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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아그라에서 잔시 거쳐 오차 가기 - DAY 20

by Reminiscence19 2019. 7. 5.

인도 배낭여행 스무 번째 날 - 아그라에서 잔시, 잔시에서 오르차 가기

  • 아그라에서 잔시까지 야간기차 이동
  • 잔시에서 오르차 가기
  • 작은 마을 오차 한 바퀴
  • 오르차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 오르차 사두승 거처에서 일몰 감상
  • 무한 리필 탈리 집, 오르차의 매력

썸네일-인도배낭여행 오차


1월 23일 (수)


아그라에서 잔시까지 야간기차 이동

아그라(Agra)에서 출발한 기차는 새벽 3시가 안되어 잔시(Jhansi)에 도착한다.

잔시 역사 내 웨이팅 룸(Waiting Room)으로 들어가니 딱히 누울만한 자리가 없다. 얼핏 보아하니 한국 사람도 서넛 중앙에 자리 깔고 누워 자는 것 같다. 쏟아지는 잠의 공격에 대충 아무 곳에 쭈그리고 앉아 우선 새우잠을 잔다.


잔시에서 오르차 가기

아침 7시에 잠을 깨 나와 보니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았다. 릭샤를 타고 조용한 잔시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물어물어 오르차(Orchha)행 버스에 올라탔지만 버스엔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아이한테 바나나 25개를 10루피에 샀다. 보통 한 개에 1루피 정도 하는데 인도에서 제일 싸게 샀다. (※ 그동안 호구당한 거고, 원래 이 가격일 수도 있음 ㅋㅋㅋ)

혼자 먹기에 바나나가 너무 많아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니 대부분 받지 않는다. 거참... 받아먹어도 괜찮은데... 그런데 유독 한 할아버지는 잘 받아 잡수신다. 그리곤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시며 뭐라 뭐라 하시는데 정확히 무슨 말씀하시는지 몰라 어색한 웃음만 지어낸다.

버스가 출발하고 차장이 표 값을 걷는다. 가이드북을 뒤져보니 잔시에서 오차까지 로컬버스는 8루피라 적혀 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아까 그 할아버지께 여쭈어 보니 5루피라 그러는 게 아닌가! 확실하냐며 몇 번이나 물었더니 5Rs 맞단다. ㅋㅋㅋ 우선, 단돈 5루피만 준비하고 차장을 기다린다.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이놈의 차장이 대뜸 10루피를 달라는 게 아닌가! 고얀 놈 같으니라고... 난 5루피 아니냐고 박박 우겨댔고,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도 거들며 뭐라 뭐라 말을 하시더니 그제야 차장이 얼굴을 붉히며 넘어간다. ㅋㅋㅋ 덕분에 나뿐만 아니라 저 뒤쪽에 앉은 한국인 5명도 모두 5루피에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차장이 앞으로 가며 할아버지한테 막 화를 내는 게 아닌가. 괜히 할아버지한테 죄송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려 인사하니 할아버지는 괜찮다며 날보고 히죽 웃으신다. 고맙습니다.


작은 마을 오차 한 바퀴

오차에 도착하여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작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뭐... 한 바퀴 돌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그동안 적고 모아둔 엽서도 보내고, 노천 레스토랑에서 점심도 먹고, 사람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며 한적한 시골 마을이 주는 여유로움을 한껏 만끽한다.

작은 마을 Orchha 오르차
▲ 작은 마을 Orchha 오르차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앞을 흐르는 Batwa 강
오르차 마을 앞 다리를 건너 쉬즈마할 호텔
▲ 오르차 마을 앞 다리를 건너 쉬즈마할 호텔을 배경으로~

오차 마을 앞다리를 건너 쉬즈 마할 호텔 근처로 가다 옆길로 새 보았다. 일몰 보기 좋은 곳이 있을까 찾아가는데 한 친구가 혼자 다니고 있어 같이 간다.

물이 말라버린 작은 강을 건너가니 사두승들이 사는 움막 같은 처소가 나온다.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비슷한 것들(^^) 재단, 하늘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원두막 등... 처음 보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신기하다. 한 사두승이 다가와 우리에게 달콤한 스위트 한 조각을 건네주어 먹어보니 꽤 맛있다.

한 사두 할아버지가 거처하고 계셨던 사원
▲ 한 사두 할아버지가 거처하고 계셨던 사원

사두 원두막에 잠시 앉아 있다 반대편에 제법 큰 강이 흘러 그쪽으로 가본다. 그곳엔 목욕하는 사람들, 빨래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가가 괜스레 말도 걸어보고, 시답잖은 얘기도 하며 조용한 곳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저렇게 한참을 다닌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아직 정오가 넘지 않았다. 이럴 수가... 이게 다 아침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이리라.


오르차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아침에 만났던 친구들이 근처에 춤 배우는 곳을 알아 놓았다 해서 따라나섰다. 숙소에서 10분쯤 걸어가 어느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니 수십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아이들이 빼곡히 앉아 있다.

우리가 올라가자 수업은 한마디로 犬판(^^)이 된다. 난 춤을 배우기는 좀 뭐하고 해서 다른 친구보고 배우라 하고 조용히 있을 요량으로 뒤쪽에 쳐져서 앉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이들이 모두 내쪽으로 돌아 앉아 내가 맨 앞이 된다. 이리저리 몇 번을 옮겨 다녀도 마찬가지다. ㅋㅋㅋ

나를 빙~ 둘러싸 앉았던 수많은 아이들... 그 천진난만한 미소와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춤 배우는 것은 작파하고 애들이랑 좀 놀다 보니 귀가 시간인지 모조리 우르르 빠져나간다. 나가며 볼펜, 초콜릿을 외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예전 우리 부모님 세대가 떠오른다.

누군가한테 구걸하는 건 하지 말았으면 해서 몇 번 얘기해 보지만 제대로 알아듣는 아이는 없는 것 같다.

인도 오르차에서 동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 동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인도 오르차 댄스 스쿨 여선생님 딸
▲ 댄스 스쿨 여선생님 딸~

댄스 스쿨 여선생님 댁에 방문했다. 99년에 결혼하여 2살 난 아이가 있는 21살의 그 선생님은 자그마한 가게에서 남편과 셋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곳을 방문했던 외국 친구들이 보내준 많은 사진과 엽서들을 구경하고, 짜이도 몇 잔 얻어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오르차 사두승 거처에서 일몰 감상

일몰을 보기 위해 아침에 봐 놓았던 그 사두승 거처로 다시 간다. 사두승 할아버지가 옷을 깁고 계신다.

난 저만치 떨어져 앉아 붉게 물든 태양을 바라보았다. 잠시 돌아 사두 할아버지 사진을 찍으려 하니 저만치에서도 고맙게 포즈를 취해 주신다. ^^;;

여기 인도의 일몰은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지 않는다. 태양 주변만 약간 붉게 물들 뿐이다.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자욱하게 항상 껴있는 듯한 먼지 때문 일 것 같다. 덕분에 그 눈부신 태양도 눈부심 없이 맨 눈으로 맘껏 볼 수 있다. 호떡같이 생긴 태양이 둥실 떠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다.

오르차의 아름다운 일몰
▲ 오르차의 아름다운 일몰
Sunset in Orchha
▲ Sunset in Orchha...

해가 지고 가려하니 사두 할아버지 두 분이 손을 잡는다. 영어는 아니었지만 대충 뉘앙스가 자기가 만든 짜파티를 먹고 가라는 것 같았다.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할아버지, 이제 해가 져서 금방 어두워질 텐데, 그렇게 되면 마을로 돌아가기 힘들어요."

라는 말을 온몸으로 설명한 뒤 내일 보자며 헤어졌다. 마른 강을 건너 돌부리에 걸리지 않게 가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ㅠ.ㅠ 게다가 신발은 아직 슬리퍼뿐이라...


무한 리필 탈리 집, 오르차의 매력

마을로 돌아와 호텔 앞에 탈리 집에서 20루피짜리 탈리로 저녁을 때운다.

우와! 이 집 탈리는 무한 리필이다! 짜파티가 떨어지면 계속해서 구워주고, 카레나 달도 맘껏 먹을 수 있다. 앞으로 계속 이용해야겠다. 유후~ 배불러라~

오늘 인상적이었던 일이 뭐가 있을까?

자그마한 마을 오차의 일몰. 이거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일몰 중 최고로 아름다웠다. 마을 앞으로 맑은 물이 흘러 그런지 내 마음도 맑아지는 듯하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만 자자! 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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