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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떠나는 날, 홍콩 경유 뭄바이까지 항공이동 - DAY 01

by Reminiscence19 2019. 6. 24.

인도 배낭여행 첫째 날 - 인도로 배낭여행 떠나는 날, 홍콩 경유 에어인디아 탑승

  • 인천에서 홍콩 경유 뭄바이까지 이동하기
  • 인도행 에어인디아 비행기
  • 첫날 뭄바이 공항에서 노숙하기

썸네일-인도 배낭여행 첫째 날 - 인도로 배낭여행 떠나는 날, 홍콩 경유 에어인디아 탑승


1월 4일 (금)

인도로 떠나는 날

지난여름부터 벼르고 벼뤄왔던 인도 배낭여행, 드디어 오늘 그 첫발을 디디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뉴스 국제면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인도-파키스탄 간 분쟁 덕분에(?) 마음 졸이며 새벽잠을 설친다. 그리고 어렵사리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 병무신고, 환전, 수속 등을 마치고 급하게 홍콩행 비행기에 오른다.

(※ 당시 병역 미필자는 단수 여권에 매번 출국 전, 공항에서 병무신고를 하고 출국해야 했음)

허겁지겁 8시 50분 비행기에 올라 대충 짐 정리하고 출발~ 몇 번의 해외여행 경험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밤새 잠을 설쳐 피곤했기 때문일까?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설렘 치고는 너무나 담담하다. 아자!! 아자!! 가즈아~


이륙...

비행기 옆자리에는 같이 인도로 떠난다는 아~주 똑똑한 친구(S대 의대에 다닌다 함 ^^)가 앉는다. 이런저런 인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간단한 식사도 한다. 비행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 첵랍콕 공항에 도착한다.

가는 중간에 한국인 승무원 (KAL 기임에도 중국계 승무원이 무척 많았음) 누나와도 이런저런 얘기도 잠시 나눴다. 그런데 우리가 인도로 간다는 말에 약간 표정이 안 좋아진다. 우린 왜 그리 표정이 안 좋은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음... 승무원들 사이에선 인도 취항 걸리면 무척 싫어한답니다. 우선 인도인들 대부분이 Vegetarian 이어서 기내식 문제가 까다롭고, 비행기를 주로 이용하는 분들의 카스트가 높다 보니 이래저래 저희를 하인 부리듯이 하고요. 바닥에 볼펜이 떨어져도 호출 버튼 눌러서 승무원한테 주워 달라할 정도라니까요!"
"아무튼 이래저래 그래서 좀 꺼려한답니다. ^^ 호호^^"

"아.... 그렇군요....^^;;"

"그래도 그쪽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 보면, 참 다정다감하고 순수하고 그런 것 같아요. ^^;; 
아무쪼록 여행 무사히 잘하시고요 건강하시고요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홍콩에 도착한 다음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아뇨 ^^ 이따 저녁 비행기로 미국 플로리다로 가요~~"
하며 활짝 웃으시는 것을 보니 힘들어도 무척 좋은 모양이다.



홍콩에서 경유

비행기에서 내려, Transfer 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 여기저기 배낭에 침낭을 매달고 떠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분명 인도로 가는 여행자이겠거니 생각하고 말을 걸어본다.

아니나 다를까....^^ 근데 다들 델리로 간다고 한다. 어라? 델리? 난 뭄바이행인데... 뭄바이까지 같이 할 동행 구하기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오랜 시간 홍콩에서의 기다림을 같이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자.

여기는 인도로 가는 항공편 Check in을 하고 수속하러 들어가는 수속장 앞이다. 아무 생각 없이 매고 있던 작은 배낭을 X-ray 통과하는 곳에 맡긴 다음 금속탐지기를 통과한다. 그런데 갑자기 한 경찰이 다가와서 날 붙든다.

"왜? 무슨 문제 있나요?" 하고 물으니 경찰관 왈~
"배낭 안에 손톱깎이 있죠?"
확실히 기억이 나질 않아 없다며 대충 넘어가려 했더니 갑자기 내 가방을 막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결국 필통 안에서 손톱깎이를 찾아내 기분 나쁜 표정을 하는 게 아닌가.
"젠장... 저게 왜 저기 있지?.... T.T"
"이 손톱깎이 버릴까요? 아님 다시 와서 찾으실 건가요?"
"다시 와서 찾다뇨? 저 오늘 떠나면 2달 후에야 홍콩 다시 온답니다!!!"
"그럼 그때까지 저희가 보관해 드리죠..."
"뭐라고? 야! 이 넘아 두 달 후에 찾아가면 그동안 손톱은 뭘로 깎냐!!"

통사정을 해도 9.11 테러의 여파 때문인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막상 버리긴 싫고 하여 옆에 있는 작은 데스크로 가 손톱깎이 보관을 위한 작은 양식 하나를 작성하였다. 양식을 적으며 앞에 앉은 아가씨에게
"이쁜~ ^^; 아가씨~ 저... 테러리스트 아니거든요? 한 번만 봐주시죠? ^^;;"
했더니 아무런 대꾸도 안 하고 그냥 웃기만 한다. 제길... 결국, 번쩍번쩍 윤이 나는 나의 새 손톱깎이는 홍콩 공항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놈의 빈 라덴 덕분에...
(※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그때만 해도 처음 접하는 분위기에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경험한다.)

암튼, 짜증 나는 검색대를 빠져나와 면세점에서의 기나긴 Waiting이 시작된다.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잠시 누워 자다가, 이래저래 출발시간이 다가와 출발 모니터를 보니 이런... 5시 30분에 출발한다는 비행기가 7시 50분 출발로 지연되었다 한다. 헐... 이런 썩을 넘들. 이렇게 되면 새벽 3시경에 뭄바이에 도착할 테고, 꼼짝없이 공항에서 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아침식사로 기내식을 이용하려고 지금까지 쫄쫄 굶었었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 결국 발걸음을 공항 내 Cafeteria로 향한다.

비싼 값에 이것저것 시키진 못하고 구경만 하다가 흰쌀밥 한 공기에 만둣국 비슷한 중국음식 한 그릇을 시켜 같이 온 친구와 나눠 먹었다. 그것도 어찌나 비싸던지.... T.T 눈물이 찔끔...^^; 헝그리 배낭여행자에게 면세구역 레스토랑은 언감생심. 요기를 때우고 나서 또다시 기다림이 계속된다. 언제나 끝이 나려나? 이번엔 제시간에 출발할까?

출발 시간이 다가오니 인도인들도 이제 눈에 제법 많이 띈다.
처음 보는 인도 사람... 소위 잘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깔끔하고 단아한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인도 사람이 아니었다. 터번에 노티카 잠바를 입은 아저씨(^^)와 그 옆에 앉은 무지하게 아름다운 여인이 나누는 대화를 잠깐 엿들어 보니, 정통 영국식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닌가. 나름 인도에 대한 상상을 그 사람들을 통해 해 보았다. 후에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았지만...



인도행 에어인디아 비행기

인도로 향하는 에어인디아 항공기가 드디어 이륙한다. 약간 칙칙한 색깔의 사리를 갖춰 입은 스튜어디스 아줌마(^^)들을 보니 이제 정말 인도로 가긴 가는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에어인디아 비행기 안엔 생각보다 한국인이 무척이나 많았다. 요즘 인도 여행 붐이 일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파키스탄과 분쟁 때문에 그렇게 많진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정말 많다. 역시 한국인은 용감하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항상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음료 나눠주는 시간, 무심결에 콜라 한 캔을 달라한다. 스튜어디스 아주머니는 아래 서랍을 스르륵 연다. 순간 눈에 확~ 띄는 하이네켄.... ^^;;
"쏘리.. 하이네켄 플리즈....*^^*;;"
했더니 두 캔이나 주신다. 헐~ 두 캔씩이나... ^^;; 나만 그런가 싶어 주위 사람들을 보니 하나같이 다 두 캔씩 받아 마시고 있다. 얼떨결에 받아마신 1+1 (원 플러스 원) 맥주 덕분에 그 후로 정말 정신없이 잔 것 같다. 그토록 고대하던 기내식도 못 먹고 말이다.

내 옆엔 한 일본인 아주머니께서 앉으셨다. 커다란 배낭을 발아래 놓으셨기에 올려드린다며 얘기를 붙여 본다. 솔직히 약간 심심하기도 했다. 한참 얘기를 들어보니 인도에 살고 계신 분이었다. 지금 일본에 잠시 가서 비자 연장하고 돌아오시는 길이라고 하신다. 지금 사는 곳은 델리에서 다시 비행기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라는데 지명은 그새 까먹었다. ㅠ..ㅠ 몇 시간을 그렇게 재밌게 얘기했더니, 아주머니께서 여행 중이면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하신다. 히히^^ 난 뭄바이행이라 정중히 거절하고 하이네켄의 위력(?) 앞에 곯아떨어져 버렸다.

드디어 델리 도착!!
몇 시간 동안 같이 만나 재미있게 지냈던 분들과 작별하고, 난 다시 뭄바이로 계속 날아간다. 옆자리엔 델리에서 멋진 신사 한 분이 탔던 것 같은데, 꾸준히 계속 자느라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 ㅋㅋㅋ


첫날 뭄바이 공항에서 노숙하기

새벽 3시 반이 넘어 비행기는 고대하던 뭄바이에 착륙한다. 도저히 이 시간에 뭄바이 다운타운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아 공항에서 밤을 지내기로 결정한다. 다행히 비행기를 같이 타고 온 한국인 형님 두 분을 만나 공항 안에서 함께 잘 곳을 물색하던 중 한 경찰관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 우리는 잠시 몇 시간 잘 곳이 필요한데, 여기 어디에 그런 곳이 있나요?"
"여기엔 없죠. 하지만 내가 마련해 줄 수는 있습니다."
"마련해 줄 수 있다니... 무슨 말이지?"
하고 의아해하는 순간, 그가 자라고 자리를 마련해 준다.
허거걱... 그냥 맨 땅바닥 ㅠ..ㅠ 지붕만 있었지 이건 완전히 노숙이다. 어찌나 더럽던지... 하지만, 그 경찰이 어찌나 친한 척을 하며 신문지도 깔아주고 호의를 베풀었는지... 그 작은 배려에 감동의 물결이 마구 파도를 친다!

주섬주섬 신문지를 깔고 누웠다. 차가운 바닥의 냉기가 그대로 스며들었지만 그래도 잘만하다. 자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눈을 찔끔 떠보면 경찰 아저씨의 째려보는 짙은 눈이 정면으로 마주친다. 그러며 하는 한마디..
"Relax......(아주 느끼하게 ^^)"
깜짝 놀란 난...
"OK~ Thanks...... T.T"
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기가 짐을 안전히 잘 지킬 테니 걱정은 붙들어 메고 푹 자라 한다. 고마운 사람... 어쨌거나 나의 인도 첫날밤은 뭄바이 공항 후미진 구석에서 신문지 깔고 지새게 된다.


여기가 인도구나 인도야...
아직 실감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한밤인데도 푹푹 찌는 날씨와 극성인 모기만은, 여기가 한국이 아닌 다른 곳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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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인도 배낭여행 - 덥다! 더워! 뭄바이(Mumbai) 여행, 숙소 구하기 - DAY 02

 

인도여행 - DAY 02 - 덥다! 더워! 뭄바이(Mumbai) 여행, 숙소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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