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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보드가야에서 만난 티베트, 파트나행 완행열차 - DAY 29

by Reminiscence19 2019. 7. 10.

인도 배낭여행 스물 아홉째 날 - 보드가야의 티베트, 파트나행 완행열차

  • 보드가야에서 만난 티베트
  •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
  • 여행자는 다시 각자의 길로...
  • 보드가야에서 가야로, 그리고 파트나로
  • 파트나행 완행열차, 이등병의 편지
  • 파트나 역전에서
  • 파트나에서 뉴 잘파이구리(NJP)행 새벽 열차 기다림

썸네일-인도배낭여행29일차


2월 1일 (금)

보드가야에서 만난 티베트

어제도 느꼈지만 이곳 보드가야엔 티베트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여기가 티베트인지 인도인지 헷갈릴 정도다. 문득 자이푸르(Jaipur)에서 만난 비구니 스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지금 티베트에 가보면 그네들의 문화는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정치 경제 문화 등 대부분이 한족들의 손아귀에 있지. 중국 정부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Tibet문화 말살을 위해 한족들을 금전적으로까지 지원해가며 이주시켰는데, 그로 인해 받았을 티베트인들의 탄압과 고통은 당연하지 않았을까?"

"티베트에 있는 상점들도 이제 거의 한족 손에 넘어간 것 같아. 남아 있는 티베트 사람들은 거의 길거리 노점상이나 하고 있는 실정이지. 자기네 땅에서 말이야. 중국 정부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티베트 사람을 죽였는지 몰라.

북경에서 열릴 올림픽 유치 반대운동을 했던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것 좀 봐 난 그런 중국인들만 보면 아주 치가 떨린다니까.

그러한 탄압 때문에 많은 티베트 사람들이 주변 나라로 탈주하고 있는데, 중국에선 특별히 그런 현상에 대해선 터치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티베트 사람들이 티베트를 떠나면 그 땅은 자연히 누구의 소유가 되겠어? 중국인 한족 차지가 되잖아.

티베트인이 떠난 티베트... 이것이 중국이 노리는 것이었으니 뭐, 밑지지 않는 장사지."

"그나마 달라이 라마가 노벨 평화상을 타서 이 문제가 세계적으로 부각되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아.

우리나라의 불교계, 기독교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려 했지만 불발로 끝난 적이 있었어. 정부에서 허가를 안 내준 게야. 아마 달라이 라마의 방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두려웠던게지...

참... 한심하고 힘없는 나라야... 대한민국..."

"문제는 달라이라마 사후인데, 그가 죽고 나면 정말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남아버릴 것 같아. 달라이 라마가 늙어갈수록 티베트의 독립도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

아침 식사를 하러 어제 갔던 티베트 음식점으로 간다. 식사하기 전 식당 한쪽 벽에 붙은 작은 포스터들을 둘러본다. 왠지 눈길을 끄는 문구 하나를 발견하였다.

"How much would you pay for Freedom?"

비록 주변 강대국에 의해 이리저리 치이는 나라지만, 티베트 사람들은 우리를 얼마나 부러워할까 생각해 본다.

지금 내게 주어진 자유, 'Freedom'은 대한민국에 태어나는 순간부터는 적어도  'Free'이지 않은가. 민주투사들의 피땀 어린 희생을 통해 이뤄낸 너무나 소중한...

보드가야-길거리-생선-파시던-아저씨
▲ 보드가야 길거리에서 생선 파시던 아저씨...
보드가야의-아침풍경
▲ 숙소에서 바라 본 보드가야의 아침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하보디 사원에 다시 들어간다. 아침이었지만 여전히 복잡한 경내와 여기저기 엎드려 절하는 승려들, 줄 서서 사원 안으로 들어가려는 행렬 등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나도 사원 안으로 들어가려다 워낙에 줄이 길어 입구에서 힐끔 쳐다보고는 탑돌이를 한다. 대충 보니 사원 안에는 황금 본존불이 안치되어 있었던 것 같다. (들어갈걸 그랬나? ^^;)

탑 주변에 새겨진 작은 불상 하나하나마다 절을 하며 돌고 있는 사람들, 오체투지 하며 돌고 있는 사람들,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 등 탑 바로 아래 모습도 가지가지다.

사원 뒤에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보리수나무가 자라고 있다. (진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온갖 치장과 함께 그 나무까지 숭배의 대상이 된 것 같아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여행자는 다시 각자의 길로...

보드가야에는 한국 절, 일본 절 등 각 나라의 절이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곳에 별 흥미를 못 느껴 들리지 않고, 그냥 보드가야를 떠나기로 하였다. 시간이 되어 숙소로 돌아와 짐을 싸서 나온다.

또다시 이별의 시간. 근 한 주간 같이 다녔던 친구와 오늘로 헤어지게 된다. 그동안 다니며 내가 인도에 먼저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언(^^)도 해주고 재밌게 잘 지냈었는데, 막상 헤어지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만 재밌었던 것은 아닐까?

여자 혼자라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도 좀 그렇다. 하지만, 여기저기 널려있는 한국인을 믿기에 큰 걱정은 던다. 조그마한 포켓용 영영 사전을 선물로 주고 난 나의 길로 떠났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임을 되새기며... (015B님 말씀 ㅋㅋㅋ 그런데 정말로 홍콩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이럴 수가!!!)


보드가야에서 가야로, 그리고 파트나로

보드가야에서 가야 역까지는 오토릭샤를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30Rs) 가야(Gaya) 역에 도착하여 파트나(Patna)로 가는 General Train 표를 36Rs에 사고, 역에서 기다린다.

내가 파트나(Patna)로 가는 이유는 파트나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히말라야 자락에 위치한 다르질링(Darjeeling)이라는 도시에 가기 위해서다. 가야에서 그곳까지는 한 번에 가는 열차가 없기 때문에 파트나를 통해 갈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이 구간은 General Class 기차만 운행하는 것 같다.

역사 안에도 티베트 승려들이 무지하게 많았다. 가야역을 배경으로 사진이나 한 장 찍으려고 카메라 스탠드를 세우고 있는데, 한 중년의 스님이 다가오시더니 신기하게 쳐다보신다. 같이 찍자고 말했더니 활짝 웃으시며 다가오신다. 그리곤 너무나 즐겁고 신기해하신다.

인도-보드가야역
▲ 보드가야 역에서... ^^

 

파트나행 완행열차, 이등병의 편지

내가 탄 열차는 가야(Gaya) 역이 출발역이라 그런지 정각에 도착한다. 과연 출발은 언제 하게 될까? 바로 출발할까? 정시에 Gaya역에 도착한 기차는 역시 정각에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그래도 30분 후에 출발하였으니 애교로 봐줄 만하다.

드디어(?) 가야(Gaya)에서 파트나(Patna)까지 92km의 여정이 시작된다. 두 번째로 타 보는 General Class 열차엔 그나마 사람이 붐비지 않아 다행이다.

내 자리 앞에 앉은 '악더칸'과 그 옆에 앉은 '악터이너발'이라는 아저씨는 줄기차게 말을 걸어온다. 뭐... 나도 혼자 가느라 심심했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얘기 중에 한 친구가 내 취미가 뭐냐 묻는다.

"아.. 취미요? 제 취미는 음... 수영, 우표수집, 영화보기, 노래 부르기 등등 되게 많죠. ^^;"

그랬더니 갑자기 이 친구들이 한국 노래 한 곡 불러달라며 야단이다. 이크.. 괜히 노래하기가 취미라 말한 것 같다. 그래도 어쩌나... 불러야지... 뭘 부를까 망설이다가 갑자기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떠올랐다.

그 많은 노래 중에 왜 그 곡이 떠올랐을까? 그것은 아직까지 의문이다. 암튼 난 노래를 부르기 전, 이 곡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되어 미리 한마디 해주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라는 곳에 가야 한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러한 현실이 달갑진 않지요. 이 노래는 2년 동안 있을 군대에 입대하기 전 입대자의 심정을 노래하는 약간 슬픈 음악이랍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ㅋㅋㅋ"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여기까지 부를 때는 그냥 조용히 불렀다. 하지만 이다음부터는 음도 높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싶어 냅다 소리를 질러댔다.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부르듯 말이다. ㅋ

그런데 아뿔싸! 잘 가던 기차가 갑자기 멈춰 서고, 시끌벅적하던 내가 탄 열차 칸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는 게 아닌가! 중간에 부르다 멈추면 故 김광석 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되어 그냥 계속 불러 젖혔다.

눈을 지그시 감고 크게 부르다 보니 감정도 제법 잘 잡힌다. 주위 사람들은 내 주위에 모여 신기한 눈으로 날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아 쪽팔려라... ㅋㅋㅋ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박수!!! ㅋㅋㅋ 역시 광석님의 노래는 인종과 언어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지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또 한 곡 불러 달라기에 이번엔 댄스곡을 불러주겠다고 나섰다. 이히^^ 이젠 나도 신났다. ㅋㅋㅋ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가사를 제대로 아는 댄스곡이 없다. 이런... 노래방 세대의 비애다.

마땅히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남행열차를 댄스로 둔갑시켜 불렀다. 유~ 후~ 신난다. 가야에서 파트나까지 운행하는 열차의 한쪽 구석에 탄 한국 청년의 노래는 그 후로도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열차는 중간에 서다 가다를 반복하더니 급기야 Patna역에서 10km 정도 못 미친 역에서 무려 한 시간을 정차한다. 그런데, 아무도 짜증을 내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만고 태평이다.

1시간 후 출발을 알리는 호른 소리가 나니까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만세를 부른다. 나도 덩달아 만세~~~ ㅋㅋㅋ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젠 Patna역에 들어가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이런... 또다시 멈춰서 30분을 지체한다. 젠장... 지나가는 차장을 잡아 물어보니 Patna의 플랫폼이 매우 Busy 하다나 어쨌다나. ㅡ.ㅡ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다 왔음을 알았는지 열차에서 그냥 뛰어내려 허허벌판으로 걸어가고 있다. ㅋㅋㅋ

어쨌거나 난 저녁 8시 35분 즈음 가까스로 파트나(Patna)에 도착할 수 있었다. 92km 거리를 무려 6시간 동안 왔으니 시속이 15km/h..... 할 말이 없다. 차라리 버스를 타고 오는 건데.... 후회막급이다.


파트나 역전에서

파트나(Patna)를 대충이라도 볼 생각을 집어치우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역전시장으로 간다. 복잡한 시장통에서 15Rs짜리 탈리를 사 먹으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다시 역으로 돌아와 뉴잘파이구리(New Jalpaiguri, NJP)로 가는 열차를 기다린다. 참고로 다질링(Darjeeling)은 해발 2,100m가 넘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물론 열차도 다니지 않는다. (차(茶)의 수송을 위해 깔아 놓은 토이 트레인 빼고..) 때문에,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NJP까지는 열차로 이동하고, 그러고 나서 다르질링(Darjeeling)까지 지프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파트나(Patna) 역은 인도의 다른 역과 비교해서 무척이나 깔끔했다. 곳곳에 새로 페인트칠을 해서 그런 모양이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앉을자리가 없을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마침 저쪽에 빈자리가 보인다. 어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위 사람들은 그냥 맨바닥에 앉아 있다. 이상한 사람들 다 보겠네... 하며 난 아무 생각 없이 앉았다.

잠시 앉아 있다 일어나는 순간 "쩍" 하는 소리와 함께 옷과 배낭에 뭔가 달라붙음을 느낄 수 있었다.

허걱!! 알고 보니 아직 페인트칠이 덜 마른 의자였다. ㅡ.ㅡ;; 그러면 그렇지. 다행히 배낭은 배낭 커버로 싸여 있어 무사했지만, 바라나시에서 새로 산 옷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엉~ 엉~ ㅠ.ㅠ

인도-파트나역
▲ 나름 정돈이 잘 되어 있던 파트나 역... 새벽 노숙을 청해 봅니다. ㅠ..ㅠ

 

파트나에서 뉴잘파이구리(NJP)행 새벽 열차 기다림

어쨌거나 시간은 가고 기차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런데도 전광판엔 내가 탈 기차의 플랫폼 넘버가 뜨질 않는다. 급한 맘에 "May I Help you?" 창구에 가서 물어보니 1번 아니면 2번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한다. 거참...

1번이냐? 2번이냐?라고 연거푸 물어보았더니 그건 그때 가봐야 안다나? (참고로 1번과 2번 플랫폼은 이동할 때 구름다리를 이용해야 했기에 까딱하다 열차 놓치는 수가 있다.)

미심쩍었지만 그때 가봐야 안다 길래 전광판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깔고 앉아 주위 역무원들에게 내 표를 한 번씩 다 보여줬다. 그런 다음 쭈그리고 앉아 잠시 잤다. 으휴...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자신도 너무 만고 태평이다.

잠시 후 한 아저씨가 내 머리를 툭툭 친다. 눈을 떠보니 하는 말~

"2번 플랫폼으로 기차 들어오고 있으니 어서 가보게!"
"아이고! 아저씨 고맙습니다. ^^;"

그리곤 짐을 대충 챙겨 허겁지겁 구름다리 위로 올라갔다. 시계를 보니 30분밖에 연착이 안되었다.

이 곳 파트나(Patna)라는 대도시를 오고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채 떠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다질링의 유혹에 내 발길도 그곳으로 향한다.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열차가 출발한다. 어라? 그런데 내 자리에 어떤 사람이 누워 자고 있다.
"이봐!! 일어나!! 여긴 내 자리란 말이야!!!"
열차는 철거덕 철거덕거리며 밤새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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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인도 배낭여행 - 뉴 잘파이구리 거쳐 다르질링으로 가는 길 - DAY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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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배낭여행 서른 번째 날 - NJP 거쳐 다르질링 (Darjeeling) 가는 길 ▒ 뉴 잘파이구리 역 (NJP, New Jalpaiguri) 도착, 다질링 가는 길 ▒ 다르질링 토이 트레인 ▒ 다르질링에서 숙소 잡기 ▒ 다르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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