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넷째 날, 레떼(Lete)에서 따또빠니(Tato Pani)까지
-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넷째 날 루트
- 레떼에서의 아침 일출
- 레떼에서 따또빠니까지 트레킹 루트
- 깔리 건더끼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길
- 아름다운 폭포를 지나 이어지는 트레킹
- 깔리건더끼 계곡을 따라 따또빠니까지 도착!
- 온천으로 유명한 따또빠니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넷째 날 루트
레떼 (Lete) → 구마우네 (Ghumaune) → 까이쿠 (Kaiku) → 가사 (Ghasa) → 타플라 (Thapla) → 콥체빠니 (Kopchepani) → 룹세 츠하하라 (Rupse Chhahara) → 다나 (Dana) → 귀테 (Guithe) → 따또빠니 (Tatopani)
정말 많은 마을을 지나야 하는 걸 보니 오늘도 역시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지도를 봐도 까마득하다.
레떼에서의 아침 일출
아침에 일어났더니 몸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발에 잡힌 물집은 오늘 아침에 보니 정말 거대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부풀어 있고, 무릎은 걸을 때마다 아파 계속 쩔뚝거리게 된다. 허리도 뻐근하고 아무튼 오늘 완전히 망했다.
아침 해 뜰 때 레떼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제 일몰이 안나푸르나 쪽에서 이루어졌다면, 오늘 일출은 그 반대쪽에 있는 다울라기리 쪽에서 이루어진다.
서서히 그 눈부신 모습을 드러내는 해발 8167미터의 다울라기리와 그 뒤에서 쏟아져 내리는 아이스폴, 건너편으로 보이는 투쿠체 픽과 6,000~7,000미터 급 이름 없는 봉우리들까지……. 한 편의 장엄한 아이맥스 영화를 보듯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레떼에서 따또빠니까지 트레킹 루트
아침을 거하게 시켜 먹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묵었던 로지 음식이 무척 맛있어 다행이다. 역시 로지의 좋고 나쁜 평가는 잠자는 곳도 중요하지만, 음식 맛이 제일이다.
비록, 몸 컨디션이 썩 좋지 않지만 마음만은 가뿐하게 오늘의 트레킹 일정을 시작한다.
오늘 트레킹 루트는 아래와 같다. 거리는 22km에 4시간 반 정도를 꾸준히 걸어야 한다.
깔리 건더끼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길
레떼를 출발하여 얼마 가지 않았을 때였다. 아니 레떼를 채 벗어나지 못했을 때, 트레킹 허가증 검사가 있었다. 좀솜에서 체크한 이후, 이제 없을 것 같았는데, 이곳 레떼에서도 체크를 하는 모양이다.
오늘 갈 길이 먼데 시작부터 퍼밋 체크하느라 시간을 뺏기다니.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완만한 내리막이 계속되더니 오르막 내리막이 시작된다. 그리고 내리막이 또 계속된다. 깔리 건더끼 계곡은 이제 너무 깊어 발아래로 까마득하게 펼쳐진다.
계곡의 폭도 이제 꽤 넓어져 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가 한참이다. 게다가 중간에 말몰이꾼이라도 만나면 이건 정말 난감하다. 발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계곡물을 두고 현수교 한 중간에 서서 말 엉덩이를 툭툭 쳐 몸으로 밀쳐 지나야 하는 모습 말이다. 아찔하다!
다리를 건너고 얼마 가지 않았다. 갑자기 급한 내리막길이 또 까마득하게 이어진다. 뒤를 돌아보니 다울라기리가 웅장하게 버티고 서있다. 이 내리막을 내려가면 이제 볼 수 없는 이 설산을 한참을 또 바라보았다.
눈에, 사진에 담아내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한다. 하지만,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내리막을 한참을 내려간다. 작은 냇물도 건너고, 또 거대한 현수교도 건넌다. (다리 건너기 전에 허가증 검사를 또 한다.) 말몰이꾼과 말들은 어디서 그렇게 자꾸 나타나는지 아주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아무튼 오늘 일정도 꽤 먼 거리인 데다 남자 넷이라 빠른 걸음으로 계속해서 걷고 또 걷는다. 중간에 체크를 해 보니 론니 플레닛에 나와 있는 소요 시간을 대폭 감축하며 가고 있다.
다행이긴 하지만, 갈수록 내 발은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도 계속 걷다 보니 무릎, 허리가 좀 괜찮아진다. 하지만, 왠지 물집만은 더더욱 그 세(勢)를 확장하는 것 같다. 도착할 때까지 보지 말아야지!
허걱! 도중에 지금껏 의지해온 등산 스틱 하나가 완전히 맛이 갔다. 절망…….
중간에 흥미로운 표지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질라(District) 경계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있던 무스탕(Mustang) 질라(District)를 이제 벗어나 새로운 맥디(Myagdi) 질라(Distruct)로 접어든 것이다. (참고로, 질라는 우리나라의 ‘도’나 ‘시’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포카라는 까스끼 질라 안에 있는 도시다.))
아름다운 폭포를 지나 이어지는 트레킹
오후 1시가 넘어 아주 멋진 폭포가 산 위에서부터 떨어지고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도를 펴 보니 Rukse Chhahara(1,560m)라는 지명이고, 의미는 ‘Beautiful Waterfall’이라고 한다.
이름답게 거대한 폭포 두 개가 연달아 떨어져 내리는 광경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폭포가 잘 보이는 한 로지에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한다. 폭포 소리가 참으로 시원하고 듣기 좋다.
로지 밖에 있는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는데 글쎄, 밥 먹는 사이 그늘이 져버리더니 이내 쌀쌀해진다. 갈 길을 서둘러야겠다.
깔리건더끼 계곡을 따라 따또빠니까지 도착!
깔리건더끼 계곡을 내려올수록 주변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이제 주변에 히말은 보이질 않고 겨울이라 메마른 산들이 펼쳐진다.
꽤 많은 마을과 마을을 지난다. 어떤 곳은 마을 이름이 있긴 하지만 가옥 수가 몇 채 되지 않는 곳도 있다. Dana 같은 곳은 마을에 접어들어 통과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암튼 이런저런 마을을 지난다.
길거리에서 과일 파는 가게도 만난다. 오렌지 한 움큼을 사서 그 자리에서 해치운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계속되던 갈증이 오렌지를 한입 베어 먹고 나니 해결된다.
와샤샥!! 이때 먹은 오렌지는 지금 생각해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꿀맛이라는 것이 바로 이럴 때 어울릴 듯하다. *^^*
고도가 낮아질수록 마을 모습은 확연히 변한다. 주변에 논밭도 이제 제법 많아진다. 꽤 질퍽거리는 길도 한참 걷는다. 돌길도 걷고, 언덕길도 걷는다. 그리고 시계를 봤다. 정확히 4시 30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따또빠니가 시야에 들어온다.
야호!!!
온천으로 유명한 따또빠니
따또빠니는 푼힐 트레킹과 좀솜 트레킹이 만나는 요충지(?) 답게 상당히 번화한 마을이다. 여행자들의 장기체류를 위한 모든 것들도 갖추어져 있었다.
‘따또빠니’의 ‘따또’는 네팔어로 ‘뜨거운’이란 의미를 갖고 ‘빠니’는 ‘물’이란 뜻이다. 고로 뜨거운 물, 온천이 있다는 의미다. 온천 가까이에 있는 로지에 짐을 푼다. 그리고... 온천을 향해 고고고!
15루피 입장료를 내고 속옷 하나만 걸치고 뜨끈한 야외 온천에 몸을 담글 때 기분은, 음... 지상낙원에 있는 기분이다. 그 뜨거운 물속에서 아주 차가운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켤 때는 하하하 ^__^;; 너무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온천에서 논다. 그러더니 이내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온다. 어둠 속에 몸을 닦곤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온천하러 가기 전에 주문한 음식이 제시간에 다 나왔다.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진수성찬. 오늘 좀 무리를 해서 주문한 듯했지만, 결국 모조리 다~ 먹었다.
지난 이틀간 제대로 씻지도 못했었는데, 오늘 몸도 깨끗하게 하고 그동안 쌓였던 피로도 말끔히 씻은 기분이다. 트레킹의 마지막을 축하라도 하듯.
밤에 한참을 고민했다. 고민은 내가 아닌 함께 온 두 친구가 했다. 이유인 즉, 내일 다시 푼힐(3,210m)까지 올라갈 것인지(하루 만에 1,000m 이상을 올라가야 한다.) 아니면 나와 함께 계속 내려가 집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하지 못해 밤새 짐을 쌌다가 풀었다가 이랬다 저랬다 한다.
결국,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알 거라나? 아무튼 옆에서 정말 재밌게 지켜보다가 잠들어버린다.
오늘 하루 발바닥에 커다랗게 잡힌 물집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따또빠니의 온천은 내게 무척 매력적인 곳이었다.
【 다음 이야기 】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 DAY 5 - 따또빠니 (Tatopani) → 포카라 (Pokhara)
【 이전 이야기 】
좀솜 묵띠나트 트레킹 - DAY 3 - 좀솜 (Jomsom) → 레떼 (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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