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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캘커타 마더테레사 하우스 봉사활동, 칼리가트 희생제 - DAY 36

by Reminiscence19 2019. 7. 15.

인도 배낭여행 서른 여섯째 날 - 마더 테레사 하우스 봉사활동, 칼리가트 희생제

  • 이른 아침, 캘커타 마더 테레사 하우스 가기
  • 칼리가트 옆, 죽음을 기다리는 집 봉사활동
  • 칼리가트 희생제
  • 푸리(Puri)의 유혹, 귀국 항공편 연장
  • 캘커타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의 소중한 경험

썸네일-인도_마더테레사하우스_봉사


2월 8일 (금)

이른 아침, 캘커타 마더 테레사 하우스 가기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으면 숙면을 취할 수 없다. 오늘도 새벽에 서너 번 깨고 나서야 일어난다.

새벽 5시 40분, 샤워를 하고 마더 테레사 하우스(Mother Teresa House)에 갈 준비를 하고, 오전 6시 20분경 같이 갈 사람들이랑 숙소를 나선다. 마침 골목 사이로 갓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며 상쾌한 아침을 시작한다.

숙소가 위치한 서더 스트리트에서 마더 테레사 하우스(Mother Teresa House)까지는 20분 정도 걸어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예배당에 올라가 보니 새벽 미사는 이제 거의 끝난 모양이다.

같이 온 한 형이 늦게나마 안에서 예배를 드릴 사람은 조용히 들어가고, 그렇지 않을 사람은 마당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라 한다. 아침 미사는 7시가 되자 끝난다.

수녀님들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줄 아침 식사를 마련해 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신다. 식사로는 빵, 바나나, 차가 제공되었는데, 무척 맛있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뒤섞여 아침 식사를 한다. 대충 훑어보니 1/3이 일본인, 1/3이 서양인, 1/3이 한국인인 것 같다.


칼리가트 옆, 죽음을 기다리는 집 봉사활동

마더 테레사 하우스(Mother Teresa House)의 봉사할 곳은 캘커타 곳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난 그중 칼리가트 근처에 위치한 '죽음을 기다리는 집'이라는 곳으로 가기로 한다. 아침식사 때 옆에 앉아 얼굴을 익힌 일본인 친구(이 친구는 작년에도 한 달간 자원봉사했다고 한다.)를 따라 길을 나선다.

출근 시간대라 엄청 붐비는 버스를 타고 칼리가트에 도착, 일본인 친구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간다. '죽음을 기다리는 집'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코를 콱 찌르는 강한 약품 냄새가 진동한다. 그리고 내 시야에 들어오는 여러 침상과 그 위의 환자들...

앞에 적힌 작은 칠판에 MALE:50 FEMALE:53이라 적혀 있는 걸 보니 현재 103명의 환자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치료받고 있는 모양이다. 가방을 물품 보관대에 넣고 여기저기 둘러보거나 쉴 겨를도 없이 곧장 앞치마를 두르고 현장으로 투입된다. ㅋ

아침 식사시간이 방금 끝나 밀려드는 설거지 감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곳 자원봉사 베테랑이신 한 미국인 아저씨는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 각자 맡을 임무를 정해 주신다. 넌 거품을 내라! 넌 물로 헹궈라! 하는 식으로 말이다. 덕분에 척척척 일사불란하게 그 많은 설거지 감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나도 처음엔 서툴렀지만 조금 하다 보니 이제 요령이 생겨할 만하다.

설거지를 마치고 허리나 한번 쭉 펴려고 일어나니 미국인 아저씨가 또 날 부른다. 으휴~ 만만한 게 나야... ㅡ.ㅡ;;
"넵~~" 하고 달려가니 자기랑 같이 빨래한 모포를 짜자고 하신다.
"넵~~ ^^;;"

빨래를 마친 모포에 혹시 오물이 묻었는지 확인한 후 물기를 제거하는 작업이었는데, 아까 설거지와는 강도가 다르다. 한두 장도 아니고 끝없이 밀려드는 모포를 단 둘이서 온몸을 비틀어 짜다 보니 두 팔이 얼얼할 지경이다. ㅠ..ㅠ 얼마나 짠지도 모른 채 나중엔 거의 로봇으로 변해버려 짜다 보니 그래도 어느덧 끝이 보인다. 만세~~~

이제 끝이겠지? 하는 순간 보이는 빨래한 옷가지들과 걸레조각들... 역시 계속 빨고 짜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나뿐만 아니라 이곳에 온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다. 비록 육체적으론 힘들었지만 모두들 즐거운 웃음과 밝은 얼굴을 하고 일하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인다. 다른 사람들에 비친 내 모습도 그러했을까? ㅋㅋㅋ

3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이제 아침에 할 일은 대충 정리가 된 모양이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정말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병실이나 둘러볼 겸 손을 씻고 주방을 나선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도중 우연히 한 할아버지의 소천을 지켜볼 수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마지막 호흡을 하시는 그 할아버지를 두 명의 푸른 눈, 갈색 머리칼을 가진 봉사자들이 쓰다듬고 좋은 이야기를 귓가에 들려주며 그분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게 지켜주고 있다. 또한 나머지 봉사자들도 그분 옆에서 눈을 마주치며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나도...

꺼져 가는 촛불처럼 그 할아버지의 두 눈이 흐릿해지시더니 얼마 후 결국 감긴다. 숨소리를 귀로 들어보며 임종을 확인한 두 봉사자는 몸에 꽂은 주사를 떼어내고 수녀님들께 죽음을 알린다.

잠시 후 신부님 수녀님이 오셔서 간단한 예배를 인도하신다. 난 비록 개신교도였지만 그래도 멜로디가 익숙한 찬양이 나와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옆에 있던 한 일본인 친구는 눈시울이 붉어져 어쩔 줄 몰라한다. 그 친구가 그토록 흐느끼는 이유는 뭘까? 이 할아버지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그 친구를 보고 나도 울컥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려 시설의 벽 한편을 바라본다. 그곳엔 너무나 인자하신 모습의 테레사 수녀님 사진이 걸려 있다. 갑자기 수녀님의 사랑과 헌신 희생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리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테레사 수녀님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할아버지도 다른 지방의 길거리 노인들처럼 더러운 한 골목길에서 누구의 관심과 시선도 끌지 못한 채 외로이 식어 갔을 텐데. 문득 바라나시 버닝가트 근처에 죽음을 기다리는 집이 생각난다.

다소 종교 간 비교로 오해될 우려가 있지만, 단지 그곳에 화장되기 위해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무작정 죽음을 기다리는 그네들이 나에겐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간 존엄성의 입장에서 바라봐도 이러한 생각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느낄 생각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한 할아버지의 소천을 바라보며, 또한 외로운 죽음의 길에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호스피스 사역의 고귀함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과 안타까움과 눈물이 교차한다. 간단한 예배가 끝난 후 할아버지의 시신은 어디론가 옮겨졌다.

오전의 일을 마치고 건물 옥상에서 간단한 티 타임(Tea Time)을 가진다. 여기서 옥상이라야 2층이다. ㅋㅋㅋ 센터에서 제공되는 비스킷과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으며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봉사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한켠에선 미국 출신 봉사자들이 빙 둘러앉아 기타 치며 가스펠을 부르고 있다. 나도 아는 노래가 나와 한국 가사로 흥얼거린다.

달콤한 비스킷을 먹으며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밖에선 어느 한 쌍이 결혼식을 하는 모양이다. 앞에 앉은 한 친구가 말하길 poor people marriage란다. 내가 봐도 그래 보인다. 짐이나 실을 만한 트럭에 신랑 신부와 몇 안 되는 하객이 올라타 가는 모습이 무척 초라하다.

한참을 쉬며 노래 부르며 있다 보니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생선이 섞인 카레를 배급한다. 이때 꼭 침상 위에 적힌 번호 순서대로 배식해야 한단다. (뭣도 모르고 가까운 사람부터 주다가 혼났음.)

이제 끝났거니 생각하는데 순간 점차 쌓여 가는 설거지 감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허리 한번 못 펴고 정신없이 식기를 씻는다. 그러고 나서 시계를 보니 12시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제야 오전의 일이 다 끝났다고 한다. 오후에도 몇 가지 일거리가 있지만 일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봉사자들은 하나 둘 빠져나간다. 나도 약품 냄새가 진동하는 시설을 뒤로하고 나온다.


칼리가트 희생제

오후 설거지 전에 많은 친구들이 바로 옆에 위치한 칼리가트 사원으로 갔다. 나도 덩달이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무척이나 혼잡한 입구를 지나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가니 저쪽에 친구들이 모여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염소 목을 치지 않았다 한다.

참고로 칼리가트 사원에서는 매일 정오가 지나면 신에게 어린 염소의 목을 쳐 바친다고 한다.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니라 수십 마리 머리를 계속 친다.

몇 분이 지나니 목을 치는 자가 나타나 옆에 묶여 있던 어린양을 손으로 잡더니 단두대 비슷한 곳에 목을 고정시켜 몸을 쭉 펴게 한다. 그 염소도 자기가 곧 죽을 것을 안 모양인지 발버둥 치며 목놓아 울고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무지막지한 칼날이 번쩍 추켜올려진다. 그리고......


'퍽!'


공중을 가르고 내려친 무지막지한 칼은 염소의 머리와 몸을 분리한다. 분리된 몸의 신경은 아직 살아있는지 잘린 목으로 엄청난 피를 펑펑 쏟아내며 발버둥 치고 있다. 그리곤 잠시 후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힘을 잃는다.

머리는 아직 단두대 위에 얹어져 있다. 차마 눈뜨고 못 보겠다. 백정 같은 그놈은 사원을 향해 경배를 하며 염소 피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이마에 찍어준다. 사람들은 죄 사함을 받은 양 사원 쪽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단두대 위에 동전을 올려놓고 머리를 조아리며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죽은 염소의 몸뚱이는 다른 사람에게 옮겨져 가죽과 고기가 분리되고 있다.

"아..."


이들의 문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이 장면은 정말 쇼킹 그 자체다. 옆엔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한 염소가 먼저 간 친구를 슬픈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그 염소는 벌써 온몸을 벌벌 떨고 있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그 사원을 나온다.

인도-캘커타-칼리사원
▲ 칼리사원, 매일 정오가 되면 희생제물을 드리는 피의 의식이 펼쳐집니다.

 

푸리(Puri)의 유혹, 귀국 항공편 연장

숙소로 돌아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길거리 음식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한 아저씨가 남쪽에 위치한 푸리(Puri)라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한참을 듣다 보니 이거야 원... 안 가면 안 되게끔 만드는 게 아닌가. 원래는 남은 일정을 여기서 봉사나 하며 지내려 했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동한다. ㅠ.ㅠ

마침 푸리(Puri)에 가기 위해 에어인디아(Air India) 사무실로 일정 연기하러 가시는 분의 설득으로 결국 나도 따라나선다. 우선 14일 OUT 할 일정을 1주일 연장해 21일로 바꿨다. 어제 리컨펌 해놓고 오늘 일정을 바꾼다며 직원이 어이없어 하지만 고객은 왕 아닌가!! ㅋㅋㅋ 하지만 홍콩에서 인천구간은 대한항공이 관할하기 때문에 스톱오버 시 일정은 대한항공 부스로 가라고 한다. 자기네들은 바로 연결되는 항공편만 예약을 해준다며 말이다.

이번 기회에 꼭 홍콩을 꼭 봐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대한항공 사무실을 찾았다. 정말 힘들게 물어 물어 한 호텔 2층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밖에 간판도 없었다. ㅠ.ㅠ 24일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 좌석을 OK 받고 나니 왠지 흐뭇하다. 벌써 푸리(Puri)의 끝없는 해변이 눈에 보이는 듯 설레기 시작한다. ㅋㅋㅋ

우선 내일 저녁 푸리(Puri)로 가는 야간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시알다(Sealdah) 역으로 간다. 줄을 서 물어봤더니 무려 웨이팅(Waiting) 번호가 80번이란다. 허걱!! 하며 놀라는데 한 역무원이 우리를 사무실로 불러 말한다.


"BBG BAGH에 위치한 Tourist Booking Office에 가면 외국인 전용으로 남겨놓은 좌석이 있을 겁니다. 그곳으로 한번 가보시죠. 참! 지금은 시간이 늦어 문을 닫았으니 내일 아침에 가보시면 될 겁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비록 예약은 못했지만 중요한 정보를 안고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 메일을 확인한다. 어제 주위 사람들에게 보낸 메일의 효력이 있었는지 사람들의 집주소와 함께 꽤 많은 메일이 도착해 있다. 주소를 받아 적고 나와 고단한 하루를 마감한다.


캘커타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의 소중한 경험

오늘의 소중한 경험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마더 테레사 하우스(Mother Teresa House)에서의 봉사라 생각한다. 오늘 이 경험은 내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테레사 수녀님의 사랑과 헌신, 인내와 고뇌의 결실인 캘커타의 각 시설들을 둘러보며 나름대로 이 도시가 기쁨의 도시가 된 이유를 생각해 본다.


City of Joy...

한 사람이 이렇게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는구나.

PS: Mother Teresa House의 자원봉사는 그야말로 자원봉사다. 자기가 하고 싶으면 언제든 가서 일을 하면 되고, 힘에 부쳐 아무런 말없이 나와도 상관없는 곳이다. 물론 꾸준히 열심히 일한다고 상주는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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