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1일 차 - 포카라(Pokhara)에서 쿠디(Khudi) 거쳐 나디(Ngadi)까지 가는 길
-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 1일 차 루트
- 2006년, 네팔 격동의 시대
- 포카라에서 지프 타고 쿠디 가는 길
- 쿠디 마을에서 본격적인 트레킹 출발
- 쿠디에서 나디까지
- 나디 로지에서 맞이하는 트레킹 첫 날밤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 1일 차 루트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은 네팔 포카라에서 시작한다. 지프를 대절하여 베시사하르를 거쳐 쿠디 마을까지 이동 후, 쿠디에서 트레킹을 시작, 오늘은 나디 마을까지 간다.
2023년 현재, 포카라에서 마낭까지 도로가 뚫려 있다. 예전 6일을 걸어야 갈 수 있었던 마낭을 자동차로 하루면 갈 수 있는 시대다.
이 트레킹 여행 후기는 도로가 뚫리기 전, 예전 트레킹 루트를 따라 걸었던 풍경과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트레킹 첫날, 오늘 가야 할 루트는 아래와 같다.
포카라 (Pokhara) → (지프) → 베시사하르 (Besi Sahar) → Khudi(830m) (지프) → Bhulebhule(840m) → 나디 (Ngadi, 950m)
2006년, 네팔 격동의 시대
때는 2006년 4월...
당시 국가 전권을 갖고 있던 국왕을 압박하고자 네팔 정부와 마오이스트 반군 연합 세력에 의한 3일짜리 ‘번다’(총파업)가 예정되었다.
그동안 숱하게 겪어온 파업이었기에 그리고 이젠 하나의 휴일로 인식되어 버린 ‘번다’였기에 그동안 벼뤄왔던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당시 처음 3일로 계획되었던 '번다'는 네팔 역사상 최대기간인 19일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전국적으로 불붙은 People Power로 갸넨드라 국왕은 결국 모든 권리를 의회로 이양하는 선언을 하게 된다.
당시 대규모 혁명으로 네팔은 왕정(Kingdom of NEPAL)에서 공화정(The Federal Democratic Republic of NEPAL)으로 전환되었으며 마오이스트 반군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등장한다.
포카라에서 지프 타고 쿠디 가는 길
“9시까지 비행기가 오지 않으면 저희도 가지 않겠습니다.”
트레킹이 시작하는 쿠디(베시 사하르보다 약간 윗동네)로 가는 지프를 예약해 놓고 카트만두에서 아침 비행기로 포카라로 오기로 한 일행을 공항 앞에서 애타게 기다린다.
내일부터 총파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도심 밖은 오늘 오후부터 총파업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짙게 깔려 있다. 운전기사 또한 행여나 늦게 돌아오다 사고를 당하게 될까 두려운 모양이다.
참고로 당시 네팔에서는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차량을 운행하거나 가게를 열었다가는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를 정도였다.
“걱정 마세요... 이제 좀 있으면 올 겁니다.”
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휑~한 동쪽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가슴을 졸인다.
시계가 정확히 9시를 가리키는 바로 그 순간, 드디어 함께 가기로 한 일행이 탄 비행기가 포카라 공항에 도착한다. 정말이지... 10년 감수했다.
어찌 되었건 지프는 서둘러 시동을 걸어 젖히고 총 4명으로 짜인 팀이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을 떠나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나름 대장을 맡았다.
지프는 정신없이 달린다. 도로에는 차도 거의 보이지 않고 총파업 때문인지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중간에 점심을 먹고, 회비를 걷고(18,000루피, 2006년 당시) 평소에 절친하게 지내던 포터 2명과 함께 총 6명이 트레킹을 시작할 '쿠디'에 도착한다.
‘베시 사하르’까지 아슬아슬하게 포장된 길도 ‘베시 사하르‘부터는 비포장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차가 다니는 길은 계속 산으로 산으로 끊임없이 올라가는 듯했다. 네팔의 사정상 그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쿠디 마을에서 본격적인 트레킹 출발
쿠디는 지도에 이름이 있긴 하지만 그냥 작은 가옥 몇 채가 모여 있는 마을이다. 네팔 산속에 위치한 마을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말이다.
본격적으로 신발끈을 조여매고 장비를 체크하고 기념사진도 한 장 찍는다. 그리고 출발! (PM 01:15)
네팔에서 트레킹을 할 때마다 매번 느끼지만, 항상 출발할 때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설렌다. 이번엔 또 어떠한 장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 기대~
가장 먼저 쿠디 앞을 흐르는 멀샹디 강을 건너야 한다. 허술한 현수교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이거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데?’
내색은 안 했지만, 듬성듬성 구멍까지 난 허술한 다리를 건너는데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쿠디에서 나디까지
마을을 지나고 멀샹디 강을 따라 나 있는 평평한 길을 걷는다. 하늘은 약간 흐리지만, 네팔 산촌 마을 풍경이 지루하지 않다.
중간에 콜라를 한 잔 마시고 로지 사람들과 잠시 얘길 나눈다.
이 집도 아들 녀석 때문에 걱정인 모양이다. 아직 많이 어린 녀석이 다짜고짜 인도로 가서 돈을 벌어오겠다는 모양이다. 녀석... 가면 얼마나 힘든데... 인도 가면 돈도 못 벌고 고생만 잔뜩 할 텐데…….
공부를 좀 더 하라는 내 말에 녀석은 기분이 계속 나쁜지 표정이 영 아니다. ㅋㅋㅋ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날이 약간 어두워진다. 아무래도 애초에 계획했던 ‘바훈다라’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다. 출발이 너무 늦어 어쩔 수 없는 선택. 결국 오후 3시쯤 오르막이 시작되는 마을인 ‘나디’에 여장을 풀었다.
첫날부터 예정 계획에 차질이 생겨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계획이라는 게 뭐 원래 수정하라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나디 로지에서 맞이하는 트레킹 첫 날밤
나디의 한 허름한 로지에서 가볍게 몸을 푼 듯 하루를 마감한다.
로지 앞에 앉아 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짐들을 지고 산을 오른다. 그중 엄청난 양의 PVC 파이프를 메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나 ‘진기명기’에 출전해도 좋을 만큼 엄청난 모습이었다.
아무리 이 사람들에겐 생활이라지만 어떻게 저 가녀린 몸에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당장 우리 포터만 봐도 그렇다.
아차! 그러고 보니 아까 쿠디에다 내 잠바를 놓고 와버렸다. 더워서 잠시 옆에 둔다는 걸, 깜빡하고 온 모양이다.
다행히 주머니에는 돈 몇 푼밖에 들어있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번에는 평소 트레킹 때와 달리 잠바 겸용인 옷을 하나 더 챙겨 왔는데, 아무래도 이럴 것을 예상했었나?
네팔 히말라야의 정기를 2년째 받다 보니 신통력이 다 생겼나 보다. 긍정~ 긍정~
네팔정식 달밧으로 저녁을 먹고, 삐걱거리는 로지 침대에 몸을 누인다.
고요함, 적막함, 깜깜한 밤, 그리고 아직은 필요한 모기향까지...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의 트레킹을 기대하며 잠을 청한다.
【 다음 이야기 】
안나푸르나 서킷, 어라운드, 라운딩 트레킹 2일 차 - 나디에서 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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