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의 독일, 프라하 배낭여행 - ICE 타고 울름에서 아우크스부르크 거쳐 뷔르츠부르크 가는 길 - DAY 04
- 흡연석에서 콜록콜록... 울름에서 아우크스부르크 가는 길
- 아우크스부르크에서 ICE 타고 뷔르츠부르크 가는 길
- 비 내리는 뷔르츠부르크, 아~ 춥다!!!
- 뷔르츠 부르크 시내, 그리고 유스호스텔에서
흡연석에서 콜록콜록, 울름에서 아우크스부르크 가는 길
울름에서 14:55분에 출발하는 아우크스부르크행 열차에 오른다. 오늘 목적지인 뷔르츠부르크로 가기 위한 직통 열차가 울름에선 없기 때문에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갈아타야 한다.
이 열차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열차였는데, 내가 독일 와서 탄 열차 중에 사람이 가장 많았다. 마땅히 앉을 곳이 없어 한참을 헤매다 겨우 빈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그러면 그렇지... 흡연석이다.
뭐, 40~50분 정도 탈 건데 사람들이 피워봤자 얼마나 피우겠어... 하고 그냥 앉았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젊은 처녀, 총각들까지 주변에서 아주 줄담배를 피워댄다. 게다가 비 흡연석에 앉은 사람들까지 합세해서 완전 굴뚝이 따로 없다.
지정 흡연석이라 서로 동질감이 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피는 양보다 다들 몇 배는 더 곰방대를 빨아대는 것 같다. 아악~~~ 숨 막혀 죽을 지경이다.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아 보지만, 몇 분 되지 않아 손수건 사이로 그 죽음의 연기가 스멀스멀 스며든다. 그래도 흔들리는 차에서 서서 가느니 그냥 좀 시달리자...
그 굴뚝 속에서도 꿋꿋이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보니 오늘도 다리가 아프도록 걸은 모양이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ICE 타고 뷔르츠부르크 가는 길
열차는 40분 만에 아우크스부르크 역에 도착한다. 역 앞 광장에 잠깐 나가보니 도시가 꽤 큰 느낌이다. 뷔르츠부르크로 가는 시간표를 찾아본다.
독일의 초고속 열차 ICE가 대부분이다. ICE는 무조건 예약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예약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열차 패스가 있어도 예약을 해야 하는 ICE는 몇 개 없다. 또 하튼 데다 돈 썼음.
30분 동안 역 앞 분수대에 앉아 있다가 다시 뷔르츠부르크로 출발한다. 오늘 하루 기차 하나는 정말 종류대로 엄청 탄다. 예약 표에 좌석 번호가 적혀 있기에 거기에 앉아야 하는 줄 알고 한참 찾다가 차장한테 물어보니 그냥 아무 데나 앉으란다. 사람이 별로 없어 상관없다나?
처음 타보는 ICE(Inter City Express)...
솔직히 속도를 기대했었는데, 내가 탄 구간에서는 162km/h이상 속도를 내지 못한다. 아무래도 고속철도 전용 선로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약간 굽은 선로에서는 100km/h 정도밖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 뭐, 이 정도면 일반 기차랑 전혀 다를 게 없다.
그래도 실내는 다른 열차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아늑하고 조용하다. 그리고 정차하는 정거장이 몇 개 되지 않아 뷔르츠부르크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비 내리는 뷔르츠부르크, 아~ 춥다!!!
뷔르츠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진다. 꽤 많이 내린다. 주룩주룩...
우산을 받쳐 들고 유스호스텔에 전화를 건다. 어깨에 짐을 짊어지고 한 손에는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과 메모지를,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에는 우산을, 수화기는 턱과 어깨 사이에 낀 채로 전화를 건다.
다행히 자리가 있다고 한다. 가이드북 지도를 보고 유스호스텔까지 찾아간다. 그런데, 비가 좀 심하게 많이 내린다. 샌들을 신고 있어 양말도 다 젖고, 청바지도 아래쪽이 흠뻑 젖었다. 게다가 발까지 시리다. 완전 최악이다.
그 와중에서도 대성당 앞이나 알테 마인교에서 사진기를 꺼내는 내 자신이 싫다. 내가 무슨 사진작가라도 되냐?
비가 내려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대부분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우선은 짐부터 놓고 오자는 심사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뷔르츠부르크 시내, 그리고 유스호스텔에서
뷔르츠부르크 유스호스텔은 마리엔베르크 요새 바로 아래 위치한 고풍스러운 건물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안내를 받고 방으로 들어간다. 4층을 배정받았는데, 아무래도 열쇠를 따고 들어가는 걸 보니 이 층에 묵는 사람은 내가 유일한 것 같다. 그 넓디넓은 호스텔 한 층을 혼자 쓰려니 약간 으스스하기도 하다.
옷을 갈아입고, 허기를 달래러 다시 밖으로 나선다. 바지가 마땅한 것이 없어 짧은 바지를 입고 나갔더니 오매~ 추워 죽겠다.
따뜻한 네팔에서만 생활하고, 한 여름에 유럽이 무척 덥다는 뉴스를 들은 난, 짧은 바지와 면티만 잔뜩 챙겨 왔다. 하지만 막상 독일에 도착하고 나니 이거 추위가 생각보다 장난이 아니다. 안 그래도 쌀쌀한데 날씨는 매일매일 흐리고 비 내리고, 완전 판단 미스다.
아무튼 추위에 벌벌 떨며 도착한 뷔르츠부르크 시내. 아까보다 더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은 큰 슈퍼마켓에 들어간다. 부족한 대로 샐러드 하나, 빵, 맥주 한 병을 사서 나올 수 있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이 슈퍼마켓도 문을 닫을 뻔했다. 아직 해도 안 떨어졌는데 도대체 이 동네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 비는 이제 그칠 때도 되었건만 계속해서 흩뿌리고 있다.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다는 뷔르츠부르크의 알테 마인교 풍경은 상당히 분위기 있다.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마리엔베르크 요새 또한 희미한 물안개 속에 휩싸여 신비스러운 느낌까지 자아낸다.
숙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다.
헉... 병따개가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숟가락이 있다. ^^;; 처음에는 힘들게 따다가 독일 와서 몇 번 해보니 이제 거의 도가 트였다. 그래도 딸 때 위에 전구가 있는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오늘도 상당히 피곤한 하루였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뭐 제대로 구경하진 않았지만 오늘 들린 도시만 4개. 앞으로 일정에 여유를 좀 둬야겠다.
내일 아침 10시에는 로만틱 가도 버스를 탄다. 뷔르츠부르크의 레지덴츠가 9시에 문을 여니 잠시 구경하고 가야겠다. 그러고 보니 내일도 아침부터 꽤나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이렇게 피곤해하면서도 또 보고 싶고, 찾아다니고 싶은 걸 보면 나도 영락없는 여행자인 모양이다.
9월 중순, 비 내리는 독일 뷔르츠부르크의 밤... 꽤 춥다.
이곳에 올리는 독일 여행기는 코이카 (KOICA)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던 2005년 9월, 국외 휴가 기간을 이용한 독일 및 체코 프라하 배낭여행 기록입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15년 전 독일의 모습과 20대 시절 독일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감정을 가끔씩 기억하고자 부끄럽지만 수정 없이 이 공간에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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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배낭여행 - 뷔르츠부르크 레지덴츠, 세계 최대 천장 프레스코화
독일 배낭여행 - 뷔르츠부르크 레지덴츠, 세계 최대 천장 프레스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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