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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잘가온 보팔 산치 이동, 기차에서 운동화 도둑맞다 - DAY 06

by Reminiscence19 2019. 6. 26.

인도 배낭여행 여섯째 날 - 잘가온(Jalgaon) → 보팔(Bhopal) → 산치(Sanchi), 기차에서 눈 뜨고 도둑맞은 운동화

  • 기차에서 눈 뜨고 도둑맞은 내 운동화
  • 보팔(Bhopal)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 보팔에서 산치 가는 로컬버스
  • 작은 마을 산치(Sanchi)에 도착
  • 인도에서의 여행은...

썸네일-인도 배낭여행 여섯째 날


1월 9일 (수)

기차에서 눈뜨고 도둑맞은 내 운동화

아침 6시 35분발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짐을 챙겨 부랴부랴 역으로 향한다. 오늘은 이곳 잘가온에서 출발하여 보팔을 거쳐 산치(Sanchi)까지 간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한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열차가 어느 작은 역에 잠시 정차한다. 사람들이 오르내린다. 난 통로 쪽에 있는 슬리퍼 칸(1층)에 한가롭게 누워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긴다.

행색이 무척 허름해 보이는 한 아저씨가 내 앞쪽 침대에 걸터앉더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뭐... 이젠 그 정도 시선쯤은 적응도 되고 하여 누워서 씩~ 웃으며 몇 마디 걸었더니 대답이 없다. 영어를 못하시는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시선을 창밖으로 옮기는 사이 글쎄 그 앉아있던 놈이(여기서부터는 놈으로 지칭한다!) 후다닥 밖으로 도망가는 게 아닌가?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다 생각하는 찰나, 위층에 앉아 있던 친구가 외친다.

"오빠!! 저 사람이 오빠 신발 신고 도망갔어요!!!"
"뭐라고? XX 같은 놈!!"

생각하고 자시고 할 시간 없이 맨발로 뛰어 나갔다. 저쪽에 뛰어가는 사람이 있길래 전속력으로 내달려 그 사람 앞에 섰는데 아까 그 사람이 아니다. 반대쪽으로 가보기도 했지만, 워낙에 붐비던 플랫폼이었는지라 아무래도 찾긴 글렀다.


열차가 떠나길래 헐레벌떡 열차에 올라탄다. 남대문에서 18,000원에 구입한, 아직 반짝반짝 윤이 나는 소위 짝퉁 아디다스 운동화는 그렇게 하여 나와의 짧은 인연을 끝내게 되었다. 자리로 돌아와 운동화보다 비싼 슬리퍼(정품! 25,000원이었다^^)를 신으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처음부터 그놈은 신발을 신고 있지 않았다. 나와 눈을 마주치며 딴짓하는 동안 그놈의 발은 내 침대 아래 놓여 있는 신발로 간 것이고, 착용을 끝낸 그놈은 쏜살같이 내달린 것이었다.

훔쳐간
그놈도 문제이지만, 이른 아침이라 잠시나마 긴장의 끈을 놓았던 나 자신에게 책임을 돌린다. 그래도 여행 초기에 액땜했다 생각하니 불쾌한 기분이 오래가진 않았다. 어차피 도둑맞은 물건... 계속 아쉬워한다면 아직 한참이 내 여행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은 자명하니 말이다.

후에 이야기지만 난 새로 신발을 사지 않았고 두 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그 슬리퍼 하나만 계~속 신고 다녔다. 추운 다질링에서 새벽 일출을 볼 때도 그러했고, 낙타 사파리 당시에도 그랬고, 휘황찬란한 홍콩 시내를 돌아다닐 때도 슬리퍼만 신고 다녔다. 왜냐고? 엄청나게 편했으니까!! 발 냄새도 안 나고 말이다. ^^;;

열차는 그런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쉼 없이 달린다.


보팔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한 소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처음 보는 타악기에 장단을 맞추어 꽤나 구슬픈 노래 한 곡조를 들려준다. 어찌나 곱고 예쁘던지 동전 한 잎과 비스킷 몇 개를 작은 손에 얹어 주었다.

중간중간에 시키지도 않았는데 청소해 주고 돈 받아가는 꼬마들... 짜이~짜이~ 하며 짜이 파는 아이들... 모두들 생업전선에 나서서 가계에 보탬이 되고 있는 아이들이 전후 우리의 부모님 세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듯 보인다.

그들에게는 어떤 꿈이 있을까?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 지독한 가난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잠시 해본다. 이런 생각조차 그들에게는 사치였으리라...

기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메마른 풍경
▲ 기차 차창 밖으로 보이는 메마른 풍경...


얼마의 시간이 또 지났을 때였을까?
옆에 앉은 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심심했던 차에 잘됐다. 짧았지만 그동안의 일정과 앞으로의 일정 등등에 대해 말하고, 몇 가지 조언도 들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 한 가지 물어보았다.

"아저씨, 인도 사람들은 200년 동안이나 영국 식민지로 살았으면 아직도 영국인들을 제일 증오하고 싫어하겠네요?"
아저씨 왈~
"그렇지 않아요. 지금은 그때와는 또 다르기 때문에 영국에 대한 감정은 없고 대신에 파키스탄을 정말 증오한답니다."
"파키스탄이요?"
역시나 종교의 문제가 여기에선 엄청난 문제인 듯싶다.

"한국인들은 겨우 36년 동안 식민지배받았는데 아직까지 잊어서는 안 되고 증오하는 첫 번째 나라랍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영국의 식민지배 방식과 일본의 그것과 많은 차이점이 있었는 듯 생각되었다. 실제로 마하트마 간디가 비폭력운동을 그토록 벌였건만 함부로 하지 못했던 영국과, 가차 없이 독립운동의 싹을 잘라버렸던 일본의 그것을 비교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숨 자고 나니 어느새 사람들이 다 내려 슬리퍼 칸이 텅텅 비어 있다. 배가 고파 잠시 정차한 역에서 도시락 하나를 사 먹는다. "비리야니"였다. 인도 향신료인 맛살라가 듬뿍 들어간 비리야니를 허겁지겁 먹었더니 나중에 탈이 안 날 리가 있나?.... ㅡ.ㅡ;;

한참 동안 소화가 안 돼 죽는 줄 알았다. 후에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이 말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온다.
"노 맛살라!! 플리즈~"

새벽에 출발한 기차는 오후 4시 45분 즈음에 드디어~ 드디어~ 보팔(Bhopal) 역에 도착한다. 우선 다음 행선지로 갈 기차표 예약을 위해 예약창구로 가서 Bhopal→Ahmedabad(245Rs), Ahmedabad→Udaipur(144Rs)행 티켓을 예매하였다. 산치 일정 이후에 탈 기차표다. Bhopal→Ahmedabad 구간이 웨이팅인 것이 조금 께름칙하다.


보팔에서 산치 가는 로컬버스

우리의 목적지는 산치(Sanchi)라는 작은 마을이다. 보팔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보팔은 마드야프라데시의 주도라 그런지 무척이나 혼잡스러웠다. 각종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에 거리를 활보하는 동물들, 사람들이 뒤섞여 당시 제대로 숨 쉴 수 조차 없었다.ㅠ.ㅠ 혼란한 틈을 비집고 버스정류장에 도착! 나에게 쏠린 시선들을 향해 그냥 외쳤다.
"싼치!! 싼치!! Which Bus?"
순간 사람들의 손가락이 한 방향을 가리키며 한 버스에 머문다. ㅋㅋㅋ 정말 친절하고 편리하다.

로컬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 (19Rs) 날이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한다. 온전치 못한 도로포장으로 계속해서 덜컹거리는 버스와 심각한 매연, 귀를 찢도록 크게 틀어 놓은 인도 음악에 점심때 먹은 비리야니의 공격으로 그야말로 난 정신이 하나 없고 안 나던 멀미까지 나려 한다. ㅠ.ㅠ 아이고 나 죽네~



작은 마을 산치(Sanchi)에 도착

로컬버스라 그런지 사람들이 올랐다 내렸다 정신없다. 2시간이 안되어 도착!! 숙소를 잡기 위해 걸어가려는 순간

정전......
이럴 수가!!

앞이 정말 하나도 안 보인다.
우리를 떨어뜨린 버스는 벌써 사라진 지 오래고 우리가 내린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정전이 돼버린 것이다. 저쪽에 호롱불 하나 켜고 땅콩 파시는 아저씨가 계시길래 길을 물어본다. 작은 랜턴 하나가 어찌나 아쉬웠던 순간이었는지... 울퉁불퉁한 길을 엉금엉금 걷는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유쾌한 기억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와~~~~"
다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깨알같이 촘촘히 박혀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본다.  아무런 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역시 밤은 어두워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치(Sanchi)는 도시라기보다는 작은 마을에 가깝다. 숙소도 대부분 여행자들이 묵는 숙소(마하보디 쏘사이어티 게스트 하우스)에 음식점도 그 건너편 역 앞에 위치한 쟈스왈 레스토랑~이 전부다. (당시에... ^^)

얼마 후 다시 전기가 들어온다. 같이 온 그리고 미리 와 있던 여행자들과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 아저씨께서 아부산(Mt.Abu)과 오르차(Orchha)가 무척이나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혹한다. 아무래도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에서의 여행은...

오늘은 정말 하루 종일 이동만 했던 날이었다. 선진국 같았으면 반나절도 안되어 도착할 거리였지만, 이곳이 인도이기에 만 하루가 걸려 도착했다.

이동만 했기에 오늘 하루가 그냥 흘러간 하루였을까? 물론 아니다. 기차 안에서, 버스 안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며 인도의 참모습을 알아가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관광지 몇 개를 더 보고 안 보고가 여행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약간 북쪽으로 올라왔더니 밤엔 꽤 쌀쌀하다. 아니 춥다는 말이 적당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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