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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갠지스강 보트투어, 바라나시 시장 - DAY 27

by Reminiscence19 2019. 7. 8.

인도 배낭여행 스물 일곱째 날 - 갠지스 강 보트 투어, 바라나시 시장 쇼핑, 그리고 새벽 열차 지연

  • 이른 아침, 갠지스강 보트 투어 일출
  • 바라나시에서 보드가야행 열차 예약하기
  • 바라나시 시장에서 쇼핑하기
  • 최악의 새벽 기차 연착, 지침...

썸네일-인도-바라나시


1월 30일 (수)

이른 아침, 갠지스강 보트 투어 일출

오늘은 아침 갠지스 강 보트 투어 시간에 무조건 일어나야겠다 생각하다 보니 새벽에 몇 번이나 깨어났다 잤다 했다.

바라나시의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숙소 방에는 밖으로 난 창이 없어 암흑 속에 지내다 보니 한참 자다가 일어나 시계를 봐도 이게 오전 6시인지 오후 6시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어찌 됐든 오늘은 무사히 투어 시간에 늦지 않게 일어났다.

아침 6시 30분에 숙소 로비에 가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친구 따라 인도 가기"라는 단체 배낭여행팀이라고 한다. 사람들과 함께 이른 새벽 바라나시 골목을 통과해 가트로 향한다.

갠지스 강변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작은 보트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올라탄다. 출발... 하루를 시작하는 바라나시의 첫 얼굴이 기대된다.

갠지스강-보트투어-꽃불에-담은-소원
▲ 소원을 담아 꽃불을 갠지스에 흘려 보냅니다.

이른 시간부터 벌써 가트에 나와 빨래하는 사람들, 목욕하는 사람들, 그런 강물을 잘도 마시고 있는 사람들, 잠시 후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며 명상에 젖어 있는 외국인 여행자, 여전히 희뿌연 연기를 내며 활활 타고 있는 버닝가트.

그러한 모습들이 모두 어수선하지 않고, 차분한 가운데 바라나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갠지스강-보트투어-아침-바라나시모습
▲ 이른 아침 갠지스 강 보트에 올라 하루를 시작하는 바라나시를 만납니다.
갠지스강-보트투어-버닝가트-흰연무
▲ 아침부터 피어오르는 버닝가트의 흰 연무...
갠지스강-보트투어-일출-가트의-사람들
▲ 바라나시의 일출... 가트의 사람들

드디어 태양이 떠오른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 님의 "해"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해는 순식간에 불쑥 올라와 다른 생각할 틈도 주질 않는다. 급하기도 하지.

원래 난 조용한 가운데 명상하는 기분으로 일출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함께 올라 탄 소위 "친따"팀 덕분에 시장통 같은 아침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배가 떠날 때부터 시작된 각종 수다에 신경이 거슬린다. 도시 전체는 고요한데 이 배만 난리법석인 듯하다. 대충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젯밤 숙소에서 사람들 잠을 설치게 만들 정도로 시끄럽게 놀았던 사람들도 아무래도 이 사람들인 것 같다. 어제가 누구 생일이었다나? 아무튼 나는 그들에게

"어제 밤새 시끄럽게 놀던 그 사람들이군요?"

라고 웃으며 말하니 그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노는 걸 부러워하는 줄 알았는지 자신 있게 자신들이었다고 말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결국, 함께 타고 있었던 유일한 외국인 부부 한 쌍이 뱃머리를 돌려 중간에 내린다. 잔뜩 인상을 쓰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내리는 모습을 보고도 자신들 때문인지는 모르는 것 같다. 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른 아침부터 그들은 뭘 보고자 나온 것일까? 고작 해 뜨는 것 하나 보려고 나온 것일까? 그 일출을 기다리며, 그리고 자신의 몸을 씻으며 하루를 경건하게 시작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네들의 관심 밖의 일이었던 것일까? 가이드는 왜 있는 것일까? 그 사람은 고작 몇 안 되는 짧은 지식만 전달하고, 길 안내만 잘하면 되는 것일까? 여행지에 대한 최소한의 에티켓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바라나시에서 보드가야행 열차 예약하기

갠지스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옥상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 체크아웃을 한다. 오늘은 보드가야로 이동한다.

우선 열차표를 사려면 미로 같은 바라나시 골목길을 벗어나 오토릭샤가 다닐만한 큰 길가로 가야 한다. 골목길로 들어설 경우 또 헤맬 것 같아 가트를 따라가기로 한다. 역시 이쪽 길이 약간 돌아가는 느낌은 있어도 훨씬 편하고 빠른 것 같다.

2명에 20루피에 기차역까지 사이클 릭샤로 간다. 사람 두 명에 커다란 짐 2개까지 더해진 묵직한 릭샤 페달을 헥헥거리며 한 발 두 발 밟으시는 깡마른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안되어 보인다. 결국 도착해서 5루피를 박시시 한다.

오늘 밤 떠나는 열차를 예약하러 예약창구로 갔더니 표가 없다며 옆 건물에 있는 Tourist Office에 가라고 한다. 참고로, Tourist Office는 외국인만 상대하는 예약창구다. 그곳에는 여행자용 열차 좌석을 별도로 확보해 놓기 때문에 이미 매진된 기차표도 살 수 있는 아주 고마운 곳이다. 대신 워낙 붐비는 곳이라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열차 티켓은 이곳 바라나시에서 보드가야까지 가는 구간과 파트나에서 다질링을 가기 위한 뉴 잘파이구리(NJP)까지 가는 두 구간을 예약했다. 참고로, 가야 역에서 파트나까지는 로컬 완행열차 밖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예약이 필요하진 않다. (Varanasi-Gaya: 125Rs(20Rs fee), Patna-New Jalpaiguri: 222Rs(20Rs fee)) 그래도 대부분 좌석이 Upper Bed라 맘에 든다.


바라나시 시장에서 쇼핑하기

오늘은 아침에 숙소 체크아웃하고 열차표만 예매했는데 벌써 오후 2시가 넘었다. 짐을 역에 맡기고 오랜만에 쇼핑이나 할 겸 다샤슈와메트 가트(메인 가트)로 향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름대로 뭘 살까 생각도 해본다.

바라나시(Varanasi)의 메인 바자르(Main Bazar) 시장은 좁은 골목골목이 모조리 다 상점이다. 온갖 종류의 의류와 보석, 장난감, 기념품 등 없는 것 빼곤 다 있어 보인다. 나도 날도 쌀쌀해서 숄이나 하나 살까 하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 귓속말로 뭐라 하신다.

"이런 데서 파는 옷들은 무지 비싸다. 내 가게에서 물건 떼 가는 사람들도 많다. 내 공장에 가면 이 상인들이 사가는 공장가로 주겠다. 같이 가자!"

"그래요?"
좀 의심쩍은 구석이 있지만 한번 가보지 뭐...^^;; 결국, 따라나섰다.

역시나 그의 가게는 길가에 있는 게 아니라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야 나왔다. 솔직히 가게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커다란 창고라 부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할아버지는 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는 마음에 드는 것을 맘껏 고르라고 하시곤 저쪽 편에 가 앉으신다. 흠... 여긴 딴 데처럼 뭐 권하고 자시고 하는 것도 없다. 대충 숄은 이쪽 코너, 티셔츠는 저쪽 코너라는 말만 해주고 말이다. ㅋㅋㅋ

그때부터 창고 가득 쌓여있는 옷 중에서 나름대로 옥석 고르기에 돌입한다. 한참을 찾았는데도 맘에 쏙 드는 숄이 나타나지 않아 포기하고 파자마와 윗도리 한 벌만 맞추었다. 아니, 옷에다 내 몸을 맞추었다. 약간 컸지만 뭐... 입을만하다.

한참을 고르고 골라 주위 여행자들이 입고 다니는 현지 옷보다 훨씬 두꺼운 옷 한 벌을 사 입고 나왔다. 근데 할아버지는 옷값을 도무지 안 깎아 준다. 거참...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바라나시-시장
▲ 바라나시 시장통에서... 역시 시장 구경이 제일 재밌습니다.
바라나시교회
▲ 바라나시에서 우연히 본 한 교회 (St. Thomas Church)

한참을 시장통을 더 둘러보다 저녁 7시가 넘어 다시 역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타고 갈 기차는 새벽 1시 출발이라 좀 이른 감도 없지 않았지만, 일몰과 동시에 발생하는 짙은 안개와 전체적으로 어둠침침한 도시 분위기 때문에 서둘렀다. 솔직히 좀 무서웠다.


최악의 새벽 기차 연착, 지침...

바라나시 역 웨이팅 룸(Waiting Room)에서 탁자와 의자를 겹쳐서 누워 자다가 날이 추워지는 바람에 짐을 찾아 침낭을 덮고 잠시 잤다.

새벽 시간, 기다림이 너무 지루하고 힘들다. 시장에서 사 온 바나나도 거의 아작 나기 직전이고, 무지하게 큰 쥐들은 내 발 아래위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하지만 별로 놀라거나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잤다. 다른 인도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새벽 1시 15분에 떠난다는 열차는 역시나 제시간에 오지 않는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90분 지연되었다고 한다. 젠장. 그래도 90분 후엔 돌아오길 고대하며 찬바람 숭~숭~ 부는 플랫폼 위 맨바닥에 자리를 깔았다.

그리고 90분 후... 역시나 열차는 감감무소식이다. 역무원을 찾아가 마구 따졌더니 곧 온다는 소리만 반복한다. 거참... 인도 비하르 지방 근처가 열차 연착으로 악명 높다더니 사실인가 보다.

결국, 새벽 1시 15분발 기차는 새벽 4시가 다 되어 도착한다. 밤을 거의 꼴딱 새우며 녹초가 된 몸을 이끌며 입은 연신 투덜투덜거리며 기차에 올라탄다. 같이 탔던 다른 인도 사람들은 다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다. 젠장... 젠장... 젠장... 피곤해 죽겠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이미 한밤 중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 나도 어서 그 행렬에 동참해야겠다.

찬바람 부는 차디찬 기차역 플랫폼에 누워있다가 슬리퍼 칸 제일 윗 침대에 몸을 뉘이니 이처럼 세상 편한 곳이 없다. 정말 머리를 침대에 대자마자 잠든 것 같다. 쿨쿨~~


바라나시-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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