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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 (2003)

요르단 배낭여행 - 암만에서 페트라(와디무사) 가는 길 - DAY#6

by Reminiscence19 2021. 6. 19.

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6 - 암만에서 페트라(와디무사) 가는 길

  • 암만 버스터미널에서 와디무사행 버스 타기
  • 터미널에서 만난 한 청년
  • 페트라(와디 무사)로 떠나는 미니버스
  • 와디 무사에서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 와디무사에서 여유로운 저녁시간

썸네일-요르단여행-암만에서-와디무사(페트라)-가는길


8월 12일 (화)

암만 버스터미널에서 와디 무사행 버스 타기

이른 아침 일어나 페트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체크아웃... 친절했던 파라 호텔 스태프들과 작별하곤 아부달리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페트라!! 페트라!! 어느 버스가 페트라 가는 버슨가요?”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외쳤는데, 다들 뭐라 말을 해 주고 싶어 하는 표정인데, 영어로 잘 표현을 못해 서로 엄청 답답해한다.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되는 거 아닌가?’

몇 분을 그렇게 헤매고 다니다 길거리에서 아침을 해결하곤, 다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저~ 쪽에 보이는 버스를 우선 타고 가게”

한 아저씨가 가리킨 버스는 얼핏 봐도 페트라까지 가긴 좀 무리인 듯 보이는 버스였다. 버스로 다가가 운전사 아저씨께 페트라 가냐고 물어보니 씨익~ 웃으시며 얼른 올라타라 하신다.


역시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했지만, 뭐... 맞다니 다행이다. 돈 내라는 소리도 하지 않는 아저씨는 나보고 운전석 옆자리에 앉으라 하시곤, 암만 시내를 운행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버스는 시내버스지 시외버스는 아니다. 궁시렁... 궁시렁... 운전석 옆자리에 앉다 보니 길가는 사람들도 모두 날 쳐다보며 손을 흔든다.

“살람 알라이쿰~~~”

허름한 버스를 타고 꽤 갔다. 거의 암만 시내를 완행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돈 기분이다. 한참을 뱅글뱅글 돌더니 숙소가 있던 시내가 나오고, 또 한참을 갔다. 이런...

그리고 종점까지 도착. 모든 승객이 한 터미널에 내리더니 나더러 여기서 차를 타고 가라 한다.

“아하!! 여기가 페트라 가는 버스 타는 곳이군요!! 아이고! 아저씨 감사해요. 슈크란~ 슈크란~”

아저씨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시곤 버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셨다.

상당히 넓은 그 터미널의 이름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분위기가 South Terminal인 것 같다. 당시 정확한 정보도 없고, 나 또한 어리바리하게 온 관계로 암만에서 페트라 가는 방법이 어떻다라고 딱 부러지게 설명은 못하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서울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야 하는데 상봉 버스터미널에 가서 헤맸던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터미널에서 만난 한 청년

페트라(와디무사)로 떠나는 작은 미니버스엔 몇몇 승객이 이미 타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하고, 있으니 한 청년이 다가와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어라? 어떻게 알았지?”

내 말에 환한 웃음을 짓는 그 청년은 지갑에서 무슨 증명서 같은 것을 주섬 주섬 꺼내 보여준다. 한국 국기원에서 태권도 수련생임을 나타내는 증명서다.

한국에서 몇 개월 태권도를 배웠다는 그 친구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한국 선생들은 왜 그렇게 항상 화가 나 있는지 항상 의문이었다고 한다. 조금만 잘 못해도 때리고 화내고 했다며 자신도 그러한 모습에 화가 나 짐을 챙겨 귀국했다고 한다. 그리곤 그 이유를 내게 물어본다. 한국 사람들은 왜 그러냐고...

하아... 그 개인적인 사정을 내가 어찌 알리...

“선생님마다 개인적인 교육 방법의 차이가 있어 내가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 선생님은 그런 방식이 그 선생님의 교육 스타일이었나 보네요. 저희도 고등학교 때 많이 혼내고 때린 선생님한테 배우면, 안 맞으려고 더 공부 열심히 하고 그러긴 했거든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지만 예전엔 그랬었다.

그 청년은 내 설명에도 불만이 풀리지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그나저나 이놈의 버스는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사주는 차도 마시고 시간도 꽤 지났건만, 시동도 걸 생각을 안 하더니 결국 버스가 만차가 되어서야 부릉부릉 시동을 건다.

정시에 운행하는 버스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곳을 여행할 때, 사람이 많은 버스에 올라타는 게 현명한 선택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페트라(와디 무사)로 떠나는 미니버스

암만을 출발한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로 진입한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온통 황량한 사막뿐인 도로다.

아스팔트는 이글이글 타오르고 차창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에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던 길... 그러한 길을 극장에서나 쓸 법한 두꺼운 암막 커튼을 치고 달린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미니 버스 안에서 내 온몸은 축 쳐진다. 미지근하다 못해 뜨끈뜨끈한 물로 갈증도 달래보고, 잠도 청해 보지만, 정말 덥다. 그나마 두꺼운 커튼이 있기에 견딜만한 것 같다.

미니머스는-사막한가운데를-달립니다
▲ 미니버스 커튼을 잠시 열어보면 이런 풍경 속을 달리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에 차는 사막 한가운데의 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승객들은 하나 둘 내려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나도 과일주스 하나와 샌드위치 하나를 물고 휴게소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주유소의 기름 가격에 눈길이 간다. 가솔린: 0.3JD/l 즉 리터당 500원이 조금 넘는다는 말이다.

역시~ 중동이라 기름값이 싸긴 싸다. 게다가 디젤엔진에 넣는 기름은 가솔린의 절반에도 못 미치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겐 부러울 수밖에...

하지만, 페트라로 다시 출발하며 다시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우리나라는 이 땅이 가지지 못한 사계절과 금수강산이 있질 않은가. 만약 우리의 푸르른 산과 강을 사막의 기름과 바꾼다? 고개가 절로 가로로 흔들린다.

우리는 이미 석유, 철과 같은 부존자원 보다 더욱 값진 것들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암만에서 출발한 미니버스는 2시간 정도 달린 후에 와디 무사에 도착하였다. 참고로 와디 무사는 페트라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페트라를 보는 여행자들은 모두 이곳에 숙소를 정한 뒤, 페트라를 다녀오곤 한다.



와디 무사에서 게스트하우스 체크인

세상이 가장 더운 시각... 와디무사에서 가장 유명한 게스트 하우스인 밸런타인 인으로 향한다.

여러 숙소의 유혹과 발렌타인 인에 관련된 안 좋은 소문도 있었지만, 그 숙소가 가진 메리트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냥 발걸음을 그쪽으로 옮겼다.

“저기요... 빈 도미토리 침대 있나요?”

숙소를 담당하는 젊은 여자는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아쉽게도 오늘 방이 Full이라 한다. 이를 어쩌나.... 잠시 고민하는 중

“옥상에서 주무시면 하룻밤 1JD에 묵으실 수 있고, 지금 옥상 정리하고 있으니, 한번 올라가서 보세요”

숙소 옥상에 올라가 보니 천막 비슷한 걸 설치하고 있긴 하다. 바닥은 그냥 시멘트 바닥이다. 짐 둘 곳도 마땅치 않은 곳이고, 밤에 깔고 잘 매트리스만 한쪽에 비치되어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스라엘에서 워낙 돈을 많이 써 이렇게라도 좀 절약해 보자는 심정으로 그냥 묵가로 한다. 짐을 옥상의 한쪽 구석에 몰아넣고 내려와 차 한잔을 마시며, 밸런타인 인의 게스트 북도 읽어 본다.

한 장 두 장 읽어 내려가며 문득, 우리나라의 고유한 글자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마워졌다. 이유인즉, 이 숙소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주인에 대한 이야기들 등 숙소 스탭이 알면 골치 아파할 이야기들도 게스트 북엔 잘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디 무사에서 여유로운 저녁시간

한참을 앉아 있다가 더위도 식힐 겸 동네 인터넷 카페에 갔다. 메일도 확인하고, 홈페이지에다 글도 올리고 ^^;; 친구랑 메신저로 이야기도 하며 오래간만에 휴식을 취한다.

동네 구경 좀 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는데 어디서 본 친구가 걸어간다. 누구더라? 누구더라? 아하!! 자세히 보니 암만 골동품 노점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다.

다가가 인사하니 그 친구도 기억이 나는지 웃는다. 자기도 밸런타인에 묵는다며. ^^;;

숙소로 돌아와 보니 키부츠 생활하시다 여행 온 한국인 여행자도 만날 수 있었다. 이 얼마만인지...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너무너무 반가웠다.

묵혀 있던 서로 간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역시 한국인을 만나자마자 근 6일간 녹이 슬어 있던 입가의 근육들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다.

밸런타인 인에는 저녁에 뷔페 식사가 있다. 식사비는 일반 3JD (학생: 2JD).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이리저리 모여 식사를 하는데, 신기한 것은 서양과 동양이 확연히 갈린다는 점이었다.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한 패거리로 커다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피차간에 영어를 못하는 처지라 오히려 의사소통이 잘되는 아이러니... 아무튼 이런 상황도 배낭여행자에겐 무척 값진 순간이다.

맛있게 저녁식사도 하고, 페트라를 무대로 한 영화, 인디아나존스3 - 최후의 성전, 영화도 관람하며 그렇게 그렇게 저녁을 보낸다.

오늘 밤, 아무도 잘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옥상엔 생각보다 꽤 많은 친구들이 매트리스를 깔고 누웠다. 한 열명은 넘어 보이는 듯...

나도 매트리스 하나에 이불 하나를 들고 와 누웠다.

찬기운이 코끝을 스치고, 하늘엔 달빛, 별빛이 가득하다.

페트라가 저쪽 편에 보이는 와디무사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와디무사-게스트하우스-옥상에서본-일몰풍경
▲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
와디무사-발렌타인인-게스트하우스-옥상에서본-와디무사-야경
▲ 와디무사에 밤이 찾아봤습니다.


PS: 옥상에서의 밤은? 새벽엔 무척 추웠지만, 그래도 난 가지고 간 침낭이 있어 잘만 했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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