽤 많다.
다합의 일상을 담다
다시 다합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 지 근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것 같아 사진기와 삼각대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해변을 낙타를 타고 거닐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 많이 번화하여 예전의 멋을 잃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평화롭고 조용해 보이는 다합의 풍경을 두 눈에 담는다.
해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열대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스쿠버 장비를 짊어지고 또 어디론가 다이빙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동안 그러려니 하며 지나쳤던 이 모든 것들이, 이제 내일이면 추억의 한 부분이 되기에 늦게나마 사진기 안에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담아본다.
엽서도 몇 장 사 친구들에게 부치고, 이제 슬슬 짐도 정리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와 손목시계도 없어지고, 침낭 커버도 잃어버리고 그 밖에 소소한 몇 가지가 보이질 않는다. ㅠ..ㅠ
입고 다니다 워낙 후줄근하여 버린 한 티셔츠는 버리고 몇 분 안 되어 누군가가 주워간 모양이다. ㅋㅋㅋ 다합에서의 하루가 또 한가롭게 흘러가고 있다.
다합에서의 마지막 저녁
저녁엔 일본인 친구 하지메와 한국인 누님과 함께 Sea Food를 먹으러 갔다. 다합 시내에 위치한 가게였는데, 옆에 생선가게에서 생선과 어패류 등을 골라 사면 그 가게에서 요리를 해 주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생선요리다. 아마 이스탄불에서 고등어 케밥 이후로 처음 먹는 것 같다. 맛?? 물론 나이스였다. ^^;; 식사 후 세 명이서 과일주스 가게서 음료도 마시고, 하지메가 머리를 민다길래 따라가서 머릴 박박 깎는 것도 구경한다.
다들 내일 다합을 떠나기에 아쉬운 마음을 이곳에서 풀어 본다. 누님은 카이로로, 하지메는 수에즈로, 나는 룩소르로 떠난다. 그러고 보니 나랑 함께 방 쓰던 일본인 친구 두 명도 스쿠버 자격증을 따자마자 카이로로 떠나고 없다.
그랬다. 많은 여행족들이 찾고 떠나기를 반복하는 곳 다합.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기존의 사람들은 떠나는 게 당연한 곳 다합. 이별은 많지만 아쉬움에 눈물 흘리는 이는 없는 다합이다.
숙소로 돌아와 보니 처음 왔을 때 봤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인걸 보니 나도 이젠 떠나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되는 모양이다.
오늘 밤도 역시 숙소 옥상에서 숙소 종업원들과 함께 자며, 다합에서의 한 주를 뒤돌아보았다.
한낮 기온 50도가 넘는다는 이집트 중남부로 떠나기 위해 재충전을 하고자 했던 시간.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본 그 시간은 재충전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내게 안겨준 시간이었다.
바다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의 불빛은 오늘 밤도 반짝이고 있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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