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17 - 아스완에서 이른 새벽, 아부심벨 투어 후기
- 새벽 3시 반, 아부심벨로 출발
- 아스완에서 아부심벨로 향하는 투어 행렬
- 달리는 사막에서 맞이하는 일출
- 아부심벨 신전 도착, 눈부신 나세르 호수
- 람세스 2세의 아부심벨 신전
8월 23일 (토) - 첫 번째 이야기
새벽 3시 반, 아부심벨로 출발
한 여름 이집트 남부 아스완의 새벽, 한낮의 강렬했던 열기를 여전히 머금은 건물 내부는 아직까지 덥다.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에어컨이 켜진 허름한 배낭여행자 숙소 안은 무척 건조하기까지 하다.
아스완에서 출발하는 아부심벨 투어가 시작하는 시간이라 일러준 시각은 새벽 3시 반이다.
약간 꼼지락거리다 십 여분 늦었더니 왜 이리 늦었냐고 면박이 말이 아니다. 나야 뭐, 그보다 훨씬 전에 일어나 샤워까지 했지만 같이 가는 일행들이 조금 늦었다.
늦게 도착했지만 운 좋게 미니버스 앞자리를 선점했다. 그리곤 출발~ 아직 어둠이 한창인 아스완 거리를 달린다.
지금은 8월의 한여름, 이곳은 이집트 남부이지만 한 밤중 거리에선 약간 서늘한 감도 느껴진다. 건물 내부만 더웠던 것이다. ㅠ..ㅠ
아스완에서 아부심벨로 향하는 투어 행렬
새벽에 투어 버스들이 아스완의 어느 한 지역에 집결하는 걸 보니 아스완에서 아부심벨로 향하는 투어버스는 한 번에 모여 줄지어 가야 하는 모양이다.
큰 대형버스를 비롯하여, 미니버스, 자가용 등 오늘 밤 아부심벨로 향하는 각종 차량들이 제법 많다. 아무래도 몇 해전 아부심벨로 향하는 투어버스에 가해진 폭탄테러 때문인 듯 투어 차량들을 별도 호송하여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새벽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아부심벨로 향하는 미니 버스가 출발한다. 수많은 차량들과 사이좋게 나란히 줄지어 달린다.
아스완 댐(아스완 하이댐과는 다른 것)을 지나 가로등을 밝힌 거리를 달린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고, 졸음이 무지하게 쏟아졌다. 정말 쥐 죽은 듯 조용히 잠들었다.
달리는 사막에서 맞이하는 일출
차에서 잠을 자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름대로 최선의 포즈, 가장 편한 자세로 바꿔가며 자게 마련인데, 미니버스 앞자리에 혼자 앉은 나는 옆으로 완전히 누워 자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자고 일어났더니 허리 한쪽이 무지 뻐근하긴 했지만, 목 받침 도 없는 뒷자리에서 힘들게 자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니 그나마 여기가 상석이다.
잠도 잘 만큼 잤겠다, 이젠 조용히 눈뜨고 밖을 바라본다.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은 서서히 미명을 밝히며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사막을 비추고 있다.
미니버스는 전속력으로 아부심벨로 향하고 있다. 운전사 아저씨는 속도계를 가리키며 속도계 사진을 찍으라 한다. 아저씨 생각에 시속 130킬로미터가 아마 어마어마한 속도였나 보다. 시속 180킬로 정도 되면 제대로 찍어줄라 그랬는데... ㅋㅋㅋ 플래시만 번쩍~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이 떠오른다. 사막의 언덕 저 너머로 눈부시게 떠오른 태양은 황량한 사막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정말 사막에서의 일출은 너무나 멋있었다. 이제 갓 떠오른 태양이기에 반대편에 드리운 미니버스의 그림자는 너무나 길게 늘어져 있었다. 차의 앞뒤엔 역시 아부심벨로 향하는 투어버스들이 줄지어 가고 있다.
아부심벨 신전 도착, 눈부신 나세르 호수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드디어 아부심벨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장권을 끊어 마치 산책길을 산책하듯 작은 언덕을 돌아 걸어간다.
언덕을 돌아가니 커다란 나세르 호수가 우릴 맞이한다. 호수 위에는 어디로 가는지 모를 배가 한 척 떠 있다. 아직까지는 햇살이 바삭바삭 맞을만하다.
조금 더 돌아들어갔을 때, 언덕 반대편에 서서 떠오르는 태양과 나세르 호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아부심벨 신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와~ 사진으로만 보던 그 아부심벨이다.
람세스 2세의 아부심벨 신전
아부심벨이라면, 대부분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인해 수몰 위기에 있던 고대 이집트 신전이 유네스코(UNESCO)의 헌신적인 노력과 당시의 최고의 기술로 기존보다 65m 높은 곳으로 이전을 성공시켰던 대공사로 유명하다.
이 신전은 이집트 제19 왕조의 유명한 람세스 2세가 자신을 위해 지은 신전이며 그의 왕비인 네페르타리를 위한 신전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22m 높이의 4개의 거대한 람세스 2세 상이 신전 앞쪽에 앉아 있는데, 그중 하나는 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1960년대에 아스완 댐 건설로 인해 수몰 위기에 몰려 있던 이 신전은 1964년부터 1972년까지 세계 50여 개국의 국제원조와 유네스코의 지원을 통해 원래 위치보다 65m 높은 현재의 장소로 이전되었다. 당시 비용만 3,60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가 깃든 아부심벨 신전 앞에 서서 입을 벌리고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봤다.
예전부터 사진으로 봐왔기에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졌기 때문이다. 역시, 백번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한 번 가서 실제로 보고 느껴보는 게 무엇이든 낫다.
신전 안으로 들어가 본다. 신이 된 모습의 람세스의 여러 석상과 몇 개의 방, 그리고 벽에 그려진 수많은 벽화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진도 찍고, 가이드 투어로 온 사람들의 설명도 은근슬쩍 훔쳐들으며, 나름대로 내 기억 속에 간직하고자 애쓴다.
람세스 2세를 위한 아부심벨 신전을 보고 나서 바로 옆에 위치한 네페르타리 신전으로 향한다. 네페르타리 소신전은 람세스 신전보다 작았지만 나름 아기자기한 멋이 있었다. 특히 신전 내부 벽에 조각된 네페르타리를 묘사한 여러 개의 여인 얼굴 조각상은 여느 곳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이래저래 아부심벨 시전 구경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니, 이제 슬슬 무시무시한 더위가 시작되려고 한다. 투어가 새벽부터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서서히 깨닫는 중이다. ㅋㅋㅋ
돈 받는 화장실을 운 좋게 무료로 이용하고, 음료수 하나를 들이켠다. 역시 이곳은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무엇이든지 무척 비싸다. 작은 기념품도 하나 사려 했지만 가격표를 보곤 돌아선다.
투어버스는 아부심벨을 출발하여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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