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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샤자한의 타지마할, 아그라에서 잔시 야간이동 - DAY 19

by Reminiscence19 2019. 7. 4.

인도 배낭여행 열 아홉째 날 - 하루 종일 타지마할에서 놀기, 아그라(Agra)에서 잔시(Jhansi)까지 야간 이동

  • 이른 아침, 타지마할 (Taj Mahal)
  • 한 낮, 눈부신 타지마할
  • 타지마할 대리석 모형 흥정하기
  • 늦은 오후의 타지마할
  • 타지마할에서 일몰 감상
  • 아그라에서 운수 좋은 날
  • 아그라에서 잔시까지 야간기차, 잘못된 예약
  • 차장한테 돈 찔러주고 슬리퍼 칸 구하기

썸네일-타지마할


1월 22일 (화)


이른 아침, 타지마할 (Taj Mahal)

새벽에 일어나 타지마할에 입장하려 했지만 날이 추워 움츠려 드는 바람에 7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숙소 근처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주위 상점을 기웃거리다 보니 벌써 9시가 다 되어 간다. 이크...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건축광 샤자한 왕이 그의 아내 뭄타즈를 기리기 위해 22년이라는 기간 동안 만든 무덤이다.

뭄타즈는 샤자한의 14번째 아이를 낳다 죽었는데, 평소에 뭄타즈를 너무나 사랑했던 샤자한은 그녀를 잊지 못해 세계 7대 건축 불가사의 중 하나인 타지마할을 건설하게 된 것이라 한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입장료는 무려 750루피다. 하지만 주저함 없이 입장료를 지불하고 타지마할에 입장한다.

입구에서 난데없는 소지품 검사를 한다. 안에서 심심할 때 먹으려고 산 비스킷 세 봉지를 뺏겨버렸다. 아... 아침부터 짜증 난다.

타지마할 안으로는 음식물은 물론 뾰족한 카메라 삼각대 등 가지고 못 들어가는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 문화재 보호 차원이겠거니... 생각하자! 투덜대며 과자를 도로 호텔에 갖다 놓고, 다시 타지마할 안으로 들어간다.

아그라-타지마할로-들어가는-게이트
▲ 타지마할로 들어가는 게이트... 이 문도 아주 멋집니다.
인도-아그라-타지마할의-강렬했던-첫인상
▲ 아름다운 타지마할의 강렬했던 첫 인상

타지마할의 남문을 지나 정문, Main Gate에 들어선다. 눈앞으로 타지마할이 나타나는 순간, 어마어마한 위압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직 오전 안개가 다 걷히지 않은 터에 공중에 부웅 떠 있는 모습을 한 타지마할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났을 때의 놀라움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 엽서나 다른 매체를 통해 수없이 접했었지만, 백문이불여일견! 역시 실제로 보니 대단! 대단! 대단하다!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산통 깨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 이름은 사진사! 한 장에 40루피까지 해줄 테니 한 장 박으라며 따라다니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계속 피하다가 나도 증명사진 한 장 찍고 싶어 그 사진사에게 내 사진기를 내미니 친절하게도 찍어준다. ㅋㅋㅋ

그리고 난 뭐라 뭐라 하는 사진사를 뒤로하고 룰루랄라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고마워요~~ 사진사 아저씨~~~ ㅋㅋㅋ

혼자 터벅터벅 타지마할까지 올라가 타지마할 뒤편을 유유히 흐르고 있는 야무나 강변을 내려다본다. 건기라 수량은 부족했고, 안개 때문에 강 건너는 아직 잘 보이지 않았다.

타지마할로 올라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는데 여긴 신발을 맡아 관리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흥미로운 모습에 신발장 바로 앞 벤치에 앉아 어떤 식으로 일하나 지켜본다. 가만 보니 주로 외국인들한테 돈을 요구하고, 어떤 인도인들은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들에게 수고비로 주는 사람도 있다. 일종의 팁, 박시시 개념인가. 난 그것도 귀찮아 슬리퍼 들고 다녔다. 역시 슬리퍼가 이래저래 다니기 편하다. ㅋㅋㅋ


한낮의 햇빛에 눈부신 타지마할

안개가 걷히니 날이 점점 더워진다. 마침 심심하던 차에 한국인 친구를 한 명 만났다. 서로 혼자 여행하는 비슷한 처지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잠시 후 또 혼자 다니시는 노총각 선생님 한 분도 만날 수 있었다. 셋이서 그동안 여행했던 얘기들을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고 보니 셋 중에 내가 인도 짬밥이 제일 많다. 할 말도 많다. ㅋㅋㅋ

셋이서 타지마할 안으로 들어간다. (한 번에 후딱 보면 나중에 심심할까 봐 지금까지 안 들어가고 아껴놨었다.)

타지마할은 건물 외벽, 내벽 가릴 것 없이 정말 한 공간도 그냥 넘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섬세한 칠보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칠보 장식의 끝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물 끝까지 계속되어 있다. 조각 하나하나에 장인들의 피와 땀이라 생각하니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어디 피와 땀뿐이겠는가! 수많은 영혼도 이곳에 묻혀 있겠지...

타지마할 내부 정 중앙에는 샤자한의 아내인 '뭄타즈'의 무덤이 있다. 그리고 그 왼편에 뭄타즈 무덤보다 높고 훨씬 큰 무덤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샤자한 왕의 무덤이라 한다.

타지마할을 정중앙에서 보면 양 옆의 보조건물들까지 정확한 대칭구조로 되어 있는데, 바로 이 샤자한의 무덤만이 그 대칭구조를 깨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한다.

그리된 까닭이 무엇일까?
원래 샤자한은 타지마할 완성 후 야무나강 건너편에 타지마할과 똑같은 무덤을 검은색으로 지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역사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못했던 그의 셋째 아들 아우랑제브가 샤자한을 폐위시키고 그 역사를 중지시켰다. 결국 그리 되었구나...

당시 수많은 이들의 목숨과 바꾼 샤자한의 건축물들이 오늘날 인도 살림의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인도인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낮에-눈부시게-빛나는-아그라-타지마할-모습
▲ 한낮에 눈부시게 빛나는 타지마할
아그라 타지마할-벽면조각아그라 타지마할의-미나렛
▲ 타지마할 벽면 조각과 미나렛?
샤자한의-아름다운-건축물-아그라-타지마할
▲ 샤 자한의 사랑만큼이나 아름다운 건축물, 타지마할입니다.
인도-아그라-타지마할에서
▲ 나름 설정 샷 ㅋㅋㅋ
타지마할-옆모스크인-Jawab-Masjid
▲ 타지마할 옆 모스크인 Jawab Masjid 에서 ㅋ
아그라-타지마할-옆에위치한-자왑-마스지드
▲ 타지마할 바로 옆에 위치한 모스크, Jawab Masjid

이곳저곳 지겹도록 둘러보니 어느덧 정오가 넘었다. 한낮의 타지마할은 그야말로 희고 흰 백색이다. 눈이 부셔 볼 수 없을 정도다.

선생님은 다른 곳을 보고 오신다며 나가셨고 나는 남은 친구와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리곤 2시경이 넘어서야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참! 이 친구는 운 좋게 공짜로 들어왔다며 점심을 쏘겠다고 한다. 무려 750 루피면 이틀 치 생활비다!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는 팔짱 끼고 그냥 아무 제지 없이 들어왔단다. 타지마할 묘 안으로 들어갈 때 돈 내는가 보다 생각하고 말이다. 이럴 수가!! 아무튼 덕분에 공짜로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타지마할 대리석 모형 흥정하기

식사 후 기념품점에 들러 어젯밤에 봐 두었던 타지마할 모형 흥정에 들어갔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제법 큰 사이즈의 모형이었는데 처음 부른 가격이 750루피였다.

어젯밤 반 정도 깎고 이제 다시 2차로 흥정하러 간다. 같이 있던 친구도 사겠다며 나선다. 2개 사면 흥정하기 더 편하다. 우리가 살 맘먹고 나서니 골목에 있는 수많은 상점 삐끼들이 나서 자기네 가게로 가자고 한다. 그 와중에 값은 계속 떨어진다. ㅋㅋㅋ

결국 30여분 후 135루피까지 깎아 원하던 그것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야~ 호~  파는 친구가 어찌나 울상이던지... 미안할 정도였지만 그러면 잘 산거다. ㅋㅋㅋ


늦은 오후의 타지마할

타지마할 안에서만 벌써 6시간이 넘었다. 오후 4시가 되니 한낮에 빛나던 백색의 타지마할은 간데없고 이제 점점 누런 금빛으로 물들어간다. 같이 있던 친구는 다른 곳으로 간다며 떠났고, 다시 혼자다. 여전히 타지마할엔 사람들이 많다.

한 한국인 아주머니 두 분이 타지마할 앞에 앉아 계시길래 다가가 말을 걸어보았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
얘기를 해보니 패키지로 여행 오신 분들이었다. 지금은 타지마할 구경 중이고 좀 있다 밖에서 모여야 된다고 하신다. 나도 그간 있었던 일들을 속성으로 말씀드리니 너무나 재밌어하신다.

시간이 되어 헤어지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밥도 못 사줘서 미안하다며 20달러를 건네주신다. 허거걱!! 너무너무 고마운 나머지 가시는 길에 연거푸 인사했다. 이게 웬일이래? 웬 떡 이래? ^^;;

후에 만난 여행자들에게 이 얘길 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나도 이제 패키지 아줌마들한테 붙어야겠다!! ㅋㅋㅋ"

해질녘-노랗게-물든-아그라-타지마할
▲ 해질녘 노랗게 물들어 가는 타지마할...
안갯속으로-사라지는-아그라-타지마할-모습
▲ 해가지고 점점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타지마할 ^^

 

타지마할에서 일몰 감상

오후 5시 즈음, 타지마할로 다시 올라 일몰을 바라본다.

역시 일몰은 어디서나 너무나 멋지다. 타지마할은 시간이 갈수록 금색에서 분홍색, 푸른색을 띠며 점점 안갯속으로 사라진다. 그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노을지는-시간의-타지마할-모습
▲ 해질녘 타지마할에서...
인도의-아그라-타지마할
▲ 타지마할에서의 아침, 점심, 저녁을 맞이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9시간이 넘게 이곳 타지마할에서 보냈다. 다른 곳을 보고 오신 선생님이 날 다시 만나더니 하시는 말
"어? 정말 지금까지 있네? 와~"
솔직히 오늘 갈 데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곳에서의 시간이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 너무나 황홀한 예술품 앞에 지루함이 웬 말이냐? ㅋㅋㅋ


아그라에서 운수 좋은 날

타지마할에서 나와 인도 와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해 본다. 숙소 근처, 인터넷 카페에서 56k 모뎀을 이용하면서 엄청 빠르다고 선전하는 꼬마 아이나 그 안에서 정말 빠르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하는 벨기에에서 온 녀석이나 다 똑같다. 난 말이야 초고속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왔단 말이야!! 아이고 속 터져라... ㅠ..ㅠ

저녁 식사는 선생님께서 사주셨다. 오늘은 운이 무지하게 좋은 날이다. 점심, 저녁을 다 얻어먹고, 용돈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어제 돈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가? 어쨌거나 난 무척 신난다.


아그라에서 잔시까지 야간기차, 잘못된 예약

저녁 9시 30분. 호텔에서 짐을 찾아 Agra Cante 역으로 간다. 오늘 밤 야간열차를 타고 잔시까지 이동한다.

내가 탄 사이클 릭샤는 자욱한 안개를 뚫고 찌렁찌렁 벨소리를 울리며 달린다. 안갯속의 매연과 각종 먼지가 나의 호흡기를 압박하는 듯하다. 소문대로 아그라는 공기가 무척이나 안 좋다. 콜록콜록!

악!!!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차표가 잘못된 것이다. 열차 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길래 유심히 티켓을 봤더니 22일 0시 50분 출발이라 적혀 있다. 22일 0시 50분이면 오늘 새벽이었는데... ㅠ.ㅠ

어제 무심히 열차표 사며 자세히 확인을 안 했더니 이런 일이... 항상 날짜가 넘어갈 때 주의해야 했건만 허공으로 날아간 내 125루피, 흑흑...  오늘 왠지 운수가 좋다 했더니 밤에 한 방 먹었다.


차장한테 돈 찔러주고 슬리퍼 칸 구하기

그나저나 이를 어쩌나? 예약창구는 이미 문을 다 닫았고, 일반 창구로 가니 General Class 열차 티켓만 판다고 한다. 다시 타지마할로 돌아가기도 힘들고 해서 General Class 티켓을 하나 구입해 플랫폼에서 기다렸다. (잔시까지 73루피)

이 기차는 밤 11시에 떠나는 기차였는데 10시 40분이 되니 다른 기차 한 대가 들어온다. 내가 타는 기차는 아니었지만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잔시 역에는 간다고 한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올라타니 빈자리가 꽤 많다.

차장을 찾았다. 내 사정을 말하고 50루피짜리 한 장을 찔러주니 너무나 쉽게 내가 원하는 침대로 슬리퍼 칸 자리 하나를 마련해 준다. 야호~ 정말 인도는 안 되는 게 없다. General Class 표를 괜히 산 게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아그라(Agra)에서 잔시(Jhansi)까지는 몇 시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애초에 야간 이동을 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리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어쩌리... 대충 물어보니 새벽 2시경에 잔시에 도착한다고 한다.

난감하다. 새벽 2시부터 또 뭘 해야 하나? 기차역 웨이팅 룸에서 비비다 해 뜨면 가야겠다 생각하며 눈을 붙인다. 열차엔 사람이 별로 없다. 주변 사람들이 나 도착하면 깨워줘야 하는데... 푹 자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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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인도 배낭여행 - 아그라에서 잔시 거쳐 오차(Orchha) 가기 - DA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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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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