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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뭄바이 시내여행, 엘레판타 섬, 아우랑가바드 야간열차 - DAY 03

by Reminiscence19 2019. 6. 25.

인도 배낭여행 셋째 날 - 빡빡했던 뭄바이 여행, 엘레판타 섬, 아우랑가바드(Aurangabad)로 가는 첫 야간열차 타기

  • 호텔 체크아웃 후 아침 식사
  • 뭄바이 엘레판타 섬 (Elephanta Island), 코끼리 섬
  • 계속되는 뭄바이 관광 일정
  • 저녁식사 후 아우랑가바드행 야간열차 타기

썸네일-인도 배낭여행 셋째 날 - 빡빡했던 뭄바이 여행, 엘레판타 섬, 그리고 아우랑가바드(Aurangabad)로 가는 첫 야간열차 타기


1월 6일 (일)

호텔 체크아웃 후 아침 식사

새벽에 잠시 깼다, 다시 잤다. 그리곤 또다시 깨고, 다시 잔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욕실로 가보니 물이 나온다.
"야호~ 만세~"
뭄바이 물 사정이 안 좋은지 호텔 욕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어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잤는데 다행이다.

찬물로 감격스레 얼른 샤워를 하곤 짐을 챙겨 역의 Cloak room으로 짐을 맡기러 간다. (10Rs)
※ 당일 야간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 숙소에서 체크아웃할 때 저녁까지 짐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했으면 되었는데 솔직히 당시엔 그런 융통성이 없었던 것 같다. ^^;;;

기차역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간단히 그리고 아주 저렴하게 아침을 해결한다.  어떤 음식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옆에 한 아저씨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드시고 계신다. 주저함 없이 주문대로 가
"저거 주세요~ ^^;;"
하며 그 아저씨가 먹고 계신 음식을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저씨는 날 보며 자기 꺼 같이 먹지 않겠냐며 접시를 내미신다. ㅋㅋㅋ

잠시 후 주문한 내 음식이 나와 맛있게 몇 조각 먹는다. 그런데, 아뿔싸... 어느새 난 인도인들에 둘러싸인 원숭이 신세가 되어 있다. 신기하듯 쳐다보는 그들을 향해 간단히 인사하니 숱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리곤 처음이라 그런지 정말 성심 성의껏 대답하였다.

후로 50일간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말이다. 그래도 그 당시 내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나 즐거워하며 나의 서툰 영어를 귀담아 들어주는 그네들이 당시 내겐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아~ 그땐 정말 스타 된 듯한 기분이었는데...ㅋㅋㅋ


식사 후 뭄바이역 2층에 있는 예약창구에서 잘가온-보팔(Jalgaon-Boapal) 구간의 열차를 미리 예약하고, 뭄바이 앞바다에 있는 엘레판타(Elephanta) 섬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찌는 듯한 무더위에 희뿌연 먼지로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떠나기 하루 전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 추위에 덜덜 떨며 남대문에서 여행 준비물 사던 때가 바로 엊그젠데 지금은 더위로 고생하고 있다니! 그래도 한겨울에 호강한다 생각하니 그렇게 덥지만은 않다.

인디아게이트 (Gate of INDIA)
▲ 인디아게이트 (Gate of INDIA)

 

뭄바이 엘레판타 섬 (코끼리 섬)

엘레판타(Elephanta) 코끼리 섬 가는 통통배(^^) 티켓은 인도문(Gate of India)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65Rs) 그나저나 어찌나 찝쩍대는 친구들이 많은지 인도에 도착한 지 하루 만에 성격 다 버리겠다. ㅠ..ㅠ

사람 수를 채운 통통배는 굉음을 내며 출발한다. 섬으로 가는 배 안에서 본 인도문 (Gate of India) 주변 항구는 희뿌연 연무 때문에 그런지 생각보다 그다지 멋진 풍경을 제공해 주진 않았다.

이래저래 몇십 분쯤 가다 보니 옆에 앉은 일본 회사 히타치에서 일한다는 친구가 Indian Navy라며 손짓한다.
무슨 일인가 하여 보니 작은 규모의 항공모함 한 척이 뭄바이 앞바다에 정박해 있다. 저게 항공모함이구나... 신기한 듯 보고 있는데, 그 친구는 인도의 군사력을 한껏 자랑하며 엄청난 자부심을 드러낸다.

"그래.. 너희 나라 잘났다!!!"

어쭙잖게 맞장구 쳐주며, 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가기를 1시간.
통통배는 어느새 엘레판타(Elephanta) 섬 입구에 도착한다.

통통배 타고 엘레판타섬 가는 길
▲ 통통배 타고 엘레판타섬 가는 길, 저 멀리 타지마할 호텔과 인도문이 보입니다.
공기가 워낙 탁해 풍경이 그닥 인상적이진 않습니다.
▲ 공기가 워낙 탁해 풍경이 그닥 인상적이진 않습니다.


엘레판타 섬 접안 항구에서 섬 안으로, 그리고 유적이 있는 산 위로 계속 오른다.
뭄바이보다 더 찌는 더위에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올라갔다. 누가 겨울 인도가 춥다 그랬는고? 헉헉...ㅡ.ㅡ;; 정말 덥다.

엘레판타 코끼리 섬에서 가장 유명한 삼면상이 있는 동굴까지 올라가는 길 양옆으로는 기념품들을 파는 잡상인들로 꽈~~ 악 메워져 있었다.

당시 상인들은
내가 메고 있는 목걸이 볼펜에 혈안이 되어 자기네 목걸이들과 바꾸자며 어찌나 귀찮게 하는지 으휴... 나름대로 나에게도 소중한 볼펜(월드컵 자원봉사하며 받은 볼펜이었다.)이라 바꾸진 않았지만 다른 볼펜을 몇 개 더 가져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에 널리고 널린 게 볼펜인데 말이다.

길 옆 나무 위에 원숭이 한 무리가 보인다.

"우와~ 원숭이닷!!"

처음 보는 야생 원숭이가 신기하여 유심히 행동을 지켜보았다. 원숭이는
뭔가 발견했는지 나무 아래로 내려오더니 앞에 가시던 선생님이 들고 있던 과일 봉지를 뒤에서 확! 낚아챈다.

"아~~ 악!!"

어찌나 놀라시던지...ㅋㅋㅋ
과일 봉지를 낚아챈 원숭이는 언덕 위로 올라가 과일을 빼내 잘도 까먹는다. 영리하게도 포장된 것들은 포장까지 손수(?) 뜯어가며 맛있게 먹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다.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한 두 번 삥 뜯어본 솜씨가 아니다. 원숭이들도 인간들과 어울려 공존할 수 있는 생존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듯싶다.

엘레판타(Elephanta) 섬에는 시바의 삼면상이 특히 유명하다. 거금 5$를 내고 삼면상을 보러 들어간다. 대낮인데도 동굴 속은 어둠 컴컴하다.

동굴 안은 공간이 뻥 뚫려 있다. 그리고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 유명한(?) 삼면상이 자리 잡고 있다. 양 옆으로는 강가신과 무슨 무슨 신 등... 머 그런 것들이 조각되어 있다. 이게 끝인가? ㅋ

음... 솔직히 약간 실망해서 별 감흥이 오진 않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그랬다고 하니 다들 이곳에 올 때 사전 공부를 잘 안 하고 오는 모양이다 ^^;;.

아는 만큼 보인다!
절대 진리임엔 틀림없다!

엘레판타 섬 동굴 입구
▲ 엘레판타 섬 동굴 입구
뭄바이-엘레판타섬 삼면상뭄바이-엘레판타-동굴내부조각
▲ 엘라판타 섬의 유명한(?) 삼면상 앞에서...


솔직히 난 대충 뭐가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 정도까지는 공부하고 인도에 그리고 이곳 엘레판타 섬까지 왔다. 근데도 이렇게 심심한데 그냥 온 사람들은 오죽할까?

그나마 뭄바이에서 통통배 타고 나름 유명하다는 섬까지 나왔다는데 의를 두어야 하는 것일까? 아무튼 심심한 구경을 마치고 다시 뭄바이로 돌아온다. 다들 무더위에 지쳤는지 배 안에서 뻗어버렸다. ㅋㅋㅋ


뭄바이 관광은 쉼 없이 계속된다.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나의 강행군은 계속된다. 근처에 위치한 James Wales Museum에 찾아간다. 이곳도 학생에게 입장료 할인이 되는 곳이다.

어제 현대미술관과는 달리 학생과 일반 외국인의 가격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난다. (학생: 6루피, 외국인: 300루피) 어제처럼 얼버무리고 우겨서는 입장이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진짜 학생인 나만 홀로 들어가 구경한다. 이 대목에서 감히 관람이란 말을 쓰고 싶진 않다.

James Wales Museum은 담장 넘어 지저분한 거리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특히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과 고풍스럽게 지어진 건물이 꽤 인상적이다. 내부에는 다양한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구석기시대 유물부터 시작하여 여러 불상, 힌두 신상, 세밀화, 유화, 무기류 등등. 또한 1층 한편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에도 상당히 볼 만한 것들은 풍부했다. 하지만, 타지마할 호텔에서 기다리겠다는 일행들 생각에 대충 휘~~ 익 둘러보고 박물관을 나왔다. 딱! 6루피어치만 봤다. ㅋㅋㅋ


저녁식사 후 아우랑가바드행 야간열차 이동

어느새 벌써 저녁이다. 한국인 8명이 우르르 몰려가 뭄바이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다시 뭄바이 중앙역으로 향한다. 아우랑가바드(Aurangabad)로 가는 내 열차는 저녁 9시 5분에 출발한다.

야간 이동 중에 먹을 석류, 바나나 등을 사고, 첸나이(Chennai)로 떠나시는 선생님들과 헤어진다. 아쉬운 작별... 비록 하루 동안이었지만 정이 들었는지 기분이 쫌 그렇다. ㅠ..ㅠ

각 열차칸 입구에 붙어있는 예약 List를 확인하고 기차에 올라탄다. 열차는 뭄바이가 시발인 열차라 아직 기차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 듯. 시커먼 굴속으로 들어가듯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객차 안으로 들어간다. 아직 이른 시간인지 아무도 없다.

잠시 후 사람들이 들어오고, 이어 전기가 들어온다. 열차에 탄 사람들 얼굴이 비로소 잘 보인다. 그리고 밤 9시 5분 정각에 기차가 출발한다.
출발역이라 그런지 시간 하나는 정확하다. ㅋ

처음 타는 인도 기차... 우선 주위 인도인들의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아직까진 부담스럽다. 하지만 내가 내릴 목적지를 물어보고, 도착하면 깨워주겠다는 그네들의 호의가 무척 고맙다. (도착하기 전에 깨워줘야 하는데... ㅋ)

떠나기 전, 여러 여행기와 각종 인터넷 정보를 통해 인도 기차 내 도난에 대한 안 좋은 말들을 정말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 그런지 슬리퍼 칸에서 잠을 자는데, 어찌나 신경 쓰이던지... 큰 짐은 쇠사슬로 칭칭 감고 난 뒤, 작은 가방은 베고 자기도 불안하여 아얘 안고 잤다. 짐들을 안고 자는데 어찌나 불편했는지 모른다.


갑자기 내 손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 손이 나의 작은 배낭으로 들어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순간 식은땀이 질끈 흐르고 그놈을 한방에 제압하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곤 하늘을 향해 휘둘렀다. 주먹은 빈 공간을 가로질렀고 눈이 떠졌다.

꿈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첫 야간 이동에 너무 예민한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동안 주워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안 들은 만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아~주 순조롭게 아우랑가바드(Aurangabad)행 기차는 밤새 달린다. 작은 가방을 앞에 매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인도 풋내기 여행자 하나를 태우고 말이다.

여행이란 현지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믿음을 바탕으로 해야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가방을 맡겨주겠다는 호텔 주인을 믿고, 같이 기차를 타고 가는 옆자리 일행을 신뢰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러한 작은 신뢰가 기본 바탕이 돼야만 현지인들과 더욱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숱하게 몸으로 느낄 수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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