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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우다이푸르에서 아지메르 거쳐 푸쉬카르 가기 - DAY 12

by Reminiscence19 2019. 6. 30.

인도 배낭여행 열 둘째 날 - 험난했던 푸쉬카르 가는 길 (우다이푸르 → 아즈메르 → 푸시카르)

  • 우다이푸르의 아침 - 작디쉬 사원 (Jagdish Temple)
  • 우다이푸르에서 아즈메르 (Ajmer) 가는 길
  • 아즈메르에서 험난했던 푸쉬카르 가는 길
  • 푸쉬카르(Pushkar)까지 무사히 도착!

썸네일-험난했던 푸쉬카르 가기


1월 15일 (화)

우다이푸르의 아침 - 작디쉬 사원

이른 아침, 숙소 근처 Jagdish Temple에 들린다. 어제 낮에 그 사원 앞을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했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 지나쳤었는데, 이제야 찾아간다.

사원 안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인도 사람들은 다들 하루의 시작을 그들의 신에게 경배함으로써 시작하나 보다.

이른 아침 JAGDISH 사원 앞
▲ 이른 아침 JAGDISH 사원 앞...

작디쉬 사원은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사원 외각에 정교하게 새겨 넣은 각종 조각, 문양이 매우 아름다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코끼리들,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등 하나하나 세심한 공을 들인 석공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아침 햇살에 뚜렷한 명암을 나타내며 빛나는 조각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사원에는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한 번씩 치는 종소리만 울려 퍼질 뿐 아직은 고요하다.

JAGDISH 사원1JAGDISH 사원2
▲JAGDISH 사원, 외부 조각이 무척 화려하고 정교합니다.

다시 발길을 돌린다. 어느새 사원 앞에 박시시(구걸)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다들 이제야 오늘 영업을 개시한 모양이다.ㅋㅋㅋ

원래 오늘은 푸쉬카르(Pushkar)행 디럭스 버스를 타야 하는데 여행사에 가보니 표가 없단다. 대신에 푸쉬카르 바로 옆의 큰 도시인 아즈메르(Ajmer)까지 티켓을 끊는다.(100Rs) 거기서 뭐를 타고라도 갈 순 있겠지... ^^

버스가 출발하려면 아직 3시간도 더 남았다. 뭘 하나? 뭘 하나? 뭘 하나? 여행을 혼자 다니니 무지하게 심심하다. 그 많던 한국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오늘 아침엔 한 명도 안 보인다. ㅡ.ㅡ;;

만만한 시티 팰리스(City Palace)에 다시 올라가 벤치에 앉아 주위 친구, 어르신들에게 엽서 한 장씩 적어 부쳤다.

개인적으로 어쭙잖은 기념품보다는 여행 중 나의 마음을 담은 엽서 한 장이 더 좋겠다는 생각에 미리 주소록을 쫙 뽑아왔다. 물론, 이런 나의 정성은 모르고 하찮은 엽서 쪼가리로 선물을 대신하려 하냐고 따지는 4가지 없는 친구들도 몇 있긴 하다.ㅋㅋㅋ


우다이푸르에서 아즈메르 가는 길

아즈메르(Ajmer)로 가는 버스 안. 아... 지겨워 미치겠다. 고독함...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것 같다. '
지독한 외로움을 두 번 정도 겪고 이기고 나서야 여행의 진정한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지독한 외로움까지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여행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와 사색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바 나름대로 그동안의 추억과 생활들을 조용히 반추해 본다.

뚝... 뚝...

"어라? 창밖에 비가 내린다."

지금은 건기에다 더욱이 이곳은 사막지역인 라자스탄이 아니었던가?
인도 사람들도 신기했는지 창밖을 보며 신기해한다. 거참 이상한 풍경을 다 본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지만 후에 낙타 사파리 당시 어찌나 이 비를 원망했는지... (자세한 내용은 뒤에~~~)


아즈메르에서 험난했던 푸쉬카르 가는 길

아즈메르에는 깜깜한 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이 돼서야 도착했다. 버스는 이번에도 아즈메르의 어딘지도 모를 한 길가에 여행자들을 떨어뜨려준다. 물론, 버스 문 앞에는 우리를 호구로 생각하는 운전사들이 떼로 껄떡거리며 모여있다. ㅡ.ㅡ;;

버스 안에서 푸쉬카르(Pushkar)로 가는 사람들을 모아보니 호주인 부부 한쌍과, 프랑스인 부부 한 쌍, 그리고 무척 어려 보이는 호주에서 온 여자 한 명, 그리고 나까지 총 6명이다. 우선 6명이 똘똘 뭉쳐 값을 흥정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릭샤꾼들이 담합을 했는지 가격은 터무니없었고 급기야 프랑스인 부부는 잔뜩 열이 올라 로컬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겠다며 큰 길가로 나선다. 몇 걸음 가다 말겠거니 생각했는데 정말 가버린다. ㅡ.ㅡ;; 뒤도 안 돌아보고...

나도
갈까 말까 망설이는 와중에 호주인 아저씨가 30Rs에 지프로 가자고 제안한다.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는 말을 강조하며...^^

약간 비싼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날은 이미 저물었고, 이놈들이 워낙에 똘똘 뭉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하여 호주인 부부 1쌍, 그리고 호주인 여자와 나 이렇게 4명이 지프에 올라 푸쉬카르(Pushkar)로 향한다.

푸쉬카르(Pushkar)로 가는 지프를 타고 한 15쯤 갔을까? 운전사의 친구라며 한놈이 올라탄다. 젠장... 좁아 죽겠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호주 여자아이가 뒤를 돌아보더니 한마디 한다.

"이보셔! 우리가 이 차 빌린 거요! 당신도 Pushkar 가고 싶으면 30루피 내시오!"
하며 운전사 친구와 한참을 실랑이한다. 워낙에 완강했던 그녀의 말투와 표정에 급기야 그놈은 운전사 친구임을 앞세워 통사정을 한다.

뭐...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가만히 알고 보니 이놈이 호텔 세일즈를 하는 것이다. 자기가 아는 호텔이 어쩌고 저쩌고... 나는 이미 알아 놓은 호텔이 있다며 몇 번이고 말했건만 옆에서 재잘재잘하는 통에 시끄러워 죽겠다. 급기야 앞에 앉은 여자아이는 감정이 폭발!

"Shut up!"과 함께 당장 입 닥치지 않으면 지프에서 내쫓아 버리겠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이놈도 기분이 상했는지 대드네? 얻어 타고 가는 것도 기분 나빠 죽겠는데... 암튼 잠시 껴들어 고함을 빽 지르고 입 닥치고 가만히 가자고 했더니 둘 다 놀랐는지 조용~하다. ^^;;

그러나 이놈도 참 끈질기다. 얼마 안가 내 귀에다 대고 또 뭐라고 소곤소곤하는 게 아닌가! 머릿결이 좋네~ 얼굴이 잘생겼네~ 똑똑하게 생겼네~ 등등 온갖 칭찬을 늘어놓는다. 난 한마디로 대꾸했다.

"I think so"
ㅋㅋㅋ 그리고 이어지는 호텔 세일즈... 노력이 가상하여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린다.

드디어 캄캄한 푸시카르(Pushkar)에 도착했다! 지프는 우리가 각각 묵을 호텔 앞에 세워 준다고 한다. 우선 호주인 부부가 정말 좋은 호텔에 내린다. 돈을 운전사가 아닌 우리에게 주며 조심히 가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호텔은 푸쉬카르(Pushkar) 외곽에 있는 호텔이라 푸쉬카르(Pushkar)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했는데 갑자기 이놈들이 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불빛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서 엿 먹이려는 속셈인가? 한 5분쯤 기다려도 시동조차 안 건다. 암만
말을 해도 쇠귀에 경 읽기.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여자아이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더니 트렁크에 있는 산만한 자기 배낭을 짊어지고 앞도 안 보이는 벌판으로 나서는 게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나도 따라서 짐을 짊어지고 그 아이 뒤를 따라갔다.

"야! 너 가는 길 알아?"
씽끗 웃으며 하는 말~
"아니 몰라~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지프는 시동을 걸었고 운전사는 우리 뒤를 쫓아왔다. 우리는 호텔 앞에 세워져 있는 버스 뒤로 숨어 키득대다가 아까 호주인 부부가 묵으러 들어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호텔 벨보이에게 물었다.

"여기 릭샤 있느냐?"
"없다."
"그럼 택시는?"
"택시는 불러야 한다...."

순간 나타나는 지프 운전사...
사태는 호텔 벨보이의 중계로 협상이 이루어진다. 운전사와 한참을 얘기하던 벨보이는 여기서 택시 타고 가려면 50루피는 줘야 된다며 으름장 아닌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나 용감무쌍한 우리의 여자아이는
"I can not trust YOU!"
를 강조하며 돈은 상관없다. 당신이 우리를 믿지 못하게 만든 것에 문제가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제야 정신 차린 운전기사는 몇 번이나 사과를 한다.
결국 그녀는 운전사 친구가 도착할 때까지 Shut up 할 것과 자기가 원하는 호텔 앞에 세워줄 것을 확답받고 지프에 올라탔다.

옆에서 멍~ 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 정말 할 말을 잊고 속으로 '파이팅'만 외치고 있다.

차로 돌아가며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더니 씩~ 하며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저 여리고 가느다란 몸에서 어떻게 저런 깡~ 이 나올 수 있을까? 그래! 한국 여자 여행자들도 바로 저런 모습을 보여줘야 이놈들이 한 건 쉽게 해 먹으러 안 달려들게야... 생각한다.


푸쉬카르까지 무사히 도착

천신만고 끝에 내가 묵을 Hotel OM에 도착했다.

호텔 안에 있는 뷔페라는 곳에 가서 저녁도 해결한다.(40Rs) 이 도시 전체가 철저한 채식주의 도시라 그런지 고기 비슷한 것은 구경하기 힘들다. 대신 감자 천지다. 그래도 맛은 꽤 괜찮다. 감자는 원래 맛있는 식재료다. ㅋㅋㅋ

오늘 여행을 하며 정말 귀중한 교훈 한 가지를 얻었다. 당당하게 맞서라!!

특히 인도를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객들은 이러한 점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놈들이 한국인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농후했다. 특히 한국인 여성들에겐 더더욱...

비록 언어의 장벽에서 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아니다 싶을 때 당당히 한국말로 무어라 외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같은 요금을 내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경우, 그리고 나의 요구와 다른 서비스를 받을 경우 등, 참는 것은 결코 미덕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가녀리고 어려 보이며, 참 예뻤던(^^) 호주 친구(이름도 못 물어봤네...)의 당당함에 속이 후련한 하루였다.

숙소 주방에서 짜파티를 굽고 있던 친구
▲ 숙소 주방에서 짜파티를 굽고 있던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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