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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 (2003)

예루살렘 배낭여행 - 시온산 다윗왕 무덤 - DAY#2

by Reminiscence19 2021. 5. 24.

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2 - 예루살렘 구시가 여행, 시온산 다윗 왕 무덤, 그리고 ATM 찾아 삼만리

  • 한산했던 이른 아침, 통곡의 벽
  • 다윗 왕 무덤 찾아 헤매기
  • 시온 게이트
  • 다윗 왕의 무덤
  • 마가의 다락방
  • 가이드의 본색
  • 마리아 기념교회
  • 베드로 눈물 교회
  • 빈털터리, ATM 찾아 삼만리

썸네일-예루살렘_구시가


8월 8일 (금)

한산했던 이른 아침, 통곡의 벽

오늘은 예루살렘 구시가를 본격적으로 둘러보는 날이다. 7시 반에 부랴 부랴 일어나 멋진 뷔페식 아침을 먹은 뒤 길을 나선다.

우선 이스라엘 세켈이 부족하여 현금을 찾으러 통곡의 벽 쪽으로 향하였다. 혹시나 한국인을 그냥 지나치진 않을까 하여 “Be the Reds" 붉은 악마 티셔츠를 챙겨 입는다. ^^;;

어제저녁의 복잡했던 ‘통곡의 벽’과는 달리 오늘 아침 ‘통곡의 벽’ 광장은 그야말로 ‘한산’ 그 자체다. ATM 기계가 어디 있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감사하게도 한 한국인 수녀님이 다가와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하지만, 수녀님은 단체로 성지순례로 오셔서 지금 바로 다음 장소로 가셔야 한다며, 분뇨 문쪽으로 걸어가셨다. 그래도 ATM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셔서 감사 감사 ^^;;

예루살렘_구시가-통곡의벽
▲ 오늘은 한산한 예루살렘 통곡의 벽


어쨌든, 물어 물어 드디어 ATM 기계를 찾았다. 카드를 넣었다. 그런데.... 헉!! 일시적으로 서비스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 계속 뜨는 게 아닌가!! 내 카드만 그런가 하여 다음 사람들 카드도 보니 다 그렇다...

어쩌나... 어쩌나... 그래도 어제 마침 10유로를 환전한 돈이 조금 남아 있어 우선은 그것으로 살아보자는 심사로 시온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윗 왕 무덤 찾아 헤매기

뭐가 뭔지 제대로 나오지도 않은 구시가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가서 나름대로 시온 게이트라 생각한 문을 찾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우선 자기네 가게에 들어와 얘기하잖아 어쨌다나? 그냥 무시하고 계속 걸어가니 내가 가는 문은 자파 게이트라고 한다.

하지만, 난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곤..... 한 시간이 넘도록 엉뚱한 곳에서 다윗왕의 무덤을 찾기 위해 생쇼를 다 했다.

엄청나게 깔끔한 자파게이트 밖 유대인 지역에서 다윗왕의 무덤이 어딨는지 물어보니, 대부분 날 다윗왕 호텔로 안내하고 말이다.

예루살렘_자파게이트밖-구시가
▲ 깔끔했던 자파게이트 밖 유대인 지구
예루살렘_구시가의-자파게이트
▲ 자파게이트... 허탈...


아침이지만, 벌써부터 온몸에 땀은 쫄쫄...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자파 게이트임을 확인하고 아둔한 자신을 탓하며 시온 게이트로 향하였다.


시온 게이트

시온게이트는 정말 작았다. 아까 전에 설마 예루살렘 성문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린 조그만 문이 바로 시온 문이었던 것이다.

예루살렘-시온문예루살렘_구시가-시온문을-지나
▲ 시온 문을 통과하면...


허탈한 마음에 시온 문을 통과하려 하니 한 덩치 좋은 아저씨가 날 붙든다.

“혼자 오셨습니까?”
“네... 그런데요?”
“이곳은 너무 성스러운 곳이라 가이드가 없이 혼자 다니면 안 되는 곳이랍니다.”

‘으잉? 여기가 그런 곳인가?
그런 말은 첨 들어 보는데... 이상하네... 이상하네...’

아저씨는 입장은 공짜라며 자신만 따라오라며 발길을 재촉한다. 난 돈이 없다며 몇 번 강조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질 않는다나?

좀 찝찝한 마음은 없지 않았지만, 그 아저씨를 따라 시온 문을 나섰다.

시온 문을 나서자마자 내가 1시간 동안이나 그토록 찾아 헤맸던 건물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저씨를 계속 따라갔다.


다윗 왕의 무덤

머리에 둥그런 천조각을 덮어쓰고 처음으로 들어간 곳은 바로 다윗왕의 무덤이었다. 청색 덮개로 덮인 생각보다 무척 큰 다윗왕의 무덤 앞에는 한 유대인 여인이 토라(유대교 경전)를 조용히 읽고 있었다.

어찌나 엄숙한 분위기였는지 숨소리까지 내기 미안할 정도였다.

예루살렘_다윗왕-무덤
▲ 다윗 왕의 무덤, 이 곳에서는 토라 외에는 어떠한 책도 읽을 수 없다고 합니다.


“사진 찍고 싶으면 찍으셔도 됩니다. 대신 이곳에서 토라가 아닌 다른 책을 보는 건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가이드 아저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셨다. 조용히 셔터를 누르니 가이드는 따라 나오라며 손짓한다. 벌써? 거참... 어이가 없어서 원...


마가의 다락방

다음으로 날 안내한 곳은 바로 마가의 다락방이라 불리는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장소였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약간은 실망했지만,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했던 장소라는 생각을 하니 약간의 감흥은 있는 듯하다.

최후의만찬이-있던-장소-예루살렘
▲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최후의 만찬이 있던 곳
이슬람-영향으로-모스크로-변함
▲ 이슬람 영향으로 모스크로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방 한편에 어울리지 않게 위치한 모스크는 이스라엘 과거 역사의 흔적이었다.

가이드 말로는 오스만 시대에 이곳을 모스크로 개조하여 그랬다나 어쨌다나... 설명이 끝난 가이드는 나보고 얼렁 사진 찍고 가자며 재촉한다.


가이드의 본색

밖으로 나왔다. 나오더니 가이드는 대뜸 가이드비를 달라는 게 아닌가. 이런 젠장...

“이보셔!! 아까 공짜라고 했지 않았냐?”
“그건 입장이 공짜고 가이드비는 줘야 한다.”
“허... 그것 참!! 그럼 아까 가이드비는 줘야 한다고 왜 말하지 않았냐? 난 분명히 돈이 많지 않다 말했는데 말이다.”
“얼마나 가지고 있나?”
“돈은 지금 달랑 20쉐켈 밖에 없고, 오늘 ATM도 망가져 이게 나의 전재산이다.”
“그럼 그것만이라도 달라”
“야 이놈아! 이거 너 다 주면, 난 오늘 뭐 먹고 사냐? 나보고 굶어 죽으란 말이냐?”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내 처지가 불쌍한지 가이드는 알았다며, 그럼 친구한테 선물한 셈 치겠다고 한다.

예루살렘_구시가-시온산-골목예루살렘_구시가-교회
▲ 가이드 따라다니며... 시온산 골목길


거참.... 그래도 난 설명해주고 안내해 준 성의가 있어 헤어질 때 열쇠고리 하나를 건네주었다.


마리아 기념교회

찜찜한 마음을 안고, 마리아 기념교회로 발길을 옮긴다.

깔끔함... 정적... 혹시 발소리가 그 정적을 깨뜨릴까 조심조심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벽에 장식된 너무나 아름다운 모자이크 벽화와 지하에 있던 무덤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작은 돌을 총총히 박아 만든 모자이크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본다.

예루살렘-마리아-기념교회안-모자이크마리아기념교회-모자이크
▲ 마리아 기념교회 안의 모자이크 벽화
화려한-예수님-모자이크
▲ 돌 하나하나 정성스레 박아 만든 모자이크

 

베드로 눈물 교회

시온산(솔직히 산이라 하기보단 언덕으로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듯...)에서 약간 아래에 위치한 베드로 눈물 교회로 가니, 예루살렘 시내와 구시가의 성벽이 멋지게 어울리며 탁 트인 파노라마를 연출해 주었다.

이 교회는 특이하게(?) 입장료를 내고 입장!! (학생: 5 NIS) 솔직히 아무도 없는 교회 안에 들어가니 이곳이 베드로 눈물 교회인지, 동네 교회 예배실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예배실 한편에 역사적인 장소로 보이는 돌덩이들은 있었지만, 설명도 없고, 가이드북에도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 그냥 사진만 찍어댔다.

 

예루살렘-베드로-눈물교회
▲ 베드로 눈물 기념교회
예루살렘_베드로눈물교회-안의-모자이크
▲ 옛 흔적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예루살렘_구시가-베드로눈물교회-내부모습
▲ 베드로 눈물 기념교회 내부
베드로-눈물교회-지하모습
▲ 교회 지하에서 예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교회-지붕의-수탉
▲ 교회 천장에 닭모양이 인상적입니다. 베드로야 너는 내일 아침 닭이 울기전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다.
베드로-눈물교회서-바라본-예루살렘
▲ 베드로 눈물 교회에서 바라본 예루살렘의 모습

뭔가 고풍스러운 건물이라면 그런 분위기라도 느끼련만, 이건 너무 새 건물에 너무 깨끗하다. 시온산에서의 대표적인 볼거리를 둘러본 뒤, 다시 예루살렘 성 안으로 들어왔다.


빈털터리, ATM 찾아 삼만리

배가 고프다.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정확히 12.5 NIS(3000원 조금 넘음)가 남았다. 음식점 메뉴를 기웃거려 보니 물과 함께 먹으려면 턱도 없이 모자란다.

근처 작은 슈퍼로 갔다. 작은 빵을 5개 샀다. 7.5 NIS... 이제 5 NIS 남았다...

공터 벤치에 홀로 앉아 조금 남은 물을 아껴 마시며 빵을 조금씩 먹었다. 그리곤 저녁을 대비해 2개를 남겨 놓는다. 비참하다... 흑흑...

그때부터 유적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ATM 찾아 삼만리에 나선다.

길 가는 사람마다 잡아 세우곤 은행이나 ATM 기계가 어딨는지 물어보니 구시가엔 없고, 성 밖으로 나가야 한단다. 하지만, 오늘인 금요일... 안식일인지라 은행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길거리에 ATM은 작동할 테니 잘 찾아보라 한다. 오케이!!

무작정 분뇨 문을 지나 성을 나섰다. 한낮의 강렬한 태양은 머리 위에서 작열하고, 습기 하나 없는 예루살렘의 건조함은 안 그래도 모자란 물을 자꾸 들이켜게 한다. 그래도 어쩌리... 아무도 걷지 않는, 차만 쌩쌩 다니는 예루살렘 성벽을 따라 터벅터벅 한참을 걸었다.

예루살렘_구시가-분뇨문
▲ 예루살렘 분뇨문 앞에서... (Dung Gate)


오른쪽으로 기드온 골짜기와 감람산(올리브 산)이 보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도대체 사람들 모여 사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한참을 돌고 돌아 헤롯 문에 이르렀다. 그랬더니 이제야 시가지가 나온다. 허나.... 안식일인 오늘 은행은 물론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예루살렘-구시가-헤롯문예루살렘_구시가시장-냉차아저씨
▲ 예루살렘 헤롯문, 그리고 냉차 장사 아저씨~


은행은 보이는데 입구 역시 굳게 닫혀 있다. 이젠 물도 다 떨어지고 없다.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해야 한단 말인가...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

안식일에-문닫은-예루살렘-구시가지
▲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안식일


하지만 기필코 찾아야겠다는 신념 하나로 걷고 또 걷고, 방향도 모르고 길도 모르고 주위 상점은 다 닫혀 있는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한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잠시 기다리는데, 옆에 한 할아버지가 계신다.

“할아버지 이 근처에 혹시 현금 인출기 있나요?”
“아... 그거 이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나와...”
“네에에? 아이고 할아버지 정말 감사해요!!!!”

아마 그 할아버지에겐 길 안내해주고 그토록 감사했던 사람이 내가 처음일 것이다.

정말 50여 미터 정도 가니 허름한 ATM 기계가 나왔다. 감사의 찬양과 기도가 절로 나온다. 영광 영광 할렐루야!!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난 기계에서 돈 세는 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밥 굶지 않을 정도의 돈을 찾은 후 다시 성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인파로-붐비는-예루살렘-이슬람지구
▲ 예루살렘 이슬람 지구, 예배를 마치고 사람들이 몰려 나옵니다.


문득 예전에 보았던 한 글귀가 생각났다. 이 세상에 오지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존의 소수 부락에도 시베리아의 울창한 숲 속 마을에도 이젠 차가 다니는 길이 있고, 배가 다니는 길이 있다. 주머니에 약간의 달러와 가고자 하는 자신감만 있다면, 이 세상엔 가지 못할 오지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약간의 달러가 없다면, 당신은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도 그곳이 바로 오지임을 느낄 것이다.

정말 오지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돈을 인출하자마자 내 몸은 벌써 비아 돌로로사로 향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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