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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아그라 성, 릭샤왈라와 쇼핑 투어, 슬럼 빈민가 - DAY 18

by Reminiscence19 2019. 7. 3.

인도 배낭여행 열 여덟째 날 - 아그라 성 (Agra Fort), 릭샤왈라와 쇼핑 투어 후 인도 슬럼 빈민가 가정집 방문

  • 바랏푸르에서 아그라 가기
  • 아그라에서 숙소 구하기
  • 붉은빛 아그라 성 (Agra Fort)
  • 아그라 릭샤왈라의 꼬임에 넘어가다.
  • 아그라 릭샤왈라와 쇼핑 투어
  • 아그라 빈민가 릭샤왈라 가정집 방문
  •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 아그라 릭샤왈라 Hero...

썸네일-인도배낭여행 18일째 아그라


1월 21일 (월)

바랏푸르에서 아그라 가기

투숙자가 나 혼자뿐인 바랏푸르의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2박 3일 동안 쭉 그랬다.) 짐을 꾸려 나온다. 호텔 직원인 딜립꼭(이름을 적어 달랬더니 영어를 말할 줄만 알지 적을 줄은 모른다 한다.)이 마중 나와 아그라(Agra)로 가는 버스를 잡아 주겠다고 나선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간 나름 정도 많이 들었는데 갈 때까지 배웅해 준다니 참 고맙다.

난 당연히 버스 터미널로 가서 아그라행 버스를 타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딜립꼭 왈~ 호텔 바로 앞 대로에서도 버스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숙소 앞 큰길로 아그라행 버스가 지나가니 지나가는 버스를 잡아타고 가면 된다고 한다. 어허허!! 거참 역시 인도엔 안 되는 게 없다. ㅋㅋㅋ

딜립꼭은 호텔 앞에서 나를 잡기 위해 혈안이었던 사이클 릭샤왈라들과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바랏푸르 버스 터미널까지 한 탕 벗겨 먹었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호텔 직원이 괜히 궁지에 몰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거대한 버스가 굉음을 내며 다가온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버스가 과연 세워줄까? 잠시 고민하는 사이 그 친구가 손을 한 번 살짝 흔들었더니 내 앞에 급정거하며 선다. ㅋㅋㅋ 바로 이거구나!! ㅋㅋㅋ 그 친구한테 너무나 고마워 한국에서 가지고 간 장구 열쇠고리 하나를 손에 쥐어주고 버스에 올라탄다.

새들의 낙원 바랏푸르(Bharatpur)도 이제 안녕이다. 여기서는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떠나는 것 같다.

새벽의 릭샤왈라 할아버지, 시내에서 만난 꼬마들, 튀김 파는 아저씨 그리고 딜립꼭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안기며 버스는 아그라(Agra)로 향하고 있다.(28루피) 차창을 통해 불어오는 아침 공기가 무척이나 상쾌하다. 지금 시간 오전 9시 30분.

달리는 버스 뒷자리에 앉아 이등병의 편지, 사랑일 뿐야,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겠지요 등, 흘러간 노래를 주욱 흥얼거렸더니 앞에 앉아 가던 한 여인이 힐끔 돌아보며 씽끗 웃는다. ^^;; 가자~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로~~


아그라에서 숙소 구하기

바랏푸르에서 아그라까지는 로컬버스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아그라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엄청나게 달라붙는 오토릭샤꾼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도대체 이곳이 아그라(Agra)의 어디쯤이란 말인가?

내려주는 곳이 일정치 않은 탓에 도저히 릭샤 값을 흥정할 수 없었다. 옆에 릭샤왈라들은 이곳에서 타지마할까지 8 km 정도 떨어져 있다며 대부분 30 루피 이상을 요구한다.

"쳇! 내가 너네 달라는 대로 줄 것 같으냐?"

한바탕 쏘아주고 배낭을 짊어진 채 무작정 걸었다. 저쪽에 표지판을 보니 릭샤꾼들이 말한 대로 정말 그 정도 떨어진 모양이긴 하다.

30여 미터 걸어갔을까? 대부분 릭샤왈라들은 떨어져 나가고 한 명만이 줄기차게 달라붙어 흥정하길래 결국 15Rs에 흥정한 후 타지마할로 향한다.

아그라에 도착하자마자 타지마할로 향하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싸고 좋은 숙소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같이 사파리 했던 친구들한테 소개받은 누르자한 호텔(Noorjahan Hotel)에 여장을 풀었다. (싱글 80루피/일)

타지마할 주변엔 한국인 여행자들의 흔적이 무척이나 많이 남아 있었다. 가게마다 걸려있는 한국 간판들과 방명록, 자기 가게 상품평 등등. 한국말로 적어 놓은 것들을 들이대며 정말 열성적으로 세일즈를 하고 있다.

숙소에 짐을 대충 풀어놓고 타지마할 입구는 어디쯤 있을까 찾아보러 나섰다.

호텔에서 나와 서른 발자국쯤 걸었나? 아무튼 타지마할 입구나 좀 찾아보려고 두리번거리니 이곳이 입구란다. 그 유명한 타지마할 입구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좁은 곳에 있을 줄이야! 골목 끝에 위치한 구멍이 바로 그 유명한 타지마할 입구(남문)란다. (물론 안쪽의 타지마할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다.)

타지마할은 아침 해뜰때 봐야 제격이란 말에 내일로 미루고 아그라성이나 볼 심사로 뒤돌아서니, 허걱!! 장사치들이 엄청나게 들러붙는다.

에잇! 정말 귀찮아 죽겠네!!! 가이드북에서조차 조심하라고 언급한 그 극성스러운 장사치들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과연 오늘 돈을 얼마나 쓰게 될까? ㅠ.ㅠ


붉은빛 아그라 성 (Agra Fort)

오늘은 아그라 성(아그라 포트)이라는 목적지가 있었기에 뻗어오는 손길들을 뿌리치고 릭샤왈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다.
"Agra Fort!! Agra Fort!!"
라고 외치니 여기저기서 15Rs 10Rs라고 답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중에 5Rs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잘못 들었나 싶어 그 사람에게 가서 물으니 이것이 인도인들 가격이라며 자기는 5Rs만 받겠단다. 거참... 뜻하지 않은 횡재에 우선 그 릭샤왈라의 사이클 릭샤에 올라탔다.

아그라 성으로 가는 길...
역시 사이클 릭샤는 타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한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안 그래도 깡마른 사람이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는걸 뒤에서 가만히 볼 수만은 없다. 그 릭샤왈라는 나에게 종이 쪼가리를 건네주며 심심한데 읽으라 한다.

어라? 이게 머지? 거기엔 영어, 일어, 한국어 등 이 친구와 친분을 맺은 여행자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이 친구가 이 글을 알리는 없고 읽어보니 믿을만한 친구인 것 같아 내심 안심이 된다.

아그라 성 앞에 도착하였다. 붉은 외벽의 견고한 성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내리려고 하니 글쎄 이 친구가 릭샤 비 5루피를 받지 않겠다는 게 아닌가. 그 친구 왈 내가 구경 다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태우고 가겠단다. 거참... 괜찮은데...

3시간 후인 2시 반쯤 오라고 하곤 성 안으로 들어갔다. 몇 시까지 보고 와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강박관념을 갖는 것은 싫었지만, 뭐 3시간이면 충분하다 싶어 그렇게 했다.

아그라 포트 성벽
▲ 아그라 포트 성벽...
아그라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 아그라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아그라 성 입구에서 거의 싸울 뻔했던 기념품 장사치들을 뒤로하고(너무 심하게 잡아채는 바람에 정말 싸울 뻔했음 ㅡ..ㅡ) 입구로 가니 입장료가 5$ + 50루피라 한다. 주위에 있던 외국인에게 추가 50루피는 뭐냐고 물으니 Tax라 한다. 거참... 그놈의 Tax는 잘도 끌어다 붙인다. 안 그래도 인도인들보다 몇십 배는 비싼 요금 내는데 말이다. 세금은 현지화로 내라고 한다. ㅋㅋㅋ

여기서 잠깐, 이 Tax는 아그라 시내 있는 유적지들(대략 5,6개 정도인 듯)을 둘러볼 때 꼭 내야 하는 것인데 하루에 한 곳만 내면 다른 곳에선 낼 필요가 없다고 한다. 난 그것도 모르고 이틀 동안 구경하며 꼬박꼬박 다 냈음. ㅠ.ㅠ

결론, 아그라 유적은 하루 안에 다 보자!!! 아그라성과 타지마할밖에 볼 건 없지만...

아그라성 내부의 깔끔한정원
▲ 깔끔한 정원과 나즈막한 궁전 건물
아그라성-내부의-dIWAN-I-kHAS
▲ Diwan-i-Khas
아그라성-내부의-작은모스크
▲ 궁 내부의 작은 모스크

아그라 성, 아그라 포트(Agra Fort)는 무굴제국의 악바르 대제(아쇼카 황제와 더불어 대제라 불리는 유일한 인물)가 1564년에서 1574년에 걸쳐 축조한 성이다.

오늘날의 모습을 이루게 된 것은 그 후 샤자한이라는 왕이 재건축을 한 뒤라 한다. 이 샤자한은 인도의 건축 왕으로 델리의 자마 마스지드, 붉은 성, 아그라의 타지마할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건축물을 만든 인물이다.

19세기 이후 이 곳은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군대 주둔지와 교도소로도 사용되었다 한다.

이런 역사를 지닌 성 내로 들어가니 우선 깔끔하게 정돈된 성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와! 아름답구나... 입장료는 이미 잊은 지 오래고 아그라 성(Agra Fort)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다.

아그라포트-내부모습
▲ 아그라 포트는 궁전 외, 군대 주둔지, 교도소 등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아그라성 내부의 Jehangir's-Palace
▲ Jehangir's Palace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성곽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그리곤, 성곽의 창으로 난 풍경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른다.

우와~ 야무나 강 저편으로 보이는 비행선 같은 물체가 붕떠 있는 것이 보인다. '타지마할'이다. 한낮의 눈부신 태양빛에 백옥같이 흰색으로 찬란히 빛나고 있는 타지마할이다. 아그라 성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 그 옛날 샤자한이 이곳에서 타지마할을 보며 그의 부인 뭄타즈를 생각했다 하는데 그때의 기분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대리석으로 도배된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름대로 폼 잡고 사진도 찍고 했는데도 3시간이 안 지났다. 으휴~ 그 넘의 약속은 왜 해가지고 괜히 스트레스다. ㅡ.ㅡ;;

벤치에 누워 여유롭게 Killing Time 하다 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내 앞에 와서 빤히 쳐다본다. 인도 다람쥐는 겁도 없다.


아그라 릭샤왈라의 꼬임에 넘어가다.

시간이 되어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그 친구는 기다리고 있다. (그 친구 이름은 Hero..) 열차표 예매를 위해 기차역으로 가서 아그라-잔시 구간 표를 예매하고(125루피) 혼잡한 역 주위 시장통을 빠져나온다.

돌아가려 하는데 이 친구가 글쎄 배고프지 않냐며 자기가 아는 레스토랑에 가자고 한다. 나원 참... 이제 슬슬 본색이 나오는구나 싶어 됐다! 그냥 가자 할 수도 있었지만, 마침 점심도 안 먹어 배도 고프고 해서 오케이... 그는 어느 고급스러운 식당으로 날 안내한다. 헐...ㅠ.ㅠ

아그라 시장통
▲ 사람들로 엄청나게 붐비는 아그라 시장통

지금껏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던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밭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당했다는 기분이 매우 강하게 든다. 메뉴를 보아하니 늘 먹던 초면 한 그릇이 50루피다. 평소에 먹던 가격보다 80% 정도나 비싸다.

게다가 손님은 달랑 나 하나. 이 놈들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그래도 이 가격에 먹긴 좀 그래서 너무 비싸다 했더니 식당 주인이자 주방장인 친구가 나온다. 그러더니 대뜸 하는 말.


"얼마로 해주길 원하느냐?"

으잉? 난 그냥 해본 말인데... ㅋㅋㅋ 에라 모르겠다 싶어 30루피 (그동안 먹은 초면 중 저렴한 수준)라 불렀다. 그랬더니 하는 말...


"OK!!"

어라? 이게 아닌데? ㅋㅋㅋ 암튼 식당서도 네고가 된다. 이런저런 얘길 나눠보니 그리 나쁜 사람들 같지도 않고 해서 마음 놓고 식사를 한다.

이 식당 주방장이자 주인인 그 친구는 우다이푸르에 있는 레이크 팰리스 호텔 (Lake Palace Hotel) 주방장을 했었다며 그때 일한 사진들과 증명서 같은 것들을 자랑스레 보여준다.

"오~ 이 사람 이거 대단한 사람이네?"

맞장구 쳐주며 맛난 초면을 먹는다. 어쩐지 초면도 지금까지 먹은 것 중에 최고였다.

이 레스토랑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데다 길가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홍보를 부탁한다. 난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그러며 내일 친구들과 오면 내 밥은 뭘 시키든 공짜로 주겠다 한다. ㅋㅋㅋ 올지 안 올진 모르지만 기분 무지하게 좋다.


아그라 릭샤왈라와 쇼핑 투어

식사를 마치고 이 릭샤왈라가 같이 쇼핑을 가자고 한다. 그동안 책이나 가이드북을 통해 숱하게 들어왔던 릭샤왈라 쇼핑이 바로 이것이구나! 대부분 피한다는데 난 왠지 가보고 싶어 가자 했더니 한 보석집 앞에서 내린다.

이 친구는 들어가서 사지 말고 5분만 있다 나오면 된다며 신신당부한다. 그렇게 하면 자기가 가게에 따라 10루피에서 20루피정도 받는다 한다. 오호라... 바로 이거구나... (어떤 여행자들은 이 돈까지 반씩 나누자며 한다는데 제발 그러진 맙시다.)

두 번째로 간 기념품 샵에서는 릭샤왈라 Hero가 비싼 집이라며 미리 귀띔해 준다. 엄청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샵에 들어가 보니 정말 비싸다. 눈 뒤집어지겠다. ㅋㅋㅋ 그냥 들어가서 주인이랑 농담이나 실실하고 물건 구경만 실컷 하고 나왔다.

세 번째로 간 정부에서 운영한다는 샵. 가히 살인적인 가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도둑놈인가? ㅋㅋㅋ 식탁보 작은 것 하나에 1000루피라니!!! (계산해보니 28,000원이지만, 그래도 인도에선 내게 살인적이었음) 그림 한 장에 800루피! 분위기도 장난 아니다. 한 할아버지가 붙어 어찌나 강매를 하는지 빠져나오느라 힘들었다. 휴우~ 그래도 몇만 루피짜리 숄도 둘러보고, 구경은 잘했다.

어느덧 아그라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해가 지길래 집에 가자고 했더니 한 군데만 더 가자고 한다. 이번엔 카펫 가게다. 카슈미르 카펫을 만드는 과정과 특이점들을 10분 정도 하나하나 직접 설명해준다. 오호~ 바로 이런 거구나 신기해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결국... 거기서 20$나주고 실크로 된 작은 카펫 하나 사 가지고 나와버렸다. 흑흑... (그래도 가져와서 보니 꽤 그럴듯하다. ㅋㅋㅋ)


아그라 빈민가 릭샤왈라 가정집 방문

저녁 먹을 때가 되자 Hero가 자기 집에 가보자고 한다. 갈까 말까 하다 그냥 따라나선다. Taj Ganj 근처에 미로 같은 골목을 돌아 돌아 들어간 뒤 또 2층으로 힘겹게 올라갔더니 그 친구 집이 나온다.

해는 이미 져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깜깜한 골목길을 그 친구 하나 믿고 따라갔다니... 간땡이 부은 놈... 방 한 칸뿐인 집 안은 너무 어두워 사람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는데 내가 가니 손님 왔다며 초 하나를 켜주신다.

이 친구에게는 예쁜 아내와 세 아들(비카스, 비제르, 써니)이 있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인사를 나눈다.

한참을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에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어느덧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어 방안이 터져나갈 듯하다. 그러더니 큰 녀석이 교통정리라도 하듯 나서서 사람들을 물리고 방문을 닫는다. 졸지에 아그라 빈민가에 유명 인사가 방문하는 느낌이다. ㅋㅋㅋ

내가 힌디어를 못하기 때문에 대화는 나와 Hero만이 나눌 수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그의 아내가 해주는 짜파티로 저녁을 해결한다.

Hero는 자녀들 교육이 무척이나 힘든 모양이었다. 애들 세명을 공립학교에 보내지 않고 사립학교에 보내기 때문에 학비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 달 사립학교 등록금이 1인당 300루피가 드니 3명이면 900루피... 사이클 릭샤 일로 아이들 키우며 가르치며 먹고 살기 무척이나 힘든 모양이다.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한참을 나눈다.

Hero네 가족 단체사진
▲ Hero네 가족 단체사진... 옆집 사람들도 있음 ^^

가방에 비상식량으로 넣고 다니던 비스킷을 주었더니 어머니가 받아 애들한테 하나하나 나누어주신다. 다 먹은 봉지에서 나온 부스러기가 방에 떨어지자 너무 아까워하며 남김없이 주워 먹는 모습이 짠하다.

애들이랑 게임도 하고 Hero가 하는 일종의 마술(?) 쇼도 보고 사진도 찍고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물론 계속해서 한 곳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5명이 사는 방안은 비좁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집을 나오니 아그라는 벌써 안개로 도시가 자욱하다.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셈 치고 마블 샵(대리석 가게, Marble Shop)에 갔다. 그곳에서는 타지마할 외벽을 온통 장식하고 있는 문양, 자개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 칠보와 비슷하였는데, 설명하는 가게 주인은 각 색깔별 돌 이름과 그 돌을 어디서 가져왔는지까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오호라~~ 그렇구나!

작업장에서 나와 샵으로 들어가니 휘황찬란한 공예품들이 즐비하다. 하나 살 작정으로 꽃장식 대리석 보석함을 7달러 달라는 거 2달러까지 깎았는데 그냥 나왔다. 지금 와서 무척 후회됨. 그 가격이면 샀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그라 릭샤왈라 Hero...

호텔 앞에 돌아와 Hero에게 릭샤 비 얼마 주면 되냐니까 씨익 웃는다. 안 줘도 되고 주고 싶은 만큼 주란다. 오늘 이 친구, 내 덕에 70루피 벌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가긴 미안하고 해서 잠시 여기서 기다리라고 한 후 근처 상점으로 갔다.

15루피짜리 양 많은(^^) 과자 봉지 하나 사서 그에게 안긴다. 그 친구는 고맙다며 내게 몇 번이고 인사한 후, 사이클 릭샤를 몰고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가족을 위해 오늘도 쉼 없이 릭샤 페달을 밟아야만 하는 아그라 릭샤왈라 Hero, 고된 삶이 느껴지는 그의 뒷모습이 나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편으로 가슴 한쪽을 무겁게 누른다. 저렴하다곤 하지만 80루피짜리 숙소와 매끼 50루피씩 쓰는 밥값. 20$짜리 카펫을 사는 것을 보며 그 친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오늘 밤도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하지만 무언가 크게 느끼는 하루였다. 평생 잊지 못할...


아그라의 릭샤왈라와 쇼핑하기

PS. 일반적으로 아그라에서 쇼핑을 강요하는 릭샤왈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은 그러한 쇼핑을 꺼리지만, 생각을 바꾸어 그러한 가게를 둘러보는 것도 나에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았다. 그곳을 통해 알지 못했던 아그라 빈민가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다만, 상인들의 유혹에서 유연히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만난 한 선생님은 상인들과 한바탕 싸우신 후 겨우 빠져나왔다 하시니 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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