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5 - 암만 시타델에서 일몰 감상
- 숙소 게스트 북을 읽고, 적고
- 암만 시내 거리 돌아다니기
- 시타델에서 일몰 감상
- 숙소 근처 식당에서 유쾌한 시간
8월 11일 (월) - 두 번째 이야기
숙소 게스트 북을 읽고, 적고
제라쉬에서 다시 암만에 도착,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이나 할 겸 로비 앉았더니, 숙소 스태프들이 마시라며 주스를 내 온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더니,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시원한 주스 한 잔도 너무나 감사하고, 이 주스 또한 정말 맛있다. 한잔 더 줘요 ^^;;
숙소에 비치된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여행자들이 한자 두자 남긴 게스트 북을 읽으며, 먼저 지나간 여행자들의 흔적도 읽어 보고, 정보도 메모하고, 또, 내가 아는 정보도 적어 놓으며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 저렴한 숙소 게스트 북은 가난한 배낭여행에 있어 생명수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해야 하나? 암튼 따끈따끈한 살아있는 정보들이 빼곡히 적혀 있던 보물이었다.
게스트 북에 빼곡히 적힌 여행 정보들을 보고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드는데, 특히 좋은 여행 정보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 가득한 한국인들이 남긴 글들을 보면 정말 한국인은 정 많고 이타적인 민족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나 또한, 내가 지나온 여정의 소중한 정보를 암만 게스트 북에 몇 자 남겨 놓았다.
암만 시내 거리 돌아다니기
한낮의 열기가 점차 식어갈 즈음...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보낼 엽서를 몇 장 보내고 다시 암만 시내로 나섰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 같은 암만 시내의 시장통을 골목골목 다니며, 눈요기도 하고, 그러다 지치면 과일 주스도 한잔씩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역시 시장은 항상 활기차고 역동적인 그 나라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로운 곳이다.
그나저나 이젠 슬슬 한국인 여행자들이 보고 싶다.
예루살렘에서 잠깐 스친 여행팀이 아닌, 같이 이동하고, 얘기하며 다닐 동행자가 그립다. 하다 못해 일본인 여행자라도 있었으면 좋겠건만, 이상하게도 내 눈엔 동양인이 잘 띄질 않는다. 이젠 슬슬 만날 때도 되었는데 말이다.
시타델에서 일몰 감상
오늘 저녁에도 시타델에 올랐다. 오늘은 좀 일찍 올라 일몰을 볼 예정이다. 지름길로 간답시고 이상한 길로 들었다가, 가시덤불에 옷도 약간 찢기고, 위험한 고비도 넘기며 엉금엉금 기어 하여간 시타델에 오르긴 올랐다. ^^;;
암만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시타델 한쪽 켠에 앉아 선들선들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타지에서 관광 온 요르단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열중이고, 조용한 곳에 앉은 한 커플은 서로의 시선을 바라보며 사랑을 키우고 있다. 부럽다... ㅠ.ㅠ
마실 나온 두 여자 어린이들의 사진도 찍었다. 너무너무 귀여운 아이들... 모델이 되어줘 내가 더 고마운데, 아이들은 본인들 사진 찍어 줘서 고맙다며 오히려 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암만에 해가 진다. 역시 일몰은 언제나 아름답다. 마지막 붉은 기운을 암만 시내에 뿌린 태양은 이젠 그 힘을 다했는지 이내 언덕 너머로 스며든다. 그리곤 어김없이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시작된다.
오늘은 완전한 어둠이 올 때까지 시타델에 계속 있었다. 하나둘씩 켜지는 불빛들... 그 사이로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문득, 시내의 불빛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색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바로 녹색 불빛...
수많은 모스크의 미나렛을 장식한 불빛들이었다. 낮에는 그냥 보통 건물이겠거니 생각했던 건물 중에 모스크가 이토록 많았다니...
약간의 놀람과 함께, 다시금 이곳이 아랍 문화권임을 상기시키며 어두운 길을 따라 시타델을 내려온다.
숙소 근처 식당에서 유쾌한 시간
숙소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곳엔 정말 맛있는 음식점이 있었다. 지금은 음식 이름도 모르고, 가게 이름도 모르지만,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만큼은 기억한다. 'Mohmod', 'Tarik', 'Adel'...
어제저녁에 이어 오늘 저녁도 이 친구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으로 해결한다. 이틀째 왔더니 이젠 제법 많은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그들도 다른 요르단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전쟁에 관한 이야기에 흥분했다.
내가 아는 온갖 욕이 다 나오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 미국의 우방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미국의 영원한 친구 ‘대한민국’ 이야기도 빠지진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라크 전쟁을 적게나마 지원한 나라가 아니었던가...
이날뿐만 아니라, 종종 이런 상황이 나오면 난 항상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
“파병 당시 대부분 한국인들은 파병을 반대했다. 하지만 너네도 알다시피 어디 정부가 국민의 의지대로 행동하는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최강국, 미국과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 우리나라의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비록, 한국 정부는 미국을 도왔지만, 모든 한국인들이 미국 돕는 데 찬성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아달라”
다소 비겁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한국인은 평화를 추구하는 민족 아니었던가... 이 말을 들은 아저씨는 이렇게 대꾸한다.
“한국이 약한 국가냐? 내가 봤을 땐 그리 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한국은 강하다.”
솔직히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이들에게 동쪽 끝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강국의 이미지였다니... 이런 이미지를 심어준 한국의 수많은 기업인들과 피땀 흘려 오늘을 만들어 준 부모님 세대에게 찬사를 보내며 아쉽지만, 이런 답변만 했다.
“그래도 미국에 비하면...”
아무튼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사진 찍고, 서비스도 얻어먹고 하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식당에서 일어나며 음식값을 지불하려 했더니 돈 받기가 미안하다며 사양하는 그들... 성의는 고마웠지만, 그래도 줄 건 줘야 하지 않냐며 돈을 건네줬더니, 그들의 얼굴엔 미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며, 오늘 만난 고마운 사람들의 얼굴도 떠올려 보았다. 잊지 말아야지!! 하며, 한 명 한 명 머릿속 메모리에 저장시킨다.
어제 혼자 자던 방에 오늘은 두 친구가 새로 들어왔다. 한 친구는 독일서 왔고, 한 친구는 호주에서 왔다는데, 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있어 다들 잔다. 내가 좀 늦게 들어오긴 했지만...
내일이면 암만을 떠나 페트라로 떠난다. 아라비아의 모든 석유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페트라...
007 시리즈 최후의 성배의 무대가 되었던 페트라... 그러한 페트라를 기대하며 잠을 청한다.
오늘 밤도 달빛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다. 너무 밝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 다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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