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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다르질링 차밭, 케이블카, 히말라야 동물원 - DAY 31

by Reminiscence19 2019. 7. 12.

인도 배낭여행 서른한 번째 날 - 다르질링 (Darjeeling) 차밭, 케이블카, 히말라야 동물원

  • 쌀쌀했던 다르질링의 아침
  • 다르질링 히말라야 동물원
  • 다르질링 케이블카
  • 설표 (Snow Leopard) 보호센터
  • 다르질링 자연사 박물관
  • 다르질링 숙소 식당에서 수다 수다

썸네일-인도배낭여행-다르질링


2월 3일 (일)

쌀쌀한 다르질링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니 해가 마침 떠오르고 있다. 어제는 죽어라고 그 자태를 감추었던 히말라야 고봉들도 희미하게나마 그 모습을 보여준다. 잠시 바라보는데 이놈의 추위가 온몸을 파고든다. ㅠ.ㅠ 결국 사진 한 장만 달랑 찍곤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을 침대에서 뒤척였다.

다르질링-사진안개로-뒤덮인-다르질링
▲ 안개로 덮인 산골마을, 다르질링 풍경 (Darjeeling)

이 호텔엔 난방은 물론 뜨거운 온수도 안 나온다. (원래 묵기로 했던 Tower View 호텔엔 나온다고 함) 그나마 하루 한 양동이에 온수를 데워주긴 하는데 오늘따라 전기가 안 들어와 그것도 안된다고 한다. 헐...

얼떨결에 아침 식사를 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로 대충 눈곱만 떼어낸 다음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로 3일째 머리를 못 감았지만, 저 얼음장 같은 물로는 도저히 못하겠다. 양치질할 때도 이가 거의 뽑힐 정도였으니 말이다. (엄살 절~대 아뉨!!)

다르질링_교회
▲ 마을을 지나는 중 발견한 교회, 마침 주일이라 찬양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르질링 히말라야 동물원

다르질링 마을 중앙에 위치한 초우라스타(Chowrasta) 광장을 지나 한적한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동물원(Zoological Park)이 하나 나온다.

입장료는 10Rs. 인도에서 무슨 동물원이냐 하겠지만 이곳엔 다른 데서 보기 힘든 동물들이 꽤 많다고 한다. 동물원에는 흑곰, Red Panda, Snow표범, 야크, 시베리안 호랑이 등 주로 히말라야 산맥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있다.


전체적으로 한 번 둘러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다. 한참을 구경하다 나오는 길에 곰 우리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봤더니 글쎄, 산만한 곰 두 마리가 서로 부둥켜안고 싸우는고 있는 게 아닌가.

싸우는 건지 서로 애정행각을 벌이는 건진 몰라도 무척이나 힘든 모양인지 연거푸 씩~씩 거린다. 저 커다란 덩치에도 날렵함이 있어 사뭇 놀라기도 한다.

아무튼 신기한 것들 많이 보고 다음 일정인 케이블카를 타러 North Point로 이동한다.

다르질링동물원-흑곰
▲ 다르질링 동물원, 두 흑곰이 씩씩거리며 싸우는건지 장난치는건지... ^^
다르질링동물원-고산지대동물
▲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 사는 동물들...
다르질링동물원-레드판다
▲ 레드판다 RED PANDA, 어찌나 바삐 움직이던지... ^^
다르질링동물원-야크
▲ 이 털이 북실북실한 소가 고산지대에만 사는 그 유명한 야크입니다.

 

다르질링 케이블카

길을 따라 걸어간다. 깎아질 듯한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옥들이 내 눈엔 무척이나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한참을 계속 걸어가고 나서야 비로소 다르질링의 North Point가 나온다.

"이야~~~"

역시 포인트(Point)의 명성답게 눈앞 아래로 차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 케이블카는 저~~ 아래 위치한 Tekvar라는 작은 마을까지 데려다준다고 한다.

대략 길이는 1.2km 정도 되고, 인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케이블 카라고 하니 꽤 타볼 만 한가 보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61Rs) 두 명의 인도 사람들과 함께 케이블카에 탑승 유후~ 너무 신난다. ㅋㅋㅋ

다르질링케이블카-타고-차밭위를-가는중
▲ 인도 최초의 케이블카를 타고 다르질링의 차밭 위를 날아 봅니다.

같이 탄 인도인 친구들은 둘 다 캘커타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고 한다. 전공도 나랑 같은 전자공학이란다. 서로 신기해하며, 얘기하는 사이 케이블카는 차밭(茶海^^) 위를 날고 있다.

경사가 너무나 급해 어떻게 차를 재배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자세히 보니 마치 계단식 논처럼 한 그루에 한층 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 저걸 재배하고 수확하는 농부들이 매일 이곳을 오르내리려면 무척 고생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케이블카를 타고 막상 내려와 보니 차밭 외엔 전혀 볼 게 없다. 같이 내려왔던 친구들과 이리저리 사진 찍으며 돌아다녔는데, 몇 장 찍고 나니 이젠 마땅히 있을 곳도 없다. 작은 카페만 하나 달랑 있을 뿐이다. 게다가 두 친구들은 오늘 실리구리로 가야 한다며 서둘러 올라간다.

혼자 뭐하나... 고민하다 달랑 하나 있는 카페에 들어가 먹을 것 좀 시켜 먹는다. 카페는 케이블카 타는 곳 바로 앞에 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는 사람이 없다. ㅡ.ㅡ; 에라... 그냥 가자...

내려올 때와는 달리 올라갈 때에는 혼자 타고 간다. 거참... 케이블카 혼자 타고 올라가는데 왠지 기분이 묘하다. 훌쩍... 훌쩍...

반대편엔 한 인도인 가족이 내려오며 날 빤히 쳐다본다. 저 사람들이 나보고 뭐라 말하는 거지? ㅡ.ㅡ;; 나도 바라보며 손을 힘껏 흔든다.

다르질링케이블카-풍경
▲ 다르질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 생산지입니다.
다르질링케이블카-안에서본-풍경
▲ 끝없이 펼쳐진 차밭이 장관입니다.
인도-다르질링-케이블카에서-본-차밭풍경
▲ 흐린 날에도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설표 (Snow Leopard) 보호센터

다시 터벅터벅 돌아가는 길... 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돌아간다. 중간에 아까 올 땐 못 본 것 같은 간판이 보여 따라 들어가 보았다.

"SNOW LEOPARD BREEDING CENTRE"

간판이라 하긴 좀 그렇고, 그냥 허름한 시멘트 기둥에 분필 비슷한 것으로 글자만 적어 놓은 그런 것이었다. 입구에서 10Rs를 내고 아무도 없는 산길을 따라 2분쯤 걸어가니 조그만 사육장이 나타난다.

그 사육장 안엔 총 4마리의 설표(SNOW LEOPARD)가 사육되고 있었다. 옆에 있던 관리원에게 이게 다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이런 젠장... 괜히 들어온 것 같다. ㅠ.ㅠ
 

다르질링-설표
▲ 히말라야에 서식하는 설표 (SNOW LEOPARD)

 

다르질링 자연사 박물관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길은 아침에 오던 길이 그랬듯 너무 조용하고 예쁘다. 무엇보다 길거리에 소가 없어 좋았고, 둘째로 귀찮게 하는 릭샤꾼이 없어 좋았으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순수하고(인도인 빼고 네팔인이나 티베트인) 공기도 좋고 암튼 다~ 좋다. ㅋㅋㅋ

다만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하루 종일 뿌연 안개와 추운 날씨... 그래도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니 어쩌리...

물어 물어 자연사 박물관(5Rs)에 가 다시 한번 크게 실망한 뒤 숙소로 돌아온다. 난 왜 이렇게 박물관에 집착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ㅠ.ㅠ

다르질링-자연사박물관인도-다르질링-자연사박물관
▲ 다르질링 자연사 박물관, 솔직히 볼 만한 건 별로 없었습니다.

 

다르질링 숙소 식당에서 수다 수다

여느 때처럼 산장 같은 숙소 식당엔 다시 사람들이 모이고 또다시 이야기 한마당이 펼쳐진다. 내가 오늘 갔던 곳의 티켓들을 쫙 펼쳐서 보여주니 다들 그런 곳이 있느냐며 놀라는 눈치다. 그들에게 다른 곳은 가지 말고 동물원과 케이블카만 타보라고 권한다. 다음날 하나 둘 줄지어 동물원으로 향하던 모습이 문득 생각난다. ㅋㅋㅋ

시간이 지나니 이젠 나와 주인아저씨 스위스인 친구 리코 이렇게 세 명만이 따뜻한 난로가에 앉아 있다. 스위스에서 온 친구는 이제 감기 몸살이 좀 나은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힌두교도인 주인아저씨가 먼저 한마디 하신다.

"모든 종교는 다 한 뿌리에서 나와 갈라진 것이랍니다. 이 손을 보세요. 한 팔목에서 나와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뻗어지지 않습니까? 그중 이 팔목에 해당되는 종교가 바로 힌두교지요."

순간 발끈하는 리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물론 나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해 그냥 넌 그렇게 생각해라 하며 웃어넘기려 했건만, 글쎄 이 친구는 얼굴까지 붉힌다.

"야! 너 크리스천이냐?"라고 물어보니

"아니... 교회나 성당엔 안나 간지 오래지만 그래도 나라에서 뭐 적을 때마다 크리스천이라 적는다. ㅋㅋㅋ" 고 한다.
"한마디로 나이롱이구먼... ㅋㅋㅋ"

종교로 한바탕 언쟁을 하더니 갑자기 우리나라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이런... 아직 월드컵이 개최되기 전이라 그런가? 암튼 이래저래 땀 빼며 설명하는데 남북으로 왜 분단되었는지 또 물어보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15분 여간 짧은 영어로 엄청 헤맸다. 그래도 대충은 알아들었던 것 같다. 역시 서로 간 대화의 배려가 있다면 언어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다. ㅋㅋㅋ

스위스 이야기도 조금 들을 수 있었다. 그네들도 남자는 군대에 간다고 한다. 그러나 달랑 4개월... 봉급도 그 전 사회에서 벌던 만큼 주기 때문에, 대부분 군대 가기 전 돈 많이 주는 일자리를 구해 그만큼 받으려 한다고 한다. 그리고 45세까지는 1년에 2주일씩 훈련도 있다 하니 그건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26개월(지금은 18개월로 팍 줄었지만...)에 한 달에 딸랑 10$ (2002년 당시) 받는다 했더니 적잖이 놀라는 기색이다. 거의 국민 탄압 수준이라며. ㅋㅋㅋ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것이 분단의 비극 아니겠냐며 피식 웃는다.

그래도 요즘 군대는 월급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직업 군인과 격차는 어마어마한 게 사실.. 그렇게 그렇게 밤 깊은 줄 모르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리고, 장작이 다 떨어질 즈음 다들 방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오늘 밤은 정전이 안되어 밝다. 내일 새벽에 일출 보러 타이거 힐 (Tiger Hill)로 가기로 했는데 제때 일어날는지 모르겠다. 잔뜩 긴장하며 자야지!!! 아~ 내가 왜 알람 시계를 안 가져왔을까? ㅠ.ㅠ

있는 옷을 잔뜩 껴입곤 침낭 속으로 파고든다. 다르질링이 참 맘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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