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2 -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지나가신 탄식의 길 '비아 돌로로사' (Via Dolorosa) 14 처소
- 탄식의 길, 비아 돌로로사
- 예루살렘 황금돔 기웃거리기
- 두 번째 처소, 가시 면류관을 쓰신 장소 방문
- 홀로 찾아 나선 비아 돌로로사 14처
- 금요일 오후 비아 돌로로사 행렬
- 마지막 처소, 성묘 교회 안
- 비아 돌로로사 14 처소 사진
8월 8일 (금)
탄식의 길, 비아 돌로로사
'비아 돌로로사'는 라틴어로 ‘탄식의 길’을 의미하며, 예수님이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지신 채 골고다 언덕으로 끌려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걸어가신 길을 말한다.
매주 금요일 3시가 되면, 프란체스칸 신부님들이 각 처소(총 14처)를 돌며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의식을 한다고 한다.
마침 오늘이 금요일이다. 3시부터 시작한다는 비아 돌로로사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라이언 게이트로 들어가 그늘 밑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다. 에휴~ 그나저나 아침부터 쉬지 않고 걸었더니 다리가 무척 아프다.
예루살렘 황금돔 기웃거리기
시계를 보니 2시다. 아직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시간이 아까워 황금돔이 있는 성전산이나 기웃거려볼까 하여 많은 무슬림들 사이에 껴서 들어가려 하니, 한 경찰이 날 붙들며 하는 말
“혹시 이슬람 신도인가?”
“왜요?” 하고 물으니
“이곳은 무슬림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입니다.”
흠... 이 상황에서 "Yes!!" 한마디만 하면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황금돔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내 개인 신앙을 팔고 싶진 않았다.
“아뇨... 전 크리스천입니다.”
다시 비아 돌로로사의 출발지로 돌아와 앉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가만히 앉아만 있자니 정말 지루, 심심하다. 말 상대도 없고...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비아 돌로로사의 각 처소를 미리 한번 찾아볼까 하여 길을 나섰다.
두 번째 처소, 가시 면류관을 쓰신 장소 방문
우선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두 번째 처소에 들어갔다. 이곳은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가시면류관을 쓰신 장소다. 그리고 그곳엔 자그마한 교회가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교회에 들어가려 하니 오늘 오전 시온산에서 만났던 껄렁껄렁한 가이드가 또 따라붙는다. 역시나 같은 레퍼토리로 말이다.
“아... 괜찮습니다. 전 혼자 그냥 보는 게 더 좋아요....”
그래도 막무가내로 따라온 그 친구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요건 뭐고 저건 뭐고 하며 설명을 늘어놓는다. 귀를 막고 안 들면 모를까 들리는 그의 설명에 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듣던 중, 오늘 비아 돌로로사 행사가 오후 4시에 있다는 정보도 듣게 되었다. 지금은 서머타임을 실행하기 때문에 오후 4시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
그 가이드는 앞으로 한 시간이나 더 남았다며, 그 가이드는 자신과 함께 14처를 모두 돌지 않겠냐며, 가이드비는 저렴하게 해 주겠다는 말을 선심 쓰듯 한다. 웃는 낯에 뭐라 말할 수도 없고...
연신 괜찮다며, 교회 안에 있고 싶다 했더니 그럼 그러란다. 그제야 가이드는 포기하고 저 쪽으로 물러난다. ㅋㅋㅋ
그나저나 오늘따라 내가 방문한 교회 안에서는 한 사람도 보질 못했다. 이 교회도 마찬가지다.
가시면류관이 천장에 그려진 교회 회당에 앉아 가스펠도 조용히 불러보고 시간을 보낸다.
홀로 찾아 나선 비아 돌로로사 14처
14처를 가이드하겠다는 친구의 권유를 뒤로하고 혼자 한번 찾아보겠노라 길을 나섰다. 그리곤 3, 4, 5, 6번째 처소까지 모두 지도를 보며 순조롭게 잘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복잡하기만 한 예루살렘 구시가 골목을 이리저리 다녀봤지만, 괜히 땀만 빼고, 피곤하기만 하다.
결국, 처음 장소로 돌아가니 이제 슬슬 프란체스칸 수녀님과 신부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행사에 참여하는 게 낫겠다.
금요일 오후 비아 돌로로사 행렬
비아 돌로로사 행렬은 수녀님, 신부님들과 신도들 관광객 등 40~50여 명이 두줄로 늘어서 각 처소를 돌며 진행되었다.
각 처소와 처소 간의 이동 중에는 슬픈 성가를 계속 부르며 이동하였고, 각 처소에 대한 설명은 히브리어, 아랍어, 영어 총 3개 언어로 설명해 주셨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당시 예수님의 행렬에 동참하듯 진지하고, 감격하며 탄식의 길을 따랐다. 하지만, 좁은 길가에 위치한 아랍 상점의 상인들은 큰소리로 떠들며, 이들의 행렬이 무척 마땅찮은 느낌이었다.
모스크의 확성기에선 때마침(?) 방해라도 하듯 쿠란을 읽어대고 있다. 비아 돌로로사의 상당 부분이 예루살렘의 이슬람 쿼터에 위치한 이유도 있겠지만, 고난 받는 예수님의 행렬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에 가슴 한편이 시리다.
마지막 처소, 성묘 교회 안
예수님이 달리시고 묻히신 성묘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처소를 둘러본 뒤 마지막에 묻히신 곳이라 하는 곳, 가장 성스럽다는 좁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서너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그 공간엔 신자들이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솔직히 그 장소가 자체가 주는 감흥은 그다지 크진 않았다.
역사적으로 봐도 실제의 골고다 언덕과는 거리가 먼 장소이며, 그런 정확치도 않은 장소를 그토록 신성한 곳으로 꾸며 놓은 것 또한 내겐 그리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예수님의 보혈의 피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그랬겠지만, 그 장소라는 곳에 막상 갔을 때엔 기도보단 카메라가 먼저 들렸다. 뭐... 내 신앙의 허약함이 큰 이유 중 하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총 14처의 비아 돌로로사를 돌았던 시간만큼은 다시금 예수님의 보혈의 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나에겐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자 경험이었다.
비아 돌로로사 14 처소 사진
'슬픔의 길'이라고도 불리는 비아 돌로로사는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진 채 골고다 언덕까지 끌려가신 길을 말하며, 에께 호모 수도원에서 시작하여 예루살렘의 옛 도시의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성묘 교회까지 이어집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십자가의 14처"가 있으며 각각의 처는 신성한 사건을 기념하고 있는데, 각 처소를 중심으로 많은 예배당과 수도원이 기독교 세계의 가장 성스러운 길을 따라 줄을 이어 세워졌다고 합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프란체스칸 신부님들이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운이 좋게도 이 행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제1 처소: 예수님께서 십자가 형을 선고받으심
제2 처소: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심
제3 처소: 예수님께서 십자가 아래 처음으로 넘어지심
제4 처소: 예수님께서 어머니 마리아를 만나심
제5 처소: 구레네 사람 시몬이 강제로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짐
제6 처소: 보라니카 여인이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줌
제7 처소: 예수님께서 두 번째로 넘어지심
제8 처소: 예수님께서 우는 여인들을 위로하심
제9 처소: 예수님께서 세 번째로 넘어지심
제10 처소: 예수님의 옷을 벗김
제11 처소: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
제12 처소: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심
제13 처소: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끌어내려지심
제14 처소: 예수님을 무덤에 장사 지냄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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