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3 - 골고다 언덕 정원 무덤, 록펠러 박물관, 예루살렘 구시가 이슬람 쿼터에서 마지막 밤
- 록펠러 박물관
- 골고다 언덕, 정원 무덤
- 예루살렘에서 요르단 국경 넘는 방법 찾기
- 예루살렘 구시가 이슬람 쿼터에서
8월 9일 (토)
오전에 예루살렘 감람산의 유적들을 대부분 둘러보고 나니 배가 출출해진다. 감람산 정상엔 아무리 봐도 음식점이 보이지 않아 급한 데로 보이는 작은 슈퍼로 들어갔다.
초코파이같이 생긴 파이 두 개와 주스 하나를 사들고 나와 길거리에 앉아 먹는다. 그렇게 허기를 달래곤 정말 정말 뜨거운 뙤약볕을 맞으며 감람산을 내려간다. 어느새 내 몰골은 ‘거리의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예루살렘 록펠러 박물관
록펠러 박물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박물관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최초의 박물관이라 한다. 가이드북에 토요일 휴관이라 적혀있어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오늘 문 열었나요?”
“그럼요!!”
“어라? 그럼 입장료는 얼만가요?”
“무료입니다. 얼른 들어가세요”
유후~ 당시 유물에 대한 관심보다는 땀을 식힐 요량으로 박물관 내부로 들어갔다.
록펠러 박물관에는 옛 선사시대부터 이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연대기적으로 잘 전시해 놓고 있었다. 특히 이스라엘 내 다른 지역의 과거 사진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지역을 가지 않는 나에겐 간접적으로나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골고다 언덕, 정원 무덤
록펠러 박물관을 나와 다음으로 정원 무덤으로 향한다. 정원 무덤은 다마스쿠스 게이트에서 앞으로 곧장 직진하여 찾을 수 있었다.
이 정원 무덤은 영국의 정원 무덤 협의회의 소유로 이들은 예수님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유 인즉은 언덕에 위치한 바위의 모양이 마치 해골 같고, 예수님이 처형당하신 곳이 성문 밖이었다는 점, 돌에 맞아 순교한 스데반 교회가 근처에 있는 곳으로 보아 이 지역이 공중으로 사형을 시킨 장소라 생각되는 점 등 여러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 친절한 아주머니가 내게 설명서를 줄 테니 어느 나라 언어를 사용하느냐 묻는다. 난 그냥 늘 그랬듯
“영어로 된 것 주세요....” 라 말한 뒤,
“혹시 한국어도 있나요?” 라 물었다.
아주머니는 환히 웃으시며 한국어로 적힌 안내 책자를 건네주신다. 이스라엘도 한국인들이 많이 찾긴 찾는 모양이다. ^^;;
정원 무덤 내의 가이드를 따라 설명도 듣고, 실제로 이쪽 언덕 바위가 해골처럼 생겼는지 확인도 해 보며(정말 해골 모양이었음^^) 천천히 둘러보았다.
실제로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은 정말 옛 무덤 같이 바위 안을 깎아 만든, 그리고 둥근 바위문이 있는듯한 무덤이었다. 하지만, 후에 알게 된 여러 자료들은 이 무덤이 당시 무덤이 아니라는 증거 역시 대고 있었다.
솔직히 장소가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일까? 예수님이 돌아가신 골고다 언덕이 이곳에 있으면 어떻고 저곳에 있으면 어떻다는 말인가... 무덤 입구의 현판에 붙은 내용처럼 그분은 이미 부활하셨기에 이곳엔 없는 분이고, 우리는 그 부활하신 예수님을 신뢰하며 주님의 뜻을 따르면 되는 것 아닌지....
고고학자가 아닌 난 정원 무덤을 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예루살렘에서 요르단 국경 넘는 방법 찾기
정원 무덤을 나와 스데반 교회를 둘러본 후의 시간은 내일 요르단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알아내는데 다 써버렸다.
당시 가이드북에는 여리고로 가서 다시 알렌비 다리로 넘어가는 방법으로 가라고 나와있지만, 여리고 역시 팔레스타인 지역이 아니었던가... 버스 정류장에서 알렌비 다리행 버스를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주변 택시기사들은 150 NIS를 내고 개인적으로 택시를 빌리는 방법만 계속해서 설명할 뿐이다. 당장 내일 요르단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방법조차 확인이 안 되니 여간 초조한 게 아니다.
혹시나 하여 숙소 카운터에 요르단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은 이쁘게 씽긋 웃더니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거참... 이거 진짜 낭패다.
땀에 절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갔다. 오늘이 토요일이지만, 혹시나 하여 자파 게이트 근처의 투어리스트 오피스로 찾아갔다. 역시 문을 닫았다. 이 일을 어쩌나... 어쩌나... 어쩌나... 걱정하는데, 한 아랍인 아저씨가 다가오신다.
“뭐 궁금한 거 있수?”
“네... 저 내일 알렌비 다리 국경으로 요르단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잘 몰라서요. 오다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그 다리는 요르단 사람만 이용한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당신 여행자잖소. 그럼 당연히 알렌비 다리 국경으로 넘어갈 수 있소. 다마스쿠스 게이트에서 나가 바로 맞은편에 보면 작은 간판에 ‘ABDO TAXI’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그곳에 가면 알렌비 다리로 가는 저렴한 합승택시 탈 수 있으니 거기로 한번 가보게나”
“아이고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뜻밖의 정보를 얻어 부리나케 다마스쿠스 게이트 쪽으로 달려갔다.
다마스쿠스 게이트 건너편에서 아저씨 말씀대로 ‘ABDO TAXI’라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간판 아래에도 알렌비 다리라는 표시가 되어있고 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아침 7시부터 운행을 시작한다고 한다. 옳거니...!!! 이제야 한숨을 놓아도 될 듯하다.
예루살렘 구시가 이슬람 쿼터에서
휴우~~ 저녁엔 그냥 하릴없이 예루살렘 이슬람 쿼터 내의 시장통만 돌아다녔다. 혼잡하고 지저분 하지만, 사람 내음을 더욱 진하게 맡을 수 있던 곳이었다.
더군다나 예루살렘 구시가를 다니다 보면, 히잡을 쓴 이슬람 여인과, 검은 정장에 중절모를 쓴 전통 유대인들, 한 여름임에도 두꺼운 신부복을 입은 프란체스칸 신부님들과 핫팬츠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서양의 관광객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기에 더더욱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자그마한 기념품도 몇 개 사곤, 피타에 필라펠을 넣어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도 역시 8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 도미토리 룸엔 내가 제일 먼저 들어와 있다.
저녁 9시가 넘었건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고요한 가운데, 모스크에선 아잔이 돌림 노래로 시작되고 있다.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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