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산사태로 막힌 도로 넘어 루앙 프라방에서 방비엥 가는 길 - 메콩강 따라 11박 12일간의 태국 북부, 라오스 배낭여행 - DAY 7 - 두 번째 이야기
- 미니버스 타고 루앙프라방에서 출발
- 산사태로 막힌 도로
- 라오스 산골마을 구경
- 루앙프라방에서 8시간 걸려 방비엥 도착, 숙소 구하기
- 방비엥에서 저녁 시간

미니버스 타고 루앙프라방에서 출발
우여곡절 끝에 루앙프라방을 출발한 미니버스는 루앙프라방 도심을 벗어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운전사는 오르막 길엔 에어컨을 끄자며 문을 열라 한다. 이래 놓고 에어컨 차라고 광고하다니!!!
그렇게 급격한 오르막 길을 올라오고 나니 저 멀리 루앙프라방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길은 이내 산속으로 접어든다.
구불구불한 산길에 온 몸이 좌우로 휩쓸린다. 운전사가 차를 어찌나 험하게 모는지, 뒤를 보니 외국인 여행자들은 이미 초토화됐다. 아… 쏠려…
운전 잘한다는 빈말에 운전사는 현대차가 좋다며 이젠 미니버스 성능 테스트라도 할 태세다. 아~~ 미치겠다.
미니버스는 서너 시간을 그렇게 미친 듯이 달린다. 그리고 한 휴게소에 잠시 정차한다.
점심을 먹으라는데 다들 힘들어 지쳤는지 식사에는 생각이 없고 오레오 비스킷 조각만 부스럭대며 출발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멀미는 배가 고플 때 더 심한 법. 나와 아내는 오리 고기를 통째로 집어넣은 쌀국수 두 그릇을 시켜 먹는다. 옆에 앉은 라오스 사람들이 먹고 있던 게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국수가 나오고 국물 맛을 보니 와~~ 완전 끝내준다. 오래 고아서 그런지 삼계탕 국물 맛도 나는 듯.
고기랑 국물이랑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니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온다.


다시 미니버스가 출발하고 산속 길로 접어든다. 속이 든든해서 그런지 운전사가 운전을 살살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까보다는 멀미가 훨씬 덜하다. 역시 공복이 멀미의 주요 원인이었다.
잠깐 잠도 자다가 깬다. 창 밖은 여전히 원시의 자연이 펼쳐진다.
산사태로 막힌 도로
산속 도로에서 갑자기 차가 밀린다. 그러더니 아예 서 버린다. 도로는 온통 진흙 밭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와 무슨 일인지 살펴본다. 난 도로가 완전히 진흙 밭이라 신발 더러워질 까 봐 차 안에 있었는데, 한참 동안이나 소식이 없어 궁금해 나가 본다.
얘길 들어보니 엊그제 내린 폭우로 토사가 도로로 무너져 길이 막혀 있는데, 그 토사 위로 급하게 만든 길에 대형 트럭이 오도 가도 못하고 길을 막고 있다고 한다.
옆에는 포크레인이 연신 토사를 치우고 있고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죄다 투입되었는지 흙을 양동이에 담아 어디론가 바쁘게 나르고 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보니 사람들이 버스에 달라붙어 민다.
버스가 한쪽으로 밀려 길이 조금 뚫리는가 싶었지만, 도로 상태를 보니 아직은 산 넘어 산이다.
다행인 것은 포크레인 두 대가 연신 토사를 쓸어내며 버스 한 대가 겨우 통과할만한 길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아직 시간이 한참 더 걸릴 듯하여 이젠 작정하고 도로 옆 동네도 둘러본다.
도로가 자주 무너지는지 옥수수 같은 간식거리를 파는 아이들도 제법 보인다.






라오스 산골 마을 구경
그렇게 한참을 도로 주변 마을을 슬슬 구경하며 돌아다니는데, 진흙더미의 도로를 걷다 보니 신발이고 다리고 완전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관광객들이며 현지인들이며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아무도 걱정하거나 화내거나 조급해하지 않아 기분은 좋다.
뭐, 언젠간 가겠지. ^^;;;
두 어 시간을 그렇게 있다 보니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발을 씻고 차에 올라타는데, 마침 또 길이 뚫리기 시작한다.
다행인 것은 아직 길이 다 뚫리지 않아 미니버스만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제 미니버스로 표를 바꾸기 정말 잘한 것 같다.














루앙프라방에서 8시간 걸려 방비엥 도착, 숙소 구하기
그렇게 미니버스는 구불구불 라오스의 산악지대를 굽이굽이 돌아 한참을 달린다. 날이 개이고 구름 사이로 밝게 비친 라오스 밀림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물곤 잠시 휴식, 이제 산길을 벗어나 평지 길을 달릴 모양인가 보다.
루앙프라방에서 출발한 우린 8시간 정도 걸려 무사히 방비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비엥이라는 곳에 내린다. 위치를 확인해 보니 가이드 북에 나온 것과 달리 버스 정류장이 시내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
엊그제 확인 해 놓은 숙소까지 걸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글쎄 정류소에서 먹잇감을 찾아 으르렁거리는 툭툭 기사들은 정류장에서 시내까지 30,000 Kip을 부르고 있다.
콧방귀도 안 뀌고 5,000 Kip에 가자고 했더니 그냥 걸어가란다. 좀 심했나?
오기가 발동! 아내와 큰길로 나와 우선 좀 걸었는데, 툭툭 기사들이 안 따라온다.
어라? 이게 아닌데…
이만하면 좀 따라와야 하는데 기척이 없다.
하지만, 잠시 후 대중교통 수단으로 보이는 커다란 툭툭이 멈춰 서고 가격을 물어보니 1인당 5,000 Kip. 우리 둘이 10,000 Kip에 우리가 말한 숙소까지 갈 수 있었으니 결론적으론 성공한 셈이다.
정류소에서 시내까진 생각보다 엄청 멀었다. 걸어갔으면 그전에 탈진했을지도 모르겠다.
방갈로 같이 만들어 놓은 숙소에 여장을 푼다.
겉으로 봤을 땐, 상당히 운치 있어 보였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모기도 너무 많고, 냄새도 좀 나고, 숙소를 옮기자니 또 정보는 없다. 아… 귀찮은데 그냥 있자.
숙소 주인과 한바탕 옥신각신하여 에프킬러를 받아 뿌리고 나니 좀 지낼만한 것 같다.

방비엥에서 저녁 시간
방비엥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내일 있을 투어 프로그램(카약, 동굴 탐험 등) 예약과 방콕행 차편을 알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숙소를 나와 동네 구경을 하다 보니 벌써 날이 저문다. 급하게 한 두 여행사에 들어가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영 답변이 시원찮다. 한바탕 스콜이 엄청나게 퍼붓더니 전기까지 나가버려 암흑세상이 된다.
결국,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내 때문에 우선 투어는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방콕행 차편을 알아보는데, 마침 라오스-태국 국경부터 기차로 이동할 수 있어 기차로 이동하기로 한다. 시간이 늦어 발권은 내일 하기로 한다.
출출하다. 한국 음식점이 보여 거의 반사적으로 들어간다.
허름하지만 낯익은 메뉴에 이것저것 정신없이 주문한다. 둘이서 김치볶음밥, 김치칼국수, 닭 야채볶음, 음료수를 시켜 정신없이 먹는다. 정말 게눈 감추듯 음식들이 사라진다.
저녁나절 잠깐 둘러본 방비엥...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소문나 있는 방비엥은 여기가 과연 라오스가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벌거벗은 서양인 여행객들이 하루 종일 튜브를 어깨에 메고 수영복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동네였다.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나, 네팔의 터멜, 레이크사이드와 무척 닮았지만, 왠지 여행자들의 자세나 표정은 너무나 흐트러져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곳.
하루 종일 카페/레스토랑에선 미국 드라마 ‘프렌즈’가 상영되고, 그걸 누워서 하루 종일 멍하니 보고 있는 사람들로 우글우글 거리는 곳.
현지인과 여행자 간의 고성이 오가는 현장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고, 무언가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이는, 생각보다 그리 유쾌한 동네는 아니었다.
물론 이 모습은 한국인 여행자를 거의 보기 힘들었던 2010년 7월의 모습이다. 지금의 방비엥은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든 이것도 방비엥의 지금의 모습이니 다시 한번 살펴보자.
내일 투어를 하지 못하는 게 여간 아쉬운 게 아니지만, 그동안 힘든 일정에 제대로 쉬지도 못했기에 내일은 늦잠이나 한 번 자볼까 한다.
비가 밤새 무척 무척 무척 많이 내린다. 방갈로가 쓸려 내려가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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