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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 (2003)

예루살렘 배낭여행 - 험난했던 이스라엘 입국하기 - DAY#1

by Reminiscence19 2021. 5. 23.

예루살렘, 요르단, 이집트 배낭여행기 - DAY#1 - 험난했던 이스라엘 입국기

  •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떠나는 날 아침
  • 이스탄불 공항에서 체크인 전 취조
  • 비행기 탑승 전 또 취조
  • 이스탄불에서 텔아비브까지 비행기 안
  • 텔아비브 공항에서 또 시작된 취조
  •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 가는 길
  • 예루살렘 구시가에서 숙소 구하기
  • 해 질 녘 통곡의 벽에서
  • 예루살렘에서의 첫날밤

썸네일-예루살렘-입국기

 

8월 7일 (목)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떠나는 날 아침

오늘은 그동안의 그리스,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 일정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떠나는 날이다. 원래는 터키 남부에서 시리아를 거쳐 이스라엘로 입국하려 계획했지만 당시 미국과 중동 간 전쟁으로 인해 국경이 막혀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이스라엘 텔아비브까지 편하고 쉽게 날아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떠날 차비를 한다. 이제부터는 혼자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긴장을 끈을 질끈 메어 보지만, 왠지 허전하고, 심장이 여간 콩닥콩닥 거리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목적지가 현재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아슬아슬하다는 이스라엘이 아니었던가...

어제 사온 사발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에 공항으로 떠날 공항버스를 기다린다. 이스탄불에서 쉼터가 되어주었던 동양 호텔이 무척 고맙게 느껴짐은 물론이다.

항공권을 잃어버렸다는 한 친구는 오늘도 좌석이 OK 나질 않아 못 가게 되었다며 계속 안절부절못한다. 잘 해결돼야 할 텐데.... 암튼 이래저래 작별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떠난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체크인 전 취조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늘어선 줄의 끄트머리에 서서 짐 검사를 마친 뒤, 13시 15분에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출발하는 항공 카운터에서 수속을 밟는다.

그런데.... 항공권을 꺼내고 여권을 꺼내 수속을 하려고 데스크로 가는 순간, 허연 아저씨 두 명이 내 앞으로 와 나를 제지하더니 한 마디 한다.

“실례합니다만, 안전을 위해 간단한 심사를 하겠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전에 까다로운 이스라엘 출입국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도 많이 들어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간단하다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왜 가는지, 어느 도시를 방문 예정인지, 일정의 순서는 어떻게 되고, 그 도시에선 어떠한 유적들을 볼 건지... 이스라엘 여행 후엔 어느 나라를 여행할 거며, 다음 국가로 요르단을 간다 하는데, 혹시 요르단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이거 잘못 알아들어 아는 사람 있다고 실수로 말했다가 표정이 갑자기 굳어짐을 느낌),

국가 간 항공편이나 이동 티켓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행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왜 이렇게 이스라엘에서 짧게 머무르는지 등등

결국, 배낭에 있던 카이로 아웃 항공권과 가이드북 등을 보여주고 나서야 진땀 뺀 취조(?)를 겨우 끝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 숨은 순간뿐, 잠시 후 다른 사람이 오더니 방금 했던 질문을 또 한다. 정말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지만, 괜한 오해를 샀다간 비행기도 타지 못할 상황이 생기기에 입가에 가증스러운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이제 안심이 되었는지 여권 뒤에 안전한 녀석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나서야 탑승 Check-in을 할 수 있었다. 그제야 긴 한숨을 쉬며 친구들에게 적은 엽서를 부치고, 출국 수속을 밟았다.



비행기 탑승 전 또 취조

탑승시간이 되어 비행기 출입구 앞에 또 긴 줄이 늘어선다. 타는 사람들을 보아하니 역시 대부분 유대인인 듯하다.

이스라엘 여권과 보딩패스를 들고 비행기 안으로 탑승하기 위해 여권을 내밀었다. 하지만, 아오~ 아까 안전심사 때 한 질문을 또 하는 게 아닌가.

이런 X 같은 나라 다 보겠나! 이보셔!! 내가 테러리스트로 보이냐고!!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어쩌리... 다 된 밥에 재 뿌리리... 결국 한 마리 순한 양으로 모든 질문에 고분고분 답을 하고서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스탄불에서 텔아비브까지 비행기 안

어쨌든, 힘들고도 힘들었던 이스라엘행 비행기(터키항공)는 45분이 연착된 2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하였다.

내 옆자리엔 딱 보면 알 수 있는 유대인 아저씨가 앉아 계셨다. 검은 양복에 흰 와이셔츠, 검은색 중절모에 심하게 기른 구레나룻과 꼬불꼬불한 머리칼을 가진 그 아저씨는 어색한 웃음으로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는다.

텔아비브까지의 비행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국제선이라 보니 기내식은 제공되었다. 안 그래도 아침도 부실하게 먹어 배고팠는데, 정말 잘되었다. ^^;

혼자 허겁지겁 이것저것 막 먹고 있는데, 아니 글쎄 옆에 계신 아저씨는 아무것도 드시질 않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상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그 아저씨 말고도 식사는커녕 음료조차 마시지 않는 유대인들이 무척 많았다.

혹시나 해서 가이드북을 펼쳐 보았다. 이스라엘 국경일을 찾아보니 2003년 단식일이 바로 오늘 8월 7일인 것이다. 아하!! 그렇구나!! 옆에 계신 아저씨에게...

“혹시 오늘이 단식일이라 아무것도 드시지 않는 건가요?” 하고 여쭤보니 허허 웃으시며 그러시다 한다.

“아이고.. 이거 너무 혼자 맛있게 먹어서 죄송해요 ^^

” 아저씨는 배가 고프신지 내 음식을 한번 쓰윽 보시곤 차 창쪽으로 몸을 돌려 잠을 청하신다.

이스탄불에서 2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밴 구리온 공항에 3시 45분경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텔아비브 공항에서 또 시작된 취조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까지 타고 갈 버스에 타려 하니 또 웬 경찰관 하나가 날 붙든다. 그리곤 아까 했던 질문들을 또 쏟아낸다.

짜증... 짜증... 짜증... 결국, 제일 마지막에 버스에 올라타 입국장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아랍인도 아닌 동양인 그중 테러와는 거리가 먼 동방예의지국 한국인에게 왜 이리 까다롭게 구는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3개월 무비자 협정까지 맺었으면서 말이다.

입국장에 들어서 입국카드를 적어 심사관에게 내밀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겠지.... 나를 한번 쓱 본 그 심사관 아주머니는 히브리어로 옆에 있는 심사관에게 이것저것을 한참이나 물어보더니 심사 부스에서 나와하는 말...

“따라오세요....” 으잉?

난 공항 한편에 위치한 경찰서 비슷한 곳에서 한참 기다리다 심사를 위한(?) 어느 작은 사무실로 안내되었다. 그곳엔 어떤 여성이 앉아 이것저것 좀 물어볼 게 있다면서 협조를 부탁한다. ‘협조 안 하면 어쩔 것이여....’

그녀는 이전에 물어봤던 질문에 몇 가지를 더해 계속해서 물어본다. 은연중에 테러리스트와 접촉했을 가능성까지 타진하며 계속된 질문 앞에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

난 크리스천임을 강조하며 짧게나마 성지순례를 하고자 왔다 하니, 그럼 터키에서 에페스와 초대교회 등지는 둘러봤냐는 질문까지 한다.

항공권과 여권에 찍힌 이전 방문국 스탬프에 대한 설명, 가이드북을 들쳐가며 앞으로의 일정 등을 한참이나 설명한 후에야 그 치사하고 아니꼬운 빨간색 이스라엘 스탬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난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선방(?)한 셈이다.

참고로, 이스라엘에 혼자나 둘, 셋 등 개인적으로 들어가는 경우(특히 남자) 최대한 빨리 들어가기 위한 주의할 사항을 적어보면, 아무리 짜증이 나더라도 우선 감정을 억제하는 것.

이스라엘 내 일정을 물어볼 경우 베들레헴이나 여리고, 헤브론, 가자 등 팔레스타인 지역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것. 더군다나 이 지역에 자원봉사 간다고 말하는 것은 입국 거부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한다. (봉사하러 가더라도 오로지 예루살렘이나 나사렛, 마사다 등지로의 순수한 여행이라고 말하시면 됩니다.)

키부츠 생활하러 가시는 분들은 정식으로 발행된 추천서를 가지고 가시거나, 현지서 블랙 잡을 구할 계획이시더라도, 우선은 여행만 하러 간다고 말하시길 권합니다.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 가는 길

구름 한 점 없는 이스라엘의 첫 느낌?

글쎄...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에 우선은 기뻤다. 하지만, 내면 깊숙이 올라오는 이스라엘에 대한 욕은 억누를 수 없었다.

텔아비브국제공항-도착
▲ 천신만고 끝에 텔아비브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스라엘-텔아비브-국제공항
▲ 이제 예루살렘으로 가야한다. 공항 밖에 나와서야 겨우 사진 찍음


ATM으로 돈을 뽑으려 했지만, 고장이 나 그냥 포기하고, 예루살렘으로 바로 가는 미니버스(쉐루트)를 탔다.(10$)


미니버스는 한 여름 건기의 절정이라 무척 메말라 보이는 길을 한참이나 달린다. 차 안에는 전통 복장의 유대인들과 호주에서 온 한 부부,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이다.

텔아비브를 출발한 쉐루트는 오후 5시 즈음 예루살렘 구성의 다마스쿠스 문 앞에 우릴 내려 준다. 어리바리한 난 길거리에 총을 든 경찰들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구시가 쪽으로 들어선다.


예루살렘 구시가에서 숙소 구하기

이미 듣은 바대로 다마스쿠스 문이 위치한 이 지역은 아랍지역이라 무척이나 혼잡했다. 쉐루트를 타고 오며 봤던 깨끗한 유대인 지역의 동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길거리를 가득 메운 노점상과 북적거리는 사람들,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까지... 하지만, 활기차고 왁자한 시장통이 나에겐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가이드북에 적힌 첫 번째 숙소로 찾아가니 도미토리가 없다 한다. 두 번째로 간 곳은 공사로 문을 닫았다. 가방은 점점 무거워지고, 미로 같은 예루살렘 골목은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모르겠다. 땀은 비 오듯 온몸을 적시고 있다.

결국, 예전에 얼핏 들었던 Austrian Hospice라는 곳을 찾아 벨을 눌러 들어갔다. 비아 돌로로사 길가에 위치한 이 숙소는 난잡한 밖과는 전혀 달리 깔끔하고, 쾌적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하루 숙박비가 엄청남...(하루 15$) 에고 에고 돈이고 뭐고, 우선 쉬는 게 우선인 터라 그냥 짐을 풀어놓았다.


해 질 녘 통곡의 벽에서

해 질 녘에 지도 한 장을 들고 ‘통곡의 벽’ 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한다.

AD 70년 로마의 디도 장군이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그들의 위대함을 남기기 위해 성전의 서쪽 벽만을 남겨 놓은... 그래서 수많은 유대인들이 남은 서쪽 벽을 바라보며 통곡하고 기도하였다 하여 붙여진 통곡의 벽 말이다.

이미 눈치 차렸겠지만, 통곡의 벽이 있는 광장에 들어가려면, 엄격한 짐 검사가 기본이다. 이젠 짐 검사에도 이골이 다 날 지경이다.

좁은 골목을 통과해 나오는 탁 트인 ‘통곡의 벽’ 광장에서는 오늘이 단식일이라 실로 어마어마한 유대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곤, 넓은 광장에 앉을자리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운집한 유대인들 틈바구니를 이리저리 다니며,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기도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단체로 앉아 성가로 보이는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심한 구레나룻에 온통 검은 양복에 검은 중절모를 쓴 이들이 이토록 열심히 기도하는 제목은 무엇일까...?

문득 그들의 구레나룻을 보며 영화 “The Pianist"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독일군이 점령하여 유대인들을 모두 유대인지구 안으로 몰아넣을 때, 독일 군인들이 유대인 랍비들의 구레나룻을 가위로 자르며 놀려 대는 모습.... 영화를 볼 땐 너무 심하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보고 나니 인간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포악한 성질의 표출과 관련하여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예루살렘-통곡의벽
▲ 해질녘 통곡의 벽에 운집한 사람들


전망이 좋은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하는 이들을 바라본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며 가이드북에 적힌 이스라엘에 관한 내용들도 읽다 보니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예루살렘에서의 첫날밤

길거리에서 작은 빵조각 하나로 저녁을 해결하곤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도미토리 침대 머리맡에 빨래를 널고 있는데, 밖에선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시작된다. 내가 있는 지역이 이슬람 쿼터라 그런지 더욱더 크게 들린다.

또한, 모스크마다 제각각 읽어대는 쿠란 소리가 마치 돌림노래를 듣는 듯하다. 하지만, 잠시 후 어디선가 울리는 교회의 종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랬다. 바로 이러한 곳이 예루살렘이었던 것이다.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이며 가장 성스러운 지역. 또한, 흥미로운 지역인 예루살렘.

그 말로만 듣던 예루살렘의 한 골목길 여행자 숙소에 지금 내가 누워 있는 것이었다.

예루살렘_구시가골목
▲ 숙소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구시가 골목풍경

 

아주 오래전 대학생이던 학창 시절, 그리스, 터키, 동유럽을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를 배낭여행했던 기록 중 일부를 이 공간에 정리하여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2003년 8월의 기록이라 여행 정보를 찾는 분들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방랑했던 젊은 날의 기억을 기록하고자 예전 일기장과 저화질 사진들을 다시 들춰 봅니다.

- Reminiscence19 -

【 다음 이야기 】
예루살렘 배낭여행 - 시온산 다윗왕 무덤 - DAY#2

 

예루살렘 배낭여행 - 시온산 다윗왕 무덤 - DA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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