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여행 - 레그지라(Legzira) 대자연이 만든 아치, 시디 이프니까지 히치하이킹 실패담
- 윈도우10 배경화면의 레그지라
- 모로코 티즈니트에서 레그지라 가기
- 비 내리는 날 레그지라 도착
- 레그지라 근처 마을에서 점심식사
- 아치형 바위로 해변 따라 걷는 길
- 신기한 자연의 걸작, 레그지라
- 레그지라에서 시디 이프니로 가는 방법, 히치하이킹?
윈도우10 배경화면의 레그지라
윈도 10을 로그인하다 보면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풍경사진으로 매일 로그인 화면이 바뀐다.
어느 날 바다를 향해 달려갈 듯 뻗은 거대한 바위와 그 바위 아래를 쉼 없이 부딪혀 동굴을 만들고 있는 바다가 만든 아치 모양의 인상적인 사진 한 장을 봤다.
찾아보니 바로 모로코 남부에 위치한 레그지라(Legzira)다. 레그지라는 모로코 남쪽에 위치한 시디 이프니에서 북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에게는 아래 윈도우 10 로그인 화면으로 더 익숙한 곳으로 바다를 향해 발을 내딛는 듯 한 아치형 바위의 모습이 무척 신기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모로코 티즈니트에서 레그지라 가기
모로코 남부 티즈니트에서 시디 이프니로 향하는 로컬 버스(녹색 버스)를 타지 못해 결국 그랑 택시를 타고 레그지라로 바로 향한다.
택시는 티즈니트를 출발해 중간 지점부터 구불구불한 해변 도로를 달리는데 약 한 시간 정도 걸려 레그지라에 도착한다.
버스를 타고 오면 메인 도로가에 내려서 한참을 걸어 내려가야 하지만 택시를 타고 오니 바로 절벽으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데려다준다. 역시 돈이 좋긴 좋다. ^^;;;
※ 티즈니트(Tiznit)에서 레그지라(Legzira) 가는 길 (63km)
비 내리는 날 레그지라 도착
그랑 택시에서 내리니 눈앞으로 드넓은 대서양 바다가 펼쳐진다. 아쉽게도 하늘은 잔뜩 흐려 한바탕 비라도 금방 쏟아질 듯하다.
레그지라 바위 아치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해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내려가야 한다.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간다.
해변에는 저렴한 숙박시설과 레스토랑 몇 곳이 운영 중이었지만 관광객이 많이 보이진 않는다.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2016년에 무너진 코끼리 바위 때문인지 몰라도 관광지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레그지라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아치형 바위가 2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인 코끼리 바위가 2016년 균열이 발생하여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ㅠ..ㅠ
레그지라 근처 마을에서 점심식사
마을에서 레그지라 아치 바위까지는 걸어가는데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점심을 먼저 먹는다.
레스토랑이 몇 곳 있지만 그냥 거기서 거기겠지... 하며 생각하는 중, 그나마 우릴 향해 손짓하는 한 식당으로 들어간다.
가장 무난한 따진 한 그릇과 모로칸 샐러드, 그리고 맥주 한 잔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라마단이 끝나 이제 식당에서 맥주도 마실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우중충한 하늘은 찬 운무를 계속 우리 쪽으로 뿌려대고 있다.
아치형 바위로 해변 따라 걷는 길
점심을 든든히 먹고, 해변 백사장을 따라 레그지라 아치형 바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조금씩 흩날리는 안개비 때문에 오늘 사진은 포기다.
드디어 저 멀리 드디어 웅장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레그지라를 바라보며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꽤 된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대자연의 걸작. 이걸 보러 여기까지 왔다.
신기한 자연의 걸작, 레그지라
아치형 터널을 통과하고 건너편으로 가 보니 여기서 거주했던 서양인들의 흔적들이 보인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 같은데, 몇 년간 이곳에 사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레그지라 벽면은 작은 자갈들이 사암에 무수히 박혀 있었는데, 어찌 보면 자연 클라이밍 장 같기도 하다.
건너편에 보니 2016년에 무너져버린 코끼리 바위가 칼에 잘린 듯 보인다. 아름다움을 더 보지 못하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이처럼 자연은 계속 살아 움직인다.
남은 아치 바위도 언젠가 저 코끼리 바위처럼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더 바닷물이 밀어 들어온다. 만조 때가 되면 물이 차서 아치를 건널 수 없기 때문에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
아쉽지만 레그지라는 여기까지만 둘러보기로 한다. 뭐... 딱히 더 볼 것도 없지만... ^^;;;
레그지라에서 시디 이프니로 가는 방법, 히치하이킹?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이제 시디 이프니로 가야 한다. 아까 택시를 타고 내려왔던 길을 뚜벅뚜벅 걸어 올라간다.
레그지라 마을에서 버스가 서는 메인도로까지도 오르막 길을 꽤나 걸어 올라가야 했다.
중간에 시디 이프니에 살고 있는 두 청년을 만나 같이 걸어간다. 얘길 들어보니 하필 오늘 오후 4시에 2018 러시아 피파 월드컵 예선 모로코와 이란의 경기가 있다고 한다.
지금 시간이 오후 3시니 앞으로 한 시간 안에 히치 하이킹이나 버스를 못 잡으면 꼼짝없이 3시간을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
두 친구 중 한 친구는 그냥 걸어가겠다며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 헐... 10km를 걸어간다고?
※ 레그지라 마을에서 버스 타는 곳까지 가는 길
차량 몇 대가 지나갔지만 전혀 속도를 줄여주지 않고 쌩~ 하니 지나친다.
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오후 4시가 되니 그나마 지나다니던 차도 거의 안 보인다. 완전 망했다. 건너편 반대 방향으로 오늘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티즈니트행 녹색 버스가 지나간다. 반대 방향도 운행한다는 얘긴데...
좀 더 기다려 볼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걷기 시작했다. 여기서 시디 이프니까지 10km이나 아무리 못해도 2~3시간이면 도착하겠지... 그 안에 버스라도 오면 잡아타면 되니 밑져야 본전이다.
어느덧 월드컵 경기는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했다.
도로를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이제 서로 말도 없다.
그리고... 10여분 정도 걸었을 때였나 보다. 히치하이킹을 포기하고 걷기에 집중하던 시간, 너무나 고대하던 녹색 버스가 도착한다.
부릉부릉 하는 엔진 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온몸으로 차를 세워 탄다. 너무 신난다. 요금도 2 디람 정도밖에 안 한다. ㅋㅋㅋ
두 시간여의 히치 하이킹에 실패한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로컬 버스를 타고 시디 이프니로 향하는 마음은 무척이나 즐겁다.
잔뜩 흐린 날씨 때문에 이번 레그지라 여행은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모로코 남쪽 한참 아래까지 내려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겐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러시아 월드컵 모로코 대 이란의 B조 첫 번째 경기는 후반 90+5분에 모로코의 자책골로 0:1로 아쉽게 패했다.
시디 이프니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 모여 있는 카페로 가 경기를 지켜봤는데 경기 막판 자책골로 허무하게 끝났다. 너무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겼으면 너무 좋았을 것을...
모로코 여행 - 아가디르, 악어공원, 카스바, 올인클루시브 숙박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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