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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독일 배낭여행 (2005)

독일 배낭여행 - 루트비히 2세의 퓌센 호엔슈방가우, 노이슈반슈타인 성

by Reminiscence19 2019. 10. 12.

호엔슈방가우 성, 퓌센 백조성, 노이슈반슈타인(Schloss Hohenschwangau, Füssen, Schloss Neuschwanstein) - DAY 6 - 15일간의 독일, 프라하 배낭여행

  • 퓌센의 아침
  • 루트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낸 호엔슈방가우 성
  •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
  • 마리엔 다리에서의 멋진 뷰

썸네일-호엔슈방가우-노이슈반슈타인성

 

퓌센의 아침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일어났다. 창밖을 바라보니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온통 구름 속에 꽁꽁 갇혀있고, 성을 비추는 불빛만 아스라이 보인다. 호텔 방이었지만 밤새 꽤 추웠다.

오늘은 호엔슈방가우의 두 성(노이슈반스타인, 호엔슈방가우)을 본다. 호텔에서 7시 반부터 준다는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추려 했건만 어찌어찌 어제 모두 풀러 놓은 짐까지 싸다 보니 조금 늦어버렸다.

오늘도 여전히 맛없고 그냥 칼로리만 충분한 아침식사를 한다. 그래도 호텔이라 그런지 오늘 아침엔 삶은 달걀도 있다. 오렌지 주스도 듬뿍 ^^;;

배낭을 호텔에 맡기고 8시가 넘어 티켓 오피스로 향한다. 호엔슈방가우의 성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이 티켓 오피스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각 언어에 맞는 투어시간을 배정받아야 한다.

호텔을 나서니 이내 찬 기운이 몸을 감싼다. 입김이 호~ 하고 날 정도로 쌀쌀한 날씨... 언덕 위의 백조 성이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티켓 오피스에서 티켓을 구입한다. 이 두 성을 모두 관람하는 티켓 가격은 당시에도 무려 17유로였다.

하지만 어제 호텔에서 받은 티켓을 보여주니 학생 가격인 15유로로 깎아준다. 사람들을 호엔슈방가우에서 숙박하게 하려는 이 마을의 작전인가 보다. 유스호스텔 하나만 만들면 참 좋을 텐데...

영어 투어로 배정받은 시간은 AM 9:15 (호엔슈방가우 성), AM 11:15 (노이슈반스타인 성)이다.

참! 이 두성 모두 가이드가 붙는 투어 형식으로만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투어에 제공되는 그 수많은 언어들 중, 2005년 당시 한국어는 오디오 가이드조차 구할 수 없었다. 10개 국어가 넘는 언어들 중에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하나 넣기가 그렇게 힘든가? 어찌 됐건 오래간만에 또 영어 듣기 하게 생겼다. (물론 지금은 있겠지 ^^)


시계를 보니 시간이 조금 남았다. 호엔슈방가우를 끼고 있는 알펜제라는 호수 주변을 배회한다. 마침 호숫가에 백조와 그 새끼들이 놀고 있기에 다가가 함께 논다.

동화책 제목처럼 백조 새끼들은 밉다. 사진을 찍으려고 조금 더 가까이 가본다. 순간, 백조 여섯 마리가 입을 쫘악 벌리고 하아~~ 하는 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엄청 놀랐다. 거참... 녀석들 성격 하고는... 쩝...

 

루트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낸 호엔슈방가유 성

시간에 맞춰 호엔슈방가우 성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간다.

오늘 방문하는 이 두 성은 루트비히 2세와 관련 있는 성이다. 인도에 건축광, 타지마할의 샤자한이 있었다면 독일엔 이 루트비히 2세가 유명하다.

물론, 이 두 건축광이 국가 재정이 기울 정도로 공들어 지은 건축물들이 현재 인도, 독일 관광산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 아닌가. 이런 아이러니가 있기 때문에 난 역사가 좋다. 시대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내가 이번 독일 여행에 있어 한 가지 테마로 꼭 방문하고자 한 곳이 바로 이 루트비히 2세와 관련 있는 모든 성이다.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호엔슈방가우 성, 뮌헨의 레지덴츠, 그리고 그가 지은 3개의 성, 노이슈반스타인, 린더호프, 헤렌킴제 성이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하게 된다.

 

호엔슈방가우성-입장권
▲ 호엔슈방가우 성 입장권

시간에 맞춰 입장! 열대여섯 명 정도가 한 그룹이 되어 성 안을 둘러본다. 물론 아름다운 가이드 아가씨도 있다. 역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하니 정말 재밌다.

한 번 듣고 한 귀로 잊어버리는 건 한국어나 영어나 매한가지이지만 말이다. 성에는 각 귀족들이 보내온 진귀한 선물과 왕과 왕비의 침실, 식당 등 생활공간이 잘 꾸며져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호수와 자그마한 호엔슈방가우 마을이 흐린 날씨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성 내부는 생각보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았지만, 소박한 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동안 화려한 것들을 너무 많이 봐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일 수도 있겠다.

투어는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투어를 마치고 성 뒤쪽 정원에 가니 어제 같은 버스를 탔던 중국인, 일본인들이 보인다. 그래도 서로 얼굴이 익었는지 인사를 주고받는다.

성 입구 기념품 가게에서 루트비히 2세의 성과 관련된 소책자도 하나 거금을 주고 구입했다. 성 안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무척 아쉬웠는데, 성 내부 사진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자가 맘에 든다.


해가 아침에 잠깐 나는 것 같더니 시간이 갈수록 더 흐려진다. 그리고 더 추워진다.

이제 발걸음을 노이슈반스타인 성으로 옮긴다.


백조의 성, 노이슈반스타인...

푸른 녹음이 우거진 숲 속을 깔끔하게 잘 닦인 아스팔트가 구불구불 가로지른다.

이따금씩 노이슈반슈타인 성까지 달리는 마차가 왔다 갔다 한다. 그 도로를 따라, 마차를 피해 가며 쉬엄쉬엄 오른다.

지나가는 말들을 보니 정말 영화 속에 나오는 말처럼 엄청 크고 튼실하게 생겼다. 이들에 비하면 네팔 말들은 망아지도 안 된다.

이 마차들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말이 배설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배설물 처리 차량이 지나간다는 것. 네팔 같았으면 벌써 아스팔트 곳곳이 배설물 천지가 되었을 도로가 이렇게 깨끗한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

언덕을 오르며 아까 전에 구입한 책자를 읽는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20분 정도 오르막을 올랐다. 땀이 막 나려고 하는 순간 성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거 티켓이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큰일이다!!!
돈이 얼만데...

혹시 흘린 것 같아 다시 내려가려는 찰나, 아래에서 한 일본인 아주머니께서 한 손에 티켓을 들고 올라오신다.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날 보며 그 티켓을 보여주시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티켓을 책 사이에 껴 놓은 것도 모르고 읽으며 오다가 흘린 모양이다. 암튼 그래도 그 아주머니 덕에 성 구경은 할 수 있었다. 아리가또~~

노이슈반스타인성-입장권
▲ 노이슈반슈타인 성 입장권

투어 예정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 성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성도 성이지만 주변 풍경이 무척이나 수려하다.

성에서 앞을 바라보면 그림같이 아름다운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성 뒤쪽을 바라보면 깎아질 듯한 절벽에서 폭포가 시원스레 아니 아찔할 정도로 멋지게 떨어지고 있다. 그 폭포 위로 마리엔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다. 저긴 성 투어가 끝나고 한 번 가봐야겠다.


투어 시간이 되어 입장!!! 입구 앞에는 투어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시장판이다. ^^;;; (일본인, 중국인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성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계단을 오른다. 오늘 아침 호엔슈방가우 성 견학 때 만났던 아주머니를 또 만났다. 조금만 계단을 올라도 숨을 너무나 가쁘게 쉬시며 심한 기침을 하시는 아주머니였는데, 참 안 되어 보인다. 그래도 늘 곁에서 지키고 있는 아저씨가 있어 보기 좋다.

백조의 성 노이슈반스타인의 내부는 음... 오전에 봤던 호엔슈방가우 성보다는 훨씬 화려함도 지니고 있었다. 우선 겉모습부터 멋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겉모습에 비해 내부는 오히려 소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예전 이 지역 왕은 한창 잘 나가던 프랑스나 로마의 영광만큼은 아니었나 보다.

투어는 30여 분간 성의 침실, 의상실, 공연장 등 각 방들을 보여주고 그 방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진행되었다. 독서를 했다는 방도 볼 수 있었는데, 그 방 창을 통해 정확하게 마리엔 다리 아래의 멋진 폭포가 떨어진다. 그리고 주변 비경이 펼쳐진다. 왠지 독서보다는 경치 감상하는데 시간을 더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투어를 마치고 또 계단을 한참 내려간다. 조리장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 기념품점을 지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 왠지 모를 상쾌함이 느껴진다. 성을 따라 나 있는 언덕을 계속 오른다. 경사가 꽤 급하지만 어찌나 아스팔트가 잘 닦여 있는지 네팔의 그 험한 길에 익숙해진 나에겐 정말 식은 죽 먹기다.



마리엔 다리에서의 멋진 뷰

백조 성의 바로 앞을 지나는 길의 풍경 또한 매우 훌륭하다.

마리엔 다리라고 써진 표지판을 따라가다 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곳이 보인다. 숲을 지나 햇살이 비치는 곳에 다다른 순간 마리엔 다리가 보인다.

와!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번지점프를 하면 딱 좋은 곳.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다리 아래는 까마득하고 그 아래로 폭포가 더 까마득한 곳으로 떨어진다. 눈앞으론 백조의 성 옆모습이 멋들어지게 우뚝 서 있고 그 뒤로는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 마리엔 다리였다.

그런데, 이 좁은 다리에서 사진을 찍자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인물 사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놓고 찍으려니 타이밍 잡기가 너무 힘들다. 참고로, 난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부탁하지 않는다. 부탁해서 맘에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ㅋㅋ

아무튼 나름대로 위치를 잡고 얼굴 박힌 증명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부부가 날 보며 막 웃는다. Good Idea!! 하면서... 아~ X 팔린다.

그래도 남는 건 사진이니 이에 굴하지 말고 열심히 찍자!! ^^;

(안타깝게도 이 날 이렇게 힘들게 찍은 사진들은 여행 중 휴대용 하드디스크에 카피 과정에서 모두 날아가 버렸다. 흑흑...)

마리엔 다리에서 다시 내려오는 길...

버스를 타고 가려다 비포장도로를 발견, 앞에 백발의 노부부가 너무나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내려가시기에 나도 따라 내려간다. 산속 공기가 싱그럽다. 나뭇가지 사이로 갈라져 내리는 햇살이 참으로 눈부시다.


아침부터 성을,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했더니 오매~ 다리가 후달린다. 배꼽시계도 연신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길거리에서 맛난 소시지와 콜라 하나를 사 먹는다. 이렇게만 먹었는데도 무려 5유로다. 허걱!!!

호엔슈방가우...
아름다운만큼이나 정말 물가 비싼 동네다.

이곳에 올리는 독일 여행기는 코이카 (KOICA)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던 2005년 9월, 국외 휴가 기간을 이용한 독일 및 체코 프라하 배낭여행 기록입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15년 전 독일의 모습과 20대 시절 독일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감정을 가끔씩 기억하고자 부끄럽지만 수정 없이 이 공간에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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