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첫째 날 - 포카라에서 까그베니까지
-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첫째 날 일정
- 포카라 공항에서 경비행기 타고 좀솜 가는 길
- 해발 2,700m의 좀솜, 조랑말 흥정하기
- 좀솜에서 말타고 까그베니까지 가는 길
- 까그베니 도착, 무스탕스러운(?) 동네 풍경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첫째 날 일정
포카라 (Pokhara) → 좀솜 (Jomsom, 항공 이동) → 까그베니 (Kagbeni)
첫날 일정은 네팔 포카라 공항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좀솜 공항까지 간 후, 근처 마을인 까그베니까지만 살짝 이동하면 된다.
포카라 공항에서 경비행기 타고 좀솜 가는 길
아직은 해가 뜨지 않은 다섯 시 반,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그리고 짐을 챙겨 포카라 공항으로 간다. 오늘은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의 첫날이다.
포카라에서 좀솜으로 출발하는 고르카 항공(Gorkha Airline)은 아침 7시에 출발하는데 6시에 체크인을 하고 나니 왠지 너무 일찍 왔다는 느낌도 든다. 동쪽 하늘은 이제야 서서히 먼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 네팔의 국내선은 모두 10여 명만이 탈 수 있는 경비행기인 데다 좌석 또한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기 때문에 서둘러 좋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
공항 관계자가 외국인 먼저 들어가라고 하는 말을 네팔어로 하는 바람에 그 말을 알아들은 우리가 가장 먼저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 먼저 타려고 기다리던 다른 외국인들은 무척 아쉬워한다.
하지만!!!
내가 기껏 힘들게 뛰어가서 처음으로 앉은 자리가 바로 날개 바로 옆이라니... 내가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게다가 나랑 함께 간 녀석들도 모두 내 주변에 앉았으니 이건 마치 이번 트레킹이 삽질의 연속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서막을 알리는 듯하다.
우리 다음으로 들어온 외국인은 뜻밖의 횡재에 제일 앞자리를 선점! 결국 제일 마지막에 탄 네팔 리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정말 우울하다. ㅡ..ㅠ;;
참고로, 포카라에서 좀솜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안나푸르나 히말과 다울라기리 히말의 사이의 깔리 건더끼 계곡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그 경관이 매우 훌륭하다. Mountain Flight로도 손색이 없다.
좀솜 방향으로 우측에 앉으면 안나푸르나를, 좌측에 앉으면 다울라기리를 볼 수 있다. 경비행기는 히말보다 낮게 날기 때문에 제대로 된 풍경을 감상하려면 반드시 날개 쪽을 피해 앉아야 한다.
날씨가 좋아 정각 7시에 경비행기가 이륙한다. 동쪽으로 보이는 작은 언덕 너머로 태양이 눈부시게 떠오르고 있고, 창밖으로 보이는 해발 7,000m 이상의 고봉들은 그 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하지만, 안나푸르나 지역으로 접어들자 그야말로 하! 나! 도! 안보였다. 날개 바로 밑에 달린 그 거대한 엔진 덕분에……. 결국 마음속으로 봤다.
그리고 20여분의 비행 끝에 좀솜 공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해발 2,700m의 좀솜, 조랑말 흥정하기
헐~~~
비행기 밖으로 나서자 공기부터 다르다. 온몸을 쌩~하게 감싸는 차가운 날씨와 2,700m 이상이라 약간 희박한 듯한 (이건 정말 기분일지 모르지만) 공기까지, 결국, 가방 속에 있던 모자와 장갑을 주섬주섬 꺼낸다.
좀솜에 도착하자마자 웅장히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닐기리 북봉 (Nilgiri North, 7,061m)는 정말 압권이다. 아직 이곳엔 해가 뜨지 않아 차가운 느낌이지만, 조금 있으면 눈부시게 빛나리라.
가방을 둘러메고 아침 식사를 하러 좀솜 시내로 나선다. 좀솜은 무스탕 질라(District)의 중심도시답게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트레커들을 위한 식당, 숙박시설 또한 포카라와 비교해 손색없다.
한 레스토랑에 앉아 아침을 시켜 먹으니 드디어 이 마을에도 해가 뜬다. 하지만, 닐기리 산의 경우 우리와 마주 보는 면이 북쪽이라 그런지 햇빛이 생각만큼 멋지게 비치진 않았다.
식사를 하고 묵띠나트까지 갈 '말'(馬)을 알아봤다. 원래 우리 계획은 오늘 숙박하게 될 까그베니에서 말을 빌려 묵띠나트를 본 다음 좀솜까지 하루에 내려오는 것으로 잡았었는데, 가격이 거기서부터 빌리나 여기서부터 빌리나 차이가 없어 그냥 좀솜서부터 타고 가기로 결정하였다.
가격은 원래 말 한 필당 1,300 NRs가 고정 가라고 하는데, 1,200 NRs에 가기로 했다. 이 가격은 ‘좀솜→까그베니→묵띠 나트→좀솜’까지의 가격이다. (2005년 가격이니 참고하세요)
좀솜에서 말타고 까그베니까지 가는 길
언제 올지 모를 말들을 11시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식당에서 조금 지난 곳에 있던 관광 Check Post에서 트레킹 허가증 Check를 받는다. 그리고 또 바로 옆 군대 Check Post에서 같은 Check를 받았다. 왜 똑같은 일을 두 번이나 하게 만드는지... 네팔에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 답답한 시스템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좀솜 구시가를 지나고 나서야 말에 올라탈 수 있었다.
좀솜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깔리 건더끼 계곡의 메마른 겨울 모습과 황량한 무스탕 지역의 분위기가 물씬물씬 풍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흔들거리는 말 위에 앉아 끝없이 이어진 자갈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건기의 절정이라 수량이 턱없이 없는 깔리 건더끼 강은 그래도 그 흐름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중간에 돌산 사이로 너무나 멋진 히말도 보고, 양 떼를 몰고 포카라까지 가는 목동 아저씨도 만나고, 깎아질 듯한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 걸어가기도 하며 오늘의 목적지인 까그베니까지 향한다.
좀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까그베니를 오늘의 목적지로 정한 이유는, 첫째로 포카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급하게 올라와 고도 적응을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두 번째로 까그베니가 아직은 숨겨진 왕국 Upper Mustang으로 가는 출발지라는 점과 멋진 경관을 제공한다는 것 때문이다.
실제로, 900m에서 2800m까지 한번에 올라온 때문인지 말 타고 가는 내내 머리가 약간 아프긴 했지만, 가지 못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
‘에끌레이 버띠’라는 동네에 도착한다. ‘버띠’라는 말은 네팔어로 ‘등(燈)’을 의미하는데 이 지역에선 오고 가는 사람들이 쉬는 Lodge의 의미도 포함하며, 에끌레이는 ‘혼자’라는 의미이다. 결국, ‘하나뿐인 등’이라는 뜻인데 예전에 이곳에 사람들이 묵을 수 있는 ‘버띠’가 하나밖에 없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몇 개의 Lodge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고 작은 마을 공동체까지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이곳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트레킹의 점심은 항상 ‘짜우짜우’라 불리는 라면이다. 안 그래도 부실한 네팔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기엔 턱없이 모자라지만 바쁜 트레킹 일정 중 그나마 이 음식이 가장 빨리 나오는 음식이기 때문에 이 외에 별다른 Choice가 없다. 그래도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으면 나름대론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그나저나 좀솜에서 출발할 때는 괜찮았던 날씨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 좋아진다. 온통 하늘이 희뿌옇다.
그리곤, 안 그래도 황량한 이 지역에 쓸쓸함과 적막함 마저 감돌게 한다. 또한, 이 지역이 원래 바람이 많이 불기로 유명한 동네라는데, 역시 명성에 걸맞게 세찬 바람이 많이 분다. 그 바람은 계속해서 내 얼굴을 때린다.
까그베니 도착, 무스탕스러운(?) 동네 풍경
느릿느릿 말을 타고 오후 네 시경에 까그베니에 도착할 수 있었다. ASIA라는 Lodge에 묵었는데, 그야말로 시설이 일품이다. 뜨거운 물과 깨끗한 침대, 바람 하나 통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고 아늑한 실내까지...
이런 곳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도 무척 놀라웠고, 이 정도의 숙소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더더욱 놀라웠다. (당시 1인당 1박에 50루피였으나 지금은 단위가 다를 듯)
룰루랄라 짐을 풀고, '까그베니' 동네 구경에 나선다.
바람이 많이 부는 동네답게 오래된 집들은 모두 진흙으로 꼼꼼히 발라져 있다. 그리고 새로 지어진 건물들 또한 나무보다는 벽돌이나 시멘트로 지어져 있다. 동네가 온통 진흙 색이라 매우 우중중한 분위기지만, 이 또한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이기에 하나 둘 신기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티베트 사원을 구경하고, 계속 동네를 돌아 들어가니 ‘STOP’이라 적힌 간판이 떡하니 우릴 가로막는다. 바로 이곳이 Upper Mustang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모양이다.
무스탕(Mustang)은 네팔의 한 지역에 자치를 인정받은 왕국으로 아직까지 폐쇄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땅이다. 개인적인 생각에 네팔 정부의 통치권이 이 험한 곳까지 속속들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자치를 인정하는 것 같지만, 어떤 식으로 이런 시스템이 될 수 있었는지는 좀 더 알아볼 일이다.
이곳을 둘러보기 위해선 입장 퍼밋비로만 당시 10일에 700 USD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현재는 최초 10일에 500 USD, 추가 1일에 50 USD라고 하니 찾는 사람이 예전보다는 훨씬 많아졌을 듯)
게다가 개인 관광객은 받지 않고 캠핑을 하는 단체만 받는다고 하니 아직까지 이 지역엔 고유의 전통문화와 원래 모습들이 잘 보존되어 있으리란 생각도 든다. 더불어,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본다.
이미 티베트가 그랬고, 인도의 레와 라닥, 파키스탄의 훈자, 이집트의 시와 오와시스 등등 무분별한 관광자원의 유입으로 그 고유의 멋을 잃어버린 곳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비록, 이러한 생각이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기적인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러한 복잡한 금이 그어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깔리 건더끼 계곡은 Upper Mustang 지역까지 굽이굽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저녁을 스파게티로 해결했는데, 도무지 입맛이 전혀 없다. 고산병 예방약 다이목스를 한 알 삼켜보지만, 속도 계속 더부룩하고, 머리도 지끈거리는 것을 보니 고산병이 약간 있는 모양이다. 오늘 저녁 잘 자야 할 텐데...
창밖으론 세찬 바람이 밤새 계속 창문을 때린다. 하지만, 다행히 방안은 생각보다 무척 따뜻하다.
좀솜 트레킹의 첫 날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 다음 이야기 】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 DAY 2 - 까그베니 (Kagbeni) → 묵띠나트 (Muktinath) → 좀솜 (Jom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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