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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 (2003)

요르단 배낭여행 - 이르비드 거쳐 요르단 수도 암만 도착 - DAY#4

by Reminiscence19 2021. 6. 6.

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4 - 이르비드(Irbid) 거쳐 요르단 수도 암만(Amman) 도착

  • 이르비드 도착, 한 터미널 식당에서
  • 이르비드에서 암만 도착, 숙소 잡기
  • 암만 시내 골동품 노점
  • 암만, 로마시대 원형극장, 시타델 구경
  • 요르단 수도 암만, 친절과 따스함이 가진 매력

썸네일-이르비드에서_요르단암만


8월 10일 (일) - 두 번째 이야기

이르비드 도착, 한 터미널 식당에서

국경에서 이르비드(Irbid)까지도 역시 삭막한 땅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길도 생각보다 꼬불꼬불했다. 이른 아침부터 긴장의 연속이라 피곤함에 잠이라도 자면 좋으련만 아직 긴장이 덜 풀린 탓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이스라엘-요르단 국경을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걸려 드디어 Irbid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야 살았다. 휴우~

요르단 수도 암만행 버스 티켓을 사고(돈 개념이 없어 큰돈 주고 잔돈 받았는데, 하여간 엄청 저렴했음) 시간이 조금 남아 끼니라도 때울 겸 터미널의 작은 식당으로 가 앉았다.

작은 밀전병 같은 거에 고기와 야채, 소스 등을 넣어 돌돌 말아 주는 음식을 시켰다.(이름이 뭐였더라... 듣긴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생각과 달리 정말 맛있었다.

가게 주인 아들이 내 옆에 와 앉는다.

“맛있냐? 콜라 줄까?”
“아니 괜찮다... 그냥 물 먹지 뭐...”

하나를 더 시켜 먹고 있는데, 녀석이 콜라를 한 병 툭 따더니 나더러 마시란다.

“으잉? 나 이거 안 시켰는데?”
“이거 그냥 마셔라. 내가 주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 우리 친구 아니냐! ㅋㅋㅋ”
“친구? 허허 그렇지 친구 좋다. ^^”

암튼, 이스라엘 같은 데는 뭣하러 갔냐고 막 화내는 그 녀석과 한참을 놀았다. 동유럽에서 쓰다 남은 동전도 몇 개 선물로 주고 말이다.

처음 만난 요르단 사람들... 이스라엘 이야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싸~ 해지며 돌변했지만, 무뚝뚝한 이스라엘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순진하고, 친절하고 정 많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요르단-이르비드터미널이르비드터미널_풍경
▲ 이르비드 버스터미널에서 한 끼를 해결합니다. 터미널 풍경~


버스 시간이 되어 정류소에서 기다리니 터미널 사무실의 아저씨들은 나보고 들어와 기다리라며 자리까지 내어주신다. 암만에서 대학에 다닌다는 친구들은 뭐가 그리 궁금한지 나한테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참!! 한국의 태권도는 이곳에서도 무척 유명한 모양이었다. 태권도라고는 티읕도 모르는 내가 약간 폼만 잡았는데도, 나보다 덩치 큰 녀석들이 자기한테는 사용하지 말아 달라며 혼비백산 도망간다. ㅋㅋㅋ 난 하나도 할 줄 모르는데... ㅋㅋㅋ

아무튼 그러한 모습을 보며, 이제야 비로소 사람 사는 동네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르비드에서 암만 도착, 숙소 잡기

내가 탈 이르비드(Irbid)에서 요르단 수도 암만(Amman)으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다. 짐을 짐칸에 맡기고 차에 오르는데, 아니!! 버스가 한국 버스다. 반가운 한글로 무슨 무슨 관광이라 적혀 있고 버스 내부의 번호판에도 내측 몇 번, 창 측 몇 번이라고 한글로 적혀 있는 것이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

다른 것이 있었다면 버스 중간에 문을 하나 더 달아 놓은 것과 사막의 태양빛을 차단하기 위해 짙은 색의 커튼이 모두 쳐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요르단으로 와 이래저래 업된 기분으로 오늘의 목적지 암만으로 향한다.

긴장이 약간 풀렸는지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벌써 암만이다. 종점인 아부달리 버스터미널에 내려 미리 알아 놓은 숙소로 찾아간다.

지도를 보며 찾아갔는데, 요르단 사람들은 내가 길이 어딘지 조금이라도 우왕좌왕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길을 안내해 주었다. 택시 기사들도 자기 택시 타라는 말 대신 어느 쪽으로 가면 된다는 말을 해줄 정도였다. 정말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서비스 택시(쉽게 말해 합승택시... 차 색은 흰색이며 암만에서 저렴하고 편리한 주요 교통수단임)를 타고 가면 될 거리를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난 걸어서 도착했다. (꽤 걸음 ㅠ..ㅠ)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 ‘클리프 호텔’ 대신 ‘파라 호텔’을 이용했는데, 별 차이는 없어 보였다. (3JD) 여장을 풀고 무작정 시내로 나섰다.


암만 시내 골동품 노점

차들로 꽉 꽉 들어찬 암만 시내는 여느 도시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활기 있는 모습이다. 암만의 주요 볼거리가 뭐가 있나 살펴보았더니, 대부분 볼거리는 모두 시내에 위치해 있는 모양이다.

우선, 길가던 중에 우연히 찾은 님프 신전 터를 한번 휘익 보곤, 로마시대 원형극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뭐... 유적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길을 다니며 사람들 구경도 하고, 무단 횡단하는 스릴도 맛보기 위해... ^^;;

암만시내여행-님프신전
▲ 암만 시내 한 가운데 있는 님프 신전입니다. 그냥 폐허


길을 가는데 한 골동품 노점에 내 눈길이 멈춰졌다. 옛 지폐 가운데 유난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띈다. 바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그려진 이라크 디나르 지폐였다.

이제 얼마 후면 이 화폐가 폐기되고 새로운 지폐가 나온다 하니, 돈의 가치는 사라지고 레어템으로서의 소장가치가 있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미국의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져버려, 이젠 초라한 골동품이 되어버린 사담 후세인 초상의 지폐가 권력의 허망함과 전쟁의 아픔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 주었다.

암만시내여행-골동품노점
▲ 암만 시내 거리의 골동품 노점, 사담 후세인이 그려진 이라크 돈도 보입니다.


내가 관심 있어하니 골동품 상인 아저씨는 이것저것을 보여주신다. 로마시대 주화를 비롯하여 옛 체코슬로바키아의 지폐와 동전들... 안 그래도 평소에 동전과 지폐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것저것 구경에 열중하다가 나중에 이라크 지폐만 몇 장 구입하였다.

지나가던 한 일본인 친구도 호기심이 있었는지 내 옆에 앉아 흥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ㅋㅋㅋ

“아저씨 이 골동품들 사진 찍어도 돼요?”
“어~ 그럼 찍어”
“그럼 아저씨 여기에 좀 앉아보세요...”

그런데, 이 말을 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아저씨는 카메라를 피해 혼비백산 도망치시는 게 아닌가.

“왜 그러세요?”
“여기 물건만 찍고, 난 찍지 말게... 괜히 경찰 손에 내 얼굴 들어가면 곤란해진다니까”
“ㅋㅋㅋ 아하.. 그렇군요... 나 그런 사람 아닌데... ㅋㅋㅋ”

유쾌한 기분으로 이라크 지폐를 사 들곤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암만, 로마시대 원형극장, 시타델 구경

암만에 있는 로마시대 원형극장은 솔직히 그냥 그랬다. 규모도 생각보단 작았고 말이다. 아마 그리스, 터키에서 워낙에 크고 좋은 것들을 봐서 그런 모양이다.

암만시내여행-원형극장
▲ 사진 왼쪽으로 로마시대 원형극장이 보입니다.


원형 극장 주변엔 정말 넓은 광장이 있었는데, 놀이공원에 흔히 볼 수 있는 범퍼카도 있었다. 범퍼카 좋아하는 건 한국인이나 요르단 사람들이나 모두 마찬가지인 것 같다. ㅋㅋㅋ

하릴없이 돌아다녔다. 북적거리는 시내를 다니며 이것저것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괜히 동네에서 잘 놀던 꼬마들 방해도 하고... ^^;;

암만시내여행-원형극장옆-광장풍경
▲ 원형극장 옆의 커다란 광장, 벌써 저녁 7시가 넘었습니다.
암만시내-원형극장-옆-범퍼카
▲ 광장 한편에 인기 만점의 범퍼카, 근데 다 남자만 타고 있음


그러다 늦은 오후, 시타델에 올랐다. 암만 시내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위치한 시타델의 헤라클레스 신전만 보고 올랐더니 뭐...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아쉽게도 해가 벌써 져버리는 바람에 일몰을 보진 못했지만, 시타델에서 보는 암만의 전경은 정말 시원했다.

암만시내여행-시타델암만시내여행-시타델에_오르면-보이는풍경
▲ 도심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시타델에 올랐습니다.
암만시내여행-시타델-헤라클레스신전터
▲ 암만 시타델의 헤라클레스 신전 터입니다.
암만시내여행-시타델에-오르면보이는-암만시내 data-ke-mobilestyle=
▲ 시타델에 오르면 잿빛 암만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건조한 사막에 빽빽하게 세워진 온통 하얀 건물들... 하나하나를 볼 땐 답답하던 건물들이 여기 높은 곳에서 멀직이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뚫리듯 정말 시원스레 느껴진다.

저녁 마실 나온 아이들과 한바탕 사진 찍어주는 홍역(?)을 치르고, 하나 둘 불이 켜지는 암만 시내를 바라보며 시타델에서 내려왔다.

암만시내여행-시타델에서-동네아이들과
▲ 동네 아이들과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숙소로 돌아 옵니다.

 

요르단 수도 암만, 친절과 따스함이 가진 매력

요르단에서의 첫날... 아직 첫날이지만, 중동이란 곳이 이런 곳이구나...라는 것을 정말 실감하는 하루였다.

솔직히 볼거리는 암만 찾아봐도 없는 암만이었지만, 길거리의 친절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 외국인에게 사기 치지 않는 정직한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요르단 암만은 마치 포근한 안식처로 내게 다가왔다.

파라 호텔 내방 차창을 통해 너무 밝은 달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달빛이 너무 밝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 다음 이야기 】
요르단 배낭여행 - 암만에서 로마시대 유적 제라쉬 다녀오기 - DA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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