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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충격의 바라나시 갠지스 강 화장터, 버닝가트 - DAY 25

by Reminiscence19 2019. 7. 7.

인도 배낭여행 스물 다섯째 날 - 충격의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 화장터, 버닝가트

  • 이른 새벽, 바라나시(Varanasi) 도착
  • 복잡한 미로 골목, 바라나시에서 숙소 잡기
  • 충격의 바라나시 버닝가트
  • 바라나시, 온통 죽음이 가득한 갠지스 강가
  • 죽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바라나시

썸네일-바라나시


1월 28일 (월)


이른 새벽, 바라나시(Varanasi) 도착

사트나(Satna)를 정시에 출발했던 기차는 바라나시(Varanasi)에도 정시에 도착한다. 도착시각 새벽 4시. 여명이 밝으려면 아직도 한참인 이른 새벽의 바라나시 역엔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다.

우선 해 뜰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역 안에 안전한 웨이팅 룸을 찾는다. 어딨나? 어딨나? 한참을 찾아다녔는데 못 찾겠다. ㅠ.ㅠ

다행히 역사 안에 몇 안 되는 의자를 운 좋게 맡을 수 있어 그나마 아쉬운 데로 나름 편히 시간을 보낸다. 고개를 들어보니 머리 위로 주먹 4개 만한 쥐들이 줄타기하듯 줄지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처음엔 놀랐는데 한 두 마리도 아니고 자꾸 보니 신기하고 귀엽다. ㅋㅋㅋ

이른 새벽에 갑자기 출출하여 먹을게 뭐가 있나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가져와 아직까지 배낭 속에 꽁꽁 갇혀있던 참치캔이 문득 생각난다. 옳다구나! 그동안 다른 짐에 밀려 배낭 제일 아래까지 내려가 있던 참치캔을 따 허기를 달래 본다. 고추참치도, 야채참치도 아닌 찌개용 참치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감탄하며 자꾸 줄어듦을 아쉬워한다. ㅋㅋㅋ

 

새벽4시-바라나시역
▲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새벽 4시의 바라나시 역

 

복잡한 미로 골목, 바라나시에서 숙소 잡기

바라나시에 드디어 여명이 밝았다. 먼저 숙소를 잡아야 하기에 미리 알아둔 샨티 게스트하우스(Shanti Guest House)로 향한다. (오토릭샤 20루피)

이 게스트 하우스는 릭샤에서 내려 한참을 골목을 따라 걸어가야 나오는데 알고 보니 이 지역이 다 이렇다. 좁은 골목골목 때문에 까딱했다간 길 잃어버리기 딱 좋은 곳이다.

오토릭샤 운전사는 자기가 여기까지 데려다줬으니 20루피에 돈을 더 얹어 달라한다. 거참... 이 친구가 날 호구로 아나? 그냥 웃으며 무시한다. 주위 사람들 보니 다들 20루피 받고 가는구먼 갑자기 뭔 소리래?

미로같은-바라나시-골목길
▲ 미로같은 바라나시 골목길

이 게스트 하우스는 "친구 따라 인도 가기"라는 한국 단체배낭팀이 주 고객이라 그런지 당시 한국인에 한해 15%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정말 한국인들 대단하다.ㅋㅋㅋ

또한 아침 6:30분과 오후 4:30분에 갠지스강에서 보트(Boat)를 타는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는데, 헐~ 이래저래 체크인하다 보니 벌써 그 시간은 넘어버렸다. ㅡ.ㅡ;;


충격의 바라나시 버닝가트

야간 이동으로 인한 지친 몸을 풀고 나니 날이 이제 제법 밝아졌다. 우선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가트(Ghat)로 나선다.

참고로, 가트(Ghat)는 '계단'을 의미한다. 인도인들이 강가나 호숫가에서 목욕이나 빨래할 때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하여 물 주변을 계단 형식으로 만드는데, 이를 가리켜 가트(Ghat)라 부른다.

특히, 힌두 최고의 성지인 이곳 바라나시에는 강가(Ganga) 강에서 목욕하며 의식을 치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힌두교도들이 몰려서 그런지, 정말 많은 가트를 볼 수 있다.

갠지스-강가-가트
▲갠지스 강가의 가트...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Manikarnika Ghat로 향한다. 일명 버닝가트(Burning Ghat)라고 불리는 이곳은 죽은 망자를 화장하는 가트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거의 연소가 다 되어 보이는 사채를 발견하여 한참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내 옆엔 이곳에서 일하신다는 아저씨가 다가와 이곳의 화장에 대해 이런저런 간략한 설명을 해주신다.

"지금 보고 계신 건 다 연소가 되어 뒤처리 중인 것이랍니다. 화장하고 남은 재들은 저쪽에 모아 갠지스강에 뿌리고, 보통 한 구의 시체가 완전히 화장되기까지는 3시간 정도 걸린답니다. 그리고, 이곳에선 다음 7가지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 화장하지 않는답니다.

① 동물
② 어린이
③ 뱀에 물려 죽은 이
④ 피부 곰보병 같은 것에 걸려 죽은 이
⑤ 사두와 같은 성직자
⑥ 임산부
⑦ 문둥병으로 손가락 등이 떨어져 나간 사람들은 이곳에서 화장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몸에 돌을 묶어 강 아래로 그냥 수장시키기도 하지요. 지금은 강물이 조용히 흘러 괜찮지만, 여름에 한바탕 비가 퍼부으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사채들이 떠올라 보트 타고 가던 사람들이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또한 죽은 사람의 카스트에 따라 화장하는 곳의 위치도 달라집니다.

브라만의 경우 저 위에 밖에선 사채를 직접 볼 수 없는 가려진 곳에서 화장을 하는 반면, 카스트 자체가 없는 사람들은 갠지스강가 바로 옆에서 화장을 합니다.
그리고 저 위로 가시면 돈 없는 노인들이 성스러운 이곳에서 죽음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음 맞이하기 위해 기다린다니, 충격이다. 과연 이곳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릴만한 그토록 성스러운 곳이란 말인가. 많이 해본 솜씨의 아저씨의 설명은 계속된다.

"우기 때는 강물이 불어 가트에서 다른 가트로 쉽게 이동할 수 없지만 지금 같은 건기엔 물이 많이 줄어 쉽게 이동할 수 있죠. 전 돈 없는 이들에게 공짜로 화장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여유가 되시면 장작 1kg이라도 적선하시어 좋은 업을 쌓으시기 바랍니다. 고품질의 장작은 킬로그램 당 100루피 정도 하고 그보다 못한 것들 중엔 80루피 정도 하는 것도 있답니다."

난 마지막에 좋은 업을 쌓는 일에 잠시 머뭇거리다 그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여행 중이라 돈이 넉넉하지 않아 그렇게 많이는 못 드리고요, 조금이나마 보태겠습니다."
하며 30루피를 그의 손에 맡겼다.

비록 그가 허튼 곳에 쓰더라도 그건 그가 나에게 제공해준 값진 정보의 대가려니 생각했다. 너무 적게 준건 아닐까?

화장터엔 인육 타는 역한 냄새를 가리기 위해 장작으로 함께 태우는 향나무 냄새가 진동하고, 타고 남은 하얀 재가 눈 오듯 떨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저씨가 한 마디 덧붙인다.

"정오쯤이 되면 본격적으로 화장이 시작되니 그때 오시면 좋습니다."
그리곤 그 아저씨와 헤어졌다.


바라나시, 온통 죽음이 가득한 갠지스 강가

죽음... 화장...
왠지 기분까지 침울해진다.
가트를 따라 몇 분 걸어가니, 가장 번화하다는 메인 가트까진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근처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요기를 때우고 나서 갠지스강(River Ganga) 주변을 맴돌았다.
가트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보트 타고 유람하는 사람들, 그런 보트 타라며 호객하는 사람들, 개, 소, 염소들, 색다른 바라나시의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버닝가트 쪽으로 걸어갔다.

버닝가트에 도착하니 잠시 후 골목이 시끌벅적해지더니 시체 한 구가 실려 나온다. 실려온 시체는 갠지스 강물에 한번 씻기더니 화장할 차례를 기다리려는 듯 한 곳에 놓인다.

옆에서는 또 다른 한 아저씨가 아침에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주위 여행자들한테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있다. 대부분 아까 들었던 내용이었는데, 새로운 내용도 얼핏 들을 수 있었다.

사체를 덮고 있는 천의 색깔이 의미하는 것들이었다.
황금색은 Old Man, 주황색은 Old Woman, 흰색은 Young Man, 빨간색은 Young Woman이 죽었을 경우 덮는 천 색을 나타내는 것이라 한다. 아... 그렇구나.

일꾼 하나가 두껍고 묵직한 장작을 하나씩 옮긴다. 그리곤 하나하나 쌓아 사각형의 제단 같은 걸 만든다. 시체를 가져온다. 난 그냥 천으로 덮은 채로 화장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잠시 후 설마 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일꾼들은 그 덮개를 벗기더니 안이 훤히 비치는 얇은 천만으로 감싼 망자의 육신을 그 나뭇단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곤 작은 나뭇가지들을 몸 위에 몇 개 올려놓는다. 자세히 보니 아직 몸이 채 식지도 않은 것 같다. 사두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가 짚단에 불을 붙이고 주문 같은걸 외우며 그 주위를 몇 바퀴 돌더니 장작더미 아래로 불을 집어넣는다. 혹시나 꺼질까 봐 상주로 보이는 이와 여타 일꾼들은 불 붙이기에 한창이다. 불이 잘 붙게 하는 가루도 뿌리며...

시체를 덮고 있던 얇은 막이 타고나니 얼굴과 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불길이 치솟으며 연약한 육신을 태우더니 이내 몸뚱이는 없어진 듯 보이지 않는다.

이젠 상대적으로 불길이 세게 닿지 않는 머리 부분과 발부분만이 남아있다. 기름기가 쪽 빠지듯 살이 점점 타들어 간다.
잠시 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발이 다리에서 떨어져 나간다. 발이 붙어 있던 부분에는 앙상히 다리뼈만 남아 있다. 일꾼들은 떨어진 발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막대기도 툭툭 치며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

반대쪽을 보니 이곳 화장은 거의 끝난 모양이다. 물로 장작더미를 끄니 엄청난 수증기와 재가 마구 날린다. 또 다른 화장터에선 화장하는 불에 빨래한 옷들을 말리고 있다.

그네들이 빨래를 말리건 말건 상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한 일꾼이 한 마디 건넨다.

"화장 후 10일째 되는 날이 되면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불러 망자를 위한 파티를 합니다."
천국으로 간 이를 축하라도 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이 화장터는 너무나 조용하다. 누구 하나 울부짖으며 죽은 이를 애도하는 사람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조용하다 못해 엄숙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우리나라나 여타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인도-바라나시-갠지스강
▲ 갠지스 강은 계속 흐릅니다. 망자의 타버린 육신을 모두 품고...
인도-바라나시의-강가풍경
▲ 유유히 흐르는 갠지스 강... Ganga...

몇 시간을 그곳에 머물러 있었더니 한 일꾼이 다가와 막 가라고 야단이다. 하긴, 유족들의 기분도 이해를 해 주어야지 관광지도 아닌데...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이런저런 생각들과 아쉬움을 안고 버닝가트를 떠난다.


죽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바라나시

누구나 이곳 바라나시에 오면 죽음이란 것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죽음이라... 그 영원한 질문에 해답이 있겠냐만은...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진다. 숙소로 돌아와 한숨 자려고 누웠다. 누워서도 화장터에서의 그 모습들이 지워지지 않는다. 아... 그래도 잠은 잘 잔다. ㅋㅋㅋ

꽤 자고 일어나 해지는 걸 보러 나갔더니 짙은 구름(안개?) 때문에 해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왕 나온 김에 골든 템플(Golden Temple)이라도 가보려고 길을 나섰다. 미로 같은 바라나시 골목을 소똥을 피해 가며 이리저리 갔는데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제길.... 에라 모르겠다. 그냥 돌아가자!  한참을 헤맨 뒤에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혼자 밤에 바라나시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봉변을 당한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서 그런지 당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저녁다운 저녁식사를 하였다. 깜깜한 바라나시의 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는 게 또 다른 이가 이 세상을 떠난 모양이다.

난 이런 우울함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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