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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부처님의 최초 설법지 사르나트 - DAY 26

by Reminiscence19 2019. 7. 7.

인도 배낭여행 스물 여섯째 날 - 부처님의 최초 설법지 사르나트(Sarnath)

  • 바라나시에서 사르나트(Sarnath) 다녀오기
  • 불교 4대 성지, 사르나트(Sarnath)
  • 바라나시에서 싯타르 타블라 연주

썸네일-인도-최초설법지-사르나트


1월 29일 (화)

바라나시에서 사르나트(Sarnath) 다녀오기

아이쿠... 아침 6시 반에 보트 타고 일출 보러 나가야 했는데,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반갑게도 이곳 바라나시 샨티 게스트하우스에서 오차, 카주라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또 만났는데 오전 9시에 겨우 일어나 밥 먹고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잡담 좀 하다 보니 벌써 정오다. 헐~ (※ 그러고 보면 한국인 인도 여행자들 대부분 동선이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ㅋㅋㅋ)

오늘은 부처님의 최초 설법지인 사르나트(Sarnath)로 향한다. 사르나트는 이곳 바라나시에서 차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다.

사르나트까진 총 세 명이 함께 가게 되었다. 좁은 골목에서 나와 릭샤꾼에게 사르나트까지 오토릭샤 값을 물어보니 무려 100루피 이상을 요구한다. 이런 썩을 놈을 봤나! 흥정이 도저히 되질 않아 결국 우린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로컬버스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장정 세 명이 사이클 릭샤에 올라탔더니 앞에서 운전하는 릭샤 아저씨가 무척이나 힘든 모양이다. 그래도 다른 릭샤왈라보다 좋은 체격을 갖고 있어 미안함은 덜한다. ^^;;

사이클 릭샤의 불편한 자리 때문에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뛰어내렸다.

난 사르나트행 버스를 알아보러 갔는데, 같이 있던 누나와 동생이 아직 릭샤꾼하고 무슨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다가가 물어보니 글쎄 이놈이 한 명당 20루피 아니었냐며 대뜸 60루피를 내놓으라고 한다. 이런 미친... X를 봤나!

"이보셔! 내가 이래 봬도 인도 온 지 한 달 됐는데 여기 물가도 모르겠냐고! 이것이 어디서 사기 치려고 수작이야!"

하고는 인상을 팍 쓰고, 누나 손에 들려 있던 20루피를 낚아채 릭샤꾼 손에 쥐어주려 하였다.

하지만 그 릭샤꾼은, 계속 60루피를 달라며 돈을 받지 않는다.

"참네... 네가 안 받으면 어쩔 것이여!!"

다시 한번 눈에 온갖 힘을 팍 주곤 릭샤 위에 20루피를 던지고 뒤돌아 나왔다. 릭샤왈라가 뒤에서 막 뭐라 뭐라 하는 것 같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 시작이 별로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우리는 버스 바닥이 군데군데 뚫려 바닥이 보이는 인도에서도 최악의 버스에 올라탄다. 그리고, 40분 정도 가고 나니 사르나트 근처에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물어 물어 대충 방향을 잡고 Walking!!! Walking!!! Walking!!! 몇십 분 후에야 우리가 목적한 곳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불교 4대 성지, 사르나트(Sarnath)

우선 눈 앞으로 크게 보이는 것이 Mulgandha Kuti Vihar와 그 옆에 위치한 Bodhi Tree, 그리고 Dhamekh Stupa다.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과 기존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사원 때문에 기분까지 업되는 것 같다.

사원 문이 잠시 후 열린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보니 황금색 본존불이 서서히 그 모습을 나타낸다. 불상의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눈이 부실 정도로 광채를 내며 빛나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뒤이어 들어온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갑자기 절하기 시작한다. 오체투지... 이곳 사람들도 전신을 완전히 앞으로 쭉 뻗어 본존불 앞에서 불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사르나트-Mulgandha Kuti Vihar
▲ Mulgandha Kuti Vihar
인도-사르나트-황금본존불
▲ 황금빛 본존불에 순례객들은 오체투지하고 있습니다.

사원의 내부 벽엔 온통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대충 보니 부처님의 탄생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것인 듯 보인다.

개인적으론 그다지 인상적인 벽화들은 아니었지만, 열반한 부처님 주위에 둘러앉아 슬피 우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어제 방문한 정적의 바라나시 화장터가 갑자기 오버랩된다.


자리를 사원 옆에 보디 트리(Bodhi Tree), 보리수나무로 옮긴다. 그 커다란 나무 아래에는 부처님이 처음으로 5명의 제자에게 설법할 당시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곳이 바로 부처님이 최초로 설법하신 자리구나.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위대한 성인의 가르침을 혹시나 느낄 수 있을까 조용히 눈을 감아 보았다. 결론은 사랑이다. *^^*


인도-사르나트-부처님의-최초설법모습
▲ 부처님이 최초로 설법하신 장면을 표현한 동상도 볼 수 있습니다.
인도-사르나트-보디트리
▲ 절 옆의 Bodhi Tree... 보리수 나무

사원 뒤편엔 새 몇 마리, 악어 몇 마리, 사슴 몇 마리만으로 꾸며진 작은 동물원이 있다. 동물원인 줄 모르고 들어갔다가 후회막급하며 나온다. 다행히 입장료는 2Rs밖에 안 한다. 그만한 가치도 없지만. ㅋㅋㅋ

저쪽 편에 커다랗게 우뚝 서있는 다멕 스투파(Dhamekh Stupa)를 밖에서 대충 보고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식당 옆에서 "녹야원(KOREAN TEMPLE) 600m"라는 간판을 발견하곤 호기심에 한번 가보기로 한다.

나름 600m 정도 갔다 생각했는데, 도무지 어딘지 찾을 수가 없다. 에라... 뭐 한국에도 절 많으니까 그냥 가자 싶어 되돌아 나갔다.


인도-사르나트-Dhamekh Stupa
▲ Dhamekh Stupa 앞에서

주변 상점에서 이것저것 아이쇼핑을 하다 별다른 소득 없이 바라나시로 돌아간다. 다행히 바라나시로 돌아가는 길에는 너무나 양심적인 오토릭샤 아저씨가 3명에 45루피로 해주셔서 편히 돌아올 수 있었다.

모든 릭샤비 흥정할 땐 반드시 확인하는 버릇이 이때부터 생긴 것 같다.

"이 금액이 3명 총 토탈~ 금액이고, 각자 개인 금액은 절대 아니라고!"



바라나시에서 시타르 타블라 연주

미로 같은 바라나시 골목은 몇 번 갔던 길도 계속 헷갈린다. 역시나 이번에도 숙소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다. 한참을 헤매다 그래도 숙소에 무사히 도착은 했다.

저녁 먹을 때가 되자 아는 누나가 근처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가자하여 따라나섰다. 오홋! 한국 가요에 한글 메뉴~ 그리고 좁은 식당(?) 카페(?) 안에 가득 들어찬 한국 사람들. 마음이 푹 놓이는 걸 보니, 난 정말 조선 사람인가 보다. ㅋㅋㅋ

식사를 마치니 한 아주머니께서 1인당 20루피 정도 내고, 싯타르와 타블라 연주를 듣지 않겠냐며 제안을 하신다.
"저야 좋죠!!"


잠시 후 연주가 두 분이 오시더니 바로 연주가 시작된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전이 되었지만, 싯타르와 타블라 연주는 끊이지 않는다. 촛불이 켜지고 두 연주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연주하고 있는 두 사람의 열정과 그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선율에 나의 모든 감각을 집중시킨다.

아... 마땅히 표현할 말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 짧은 표현력의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 ㅠ.ㅠ

연주가 끝나고, 전기 들어올 때까지 분위기 좋은 촛불 앞에 계속 앉아 있었다. 그런데, 골목 저쪽 어디서부터 종소리가 다가오는 것 같다.

2층인 식당 창 밖을 쳐다보니 아래로 황금색 천을 씌운 시체 한 구가 사람들에 이끌려 옮겨지고 있다. 어느 할아버지께서 또 세상을 하직하셨구나. 잠시 후엔 흰 천을 씌운 시체가 운구되었고, 그와 같은 행렬은 띄엄띄엄 계속된다.

전기가 다시 들어오자 식당 오디오에선 조관우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가 흘러나온다.
"당신은 모르실꺼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월이 흘러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

우중충한 날씨와 좁고 복잡한 골목길, 그리고 화장터의 자욱한 연무 때문에 그런지 바라나시에선 계속 마음이 편치 않고, 우울한 기분만 든다.

인도를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이곳 바라나시를 인도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라 꼽는데, 그들은 이러한 기분이 좋았다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모를 또 다른 것들을 느끼고 돌아간 것일까? 아무래도 난 내일 저녁에 보드가야로 떠나야겠다.

바라나시...
그래도, 가장 인도다운 곳임을 부인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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