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4 - 험난했던 예루살렘에서 요르단 국경 넘기
- 예루살렘에서 택시 타고 요르단 국경 알렌비 다리 가는 길
- 요르단 국경에서 살벌한 입국 불가
- 알렌비 국경에서 선택의 기로
- 벳샨(벳시안) 국경으로 가는 길
- 벳시안(벳샨) 국경 도착!, 짜증지수 300% 출국 수속
- 요단강 건너 요르단 입국
- 요르단 국경에서 이르비드(Irbid)로 이동
8월 10일 (일)
예루살렘에서 택시 타고 요르단 국경 알렌비 다리 가는 길
오늘은 이스라엘은 넘어 요르단 땅으로 넘어가는 날이다. 어제 알아 놓은 ABDO Taxi는 아침 7시부터 운행을 한다는 말에, 새벽부터 일어나 나갈 차비를 한다.
도미토리의 다른 여행자들은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 행여나 깰까 조심조심.
아침을 넉넉히(?) 먹어두고, 짐을 챙겨 다마스쿠스 게이트로 향한다. 아직 이른 아침인지라 하루 종일 왁자했던 시장통은 아직 한산하다.
어제 굳게 닫혀 있던 ABDO Taxi 회사 정문이 오늘은 활짝 열려 있다. 안으로 들어가 이스라엘-요르단 국경인 '알렌비 다리'로 간다고 하니 소파에 잠시 앉아 있으라 한다.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벌써부터 사람들은 북적거린다. 그들의 차림과 여권을 스윽 보니 대부분 아니 모두 요르단 사람인 듯하다.
한참을 앉아 있었다. 몇 대의 택시, 봉고, 리무진이 왔다 갔다 하더니 사람들을 태우곤 출발한다. 특이한 것은 여기 사람들은 보통 인사로 ‘샬롬’ 대신 ‘살람 알라이쿰’으로 인사한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사람이라도 이스라엘인 임을 부정하는 이들이었다. 부스 한편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그려진 이라크 지폐가 장식되어 있다.
택시 회사에서 한 시간 반 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요금은 30쉐켈이었다. 출발~~
예루살렘을 벗어나니 더욱 척박한 길이 나온다. 도로의 좌우론 잡초 하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 잘 닦여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린다.
얼마쯤 갔을까? 도로 옆에서 신기한 안내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Sea Level' 바로 내가 지나는 이곳이 해수면 높이라는 것이다.
차 앞을 봤을 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언덕에서도 한참 위였는데, 이곳이 해수면 높이라니... 지구 상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낮다는 사해 쪽으로 가고 있음이 실감이 난다.
운전사 아저씨가 저쪽 편을 가리키며 저 도시가 여리고라고 한다. 여리고...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믿음으로 함락시킨 도시다.
정탐꾼을 숨겨준 라합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도시 여리고... 하지만, 아쉽게 그러한 여리고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요르단 국경에서 살벌한 입국 불가
드디어 요르단 국경에 도착했다. 1차 검문소에서 총을 멘 쌀쌀맞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다가온다.
“여권 좀 봅시다.”
군인은 내 여권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요르단 비자가 어디 있는 거요?” 라며 묻는다. 어라?
“요르단 비자 국경에서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이곳에선 못 받습니다. 요르단 비자받으려면 여기서 100여 킬로 북쪽에 위치한 벳시안쪽 국경을 이용하셔야 합니다. 여기 들어가시는 건 문제없지만, 어차피 들어가신다 해도 요르단 쪽에서 비자를 못 받습니다. 출국세만 낭비하는 거죠”
으악... 이를 어쩐다. 반 강제로 나만 택시에서 내렸다. 짐을 다시 메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같이 탄 사람들을 다리까지 데려다주고 올 테니 여기서 잠시 기다리라 한다.
“네...”
휴대용 온도계는 45도를 넘나들고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 것도 살벌한 국경에 남겨졌다.
국경 검문소의 작은 초소의 그늘에서 기다릴 요량으로 가려하니, 장총의 한 군인이 짜증 난다는 듯이 저~~ 끝의 도로 안내판 뒤에 그늘이 있으니 거기로 가서 있으라 명령한다.
엄청난 짜증이 몰려온다. 이놈의 이스라엘 놈들은 정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알렌비 국경에서 선택의 기로
20분 정도 기다리니 아까 운전사가 나온다.
“어떻게 하면, 그 국경까지 갈 수 있을까요?”
“음... 여기서 제일 가까운 도시는 여리고인데, 거기 가실 바엔 그냥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시는 게 낫고요, 두 번째론 웨스트 뱅크를 끼고 나 있는 도로에서 히치를 하는 것... 세 번째는 이 택시를 타고 100여 킬로미터 북쪽에 위치한 벳시안 국경까지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거 타고 가면 얼마나 내야 하죠?” 라 물으니 그 아저씬 회사로 전화를 하신다.
잠시 뒤...
“300 NIS(7만 원이 넘음)는 주셔야 하겠네요. 원래 400 NIS 받는데 혼자니까 그 정도로 드리는 거예요.”
그 후로 한참을 실랑이를 했다. 처음엔 150 NIS을 불렀다가 씨알도 먹히지 않아 단돈 몇천 원이라도 깎으려 했건만, 택시비는 회사에서 알려준 대로 받아야 한다며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한참을 고민했다. 날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언제 올지 모르는 차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게다가 물은 이제 거의 다 마셔간다.
“알았어요. 300 NIS 드리는데요, 지금 제가 돈이 하나도 없거든요. 가다가 은행 좀 들려주세요”
“그럼요... 그건 걱정 마세요”
벳시안(벳샨) 국경으로 가는 길
그렇게 하여 택시에 탑승하고 100여 킬로 북쪽에 위치한 벳시안이라는 도시로 향하게 되었다. 정확한 정보 없이 여행한 값을 톡톡히 치르는 순간이다.
피 같은 돈을 택시비로 날리며 북쪽으로 북쪽으로 택시는 계속 달린다.
※ 후에 알고 보니 그 정도면 택시비는 괜찮은 가격이라 한다. 요즘 같은 정보의 바닷속에 살고 있는 세상에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허접한 가이드 북 하나에 목숨 줄 걸고 다니던 저 시절엔 이런 최신 정보 하나하나가 절실했었다.
“저기 오른쪽 좀 보세요” 의기소침한 난 기사 아저씨의 말에 슬쩍 우측을 바라봤다.
뭐 삭막한 산 밖에 없구먼...
“저쪽 편이 요르단이랍니다.”
“아.... 그래요? 정말 양쪽에 철책이 쳐져 있네요”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웨스트뱅크죠 이스라엘이 요르단으로부터 빼앗아 아직까지 돌려주고 있지 않은 지역입니다. 참고로, 이 길에 잠시 정차해서 사진 찍고 하면,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올지도 모른답니다."
“정말요? 우후~ 정말 살벌한 동네네요.”
그때뿐 아니라 예루살렘에 들어온 후부터 내내 그런 기분이었지만, 아무튼, 난 기사 아저씨와 함께 이스라엘과 미국의 횡포에 분노하며 계속 벳시안 국경까지 달렸다.
정말 무슬림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는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벳샨(벳시안) 국경 도착!, 짜증지수 300% 출국 수속
드디어! 벳시안에 도착!!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여 다시 택시를 타곤 국경까지 향한다. 그리곤 짧았지만, 나에게 너무 친절하게 잘해 주었던 기사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하였다.
아저씨는 어떻게 어떻게 해서 국경 넘으라고 설명까지 친절히 해 주신다. 감사합니다~
작은 부스로 가 출국세 영수증을 산 뒤, (알렌비 다리보다 저렴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습니다. 69 NIS) 출국 스탬프를 받으러 갔다.
여권과 입국 시 받은 증명서를 내밀었다. 그랬더니...
“잠시 뭐 좀 물어보겠습니다.”
또, 시작이다. 입국할 때보단 덜 했지만, 그래도 무려 20분 동안이나 날 부스 앞에 세워놓고, 갖가지 질문을 다 하는 게 아닌가.
질문 내용은 입국할 때의 그것과 같았지만, 나 때문에 출국 스탬프를 받으려는 줄이 엄청나게 늘어서게 되었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출국 심사관은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버벅대는 내 답변도 경청하며 잘 들어준다.
결국, 한참 뒤에야 둥그런 출국 확인 스탬프를 쾅! 쾅! 받고, 면세구역 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말 무지하게 까다롭다 짜증지수 300%다.
이놈의 나라는 왜 그렇게 죄를 많이 지어가지고 말이야! 쓸데없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요단강 건너 요르단 입국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요단강을 그 경계로 하고 있다. 그러기에 국경을 넘으려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만 건너는 버스비는 4쉐켈이다.
시원한 에어컨 버스에 올라 창가에 앉았더니 버스는 이내 곧 출발한다. 이제 이스라엘도 안녕이다.
작은 개천보다 못해 보이는 요단강은 정말 순식간에 건넜다. 허무... 허무... 허무... 이제는 요르단 입국소다.
국경 경찰이 버스에 올라타더니 내게 다가와 여권을 확인한다. 그리고는 입국절차는 어찌어찌하면 되다며 무척 친절히 설명해 준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고마울 수가... 순간 알렌비 국경에서 봤던 이스라엘 군인들의 모습이 눈앞에 사악~ 오버랩되며 지나간다.
요르단 국경에서 이르비드(Irbid)로 이동
큰 무리 없이 국경을 넘었다. 요르단 돈인 디나르를 조금 환전하고(비자피와 차비 낼 정도만 환전하길...) 한참을 기다려 입국 수속을 마쳤다.
출입국 사무소 건물 밖으로 나왔다. 한낮이라 역시 태양은 뜨겁다. 버스가 있나 찾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단체로 오는 여행객을 위한 관광버스 외에 일반 버스는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택시 부스로 가 요금을 물어보니 요르단 각 지역까지 가는 요금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버스는 없는지, 이 근처에 가장 가까운 도시는 어딘지 물어보니 모두 부정적인 답변만 한다.
내가 가려하는 요르단 수도 암만까지는 무려 21디나르, 36,000원이 넘는 돈이다.
여기서 또 고민... 가이드북을 펼쳐 보았다. “이르비드 (Irbid)!" 가이드북엔 그나마 이곳에서 가깝고 암만행 버스가 많은 Irbid까지 가라고 적혀 있다. 그곳까지 요금은 단돈 10디나르다.
이 금액도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저렴한 요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혹, 동행이라도 만나면 모르겠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여행자를 어찌 계속 기다린단 말인가. 벌써 1시간 반 동안 국경을 못 벗어나고 여기서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는 상황이다.
ATM에서 다시 택시비를 찾아(오늘 돈 엄청 씀) 어쨌든, Irbid로 출발한다.
휴우~~ 다소 우여곡절도 있었고 힘도 들었지만, 그래도, 난 지금 중동의 요르단 땅을 밟고 서 있다. 만세 ^^;;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 다음 이야기 】
요르단 배낭여행 - 이르비드 거쳐 요르단 수도 암만 도착 - DAY#4
【 이전 이야기 】
예루살렘 배낭여행 - 정원 무덤, 록펠러 박물관, 구시가 - DA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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