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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 (2003)

이집트 배낭여행 - 누웨이바 거쳐 파라다이스 다합 도착 - DAY#9

by Reminiscence19 2021. 6. 28.

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9 - 뉴웨이바 거쳐 배낭여행자들의 꿈의 파라다이스 '다합' (Dahab) 도착

  • 페리에서 내리는 것도 힘든 일
  • 불타는 이집트에 첫 발을 딛다.
  • 다합으로 가는 길
  • 다합의 세븐 헤븐 게스트하우스
  • 다합에서 만난 반가운 인연
  • 이집트는 밤에도 덥다 더워

썸네일-이집트배낭여행-다합입성


8월 15일 (금)

페리에서 내리는 것도 힘든 일

아카바 항구를 떠난 페리는 출항한 지 한 시간 정도 후에 이집트 누웨이바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배 밖으로 나가는 것 역시 타는 것만큼 만만치 않았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그 많은 사람들이 출구 쪽으로 몰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한쪽에선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아... 싫다.

나도 사람들 틈에 껴 줄을 서려하다가 어차피 급할 것도 없어 제일 나중에 갈 심산으로 의자에 그냥 앉아 있었다. 주변을 보니 남아 있는 건 다 외국인뿐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줄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관리원 한 명이 오더니 한쪽에 앉아 있는 우릴 보고 자길 따라오라 손짓한다. ㅋㅋㅋ 알았어요~

길게 줄 선 사람들 틈을 비집고 관리원을 따라가니 1등 선실로 보이는 곳에 우릴 앉혀 놓곤 잠시만 기다리라며 여권을 다 거둬간다. 예상치 못한 호의에 다들 얼굴엔 즐거움이 만연하다.

간단한 여권 검사가 끝나고, 우리는 여권을 나눠 준 아저씨를 따라 다시 배 밖으로 나섰다.

이집트-뉴웨이바-항구도착
▲ 이집트 누웨이바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불타는 이집트에 첫 발을 딛다.

“헉!”

시원한 배 안을 나서자마자 숨통이 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더위와 열기에 온몸이 축이 날 지경이다. 이집트에 첫 발을 내린 순간, 요르단과는 전혀 다른 후끈후끈한 공기에 내 몸도 많이 놀란 모양이다.

아저씨를 따라간 곳은 비자 파는 곳이었다. 준비해 둔 15$(※ 2003년 당시)를 내고 이집트 비자를 받았다.

비자는 우표 두장을 붙여 위에 도장을 찍곤 끝이다. 함께 간 이태리 아주머니들은 시나이 반도만 간다며 비자는 사지 않았다. (※ 참고: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만 방문할 목적이면 이집트 비자를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냥 스탬프 하나만 찍으면 끝)

엉성한 짐 검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앗! 차! 엽서!

이를 어쩌나... 요르단에서 밤새 적은 엽서를 부치지 못하고 온 것이다. 요르단 우표까지 예쁘게 붙여 놓았는데 대략 난감이다. 고민하는데 이태리 아주머니께서

“아.. 그럼 그거 우리한테 주면 되겠네~ 우린 어차피 여기 잠시 있다 다시 요르단으로 갈 거거든~ 내가 붙여 줄테니까 나한테 줘~”

“정말 그래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어쨌든 그렇게 건네진 엽서는 비록, 조금 늦긴 했지만, 당사자들에게 무사히 전달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주머니들 메일 주소라도 알아 놓는 건데...


다합으로 가는 길

이젠 다합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다합... 이 근방을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에게 꿈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곳이다. 누웨이바에서 다합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했으나 마침 여행자 6명이 모여 커다란 택시 한 대를 타고 가기로 하였다.

나야 뭐, 뒤에 멀찍이 물러 서서 구경만 하고 있으니 호주에서 온 부부가 알아서 가격까지 다 흥정하고 있다. ㅋㅋㅋ

20 이집션 파운드! 1인당 20파운드에 결판을 봤는지 나에게도 의사를 타진하길래 지금 파운드가 없어 잠시 머뭇거렸더니만, 이태리 아주머니는 자기가 내줄 테니 걱정 말라며 얼른 가자고 한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하루 동안 사막에서 함께한 정이 끈끈하다. ^^;;

누웨이바 항을 출발한 택시는 5분 정도 가다가 잠시 정차한다. 무슨 일이지?

택시에서 내린 기사는 저~쪽 식당 쪽으로 걸어간다.
“으잉?”

난 혼자 다닌다고 기사 옆에 앉았는데, 내 뒤에 앉은 사람들이 막 뭐라 뭐라 항의하는데도 기사는 그냥 가버린다.

궁금해서 나도 따라가 보니 기사는 거기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헐~~

“이봐요!! 저기 사람들 기다리는데, 여기서 밥 먹으면 어떡해요!!!”

하지만, 사람들의 성화와 자기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기사는 자기가 먹던 생선을 나에게 떼어 주며 맛보라고 건네준다.

“생선이요?”
“히히 ^^;; 그럼 어디 맛 좀 볼까요?”

맛은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그리곤 어느새 기사 쪽에 붙어 우리 기사와 함께 식사하던 동료들과 함께 나도 생선을 뜯고 있다. ㅋㅋㅋ 택시 쪽을 슬쩍 보니 사람들이 화가 잔뜩 나 있는 모양이다.

‘아휴... 몰래 먹어야겠군...’

5분 동안 먹겠다던 점심은 15분이 지나서야 끝나고 그동안 택시 안에서 잔뜩 열 받은 여행자들은 택시 기사를 향해 온갖 항의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내가 봐도 기사 아저씨는 귀담아듣지 않는 듯했다. ㅋㅋㅋ

이제야 본격적으로 출발~ 잘 닦여진 아스팔트를 따라 다합으로 달린다.

배에서 처음 내릴 때 느꼈던 엄청난 더위가 이젠 좀 적을 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힘들다. 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도 어찌나 뜨겁고 메마른지 차라리 문을 닫고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택시에 탄 사람들의 얼굴도 하나 둘 녹초가 되어가며, 얼른 다합에 도착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창밖은 온통 메마른 돌산뿐이다.

혹시나 하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풀 한 포기 찾기 힘든 메마른 광야였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도 이런 광야를 40년간이나 헤매고 다녔겠지... 택시를 타고 지나는 것도 이리 힘든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찌 이런 곳을 걸어 다녔는지...

성경에 기록된 낮엔 구름기둥, 밤엔 불기둥의 소중함도 정말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전까진 그런 하나님의 역사가 그들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황량한-돌산-다합으로-가는길
▲ 황량한 돌산뿐인 다합으로 가는 길

노곤한 몸을 이끌고, 몇몇 경찰들의 체크 포인트를 지나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다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양인들은 또 자기네들이 알아 놓은 숙소들이 있는지 각자 떠나고 나 또한, 동양인들이 많이 간다는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주머니~ 잘 놀다 가시고요, 동네에서 다시 만나요~ 엽서 부탁드려요~”

아쉬웠지만, 이태리 아주머니들과도 작별 인사를 한다.


다합의 세븐 헤븐 게스트하우스

내가 다합에 알아놓은 숙소는 세븐 헤븐이다. 이 숙소 외에도 한국인이 자주 가는 숙소는 몇 곳 더 있지만, 당시 내 수첩엔 이 숙소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ㅡ..ㅡ;;;

이 숙소는 다합 Centrum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했는데, 뭐... 다합이란 곳이 그리 크진 않은 곳이라지만, 그래도 다른 숙소보다는 멀었다.

싱글이나 더블 같은 방은 모두  Full, 만원이고, 방갈로가 하루 5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 정도 하는 금액이다. 우와! 매력적인 숙박비다! 방갈로가 그토록 더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우선 그냥 싼 맛에 들어갔다.

방갈로는 3명이 같이 사용하는데, 들어가 보니 일본애들 두 명이 스쿠버 책을 열심히 보고 있다. Open Water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뭇 진지하다.

짐을 던져 놓고 나와 우선 콜라 한잔을 들이켠다. 그리고, 숙소 리셉션 소파에 앉아 이 숙소 종업원들, 여행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어 본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숙소지만, 아직 한국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참! 시나이산! 내가 암만에서 사해도 포기하고, 페트라를 힘겹게 돌고 다음날 새벽에 사막으로 갔던 이유는 바로 시나이산에서 교회 친구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8월 초 즈음에 내가 다니는 교회 대학부에선 이스라엘로 선교 여행을 오는데, 그중 시나이 산 방문일이 바로 오늘 밤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집트에 도착하자마자 축이 난 몸에 오늘 밤 도저히 시나이 산으로 올라가는 건 무리인 것 같다.

옆에 앉은 한 일본 친구도 같이 가자며 꼬시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으니 원... 우선은 밤까지 지켜보자며 미루었다.

한국에서 몇 천 킬로 떨어진 이곳에서 만나면 정말 반가울 텐데... 요 며칠간 친구들 만날 생각에 싱글벙글했었는데, 막상 오늘이 그날인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흑... 흑...

어쨌든, 몸 상태도 점검해볼 겸 동네를 한 바퀴 거닐어 본다.


다합에서 만난 반가운 인연

저녁엔 한 일본인 누나가 추천해 준 ‘붓다 레스토랑’에 갔다. 약간 어두운 분위기였지만, 아늑함은 느껴진다. 게다가 메뉴를 보니 모두 부담 없는 가격이다.

부담 없이 주문하고 가이드북도 보고 있는데, 뒤에 한 누님이 계신다. 오홋? 한국 누님이었다. 이게 얼마만인지...^^; 암튼 반가워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식사 후에 차도 한 잔 얻어 마셨다. 게다가 알고 보니 터키 넴룻산 정상에서 잠시 만났던 누나였다. ^^;;

누님은 오늘 밤 시나이 산에 갈까 말까 고민 중이라 하니 극구 만류하신다. 결국, 친구들이 정말 보고 싶었지만, 아쉬워하며 포기하였다.


이집트는 밤에도 덥다 더워

그나저나 이 동네는 밤인데도 더워 미치겠다. 해 떨어지면 그나마 살 만할 줄 알았는데, 낮이랑 마찬가지로 더워 미칠 정도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그나마 좀 시원하단다. 헉... 내가 더위 먹은 탓도 있겠지만, 지금이 시원하다니... 슬슬 무서워진다.

방을 에어컨 방으로 아예 옮길까 하고 주인한테 물어보니 그 방도 이젠 없다 한다. 정말 죽을 맛이다.

아까 낮에 시내산으로 함께 가자던 일본인 친구들 보내고 방갈로에 누웠다. 그런데...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집트-다합-세븐헤븐-게스트하우스-방갈로이집트-다합의-세븐헤븐게스트하우스에서-놀던-아이들
▲ 찜통 더위의 방갈로 방, 숙소에서 놀던 꼬맹이들

“옥상에 우리가 자는 데 있는데, 거기 오면 시원하니까 거기로 와요”
힘들어하는 날 보며, 주인집 꼬마 아들 녀석이 건넨 말이었다.

옥상에 올라가니 매트리스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숙소에서 일하는 녀석들과 주인의 어린 아들들이 여기저기 누워 자고 있다.

내가 올라가니 무척이나 반갑다는 듯 인사하며 내 자리까지 마련해 준다. ㅎㅎㅎ 예상치 않은 곳에 몸을 뉘었다. 와~~ 바람이 장난 아니다.

더위 먹은 몸은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듯하였다. 누님 말에 뜨거운 차도 몇 잔 마셨는데, 것도 좋은 효험이 있었다.

바쁠 것 하나 없는 이집트 다합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지난다.

아마 내일이면 교회 친구들은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가겠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잎으로의 여정도 많이 남아 있기에 포기할 것은 깨끗이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밤새 강하게 불어준 바람은 내가 먹은 더위까지 시원히 날려주고 있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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