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20 - 세계 최고의 이집트 카이로 고고학 박물관
- 카이로 메라메스 여행자 숙소
- 고대 이집트가 살아 숨 쉬는 카이로 고고학 박물관
-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미라 특별 전시관
8월 26일 (화) - 첫 번째 이야기
카이로 메라메스 여행자 숙소
어젯밤 무리를 해서 그런지 오늘은 약간 늦은 시각에 일어났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따끈하고 맛난 샌드위치를 먹으며 숙소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길 나눈다.
같은 방을 썼던 한 형님은 2002년 월드컵에만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금 6년 가까이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계신데 여기서 쭉 지내시다 갑자기 방콕에 가고 싶다고 하여 오늘 떠나셨다.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그래서 그런지 그 형님과 대화하는데 간결하면서도 무언가 숨겨진 포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나처럼 달랑 한 두 달 여행 다녀온 사람이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 몇 년씩 걸쳐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오히려 말수가 적은 게 사실이다.
어쨌든, 그렇게 오랜 기간 여행하는, 여행이 삶의 일부가 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배낭여행의 또 다른 재미이자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에겐 그럴 용기가 없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조잘조잘 떠들어댈 예정이고 말이다.
고대 이집트가 살아 숨 쉬는 카이로 고고학 박물관
오늘은 그 유명한 이집트 카이로의 고고학 박물관을 가려한다. 문득, 예전 유럽에 갔을 때, 런던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이집트 전시실에서 수많은 유물들을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유럽에 전시된 수많은 이집트 유물들을 보며 현재 이집트엔 뭐가 남아 있을까? 의아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유물을 강탈당한 이집트 땅에는 아직 무궁무진한 유물들이 넘쳐나고, 제대로 된 전시 공간도 찾지 못하고 창고 속에 썩고 있다고 하니 과연 이집트의 고대 문명은 찬란하기 그지없다.
숙소에서 고고학 박물관까지는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쌩쌩 다니는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 길을 건너자니 여간 무서운 게 아니다. 결국 주변의 이집션들의 도움으로 함께 건넌다. ㅋㅋㅋ
붉은색의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은 역시 세계 최고의 박물관답게 입장하는데도 짐 검사가 심하다. 박물관 내부에서 삼각대 사용도 당연히 안된다.
내 짐 검사가 끝나고 한 중년 아저씨가 짐 검사하는 경찰관과 나눈 대화가 흥미로웠다.
“실례합니다만, 카메라 삼각대, 음식물은 가지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뭐...라고요? 잘... 못 알아듣겠습니다.”
“삼각대와 음식물은 가지고 들어가실 수 없다고요!”
“제가 영어가 서툴러서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겠습니다.”
“어느 나라에서 오셨나요?”
“이탈리아에서 왔습니다.”
그러더니 그 경찰관은 내가 보기에 아~주 유창한 이태리어로 그 사람에게 뭐라 뭐라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정말 뒤에서 어찌나 놀랐는지, 한참을 멍~ 하니 바라보았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이 나라의 고고학 박물관 경찰은 당연히 두세 개의 언어는 기본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하긴, 다합의 동네 한량들마저도 자국어 아랍어는 물론, 영어에 히브리어까지 유창하게 할 정도였으니... ^^
이집트 박물관 내부는 이른 시간부터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여기저기 사람들을 끌고 다니는 가이드 투어 팀도 한 둘이 아니다. 유명한 곳은 아주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다.
한국어 가이드 책이랑 론니 플래닛 가이드북 두 권을 펼쳐 들고 그래도 유명하다는 것들을 찾아다니며 구경하였다. 박물관 구경이 항상 그렇듯 유명한 유물 위주로 엑기스만 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은 곳만 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박물관 1층에서는 람세스의 석상들, 핫셉수트의 두상, 아크나톤, 스핑크스, 네페르타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유물들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었다.
하지만, 어찌나 유물들이 정신없이 널려 있던지 그냥 길가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수천 년 된 유물들이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데도 뭐라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무리 돌덩이라도 그렇지...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미라 특별 전시관
박물관 1층도 물론 좋았지만, 이집트 박물관의 정말 유명한 것들은 모두 2층에 위치해 있었다.
1층이 돌덩이 위주였다면 2층은 빛나는 황금빛 유물들이 자리한다.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나온 휘황찬란한 부장품들이 이곳에 모두 전시되어 있다. 장기를 담는 카노푸스 단지를 비롯하여 황금 의자, 황금 인형, 황금빛 투탕카멘의 입상 등.
다만, 아쉬웠던 점은 전시하는 조명시설만 약간만 갖춰졌다면 더욱더 눈부시도록 아름다울 유물들이 여기저기에 그냥 널려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모르겠으나 당시 전시된 유물의 대부분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생물실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로 만든 허름한 유리박스 속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나마 괜찮은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 유명한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와 황금 관이다.
마치 살아있는 투탕카멘의 모습을 보듯 찬란하게 빛나는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는 모든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 또한 평소에는 잘 찍지도 않는 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 마스크 주위를 한 바퀴 휙 찍어 보았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본 86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볼 때보다 훨씬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외에 박물관 2층에는 각종 무덤에서 나온 관, 부장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엔 정말 다리가 아파서 다 못 볼 지경이었다.
하지만, 꼭 놓치지 말이야 할 곳이 있는데, 바로 미라 특별관이다. 이 전시실은 당시 입장료를 더 내고 들어가는 특별 전시실이었는데, 가난한 여행자에게 입장료가 약간 부담되었지만, 그래도 수천 년 전의 파라오를 직접 본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입장하였다.
허걱! 솔직히 무척 놀랐다. 그 유명하다는 투트모트며, 람세스며... 고대 파라오들과 그의 부인들이 날 보란 듯이 누워있다. 머리칼이며 이빨이며 모두 멀쩡히 남은 채로 썩지 않고 팔을 웅크리며 누워 있는 모습은 한편으론 어찌나 끔찍하던지... 그 바로 옆을 숨죽이며 지나간다.
과거 신과 같은 존재였던 이들이 수천 년 후 일반인의 눈요기 거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이곳에 전시된 미라들은 잘 보존이라도 되고 있지 그러지 못한 많은 미라들은 이미 도굴꾼들에게 도굴당한 채 어디에선가 굴러다니거나 썩어 없어졌을 수도 있겠지. 뭐, 이렇게 후세에 눈요기 거리가 되느니 차라리 썩어 없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세계 최고의 박물관임엔 확실한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나서며 이런저런 생각에 가슴도 콩닥콩닥 거리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관람객의 인파 속에서 어서 빠져나가고픈 생각이 우선한다.
마침 이집트 박물관의 바로 건너편 건물에 있는 호텔에 터키 항공 오피스가 있어서 카이로에서 이스탄불 구간과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의 항공편을 쉽게 리컨펌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의 오전 일정을 마무리한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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