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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인도 배낭여행 (2002)

인도 배낭여행 - 아마다바드 거쳐 아부산(Mt. Abu) 가는 길 - DAY 09

by Reminiscence19 2019. 6. 29.

인도 배낭여행 아홉째 날- 아마다바드(Ahmedabad) 거쳐 아부산(Mt. Abu) 가는 길

  • 예상치 못한 아흐메다바드 정시 도착!
  • 아흐메다바드에서 아부산 가는 길
  • 로컬버스 안에서 만난 할아버지
  • 아부산 도착! 숙소 잡고 저녁 나들이

썸네일-인도 배낭여행 아홉째 날- 아마다바드(Ahmedabad) 거쳐 아부산(Mt. Abu) 가는 길


1월 12일 (토)

예상치 못한 아흐메다바드 정시 도착!

기차는 밤새 달린다. 야간 이동으로 지친 몸을 일으켜 보니 7시. 어제 기차가 30분 정도 늦게 출발했으니 예정 도착시각도 8시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하겠거니 생각하며 느긋하게 기다린다.

얼마 후 열차는 커다란 역에 정차한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여유를 부리는데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게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기가 혹시 아흐메다바드(Ahmedabad)인가요?"
"네!! 여기가 아흐메다바드(Ahmedabad)입니다!"
"허거걱!!!"

연착으로 유명한 인도 기차가 정각 8시에 도착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출발도 늦게 했는데!!!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위층에서 자는 두 처자들을 급하게 깨운다.


"야! 얼렁 일어나! 여기가 아흐메다바드래!!!"


다들 놀라 침낭도 못 접고 막 떠나려는 열차에서 굴러 떨어지듯 내렸다.


아흐메다바드에서 아부산 가는 길

대도시 아흐메다바드(Ahmedabad)는 역시 혼잡한 도시였다. 도착하자마자 역에서 우다이푸르(Udaipur)로 가는 열차를 취소하고 산치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추천한 아부산(Mt.Abu)으로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아부산에는 열차가 안 다니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 터미널에서 론니 플래닛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버스 가격보다 싼 가격에 표를 구입했다.(88Rs, 가이드북 저자들도 호구당하나?) 차장들이 Direct Bus라며 큰소리치길래 철석같이 믿고 올라탔더니 이놈의 버스가 알고 보니 로컬버스닷! ㅡ.ㅡ;; 왠지 값이 터무니없이 싸다 했더니만 그러면 그렇지... 참고로 가이드북엔 150Rs라 나와 있다.

아부산으로 가는 로컬버스 안에서 처음 두 시간 정도는 푹 잘 수 있었다. 어젯밤 열차에서 못 잔 잠을 버스에서 만회한다.

덜컹덜컹 대는 버스에 몇 번 머리를 부딪힌 후 일어나 보니, 이런...
이제부터 비포장 도로가 이어진다. 우이 씨... 앞에 가는 대형트럭에서 발생된 흙먼지가 버스 안까지 자욱하게 들어온다.

"쿨룩쿨룩!"

버스 중간쯤에 앉아있었는데도 운전사가 안 보일 정도로 차 안으로 흙먼지가 들어왔으니 더 이상 말하여 무엇하리... 그나마 거기서 두 시간 정도 더 가니 나름(^^) 포장된 길을 만날 수 있었다. 다행이다.

구자랏주에서 라자스탄주로 넘어와서 그런지 차창 밖이 너무나도 메말라 보인다. 지금이 건기라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왔던 지역과는 차원이 틀린 건조함과 지역 전체를 자욱하게 덮고 있는 흙먼지로 숨이 턱 막힌다. 메마른 대지처럼 깡마른 차창밖 사람들이 참으로 안타깝다.


로컬버스 안에서 만난 할아버지

아부(Abu)에 도착하기 한 시간 반 전이었던가? 한 작은 마을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올라타시더니 내 옆에 앉으신다. 서툰 영어로 나에게 무어라 무어라 하시는데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아 그동안의 질문 패턴과 뉘앙스로 그럭저럭 소통을 한다. 솔직히 하루 종일 버스를 탔더니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자꾸 같은 질문만 하니 적잖이 짜증도 난다. 그러나 어쩌나? 난 동방예의지국 출신이 아니었던가!! ㅋㅋㅋ

그래도 그분과 꽤나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지필묵을 써가며 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대뜸 물으신다.


"네 종교가 무어냐?"

"아.. 네... 전 크리스천입니다..^^"
"그래? 그럼 넌 어떤 신을 믿고 있지?"

순간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떤 신이라니?
신(God)이 신이지... 순간 번뜩이는 생각에 종이에 적어달랬더니 'god'라고 적으신다.


"아... 저희는 힌두교에 있는 수많은 god이 아닌 유일신인 하나님 God을 믿는답니다."

할아버지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신다. 한 고비 넘었다 ㅋㅋㅋ

"근데, 한국사람들은 모두 크리스천이냐?"

"아니죠... 확실히는 모르지만 기독 개신 합쳐서 한 30프로 정도 되고, 불교가 35프로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 나머지 사람은 뭔가?"
"무교죠 ^^ 그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들 입죠 ㅋㅋㅋ"

앞에 앉은 친구 하나가 거든다.
순간 할아버지의 표정이 아리송하게 변하신다. 할아버지 생각에는 어떻게 사람이 신을 믿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가 수수께끼인 듯싶었다. 역시 인도는 종교의 나라인가 보다.

그 할아버지는 열렬한 힌두 신자인 듯 보였다. 대화 중 계속 내가 India, India라고 말하자 India가 아니라 Hindustan으로 부르라고 몇 번이나 수정해 주시고 파키스탄 이야기를 슬쩍 재미 삼아 꺼냈더니 얼굴까지 붉히시며 생각하기도 싫은 듯 고개를 가로저으신다.

종교의
화해를 시도하였던 성자 마하트마 간디에게도 진정한 힌두교도가 아니라며 좋은 평가를 내리시지 않는 것이 힌두교도가 아닌 나로서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심해서 주머니에 있던 100원짜리 한국동전을 하나 꺼내 보여주었다.  할아버지 왈~
"이 사람 누구냐?"


뜨헉~" 실수했구나.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때부터 army, military 단어도 모르는 할아버지께 15분에 걸쳐 온몸으로 이순신 장군을 설명해야 했다. ㅋㅋㅋ 정말 힘들었다. ㅋㅋㅋ

설명을 끝내고 100원짜리를 선물이라며 드리니 받질 않으신다. 이게 어느 정도 가치냐고 물으시길래 3.7루피정도 된다 하니 10루피짜리 지폐를 꺼내시며 주시려 한다. 극구 사양했더니 할아버지께서는 자기 배낭에서 주섬주섬 무엇을 꺼내시더니 나에게 주신다. 이게 뭐지? 뭐지? 뭐지?


"사탕수수구나!!!"


이빨로 쭉쭉 찢어서 나에게 한번 씹어 보라고 건네주시는데 무척 달고 맛있다.
잭나이프를 꺼내 드리니 이곳저곳 잘라 내 앞에 앉은 친구들한테도 주시고 본인도 드시고 3루피어치를 주시려는지 끊임없이 잘라 주신다. ㅋㅋㅋ

호의를 받으면 더 좋은 것으로 되갚는 것이 인도인들의 생활풍속이라고 예전에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난다. 정말 그런 모양이구나 생각하며 피식 웃는다.


아부로드 도착, 다시 아부산으로 올라가는 길

아부산(Mt. Abu) 아래에 위치한 아부로드(Aburoad)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아부산(Mt. Abu)으로 올라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단다. 이래저래 로컬버스로 가려니 환승은 기본이다. ㅋㅋㅋ

대관령 미시령 같은 고개를 1시간 정도 올라가니 차창 밖으로 끝없이 뻗은 인도의 대지가 펼쳐진다. 정말 장관이다.

도로 양 옆으로는
마치 사파리를 하는 것 마냥 야생 원숭이들이 수없이 줄지어 서 있다. 마치 지나가는 차량에 탄 인간들을 동물원에서 우리가 원숭이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다. 간혹 그놈들 때문에 급정거를 했지만 새로운 경험에 눈은 즐겁다.

이곳 아부산에는 선셋 포인트(Sunset Point)에서의 일몰이 일품이라 한다. 하지만, 벌써 해가 꼴딱꼴딱 넘어가려고 폼 잡는 것이 아무래도 오늘 일몰 보기는 틀린 것 같다.


아부산 도착! 숙소 잡고 저녁 나들이

아부산에 드디어 도착했다. 아부산 입장료 10루피를 지불하고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수많은 호텔 삐끼들로 둘러싸인다. 나도 나름 인도 짬밥이 있기에 무시하고 무작정 걷는다. 보통 이러면 대부분 삐끼들은 발걸음을 돌린다. 마지막까지 한 녀석이 끈질기게 끝까지 따라왔지만 무시하고 눈 앞에 보이는 호텔(Hotel Natnaj)에 무작정 들어간다.

내부 시설을 둘러보니 상당히 싸고 좋다.
깨끗함을 둘째치고 아침마다 온수가 펑펑 나오는 게 무척이나 맘에 든다. 오랜만에 묵은 때 좀 벗겨 볼까나? ㅋㅋㅋ

아부산 위의 이 마을은 분위기가 꼭 우리나라 유원지 분위기 같다. 인도에서도 주로 중상류층 이상 사는 사람들이 휴양을 목적으로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래서 분위기가 그런 것 같다.

해발 1,200m에 이르는 산이라 공기도 무척 맑다. 밤늦게까지 상점은 끝날 줄 몰랐고, 각종 기념품 상점과 먹거리 장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유후~ 신난다.

식당에서 저녁을 때우고 본격적으로 시장 구경에 나섰다. 각종 액세서리부터 의류, 피혁제품, 조각품 등 웬만한 것들은 다 갖추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몇 가지 안 살 수 없었던걸. (나중에 후회막심 ㅡ.ㅡ;) 암튼 이리저리 구경하다 보니 벌써 밤 11시다. 인도 와서 지금까지 제일 늦게 잔 날이기도 하다. 몇 날 되진 않지만... ^^;;;

오늘로 벌써 나 홀로 인도 배낭여행 9일째다.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 벌써 9일째라니... 아! 자정이 넘었으니 이제 10일째다. ㅋ

인도 대사관에서 비자받을 때 가져온 인도 전도를 펼쳐보았다. 지금까지 온 길을 형광펜으로 이어 보니 제법 길다. 나름 뿌듯 ~ 자뻑에 취해 잠에 든다.

산이라 그런지 밤엔 좀 쌀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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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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