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배낭여행 스무 번째 날 - 아그라에서 잔시, 잔시에서 오르차 가기
- 아그라에서 잔시까지 야간기차 이동
- 잔시에서 오르차 가기
- 작은 마을 오차 한 바퀴
- 오르차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 오르차 사두승 거처에서 일몰 감상
- 무한 리필 탈리 집, 오르차의 매력
1월 23일 (수)
아그라에서 잔시까지 야간기차 이동
아그라(Agra)에서 출발한 기차는 새벽 3시가 안되어 잔시(Jhansi)에 도착한다.
잔시 역사 내 웨이팅 룸(Waiting Room)으로 들어가니 딱히 누울만한 자리가 없다. 얼핏 보아하니 한국 사람도 서넛 중앙에 자리 깔고 누워 자는 것 같다. 쏟아지는 잠의 공격에 대충 아무 곳에 쭈그리고 앉아 우선 새우잠을 잔다.
잔시에서 오르차 가기
아침 7시에 잠을 깨 나와 보니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았다. 릭샤를 타고 조용한 잔시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물어물어 오르차(Orchha)행 버스에 올라탔지만 버스엔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아이한테 바나나 25개를 10루피에 샀다. 보통 한 개에 1루피 정도 하는데 인도에서 제일 싸게 샀다. (※ 그동안 호구당한 거고, 원래 이 가격일 수도 있음 ㅋㅋㅋ)
혼자 먹기에 바나나가 너무 많아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니 대부분 받지 않는다. 거참... 받아먹어도 괜찮은데... 그런데 유독 한 할아버지는 잘 받아 잡수신다. 그리곤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시며 뭐라 뭐라 하시는데 정확히 무슨 말씀하시는지 몰라 어색한 웃음만 지어낸다.
버스가 출발하고 차장이 표 값을 걷는다. 가이드북을 뒤져보니 잔시에서 오차까지 로컬버스는 8루피라 적혀 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아까 그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니 5루피라 그러는 게 아닌가! 확실하냐며 몇 번이나 물었더니 5Rs 맞단다. ㅋㅋㅋ 우선, 단돈 5루피만 준비하고 차장을 기다린다.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이놈의 차장이 대뜸 10루피를 달라는 게 아닌가! 고얀 놈 같으니라고... 난 5루피 아니냐고 박박 우겨댔고,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도 거들며 뭐라 뭐라 말을 하시더니 그제야 차장이 얼굴을 붉히며 넘어간다. ㅋㅋㅋ 덕분에 나뿐만 아니라 저 뒤쪽에 앉은 한국인 5명도 모두 5루피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차장이 앞으로 가며 할아버지한테 막 화를 내는 게 아닌가. 괜히 할아버지한테 죄송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려 인사하니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날보고 히죽 웃으신다. 고맙습니다.
작은 마을 오차 한 바퀴
오차에 도착하여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작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뭐... 한 바퀴 돌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그동안 적고 모아둔 엽서도 보내고, 노천 레스토랑에서 점심도 먹고, 사람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한적한 시골 마을이 주는 여유로움을 한껏 만끽한다.
오차 마을 앞다리를 건너 쉬즈 마할 호텔 근처로 가다 옆길로 새 보았다. 일몰 보기 좋은 곳이 있을까 찾아가는데 한 친구가 혼자 다니고 있어 같이 간다.
물이 말라버린 작은 강을 건너가니 사두승들이 사는 움막 같은 처소가 나온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비슷한 것들(^^) 재단, 하늘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원두막 등... 처음 보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신기하다. 한 사두승이 다가와 우리에게 달콤한 스위트 한 조각을 건네주어 먹어보니 꽤 맛있다.
사두 원두막에 잠시 앉아 있다 반대편에 제법 큰 강이 흘러 그쪽으로 가본다. 그곳엔 목욕하는 사람들, 빨래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가가 괜스레 말도 걸어보고, 시답잖은 얘기도 하며 조용한 곳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저렇게 한참을 다닌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아직 정오가 넘지 않았다. 이럴 수가... 이게 다 아침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이리라.
오르차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아침에 만났던 친구들이 근처에 춤 배우는 곳을 알아 놓았다 해서 따라나섰다. 숙소에서 10분쯤 걸어가 어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니 수십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아이들이 빼곡히 앉아 있다.
우리가 올라가자 수업은 한마디로 犬판(^^)이 된다. 난 춤을 배우기는 좀 뭐하고 해서 다른 친구보고 배우라 하고 조용히 있을 요량으로 뒤쪽에 쳐져서 앉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이들이 모두 내쪽으로 돌아 앉아 내가 맨 앞이 된다. 이리저리 몇 번을 옮겨 다녀도 마찬가지다. ㅋㅋㅋ
나를 빙~ 둘러싸 앉았던 수많은 아이들... 그 천진난만한 미소와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춤 배우는 것은 작파하고 애들이랑 좀 놀다 보니 귀가 시간인지 모조리 우르르 빠져나간다. 나가며 볼펜, 초콜릿을 외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가 떠오른다.
누군가한테 구걸하는 건 하지 말았으면 해서 몇 번 얘기해 보지만 제대로 알아듣는 아이는 없는 것 같다.
댄스 스쿨 여선생님 댁에 방문했다. 99년에 결혼하여 2살 난 아이가 있는 21살의 그 선생님은 자그마한 가게에서 남편과 셋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곳을 방문했던 외국 친구들이 보내준 많은 사진과 엽서들을 구경하고, 짜이도 몇 잔 얻어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오르차 사두승 거처에서 일몰 감상
일몰을 보기 위해 아침에 봐 놓았던 그 사두승 거처로 다시 간다. 사두승 할아버지가 옷을 깁고 계신다.
난 저만치 떨어져 앉아 붉게 물든 태양을 바라보았다. 잠시 돌아 사두 할아버지 사진을 찍으려 하니 저만치에서도 고맙게 포즈를 취해 주신다. ^^;;
여기 인도의 일몰은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지 않는다. 태양 주변만 약간 붉게 물들 뿐이다.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자욱하게 항상 껴있는 듯한 먼지 때문 일 것 같다. 덕분에 그 눈부신 태양도 눈부심 없이 맨 눈으로 맘껏 볼 수 있다. 호떡같이 생긴 태양이 둥실 떠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
해가 지고 가려하니 사두 할아버지 두 분이 손을 잡는다. 영어는 아니었지만 대충 뉘앙스가 자기가 만든 짜파티를 먹고 가라는 것 같았다.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할아버지, 이제 해가 져서 금방 어두워질 텐데, 그렇게 되면 마을로 돌아가기 힘들어요."
라는 말을 온몸으로 설명한 뒤 내일 보자며 헤어졌다. 마른 강을 건너 돌부리에 걸리지 않게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ㅠ.ㅠ 게다가 신발은 아직 슬리퍼뿐이라...
무한 리필 탈리 집, 오르차의 매력
마을로 돌아와 호텔 앞에 탈리 집에서 20루피짜리 탈리로 저녁을 때운다.
우와! 이 집 탈리는 무한 리필이다! 짜파티가 떨어지면 계속해서 구워주고, 카레나 달도 맘껏 먹을 수 있다. 앞으로 계속 이용해야겠다. 유후~ 배불러라~
오늘 인상적이었던 일이 뭐가 있을까?
자그마한 마을 오차의 일몰. 이거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일몰 중 최고로 아름다웠다. 마을 앞으로 맑은 물이 흘러 그런지 내 마음도 맑아지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만 자자! 쿨쿨~
【 다음 이야기 】
인도 배낭여행 - 오차! 오르차! Orchha! 아름다운 시골 마을 - DAY 21
인도 배낭여행 - 오차! 오르차! Orchha! 아름다운 시골 마을 - DAY 21
인도 배낭여행 스물 하루째 날 - 오차! 오르차! Orchha! 아름다운 인도 시골 마을 ▒ 평화로운 오차의 아침 ▒ Chaturbhuj Temple ▒ Chhatris ▒ 오차의 매력 ▒ 오차에서의 한가로운 시간 1월 24일 (목) "평�
reminiscence19.tistory.com
【 이전 이야기 】
인도 배낭여행 - 샤자한의 아그라 타지마할, 운수 좋은 날 - DAY 19
인도 배낭여행 - 샤자한의 아그라 타지마할, 운수 좋은 날 - DAY 19
인도 배낭여행 열 아홉째 날 - 하루 종일 타지마할에 있기, 아그라에서 잔시까지 야간 이동 ▒ 이른 아침, 타지마할 (Taj Mahal) ▒ 한 낮, 눈부신 타지마할 ▒ 타지마할 대리석 모형 흥정하기 ▒ 늦�
reminiscence19.tistory.com
'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카테고리의 글 목록
아무 것도 모른채 떠났던 20년 전 첫 배낭여행 부터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길 위에서의 시간을 조금씩 꺼내보려 합니다.
reminiscence19.tistory.com
'배낭여행 > 인도 배낭여행 (200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배낭여행 - 로컬버스 타고 카주라호 가는 길 - DAY 22 (0) | 2019.07.06 |
---|---|
인도 배낭여행 - 오차! 오르차! 아름다운 시골 마을 - DAY 21 (0) | 2019.07.05 |
인도 배낭여행 - 샤자한의 타지마할, 아그라에서 잔시 야간이동 - DAY 19 (0) | 2019.07.04 |
인도 배낭여행 - 아그라 성, 릭샤왈라와 쇼핑 투어, 슬럼 빈민가 - DAY 18 (0) | 2019.07.03 |
인도 배낭여행 - 바랏푸르, 조류 보호구역 케오라데오 국립공원 - DAY 17 (0) | 2019.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