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산치 대탑(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 DAY 08

by Reminiscence19 2019. 6. 27.

인도 배낭여행 여덟째 날 - 산치 대탑(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풀리지 않은 야간열차 웨이팅 대기 순번

  • 이른 아침 산치 대탑 구경 (UNESCO World Heritage)
  • 어슬렁어슬렁 산치에서...
  • 오후에 다시 방문한 산치 대탑
  • 산치에서 닭백숙, 그리고 산치를 떠나다.
  • 풀리지 않은 야간열차 웨이팅 대기 순번 (Waiting)
  • 자리 없이 아흐메다바드까지 야간 기차 이동

썸네일-인도 배낭여행 여덟째 날 - 산치 대탑(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풀리지 않은 야간열차 웨이팅 대기 순번


1월 11일 (금)

이른 아침 산치 대탑 구경

아침 7시 정도에 일어났는데 옆 침대에 주무시던 아저씨는 벌써 또 나가셨다. 어디 가는지 모르지만 나 좀 데려가 달라니깐... ㅠ..ㅠ

서둘러 옷을 주어 입고 산치 대탑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의 산치 (Sanchi)는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롭다.

산치 대탑은 어제 봐 놓은 개구멍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마음 고쳐먹고 거금 5$를 지불하고 유적지 정문으로 들어갔다.

언덕 위에까지 나 있는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니 어느새 저쪽에서 부끄러운 듯 둥근 스투파가 얼굴을 내민다. 태양은 막 떠올라 둥근 스투파 절반 정도를 환히 비추고 있다.

이곳에 온 관광객은 달랑 나 하나! 이 아름다운 장면을 놓칠세라 가져온 삼각대를 이용하여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댄다. 카메라를 삼각대 위에 올려놓고 타이머 맞춰가며 혼자 생쑈를 하며 찍었는데 어찌나 나 자신이 우습던지... 그래도 덕분에 얼굴 나온 사진 몇 장 건졌다. 남는 건 사진이니까! ㅋㅋㅋ

이른 아침, 혼자 카메라 타이머 맞춰놓고 사진 찍는 중
▲ 이른 아침, 혼자 카메라 타이머 맞춰놓고 사진 찍는 중... ㅋㅋㅋ
한가로운 분위기의 산치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 한가로운 분위기의 산치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래쪽에 위치한 제2 스투파까지 다녀오니 제법 숨이 찬다. 어디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해 뜰 때와 해질 때 한낮보다 훨씬 다양한 색감을 느낄 수 있다. 오늘도 아침나절 촉촉이 젖은 대지와 스투파로부터 아름답고 다양한 빛깔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아침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지!

산치 대탑에 새겨진 조각들은 거의 제작 당시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무척 섬세했으며, 전체적인 스투파의 모양도 특이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 바 여기까지!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온다. ㅋㅋㅋ

작은 마을 산치는 바로 이 스투파로 유명한 곳입니다
▲ 작은 마을 산치는 바로 이 스투파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른 아침 고요한 스투파를 다니며
▲이른 아침 고요한 스투파를 다니며... ^^
제2 스투파 쪽
▲ 제2 스투파 쪽...

 

어슬렁어슬렁 산치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다시 숙소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이곳 관리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늘 그렇듯 서넛이 모여 모닝 짜이를 한 잔씩 하고 있다. 물끄러미 쳐다보았더니 자기네 쪽으로 오라 한다. ㅋㅋㅋ

차 한잔에 비스킷 몇 개 얻어 마시고 먹고, 늘 그렇듯 일상적인 대화를 잠시 나누다 돌아온다. 마음이 참 따뜻하고 정감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입고 있던 싸구려 외투가 얼마냐고 자꾸 물어보길래 한 50$정도 한다 했더니 놀라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

산치 (Sanchi) 풍경
▲ 산치 (Sanchi) 풍경

그동안 같은 숙소에 머물렀던 여행자들 중 몇 명은 오늘 아침에 보팔로 떠나고, 나도 오후 4시에 보팔로 떠나는 기차표를 샀다.(23Rs) 오늘 밤, 보팔에서 아흐메다바드까지 야간 이동을 해야 한다.


오후에 다시 방문한 산치 대탑

오후가 되니 이제 제법 날이 무덥다. 사람들이 이제야 산치 대탑을 보러 간다길래 한낮의 대탑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다시 한번 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레 개구멍으로 간다. 헐... 난 표는 있지만 호기심이 따라나선다.

어떻게 다들 알았는지 산치 대탑 입구 옆에 조그마한 가정집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유적지를 둘러싼 철조망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그곳을 통해 올라가니 오전에 내려와서 보았던 제2스투파가 나온다. ㅋㅋㅋ 이런 방법이었구나!! 흐뭇하게 웃고 있는데 멀리서 나타나는 관리원!!!
"헤이! 티켓 플리즈!"
그러면 그렇지! 난 아침에 사놓은 티켓을 보여줬지만 다른 사람들은 음...ㅋㅋㅋ 아침에 보았을 때와는 달리 맹숭맹숭한 스투파를 뒤로하고 다들 쫓기듯 내려왔다.


산치에서 닭백숙, 그리고 산치를 떠나다.

점심은 쟈스왈에게 특별히 주문하여 백숙을 해 먹었다. 2kg짜리 닭에 마늘과 쌀만 넣고 푹 삶아도 그럭저럭 맛이 난다. 쟈스왈을 또 어디서 주어 들었는지 꼼꼼하게 실로 배까지 꿰매는 정성을 보이기도 한다. 덕분에 음식 나오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ㅡ.ㅡ;

그렇게 배불리 먹고 나니 어느덧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2박 3일 동안 정들었던 조용한 마을을 막상 떠나려 하니 무척 아쉽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간 떠나야만 하는 방랑객이 아니었던가...

오후
4시에 출발한다는 기차를 5시에 올라탄다. 이 정도야 뭐... 인도에서는 애교로 봐줄 만하다.

처음 타보는 II Class 로컬 트레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피난열차처럼 올라타고 매달려 가고 있다. 역시나 인도다운 모습이다.

기차 안에서 또 만나게 된 이들과 이야기하니 어느덧 석양이 붉게 물든다.
기차 통로에 걸터앉아 나름대로 폼 잡으며 지평선 아래로 꺼지는 태양을 바라다본다. 순간 옆에선 한 꼬마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그리곤 분위기 깨게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순간 장난기 발동한 나도 한 곡조 뽑아 들려준다.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ㅋㅋㅋ

장난 삼아 그 녀석 앞에 손을 내밀었더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땅콩 몇 개를 꺼내 내 손바닥 위에 얹어 준다. 주홍빛 석양은 어느덧 자줏빛으로 바뀌어 있었고 보랏빛으로 물들었을 때 우리는 보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름했던 산치 기차역 앞에서
▲ 허름했던 산치 기차역 앞에서...

 

풀리지 않은 야간열차 웨이팅 (Waiting)

보팔에서 아흐메다바드까지 가는 야간열차 예약 현황을 확인한다. 분명히 그저께 예약할 때 웨이팅 번호 42번이었던 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웨이팅이 풀렸는지 확인해 보니 아직 15번이다. 허거걱... 아직 안 풀렸다!!! 보팔(Bhopal)에서 아흐메다바드(Ahmedabad)까지 그 먼 거리를 자리 없이 가야 하다니! 그것도 밤새도록...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하다. 현실을 인정하고 어디 짱 박힐 곳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열차가 도착하여 올라타니 한 군인이 와 나에게 악수를 건넨다. 별 이상한 사람 있다 싶었지만 손을 내밀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는 길이신가요?"
"잠무 지방으로 간답니다."
"사태가 심각한 모양이죠?"
"저희도 잘 모르죠..."

뭐... 쓸데없는 짧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떠나기 전, 나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테러, 전쟁 뉴스가 다시 떠오른다. 아무래도 인도 북부 쪽 상황이 지금 안 좋긴 안 좋은 모양인가 보다.

들리는 소문에 자이살메르 지방도 지금 계엄이라는데 내가 너무 맘 편히 지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긴... 위험한 것으로 치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한 곳이 또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기차는 출발한다.


자리 없이 아흐메다바드까지 야간 이동

열차칸과 칸이 만나는 연결부, 약간 지린내 나는 곳에 돗자리를 깔고 배낭을 움켜쥐고 쪼그리고 앉았다. 앞으로 13시간. 이대로 가야 한단 말인가... 지나가는 차장을 붙들어 자리가 있냐고 줄기차게 물어보았지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틈으로 들어오는 매몰차게 들어오는 찬바람을 견디다 못해 침낭을 거꾸로 뒤집어쓰고 다시 잠에 들었다. 열차 통로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터라 침낭 더러워질까 조심한다. 아까 내 옆에 같이 쪼그리고 가던 한 친구는 차장한테 웃돈을 준다더니 벌써 어디 침대 하나 차지한 모양인지 보이지 않는다. 갈 거면 나도 좀 데려가지... ㅠ..ㅠ

새벽 한 시가 조금 안 된 시각... 차장이 침낭을 뒤집어쓰고 있는 나의 머리를 톡톡 친다. 자리가 났다고 한다.
"만세!!"
허겁지겁 일어나 배정받은 침대에 가 벌렁 엎어진다. 차 안은 고요하다.

일반적으로 인도인들은 차장에서 50루피정도 얹어 주면 슬리퍼 칸 빈자리를 내어준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웃돈 없이 자리를 얻게 된 건 외국인에 대한 호의였었나? 모르긴 몰라도 화장실 옆에서 불쌍하게 자고 있는 모습이 오며 가며 차장 눈에 적잖이 걸렸던 모양이었나 보다. ㅋㅋㅋ

덜컹덜컹 열차는 밤새 달린다.


인도 배낭여행기 배너
인도 배낭여행기에 대하여


【 다음 이야기 】
인도 배낭여행 - 아마다바드 거쳐 아부산(Mt. Abu) 가는 길 - DAY 09

 

인도 배낭여행 - 아마다바드 거쳐 아부산(Mt. Abu) 가는 길 - DAY 09

인도 배낭여행 아홉째 날- 아마다바드(Ahmedabad) 거쳐 아부산(Mt. Abu) 가는 길 ▒ 예상치 못한 아흐메다바드 정시 도착! ▒ 아흐메다바드에서 아부산 가는 길 ▒ 로컬버스 안에서 만난 할아버지 ▒ �

reminiscence19.tistory.com


【 이전 이야기 】
인도 배낭여행 - 인도 산치(Sanchi)에서 자전거 하이킹 - DAY 07

 

인도 배낭여행 - 인도 산치(Sanchi)에서 자전거 하이킹 - DAY 07

인도 배낭여행 일곱째 날 - 인도 산치(Sanchi)에서 자전거 하이킹 ▒ 산치(Sanchi)에서의 자전거 하이킹 ▒ 우다이기리 동굴 (Udaigiri Cave) ▒ 다시 산치로 돌아가는 길 ▒ 산치에서의 한가로운 시간 1��

reminiscence19.tistory.com


인도 배낭여행기 리스트 보기

 

'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카테고리의 글 목록

아무 것도 모른채 떠났던 20년 전 첫 배낭여행 부터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길 위에서의 시간을 조금씩 꺼내보려 합니다.

reminiscence19.tistory.com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